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에 대한 소고(小考)
유심 김 양 호
“대한민국의 국화(國花)는 무궁화로 한다.” 2008. 8. 20 국회의원이 발의
한 대한민국 국화에 관한 법률 제3조 1항이다. 또 같은 법률안 제5조에는
“국화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 국화에 대한 애호정신과 국민적 자부심을
높이기 위하여 8월 8일을 무궁화의 날로 한다.”고 하였다.
한편, 이보다 앞서 “나라사랑 무궁화 어린이 기자단”은 1만 명의 서명을
받고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2007. 8. 8 국회에서 8월 8일을
「무궁화의 날」로 선포한바 있다. 8월은 전국적으로 무궁화가 한창 필뿐만
아니라, 8자를 눕히면 무한대의 기호 ∞가 되어 무궁(無窮)의 의미와 같다는
데서 연유한 것이다.
지구상의 많은 나라들은 나라꽃을 정하고 있다. 나라꽃은 그 나라의 고유
식물 또는 보편화된 자생 식물로서 국민성을 나타낼 수 있는 특성이 있거나
그 나라의 자연과 역사, 문화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꽃으로 법률로 정하기
도 하고 관행적으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궁화는 법률로 정한 나라꽃은 아니다. 5천 년 동안 우리민족의 사랑을
받으며 함께 해 오면서 은연중에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나라꽃으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리서 <산해경>에 따르면 “군자국(우리나라)에
무궁화가 많이 있는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 고 하였다.
(君子國 有 薰華草 朝生暮死)
또 신라 효공왕 때 최치원은 왕의 명을 받아 당나라 광종에게 보낸 국서
에서 “근화향(槿花鄕:신라)은 겸양하고 자중하지만, 호시국(楛矢國:발해)
은 강폭 함이 날로 더해 간다.”고 하여 무궁화의 나라임을 자인 하였다.
이렇듯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무궁화가 많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나라
이름을 근방, 근역, 근화향 등으로 달리 부르기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휘장을 비롯하여
행정, 입법, 사법부의 휘장을 무궁화로 도안하고 해외를 여행할 때 신분과
국적을 증명하는 여권도 무궁화로 도안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림청은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기기 위하여 “나라꽃 무궁화 전국 축제”를 개최하는 등 정부는
물론 온 국민이 나라꽃으로 여기고 있음에 대하여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된 시기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1935년 10월 21일
동아일보는 <조선의 국화 무궁화의 내력>이라는 제목 아래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조선에도 개화풍이 불어오게 되고......(중략)......
애국가의 뒤풀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이 들어가면서
무궁화는 조선의 국화가 되었다.”라고 기고한 점으로 보아 구한말에 나라꽃
으로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로 인해서 무궁화는 일제 강점기 때 민족정신의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세계사에서 유일하게 나라꽃이 뽑히고 태워지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무궁화는 화려하거나 요염하지 않고 짙은 향기도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토양과 기후에 알맞아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는 언제
어디에 심어도 잘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과 번식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해가 뜨는 이른 아침에 피었다가 해가 지는 저녁에 시든다.
날마다 새롭게 뜨고 지는 태양과 운명을 같이하기를 여름 백날 동안
3천여 송이를 피움으로 해서 은근과 끈기의 우리 민족성에 부합한다. 한편,
단일 색을 마다하고 꽃잎과 꽃심 그리고 꽃술의 색을 달리한 아련함은
어느 하나에 치우지지 아니하고 모두를 아우르는 홍익인간의 건국이념과
같고, 겉으로 보기에는 꽃잎이 다섯 개이나 실제로는 통꽃으로 단결을
나타내며 꽃이 질 때는 나선형으로 고이 접어 최소화하여 떨어지는 정갈
함이 있다.
특히 정부의 보급 품종의 하나인 홍단심계는 분홍색으로 피었다가 시들
때는 보라색으로 변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고상한 느낌을 준다. 이로써
무궁화는 우리민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운명을 같이 해온 것이다.
「대한민국 국화에 관한 법률안」은 수년 동안 국회 안에서 잠자고 있다.
왜냐하면, 법률로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정하는 것을 반대하는 저항이
두려워서라고 한다. 무궁화는 영어로 ‘샤론의 장미’(the Rose of Sharon)
이다. 그런데, 구약성서 아가서 2장 1절에 “나는 샤론의 장미요, 골짜기의
백합이로다.”라는 구절이 걸림돌이 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샤론의 장미
즉 무궁화는 예수 그리스도를 비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하는 나라는 예수그리스도가
태어난 나라도 아니요, 기독교를 국교로 하는 나라도 아니다.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따라서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법제화하는데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또 반대를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이제 국회는 잠자고 있는「대한민국 국화에 관한 법률안」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공론을 통하여 국민적 합의로 가결하여야 한다. 그럼으로
해서 무궁화에 대한 사랑을 더욱 깊게 함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애국심을
고취하도록 하여야 한다. 나아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나라 곳곳에 더
많이 보급케 함과 더불어 도로변이나 유원지 등에 무궁화를 심고 외국인이
자주 찾는 관광지 등에 무궁화단지를 조성하여 무궁화의 우수성과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첫댓글 수필 올리신다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한민국 국화에 관한 법률까지
자세히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
하여 2007.8.8.국회에서
8.8일 무궁화의 날 로 선포
한 날 까지 상세하게게 올려
주신 시인 님의 수필 수상
글 감동깊게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 나라 꽃~
무궁화 노래를 유치원생 정도면
알고 부르죠.
그러나, 무궁화가 어찌하여
나라꽃이 되었는지는 별로
아는 바가 없지요.
the Rose of Sharon 에 대한 사연도 알았고
무궁화에 대한 모든 것이
님의 글로 알게 됨을 감사히 생각합니다.
유익한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