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이 쏟아진다. 하룻밤을 꼴딱 새웠으니 그럴 법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도 비몽사몽, 집에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고 씻으면서도 비몽사몽.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볼 때는 거의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봐도 무관했다.
에피소드 2 - 1 [미션] 오늘 주운 신용카드 주인을 찾아주기 위한 글을 에브리타임에 올리세요 |
눈앞에 창이 뜨고 있었는데도 감기는 눈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에타 앱을 찾아 들어가고선 서서히 잠이 들었다. 신용카드 주인을 찾는다는 말까지 쓰고 완료 버튼을 누른 것까지가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가 미션을 안 해서 실패했단다...... 난 했는데... 분명 완료 버튼을 누른 것도 기억이 나는데... 틀림없이 이 게임 측에서 잘못 안 것이라고 생각하고 에타를 들어가 봤더니 내가 쓴 글에 어제 내가 올린 글은 온데간데없었다. 아무래도 꿈에서 적은 걸 현실로 착각한 듯 했다ㅋㅋ
아... 이때까지 미션이 다소 귀찮긴 했지만 그래도 눈 감고 해줄 수 있는 정도라 못하게 될 경우를 생각해두지 못했는데 꼭 과제 마감일을 놓친 것 마냥 마음이 급급해졌다. 그때 점점 사라지는 창 밑에 아주 작은 글씨가 적혀있는 것이 뒤늦게 보였다.
에피소드 2 - 1 [실패] 미션을 실패하셨습니다. >>> 다이아 50개로 미션 다시 시작하기 |
아니 이런 혜택이 있었으면 대문짝만 하게 적어둬야 하는 거 아닌가? 꼭 미션 다시 시작하지 말라는 것처럼 개미 콩알만 하게 적어뒀네. 구시렁 구시렁거리면서 다이아가 100개 있는 것을 확인하고 시원하게 50개를 써버렸다. 뭐... 나중에 다이아 얻을 방법도 있지 않겠냐고,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하니까. 그와 동시에 든 생각은 다음부터 미션 실패는 되도록이면 하지 말아야겠다 정도...?
다이아 50개가 사라지고 실패로 떴던 미션이 다시 열린 것을 확인한 후 혹시나 또 놓칠 새라 빠르게 글을 올리려 했는데 어제와 조금 다른 것 같은 미션이 새롭게 뜬다. 자세히 보니 에피소드 챕터는 같은데 내용이 달랐다.
에피소드 2 - 1 [미션] 어제 주운 신용카드의 주인을 에브리타임에서 찾으세요. |
아까는 내가 글을 올리라 더니, 이번에는 직접 찾아라? 더 귀찮아졌잖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게임은 인생을 드라마처럼 만들어주는 게임이 아니라 사람 인생을 귀찮아지게 만들어주는 것이 틀림없다. 사람 많은 에타에서 내가 주운 신용카드 주인을 찾으려니 벌써부터 눈이 건조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아까운 다이아 50개를 썼으니까 이건 미루지말고 해야겠지.......
그런데... 이 많은 글들 중에서 어떻게 그 사람을 찾냐 이거야, 언제 올렸을 줄 알고 이걸 하나하나 보고 있으란 거지? 솔직히 이건 너무 돌아가는 방법이고... (그건 둘째치더라도 너무 귀찮게 해결하는 방법이라 그렇게 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검색해서 찾는 게 빠를 거 같은데 그냥 신용카드 치면 그 사람 글도 뜨지 않으려나?
검색...!
혹시 세상에는 덜렁이들 밖에 안 살고 있는 건가? 어제 잃어버린 사람만 해도 꽤 있는 것 같고, 이 중에서 내가 찾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야 된다는 건데... 벌써 귀찮다... 괜히 주웠나? 누가 가져가든 말든 내 알 바가 아니긴 했지. 내 본성이 너무 착했던 게 흠이었다.(개소리) 그래도... 이게 에피소드로 이어진 거 보니까 이 카드 주인도 나랑 연결될 새로운 인연일 확률 173827퍼센트. 나와 인연이 될 새로운 남자는 어떤 사람이려나? 어제 부딪혔을 때를 다시 생각해 보면 얼굴은 제대로 못 봐서 기억 안 나지만 대신 엄청 좋은 향이 났던 건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
어제 그 상황을 떠올리면서 잃어버렸다는 사람들 글을 하나하나 자세히 보고 있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찾는 것 같은 글이 하나 보였다.
가방 안에 넣어두었던 카드를 꺼내보니 저기 쓰인 대로 삼성 카드였고 앞면에 영어로 적힌 이름도 저 사람이 쓴 것과 동일했다. 게시물에 적혀있는 번호로 [안녕하세요! 에타 보고 연락드려요. 이 신용카드 주인 맞으신가요?] 하고 가지고 있는 카드 앞면 사진과 함께 전송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번호로 자신이 주인이 맞다는 답과 함께 어디 사시냐는 문자가 연달아 도착한다.
집 근처 지하철역을 알려주니 자신이 오겠다고 하길래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 이번 휴일은 좀 제대로 쉬어보자. 어제 이 게임이 나를 개고생 시킨 덕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단 말이다. 거기다 내일부터는 학교도 가야 하니까 오늘 같은 황금 휴일은 하늘에서 별을 따는 확률만큼 보기 힘들 것이 뻔했다.
쉬고 싶은데... 30분 안에 나갈 준비를 하려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어제 나갔다 와서 씻었으니까 대충 준비해서 나가면 되겠지. 사람 같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씻고 머리 말리고 고데기 하고 얼굴에 뭐 찍어 바르는 시간을 생략하면 10분 만에 준비를 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자는 동안 이리저리 흩어져 산발이 된 머리는 대충 빗어 묶고 살짝 부은 눈은 안경으로 가려버리면 그만이다. 옷은... 역시 츄리닝이 평범하고 좋겠지. 밤마다 조깅하겠다고 큰 마음 먹고 산 츄리닝이었는데 물론 그 취지에 맞게는 일주일도 채 입지 못했지만 다양한 이유와 편의로 요긴하게 잘 입고 다니는 중이다.
남자가 말한 30분이 되기 5분 전, 하품을 하면서 가장 편하게 신고 다니는 흰색 운동화를 신으며 현관을 나섰다. 물론 그에게 돌려줄 신용카드도 잊지 않고 챙겼고. 핸드폰으로 오는 연락을 바로 받기 위해(아니 사실은 그냥) 카톡과 인스타그램을 번갈아가며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와 만나기로 한 지하철역 출구 앞에 서서는 친구들이 보낸 웃긴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러면 그 앞에 흰색 산타페 하나가 멈춰 서더니 보조석에서 어디서 본 것 같은 누군가 내려 두리번거리다 제 앞으로 걸어온다.
"혹시 신용카드?"
그 얼굴이 이상하리만큼 낯이 익어서 기억해내려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불현듯 친구가 말해줬던 의학과 선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근데 이 선배가 여길 왜.......
"저기요?"
내가 아무런 대답이 없으니 남자는 이상했는지 한 번 더 나를 지칭하는 문장을 말하고서 나를 바라봤다. 제 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 대답도 하지 않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자각한 내가 헐레벌떡 신용카드를 꺼내며 그에게 내밀었다. “아, 네! 신용카드 여기...” 그런데 신용카드 앞 면에 적힌 영어 이름을 보자마자 이 위에 적힌 것과 내 앞에 서 있는 이 선배의 이름이 다르다는 것이 생각났다. 내밀었던 신용카드를 다시 뺏으며 그의 이름을 재차 확인한다.
"정재현 씨 맞으세요?"
남자의 표정이 살짝 흔들리나 싶었는데 이내 뭔 이런 걸 물어보나 싶었는지 “정재현 맞아요.”하고 제 손에 들린 카드를 쏙 빼가려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는 내 주머니로 다시 신용카드를 원위치 시켰다. 아무리 봐도 이상하단 말이지... 저 선배 이름이 뭐였더라? 내 기억이 온전치 못해도 정확한 건 정재현은 아닌데...... 계속 기억 회로를 돌리다 보면 그의 이름이 반짝하고 생각난다.
"아니시잖아요."
"아...?"
"김도영 선배 아니세요?"
그래, 내가 알기론 이 선배 이름은 김도영인데 왜 자신을 정재현이라 칭하냔 말이다. 앞에 서 있는 선배에 대한 신뢰를 거의 다 잃어 의심스럽다는 듯 가늘게 눈을 뜨고서 바라보면 선배는 바람 빠진 웃음을 지으면서 “아, 우리 과 후배야?” 하고 사람 좋게 웃어 보인다. 아까까지는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꼭 반가운 사람이라도 만난 것처럼 웃네....... 혹시 이거 새로운 사기 수법인가? 하 씨, 순간 혹할뻔했다.
"아뇨.. 그건 아닌데......."
"그런데 나 어떻게 알아?"
선배의 얼굴이 다시 싸하게 굳는다.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당한 거다. 대충 상황을 계산해보면 지금 나는 최대한 저 선배가 기분이 나쁘지 않을 답변을 골라야 했다. 찬찬히 시뮬레이션 돌려보자.
/
1. "선배 완전 유명해요! 모르셨어요?"
"내가? 뒤에서 내 얘기 하고 다녔나 보네?"
이건... 저렇게 꼬리를 물고 질문이 이어질 것도 뻔한 데다가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말이라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2. "저번에 뵌 적 있어서요!"
"우리가? 언제?"
이건 또 나만 본 거라 이 사람이 평소에 사람을 잘 기억 못 하거나 얻어걸리면 땡큐지만 평소에 꼼꼼한 사람이라면 금방 아니라는 게 들통날 것 같고.......
3. "전에 교수님이 선배 칭찬 엄청 해주셔서 기억하고 있어요."
"아, 그래?"
이거다. 이건 기분 나쁠 일도 없을 거고 이상한 점도 없으니까.
/
"예~전에 신철우 교수님이 선배 칭찬해 주시면서 선배 발표 영상 보여주셨거든요."
"아까 우리 과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아, 저 간호학과예요!"
아, 하고 선배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올 때쯤 역 앞에 세워져있던 차 창문이 지이잉- 열리더니 처음 보는 남자가 내가 서있는 쪽을 보며 도영 선배를 부른다.
"형, 멀었어?"
"아, 아니. 잠시만, 아는 애라서."
"아, 아는 애야? 오키~"
멀뚱멀뚱 둘이서 대화하는 것을 보고만 있으면 선배가 차 쪽을 가리키며 “실은 쟤가 정재현인데 내가 대신 받아 가는 거야.” 하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신뢰도가 회복되지 않은 터라 아까처럼 실눈을 뜨고서 바라보면 억울하다며 난데없이 “야, 재현아!” 하고 소리친다. 그러면 차 안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나와 선배가 서 있는 쪽을 바라보며 “왜.” 하고 묻는다. 진짜 맞나...? 그런데 그걸 내가 어떻게 믿지 동명이인이면? 신용카드는 체크카드처럼 돈 없으면 못 쓰는 카드도 아니고 분실 신고 안 하는 이상 아무 데나 긁고 다닐지도 모르는 건데? 이렇게 확실하게 확인하는 것이 백 번 천 번 맞았다.
"너 정재현 맞지?"
"뭐래......."
응,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건 해봐야 한다. 처음에 자기가 정재현이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의심할 일은 없었을 텐데. 저 사람이 확답을 하지 않은 이상 내가 의심할 여지는 충분했다. 카드를 든 손을 뒤로하고 완강히 주지 않을 것을 표현하자 답답함에 이마를 짚던 선배가 조곤조곤 반박하기 시작한다.
"만약 쟤가 정재현이 아니면 우리가 여길 어떻게 제시간에 왔겠어."
"ㄱ... 그거야 그렇지만 처음에 거짓말하셨잖아요!"
"아니, 그건 그냥 편하자고 그런 거지."
"그래도 저는 아무한테나 이거 못 주겠는데요?"
"그럼 전화해보면 되겠네. 아까 문자 한 번호로 전화해서 쟤가 받으면 줘. 그럼 됐지?"
누가 똑똑한 애들 많은 학과인 거 모를까 봐 누가 들어도 깔끔하고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선배의 앞에서 나는 그렇게 하겠다며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긴가민가하며 '카드 주인'이라 저장한 번호로 전화를 걸면 내가 틀렸다고 광고라도 해주고 싶은 건지 정차된 차 쪽에서 벨 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그리고 이내,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가 서라운드처럼 그대로 제 양쪽 귀 너머로 들려온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단 하나, 아... 나 개망했구나.
"하하... 하..."
그냥 처음부터 줄걸.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정재현이든 김도영이든 내 알 바가 아니었는데 왜... 왜 오지랖을 부려서. 진짜 어떡하지. 뭐라고 하지. 그냥 카드만 줘도 괜찮겠지? 설마 죽이기야 하시겠어. 좋은 사람이시겠지... 어, 좋은 사람이실걸? 아... 근데 내 친구가 이 선배 조금 싸가지 없다고 했던 거 같은데.......
제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혼잣말과 상반되게 선배는 별말 없이 손을 내밀어 보였다. 이에 멋쩍게 웃으면서 주머니에 넣어뒀던 신용카드를 벌벌 떨리는 손으로 내밀면 선배는 쏙, 하고 제 손에 있는 카드를 가져간다.
"다음에 학교에서 보자."
내게 인사를 하는 선배는 웃으면서 친절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내 눈에 비치는 선배의 표정과 대사의 속은 이러했다.
"귀찮게 하네, 꺼져."
순식간에 지나간 상황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멍을 때리면서 급기야 속으로는 이 모든 게 꿈이라는 부정을 하고 있다. 아직 꿈 속일 확률도 있지 않겠냐고, 에타에 글을 올리지 못한 것부터 꿈일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줄리 만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션을 성공했다는 알림 창과 함께 믿고 싶지 않은 문구가 적힌 알림 창이 뜬다.
에피소드 2 - 1 [성공] 보상으로 'RESET TICKET'이 지급됩니다. [ 보관함 > RESET TICKET ] |
* 플레이어의 친구와 캐릭터가 추가되었습니다. new! 김도영 / 정재현 |
세상아, 진짜 뒤지고 싶냐?
그냥 친구도 아니고 뭐? 호감도가 표시되는 캐릭터??? 그 말인즉슨 저 두 사람이, 내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거 아니야. 아이고 두야. 진짜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이제까지 늘 일관성 있게 한 명씩 추가해 주던 것들이 갑자기 뭐가 급하다고 둘씩이나 추가하냐고... 신용카드 잃어버린 사람은 정재현 씨 하나인데 왜... 대체 이유가 뭔데? 그래, 잘생긴 사람 둘이라서 좋은 거 ㅇㅈ 솔직히 나쁘진 않아. 어, 나 아까 저 선배가 웃어줄 때 살짝 설렜어. 근데 그건 그거고... 지금 나 첫인상에서 벌써 탈락한 거 아니냐고요.......
이 게임의 취지가 설마... 연애를 하게 해주는 게임이 아니었던 건가? 아.. 이대로는 안되겠다 수습을 해야 한다. 아까 보상이 뭐랬지? RESET TICKET? 뭐야, 지금 딱 되돌아가라고 준 건가? 충동적으로 티켓 사용하기를 누를 '뻔' 했는데... 가만..., 이 티켓 금색인 거 보니 얻기 쉬워 보이지도 않는데 이렇게 막 써도 되나? 꼭 남용하기 좋게 지금 준 것도 상당히 계산적인 만행 같단 말이지. 이 게임에게 여러 번 통수를 당한 이상 이제 이렇게 쉽게 머리를 굴려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은 전략이다. 오늘부터 나는 잔머리란 잔머리는 다 굴려서 이 게임에서 최고의 인생을 선물 받아 볼테다. 그러니까 이 리셋 티켓인지 뭔지는 넣어두고 다른 방향으로 수습해야 한다. 역시... 인생에서 실수를 했을 때 만회를 하는 방법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방법이 존재한다. 작전 개시다.
> > >
집에 돌아와 나는 우선 재현이라는 사람의 번호로 연락을 보냈다. 도영 선배 번호는 몰라서 못 보냈다.(차라리 몰라서 다행일지도ㅎㅎ) 대충 문자로 보낸 내용을 말해주자면, 오늘 카드 받으실 때 친구분 오해한 거 죄송하다. 다음에 제가 커피라도 사겠다. 카드 찾으셔서 다행이다. 뭐, 이런 아주 형식적인 문장에 살짝 계략을 넣어뒀다. 죄송한 건 '진심', 커피 사겠다 한 건 '계략', 카드 찾아서 다행이다 한건 '이미지 관리'*^^* 삼박자가 고루 갖추어진 문자가 잘 간 것을 확인하고 침대에 누워서 이제까지 추가된 캐릭터들을 둘러봤다.
이민형, 이동혁... 얘네랑도 뭔가 진전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하기 무섭게 게임이 시작된다. 이 게임은 분명 내 머릿속에 뇌파를 연결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있나? 이건 봐도 봐도 신기하고 적응이 안 된다.
에피소드 3 - 1 [미션] 현재 추가된 캐릭터 중 한 명에게 연락을 보내세요. 올바른 캐릭터에게 연락을 보낼 시 두 배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
엥? 나 방금 재현인가 뭔가 하는 사람한테 연락했는데? 그것도 쳐줘야 되는 거 아님?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미션 성공 보상이 안 뜨는 걸 보니 딱 봐도 미리 한 건 안 쳐주는 모양이었다. 좀만 더 참았다가 연락 보낼걸.. 타이밍 진짜 구렸네. 그럼... 연락처 없는 도영 선배는 자동 탈락이고... 이미 보낸 재현 씨한테 또 보낼 수도 없고... 이동혁 이민형, 이 둘 중에 한 명을 고르면 되는 건가? 저 작은 글씨는 또 뭐야, 올바른 인물? 내가 연락을 보내야 하는 인물이 정해져있다는 건가? 50 대 50, 완전 복불복이네. 안 맞춰도 크게 타격은 없을 거 같으니까 아무나 고르고 생각해야겠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민형이야 내가 일부러 답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동혁 얘는 자기가 먼저 번호 가져가놓고 연락도 없네? 하... 아무리그래도 먼저 연락하는 건 좀....... 간지가 안 난단 말이지... 이민형이 좋겠지? 또 이대로 답장 안 하면 마음 약한 우리 민형이 속앓이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래, 이민형 너로 정했다.
이민형에게 연락을 보내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이 알림 창이 와다다 쏟아지기 시작한다. 뭐야, 내 연락 기다리기라도 한 거야? 뭔 알림이 이렇게... 당연히 나는 이민형이 연락을 보냈나 싶었는데...
내 예상을 모두 뒤엎고 연락 온 상대는 이동혁이었다. 연락 보냈어야 하는 인물이 이동혁이었던 건가?... 아, 그깟 간지가 뭐라고. 분명 별로 상관없으리라 생각해서 내 마음대로 골랐지만 괜히 정답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니까 아쉬웠다. 보상 2배로 받아서 나쁠 건 없을 거 아니야. 비율이 말도 안 됐던 것도 아니고 반반이었는데 그것도 못 맞추다니...에휴, 운도 지지리 없나 보다.
그런데... 이민형도 금방 답장이 도착한다. 이렇게 되면 내가 잘 보냈을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고서 미션 완료 창이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기다리는 창은 뜰 생각을 않고 또 다른 이에게 연락이 온다.
만약 이게 실제 상황이었다면 저 선배가 나한테 왜 연락을 하냐고 난리를 쳤을지도 몰랐지만 게임이라는 걸 알고 보니 흥미진진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저 선배와 내가 나눌 대화들이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언제가 됐든 무조건 연락을 해야 하는 관계라면 저렇게 먼저 다가와 주는 게 내 입장에서는 땡큐지. [ㅋㅋㅋㅋㅋㅋ넹], [네, 그러셔도 된다고 전해주세요] 하고 답장을 보내면 뒤늦게 미션에 대한 알림이 뜬다. 저번부터 묘하게 미션 완료 알림이 늦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에피소드 3 - 1 [성공] 보상으로 경험치 +기존 보상의 두 배 200xp가 지급됩니다. |
[LEVEL UP] 4 |
[LEVEL UP] 5 |
* 캐릭터의 호감도 창이 열렸습니다. |
오늘 여주가 만난 재현이와 도영이의 착장은 이렇답니다...
|
첫댓글 와우 이거지 달려달려
오 레벨5..
잼있다
와 개재밌다 진짜
호감도 갈길이 머내....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