【파나마운하, 노리에가 플레이리스트-3】
1983년 이후 군 최고사령관으로 파나마의 실질적 독재자로 활동하던 노리에가는 1989년 파나마 대선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카를로스 두케가 낙선되자 미국의 간섭이 있었으므로 선거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쿠데타를 주도, 직접 권력을 장악하고 미국에 대한 강경정책을 더 강화해왔었다.
미국과 파나마와의 관계는 지난 3년간 계속 악화되고 있었다.
1988년 2월 5일 미국은 노리에가를 마약 밀매 혐의로 미국 연방법원에 기소했었다.
같은 해 3월 11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파나마운하 사용료의 지불 중지 등 파나마에 대한 여러 경제제제 조치를 시행한다는 발표를 했고 파나마 주둔 미국 병력을 1300명 증원했다.
1914년 파나마운하 개통 때부터 운하 통제권을 갖고 있었던 미국은 노리에가 정부가 미국의 정책에 반하는 독자적 행동을 계속하는 상태에서 미 해군함대의 파나마운하 자유 통과를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파나마에서는 반미소요가 늘어났다.
1989년 12월 16일 미군 장교 일행 4명이 비번인 날 시내로 외식하러 나갔다가 불심검문에 불응하고 이동하려다가 총격을 받아 이들 중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미국 내에서 미군 장교가 살해당한 것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컸다.
1989년 12월 20일, 미국은 파나마를 기습 침공하는 “Operation Just Cause"를 실시했다.
이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초당적으로 전쟁을 결정한 데다 전쟁에 대한 지지 여론이 80%에 달하였다.
파나마에는 이미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있었는데 이 주둔 미군에 더하여 미국 본토에서 9500명의 병력이 추가 동원되었다.
미군이 이미 주둔하고 있는 나라를 공격한 첫 번째 전쟁이었다.
침공에 동원된 미군은 모두 2만 7,684명, 비행기는 300기에 달했다.
현재 미공군의 핵심전력인 스텔스기와 아파치헬기가 실전에 처음 투입된 때가 바로 이 파나마침공 때이다.
파나마군은 개전 후 3일간 산발적인 저항을 시도했으나 수적, 질적으로 앞서는 미군에게 대부분 각개격파당했다.
노리에가는 어딘가에 숨어서 국영라디오 방송을 통하여 저항을 계속할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독전 연설을 하기도 했으나 결국 행방이 묘연해졌다.
노리에가는 12월 24일 오전 파나마 주재 바티칸 대사관에 나타나 바티칸으로의 망명을 요청한다.
미국은 치외법권 지역인 바티칸 대사관으로 도망간 노리에가를 무력으로 끌어낼 수 없었다.
막강한 미국의 무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자 미국은 전쟁사에 길이 남을 기상천외한 방법을 사용했다.
당시 파나마에는 SCN(South Command Network)이라는 우리나라의 AFKN과 같은 미군 방송이 있었는데, SCN에서는 파나마 침공 다음날인 12월21일부터 청취자 음악신청란을 개설해서 파나마 파견 미군들과 그 가족들의 신청곡을 받았다.
그러던 27일 자신이 미군 심리전부대 소속이라고 밝힌 군인이 SCN으로 전화를 걸어와서는 자신들이 하는 일을 설명하고 노래들을 신청했다.
SCN은 이 신청곡들을 방송하기 시작했고 바티칸 대사관을 포위하고 있던 미군은 대형 스피커들을 설치하고
SCN에서 나오는 이 음악들을 24시간내내 시끄럽게 틀어서 노리에가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미군은 교황청 대사관을 탱크와 철조망으로 포위하고
대사관 옆 공터를 불도저로 다진 후 헬리콥터 착륙장을 만들었다.
헬리콥터가 교황청 대사관 상공을 낮게 날며 코러스를 넣었고 건물 주위에선 장갑차가 공회전을 계속하며 불도저는 굉음을 내며 빙빙 돌았다.
스피커의 볼륨은 최대한 키워진 상태였다
파나마에 파병된 각 부대원들은 서로 노래들을 신청했으며 이 노래들은 바티칸 대사관 앞에서 최대한 볼륨이 키워진 상태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곡의 제목과 가사의 내용을 통해 노리에가를 조롱하는 노래들이 주를 이뤘다.
Van Halen의 Panama
Kenny Loggins의 Danger zone
Tom Petty의 Refugee
Rick Astley의 Never gonna give you up
등의 노래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12월 29일 이후에는 신청곡 재생을 중지하고 빌보드 핫 100등 각종 음원차트 상위에 오른 곡 40개를 반복해서 틀기 시작했다.
한창 전쟁 중인 파나마 거리에 락밴드 노래를 들으며 미군들이 차를 모는 해괴한 상황이 벌어졌다
소음에 견디다 못한 노리에가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오페라를 좋아한다는 노리에가는 취향에 맞지 않은 락음악의 공격을 견디다 못해
결국 대사관 직원들의 설득과 미군과의 협상 결과
아내와 두 딸의 해외 망명을 허용해주는 조건으로
1990년 1월 3일 밤 8시 50분에 수척한 모습으로 대사관밖으로 걸어나왔다.
후일 대사관 직원들은 노리에가가 설득에 응하지 않을 경우 노리에가만 대사관에 남겨두고 아예 대사관 관저를 옮겨버릴 계획이었다고 한다.
노리에가는 즉시 미 마약 단속국(DEA)요원들에게 체포되어 헬리콥터에 실려 미군 기지로 갔다.
노리에가는 미국으로 압송돼 마약 밀매,공갈,돈세탁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19년간 복역하다가 2010년 4월에는 프랑스로 보내져 프랑스은행을 통한 마약 밀매 관련 자금 세탁이라는 죄목으로 다시 7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듬해인 2011년 12월 조건부 석방돼 파나마로 송환된응하지 노리에가는 파나마에서는 정적 살해 등에 대한 죄목으로 징역 6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질병으로 인한 가택연금 상태에서 2017년 5월 17일 사망한다.
당시 노리에가에게 들려줬던 이른바
노리에가 플레이리스트의 일부
Another Thing Coming - Judas Priest
Blue Collar Man - Styx
Danger Zone - Kenny Loggins
Dead Man's Party - Oingo Boingo
Don't Look Back - Boston
Electric Spanking of War Babies - Funkadelic
Heaven'sOn Fire - Kiss
If IHad ARocket Launcher -Bruce Cockburn
In My Time of Dying - Led Zeppelin
Iron Man - Black Sabbath
Judgement Day - Whitesnake
Jungle Love - Steve Miller
No More Mister Nice Guy - Alice Cooper
Paradise City - Guns & Roses
Panama - Van Halen
Paranoid - Black Sabbath
Refuge - Tom Petty
Renegade - Styx
Run Like Hell - Pink Floyd
The Party's Over - Journey
This Means War - Joan Jett
Wanted Dead or Alive - Bon Jovi
Wanted Man - Ratt
War Pigs - Black Sabbath
We're Not Gonna TakeIt - Twisted Sister
You Shook Me All Night Long - AC/DC
Your Time is Gonna Come - Led Zeppe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