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상에서 가져온 전 부산CBS 본부장 김광수 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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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평화통일 운동을 방해하는 이념적 편향
우리나라의 반공주의는 다른 나라와 결이 다르다. 전쟁과 분단의 역사 속에서 반공은 일체의 논리적 비판이나 선택을 불허하는 윤리적 올바름이자 국시(國是)였다. 시간이 흘러 대립과 전쟁의 상흔을 지닌 우리에게 반공주의는 이념을 넘어선 감정으로 남겨졌다. 그러나 남북평화와 종전을 말하는 지금까지도 반공주의가 감정으로 남아 있다면 그것은 올바른 지성이라고 할 수 없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총회장 이순창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총회장 권순웅 목사)와 함께한 ‘남북평화통일비전 공동선언문’1의 실천 운동으로서 소속 69개 노회에 독려했던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 참여 요청’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기독 정당 진출을 향한 전광훈 목사의 자유통일당 당사 개소식에 참석해 “공산주의를 뿌리 뽑기 위해 사명을 갖고 세움 받은 것에 감사드린다.”라는 말로 전 목사를 치켜세워 물의를 빚었다. 이런 모습들이야말로 감정의 이념적 편향으로서, 온 세상을 품는 사랑과 용서를 포기한 교회의 반지성적인 모습이 아닐까?
적(敵)도 동지(同志)로 만든 감정적 반공주의
이영훈 목사는 지난 5월 16일 많은 이들로부터 기독교 이단아로 지목되는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개소식에 설교자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영훈 목사는 “지금 대한민국이 정신적으로 굉장히 좌파, 주사파 사상에 많이 물들어 있고, 좌경화되고 있다.”라고 말하며 “천만 크리스천이 깨어 일어나야 한다. 공산주의를 멸해야 한다. 십자가 복음을 들고 나가 공산주의, 주사파를 때려잡고, 복음 통일이라는 위대한 역사를 이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또 “이 땅에 주사파가 들끓고 공산주의로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는 이때에 이 자유통일당이 특별히 주사파를 타파하기 위해서, 공산주의를 뿌리 뽑기 위해서 사명을 갖고 세움 받은 것을 감사드린다.”라면서 전 목사를 하나님이 세우신 선봉장이라고 치켜세웠다. “공산주의가 뿌리 뽑히면 우리 대한민국은 바로 서게 되는 것이고 이승만 대통령의 기도가 이뤄지는 것이고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게 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2
이날 전광훈 목사는 “우리가 오늘 당을 선포하고 (현 정치권과) 맞짱 뜨면 우리가 40%가 된다.”, “우리 정당은 이념을 뛰어넘는 신앙으로 입혀진 정당이라 반드시 예수 한국, 복음 통일을 이뤄낼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전 목사는 또 “우리가 만약 300만 표를 얻으면 국가로부터 1년에 150억이 나온다.”라고 말하고, 내년 4월 10일(총선일)까지는 주님을 위해 살아야 한다면서 선거 자금 마련을 위한 사업을 홍보했다.3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 여론에 휩싸인 이영훈 목사는 5월 21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주일예배에서 “(자신이) 자유통일당을 지지하거나 어떤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으로 절대 오해 없길 바란다.”라는 말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목사는 또 “목회자로서 저의 입장은 중도보수 입장에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오직 복음으로 포용하고 화평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목사는 “저는 철저한 반공주의자로 기독교 신앙의 자유를 찾아 월남한 가족이며 목회자로서 지금까지 성경말씀과 복음만을 붙잡고 살아왔다.”라고 말했다. 성서와 복음의 가치를 말하면서도, 뇌리와 가슴에 박힌 감정적 반공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반공주의를 위해서라면 어제의 적이었던 기독교 이단아도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복음의 패배, 진영 논리의 승리
감정적 반공주의는 진보와 보수를 가르며 남북평화, 사회통합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는 지난 3월 2일 총회 산하 69개 노회에 공문을 보내 ‘전쟁 종식과 한반도 평화’를 목표로 하는 평화 캠페인에 교회와 성도들의 서명운동 동참을 권고했다. 국내 7대 종단 및 370여 시민사회 단체와 60여 국제단체가 연대하여 진행하는 ‘한반도 정전평화 캠페인’은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은 올해에 종전을 위한 평화협상을 재개하라고 정부에 요구하면서 시작된 평화운동이다.4 세계교회협의회(WCC)도 지난 3월 14일 각국의 회원 교회에 보낸 뉴스레터를 통해 “전쟁 종식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구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증폭시키고 이러한 대의를 모으는 국제적인 캠페인에 회원 교회와 파트너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의무화했다.”라고 밝힌 것과 같이 1억 명 동참을 목표로 정한 국제 캠페인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올 3월 1일부터 7월 27일까지 실시하려던 예장통합 총회의 서명운동은 ‘종전’(終戰)이라는 단어에 불순함이 엿보인다는 교단 내부의 진영 논리에 부딪혀 보름을 넘기지 못했다. 북한과 종전협정을 맺으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것이며 안보가 위협받는다는 주장이었다.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주한미군 병력을 2만 2,000명 이하로는 줄일 수 없도록 하는 국방수권법에 서명했고, 통일 독일에도 미군이 주둔한 바 있다는 반론에도 교회 내의 반공주의는 요지부동이었다.
예장통합 총회는 결국 지난 3월 17일 각 노회에 다시 공문을 보내 “교회에 혼란과 우려를 야기한 것에 대해 총회장으로서 사과를 표명한다.”, “이에 전국 노회로 발송한 공문을 철회하고 캠페인을 중단한다. 이 사실을 노회와 지 교회에 전달해 주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한편 전광훈 목사는 지난 5월 19일 주일 설교에서 자신에게 예장통합 총회장이 ‘(종전평화 캠페인과 관련해) 내용을 잘 몰랐고 그냥 서명만 한 것’이었다며 사과해왔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전 목사는 이와 관련하여 “내가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나는 목사님 팬이다. 총회장이라 광화문에 못 나갔지, 뼛속부터 목사님 편’이라고 답했다.”라고 말했으며, “내가 ‘그런데 왜 그 지X을 떨었냐?’고 물으니 ‘밑에 통일위원회가 (성명을) 만들어서 그냥 도장 찍으라고 해서 사인만 해줬다’고 했다.”라고 답해 왔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또 이인영 의원이 한교총 통일위원회에 가서 교육한 것이며, “이인영 뒤에는 간첩이 있고, ‘종전협정, 평화협정, 전쟁 없이 통일하자’는 말을 하는 사람 뒤에는 반드시 간첩이 있다.”, “우리는 성령 충만 받아서 싹 쓸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5
예장통합의 소식을 전하는 우파 성향의 매체들도 예장통합 총회의 종전평화협정 캠페인을 비난하며 “평화는 강력한 안보와 힘에서 오는 것이다. 이것이 차가운 국제사회에서의 현실”이라는 강경우파의 주장을 전하면서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론을 제기하고 있다.6 예장통합의 종전 캠페인 취소는 진영 논리에 대한 굴복이자 복음의 패배였다.
한국교회는 전광훈과 결별해야 한다
한국교회 담임목사의 정치적 성향은 일반 국민보다 보수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발표한 ‘202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 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 일반 국민의 38%는 자신을 보수 성향이라고 답했지만, 50대 이상 담임목사는 51%가 보수 성향이라고 응답했다. 자신이 중도 성향이라는 응답도 일반 국민은 40%였지만 담임목사는 21%였다. 이 조사의 연구자는 “연령대가 높을수록, 개신교인일수록 전통과 안정, 권위를 중시하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기 마련인데, 담임목사의 경우 보수적 성향이 동 연령대 일반 국민 대비 월등히 높게 나타나 주목된다.”라고 밝혔다.7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극우개신교의 정계 진출 시도는 비례대표 선거가 도입된 2004년 총선부터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특히 전광훈 목사는 한국교회를 대변할 수 있는 길을 세속정치에서 찾고자 기독교 정당운동을 지속해왔다. 이를 두고 구교형 목사(성서한국 이사장)는 ‘보수적 일부 목회자들이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고 주류 교회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길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것’이라며 한국교회의 일탈을 지적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지난 다섯 차례의 총선에서 원내 진출에 필요한 3% 이상의 득표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2004년 1.1% → 2008년 2.59% → 2012년 1.2% → 2016년 2.63% → 2020년 1.8%) 선거 결과에서 나타나듯, 국민들은 이들의 정당운동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가 이러한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교회개혁실천연대(공동대표 김종미·남오성·임왕성, 개혁연대)는 지난 4월 19일 “전광훈 씨에 대한 판단은 무엇인가? 각 교단은 결단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교단 연합기구인 한교총과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송태섭 목사, 한교연)은 전광훈 씨와의 절연을 선언하라.”라고 촉구했다. 각 교단을 향해서도 “전광훈 씨에 대한 이단 규정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라고 촉구하면서 한국교회는 ‘정치적 지향이 유사하다 하여 침묵과 방조로 전광훈 목사의 (숱한 일탈과 논란을 빚는) 활동에 암묵적 동의를 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개혁연대가 공의와 정직, 순결과 순명의 자세를 당부하는 성명에 한교총과 한교연을 명시한 것은, 한교총의 지나친 정치색 그리고 전광훈 목사와 함께 정치구호를 남발했던 한교연의 부활절 예배가 비이성적임을 지적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광훈 목사에 대해 이단성을 인정하거나 교류를 금지한 교단은 예장백석(2019년)과 예장고신(2021년), 예장합동(2021년) 등 세 교단에 불과하다. 예장통합 총회는 지난해 제107회 총회에서 ‘이단으로 규정할 사상이나 가르침이 없다. 그러나 목회자로서 적합하지 않은, 정제되지 않은 언어적 실수가 자주 나타나는 것은 엄중하게 지적한다.’라고 이단 규정을 피해 가며 ‘집회참석 금지 권면’만 결의했다.
교회는 이념적 편향을 지워야 한다
교회는 정치단체나 이익집단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몸소 보여주신 평화와 화해를 만드는 방법도 원수에 대한 보복이 아니었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 5:44, 새번역)라는 예수의 말씀도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그리스도인에게 원수는 도리어 사랑해야 할 이유여야 한다. 이어지는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만 너희가 사랑하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마 5:46)라는 주님의 말씀은 ‘다른 나라와는 결이 아주 다른 우리의 반공주의가 과연 지성적이고 올바른 것인가?’ 하고 자문하게 만든다.
예장통합 총회는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 “복음 안에서 이념적 편향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라는 합의의 정신으로 남북평화와 기도 운동을 위한 실천을 결의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장합동 총회와 함께 선포한 올 6월 25일(전쟁 발발일)부터 7월 27일(정전 협정일)까지의 ‘샬롬 평화통일특별기도주간’만큼은 복음적 평화통일의 원년으로 삼자는 합의대로 이념적 편향 없이 오직 공의와 정직, 순결과 순명의 자세로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
주(註)
1 “예장 통합-합동 임원, 통일운동에 대한 역사적 소명 다짐,” 「한국기독공보」, 2022년 11월 19일.
2 “순복음 이영훈 목사와 손 잡은 전광훈, 20년 이어진 극우개신교 원내 진출 시도,” 「민중의소리」, 2023년 5월 19일 참조.
3 “전광훈 주도 ‘자유통일당’ 개소식… 이영훈 목사도 참석,” 「평화나무」, 2023년 5월 17일 참조.
4 “‘한반도에 평화를’ 종교·시민사회단체 종전 위한 평화협상 요구,” 「한국NGO신문」, 2023년 1월 11일.
5 “예장통합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 사과, 전광훈 때문?,” 「평화나무」, 2023년 3월 20일.
6 “예장통합총회의 사과와 종전평화협정 서명 캠페인 철회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마하나임뉴스」, 2023년 3월 18일 참조.
7 “한국교회 담임목사의 정치적 성향 ‘보수’ 51%,” 「뉴스파워」, 2023년 5월 25일.
8 “참담한 기독교… ‘전광훈 중독’에 빠진 사람들,” 「오마이뉴스」, 2023년 5월 22일.
김광수|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하였다. CBS에서 기자, 사회부장,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역임하였으며, 부산CBS 본부장, 강원CBS 본부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