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3일.
날씨 : 아침엔 흐렸다가 낮에 개였고 하산시에는 함박눈이 펑펑!!~
*백두대간 11구간*
산행코스 : 신풍령(빼재)수정봉-덕유삼봉산-소사고개-초점산-대덕산-덕산재-선황당재-부항령
산행거리 : 약 ?? 킬로
산행시간 : 약 12시간 (중간기준)
세월은 참 빠르다.
새해 첫날이라며 새로운 각오로 출발 한답시고 야단 법석을 떤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달이 훌쩍 가 버렸다,
달도 짧은데다 고유의 명절이 낀 2월은 일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더 많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빨간 날이 많은 달이다,
그러한 2월의 산행을 살펴보니 2째주만 빼고 나머지 3주는 모두 무박 산행을 해야 할것 같다,
2번 있는 백두대간도 모두 무박을 해야 한다는데 한백 정기산행인 4째주 마저도 멀리 무박 산행을 떠난다고 하니,
이래 저래 2월은 주말마다 무박산행을 하게 생긴 셈이다,
죽전에서 밤12시 20분 픽업이므로 집에서 여유있게 밤 11시 20분에 나왔다,
오늘은 차를 버려두고 버스를 타고 갈 작정인데 너무 늦어 막차가 있는지 모르겠다,
한 5분정도 기다리다가 아예 죽전 정류장까지 걷기로 마음 먹고 운동삼아 슬슬 걸어서 갔다,
날씨가 벌써 봄에 가깝나보다...춥다는 느낌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쪽에 더 가깝게 여겨진다,
죽전 정류장 안에 설치되어 있는 벽난로가 아직도 작동이 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간이 정류장안에 들어서자 여전히 혼자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면서 텅빈 정류장울 덩그라니 지키고 있었다.
훈훈한 마음을 느껴 좋기는 했지만 저렇게 밤새 켜 놓는것은 낭비라는 생각을 해 본다,
시간 타이머를 작동시키는 방법도 있을터인데 말이다,
멋진 애마 리므진에 오르자 모두들 반갑게 맞아준다,
대장님 한분 포함하여 모두 15명....이분들은 거의 고정멤버들이시다
9시간 걸린다는 장거리 산행인데 여자 대장님 한분은 또 다른 산에 원정을 가셨는지 보이질 않으신다,
2주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반가운 마음들을 담아 짧게 담소를 나눈뒤 의자를 뒤로 최대한 눕히고 꿈나라로 떠난다,
잠깐 눈을 붙였는가 싶었는데 벌써 다 왔나보다.
시간은 새벽 3시가 조금 넘었는데 출발은 5시부터 한다고 한다,
덕유삼봉산 정상쯤에 밧줄을 타야 하는 암벽 구간과 가파른 내리막길 때문이라고 한다,
빙판이 되어있을 그곳을 어두울때 통과 하기가 부담이 가기 때문에
일부러 조금 늦게 출발을 해서 환해질때 그곳을 통과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여 조금 더 자도 된다기에 다시 눈을 감아 봤지만 눈만 감았을뿐 잠은 오지 않았다,
새벽 4시 20분.
대장님이 대원들 모두 깨우시며 산행 준비를 하라신다,
준비를 다 마치고 칠흑같은 어둠속에 내려서는 순간...
날카롭고 거센 바람이 텃새를 부리듯 예사롭지 않은 반응으로 얼굴을 강타한다,
"으아,,,,이거 바람이 장난 아니네...."
새벽 4시 40분 빼재 (신풍령)
거창 ~ 무주간의 37번 국도가 지나는 빼재 정상엔 수령(秀嶺)이라 새겨진 커다란 표석이 서 있다.
이 고개는 뼈재, 신풍령, 상오정재 등으로도 불린다고 하는데
요즘 들어 불리는 이름은 신풍령(新風嶺)이라고 한다.
충북 황간과 경북 김천을 넘나드는 추풍령(秋風嶺)에 빗대 전북 무주와 경남 거창을 오가는 이 고개를
'새로운 추풍령' 이라는 뜻으로 '신풍령' 이라 한 것이라고 한다
뜬구름님의 출석사진은 어둠속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수순을 밟는다,
스패츠 아이젠에 이어 마스크까지도 썼어야 했지만 마스크만은 일단 그냥 부딪쳐 보고 차후 하기로 한다,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으로 시작을 한다,
20여분을 선두를 따라 올라가는데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가슴이 찢어질것 같은 통증이 온다,
슬그머니 옆으로 비켜서며 추월을 시키고 가슴을 쓸어 내리며 천천히 올라 가는데 좀처럼 진정이 되질 않는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떠오르는 것이
왜 하필이면 얼마전에 뇌출혈로 쓰러진 초딩동창녀석 일끄나,,,
**그녀석 학교 다닐때 나랑 둘이서 공부 라이벌로 많이도 경쟁을 했었드랬는데....
**그녀석 학교 다닐때 무던히도 나를 괴롭혀서 보이기만 해도 멀찌감치 피해 다녔었는데.....
**그녀석 나중에 고백 하기를 그때 지가 나를 짝사랑 했데나 어쨋데나.....
**그녀석 내가 아직 산을 모를적에 지는 벌써 백두대간을 뛴다고 하더니 이길도 지나갔겠구만......
**바보같은 녀석....덩치는 내 두배나 될정도로 커다래 가지고....
**그렇게 운동도 많이 하고 건강하게 잘 사는것 같더니만 겨우 그거였나,,,,왜 벌써 그렇게 쓰러지나 바보같이.....
그 바보같은 녀석은 지금 고대 안암병원 중환자실에서 근 한달여동안 내가 병문안 온줄도 모르고
산소 호흡기에 의존한채 누워있다,
우리 나이가 벌써 그렇게 쓰러질 나이가 되었나 싶어 마음의 각오같은것이 필요 해지는 순간이었다.
서울 올라가면 그녀석 병원에 한번 더 가봐야겠다,
이번에는 내가 병문안 온것을 알아봤으면 좋으련만...........
이생각 저생각을 하다보니 앞사람 불빛도 뒷사람 불빛도 보이지 않고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오지의 눈덮인 대간길을 이마에 달린 불 하나에 의존한채
앞사람이 지나간 규칙적인 발자욱만을 디딜방아처럼 밟은곳만 내다 밟으며 나 홀로 걸어가고 있었다.
가슴의 통증이 가라앉아 속도를 조금 내어 올라갔더니 박근수님도 힘이 드시나보다.
조금만 더 올라서면 수정봉에 다다르는데 선두를 따라가던 홍송님이 오르미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눈위에 나 있는 짐승 발자욱을 발견 하고는 두려움이 엄습해서 혼자는 더이상 진행 하지 못하겠다며 기다리고 있었다,
홍송님은 산행 실력이 날로날로 향상이 되는듯 하다,
함께 출발을 해도 가다보면 홍송님 불빛은 저만치 앞서가고..앞서가고를 여러번 하곤 한다,
이렇게 세명은 중간팀이 되어 초점산 삼도봉을 향해 바쁜 걸음으로 눈속을 헤치며 걸어가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눈위에 한줄로만 나있던 발자욱이 갑자기 어지럽게 흩어진곳에 다다른다,
리본도 보이지 않은데다 발자욱이 여러 방향 모두가 일정하게 나있어 앞팀이 어느방향으로 갔는지 분간을 할수가 없다,
그렇다고 모든방향으로 한번씩 가 보며 확인 할수도 없는 노릇,,,,,
박근수님이 앞서간 대장님께 전화를 걸어보더니 발자욱이 제일 희미한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의심스러웠지만 일단 따라갈 수 밖에....
한 10여분 올라갔더니 대장님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서 계신것을 보고 근수님께 감사한곳은 바로 '된새미기재' 라는 재였다,
대장님은 후미의 너와나님과 뜬구름님까지 오시는것을 마져 보시고 오실 모양이시다,
이곳에서부터는 오르막 내리막이 적당히 섞인 능선길 같았지만 눈의 양은 더욱더 많이 쌓여 있어서
앞서간 대원의 푸욱 푸욱 들어간 발자욱이 마치 거인의 발자욱처럼 보인다,
캄캄하던 날이 서서히 밝아오면서 온통 하얀 눈으로 덮힌 산야가 드디어 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희미한 렌턴불에도 반짝이며 반사하는 새하얀 눈은 마치 하얀 융단을 깔아놓은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건조한 날씨탓일까,,,,설탕을 뿌려 장식한듯한 동화속 나라의 요델길을 걷는 느낌이다,
아무리 눈속에 뒹굴어도 묻어나지 않는 퍼석퍼석한 눈길 위에 달팽이 지나간듯한 대간팀 발자욱만이 한줄로 나란히 이어져 있다,
6시경 호절골재,
대간길을 걷다보면 수많은 재가 있는데 이름들이 한결같이 독특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호절골재를 지나면서 기어이 마스크를 꺼내 착용을 한다,
잦아들지 않는 거센 바람에 더이상 나의 양 볼을 방치 할수가 없어서이다,
얼굴에 동상이라도 걸릴것 같은 아픈 통증이 오기 시작 했기 때문이다,
덕유삼봉산(1.254m)
대동여지도와 산경표는 여기 까지를 덕유산으로 친다고 한다.
그래서 정상석에도 덕유삼봉산으로 새겨져 있다고 한다.
올려다 보이는 삼봉산이 아득하기만 하게 느껴지는게 이제 시작에 불과 하거늘 어째 유난히 힘이 드는것 같다,
정상쯤에 있다는 암릉구간이 서서히 가까워지나보다,
과연 이 구간을 통과 할것을 예측하며 시간을 지연시키면서까지 부담스러워 하실만도 했다.
갈림길이 양쪽으로 나 있었는데 오른쪽은 오르막이고 왼쪽은 내리막 길이었다,
리본이 많이 붙어 있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갔으나 되돌아 오고 말았다,
분명 대간길이 맞는것 같은데 어느순간 발자욱이 사라지고 지나간 흔적이 바위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어졌다,
내려다보니 아득하기만 할뿐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라고는 찾아 볼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후미를 보살피던 대장님이 뒤에서 급하게 올라 오신다,
혼자 선두보랴 후미 챙기시랴 몹시 분주 하시다,
대장님이 다시 올라가 확인을 하고 내려 오시더니 하시는 말씀,,,
대간길이 맞긴 맞는데 워낙 까탈스러워 우회 길이 새로 생긴것 같다고 하신다,
눈이 없는 계절에는 갈수 있지만 눈이 오늘처럼 쌓여 있는 날에는 좀 위험 하다는 결론이었다,
아무리 대간길을 밟아야 한다지만 안전이 우선이고 말고,,,,,우리도 당연히 우회길을 따라 편안하게 암릉구간을 내려섰다,
암릉구간을 벗어나 우측 길로 내려서야만 소사고개로 이어진단다,
그런데 그길이 완젼 급경사였다,
포천 국망봉에서 생수공장으로 내려서는 그 길처럼만큼이나 급경사이다,
그런 경사길이 약 500여 미터라고 하는데
그 500 여미터가 엉덩이 썰매장....아니 속도가 너무 빨라 속도 조절을 위해서는 거의 눕다시피 하면서 타야 하므로
봅슬레이 코스로 변신 했다고 해야 맞는것 같다,
뜬구름님이 특별히 비닐을 준비 하기위해 쌀 10킬로를 사셨다는데....그 마음 씀씀이가 항상 우리를 감동하게 만드신다,
나 혼자만 비닐포대를 사용 하기에는 너무 미안한 감이 있어 홍송님과 너와나님께도 비닐포대를 타볼 기회를 드렸건만
두분 모두 제동걸기에 미숙하므로 오히려 위험하다며 차라리 맨땅에 헤딩을 하시겠단다.
덕분에 나만 신났다,
그대신 맨 앞에 내가 비닐포대로 반질반질 하게 먼저 미끄럼 길을 닦아 놓으면 그 뒤를 홍송님이 ...그리고 그 뒤를 너와나님이 차례로 봅슬레이를 즐기듯 타고 내려온다,
인적이 드문탓에 오가는이가 하나도 없다,
썰매타는데 걸림돌이 하나도 없어 좋았다는 이야기이다.
"야호!!!!!!!!!!!!!!!!!!!!~~~~~~~~~~~~~~~~~~~~~~~"
"오호!!!!!!!!!!!!!!!!!!!!~~~~~~~~~~~~~~~~~~~~~~~"
"아악!!!!!!!!!!!!!!!!!!!!~~~~~~~~~~~~~~~~~~~~~~~"
온산이 세 여자 고함지르는 소리로 한참동안 요란스럽다,
나는 신이나서 고함을 질렀는데 홍송님은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비명을 질렀다는 뒷 이야기....ㅎㅎㅎ
얼마나 많이 타고 내려 왔는지 엉덩이에 감각이 없어 멍멍 하다,
그래도 좋다고 내리막 길만 나타나면 여지없이 드러 눕는다,
자연이 제공해 주는 놀이터를 원없이 즐겼던 하루였다
썰매를 타고 내려온탓에 시간이 많이 단축된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그 경사길을 서서 내려 오자면 무릎에 부담도 느꼈을터인데 무엇보다 그런 염려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유쾌한 방법도 있었다는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던 경험이다,
삼나무로 보이는 침엽수림이 제법 울창하게 조림 돼 있는 곳을 지나자
고랭지 채소밭 옆 바람막이가 되는 언덕배기에 선두팀들이 모두 모여있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후미를 기다리며 아침식사를 끝내고 있었다.
선두팀은 그곳에서 한시간이나 기다렸다는데도 누구하나 불만 불평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 힘들지 않았느냐며 격려들을 하신다,
후미 오면 줄려고 아껴뒀다며 돌려주시는 한잔의 양주...춥고 배고파 움추러 들었던 온몸이 봄눈 녹듯 짜릿하다,
따뜻한 모닥불에 몸을 녹이고 천천히 식사를 하고 오라며 선두후미 상봉한 기념으로 다섯여인들 기념사진을 남기고
먼저 출발을 하신다,(아침 8시 15분)
소사고개(680m)(아침 8시 50분)
거창의 고제면과 무주의 무풍면을 잇는 1089번 지방도가 지나는 고개란다.
이 지역은 고원지대라서 개간지로 개발되어 봄에는 보리밭으로, 여름 가을엔 채소밭으로 많은 농산물을 생산한다고 한다.
하얗게 덮힌 들녘을 보니 옛 시절이 생각이 났다,
십리길 학교길을 오가며 이러한 들녘에서 눈싸움하던 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얼하고들 있을까,,,,,
그리움만 가득한 눈밭에 들어가 추억의 발자욱만 남겨둔채 돌아선다,
삼도봉(1.249m 초점산)(10시 30분)
후미팀들이 아침을 먹고 도전해야 할 산이 장난 아니게 높아 보인다,
한발 한발 힘겨운 나와의 싸움이 시작되고 각오가 되어 있었던 터이라서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올랐다,
높아만 보이던 삼도봉에 올라서고 보니 사방이 시원하게 내다 보이고 오늘 올라야 할 산중 제일 높다던 대덕산이
바로 눈앞에 있다...대덕산 까지만 넘으면 어려운 구간 없다는 말에 모두들 여유 만만한 표정들이다,
눈밭에 달리다가 엎어지고 눕고....러브스토리 흉내도 내어본다,
들녘 저너머로 보이는 지나온 덕유삼봉산을 돌아보니 부채꼴을 하고 서 있는 모습이 날카로워 보인다,
마치 커다란 악어 한마리가 엉금엉금 기어 가다가 박재로 변해 굳어 있는듯한 둥그런 모습이기도 하다,
그 너머로 눈덮힌 덕유산 향적봉과 우리가 종주했던 봉우리들이 하얀 속살을 감추듯 희끗희끗한 소복을 두른채 겹겹이 둘러 서 있다.
장관이다,..한편의 파노라마가 따로 없다.
(위의 사진 맨 앞에 보이는 산이 덕유삼봉산이고 그 너머 우측 뒤로 보이는 하얀산이 덕유산 향적봉이며
아래 사진은 좌측의 맨 뒷쪽이 향적봉이므로 위의 사진과 아래 사진을 옆으로 이으면 그 장관인 파노라마 모양새가 그려집니다)
대덕산(투구봉)(1290.9m)(11시)
대덕산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사방팔방 모두 병풍같은 산들이 막힘없이 보인다,
뒤로는 지나 왔던길이 아스라히 조망되는곳이었고
등을 돌려 바라보면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대간길이 한눈에 다 보이는 정상이다.
이제까지는 무주와 경남 거창땅을 왼발, 오른발하며 왔다면 여기부터는 무주와 경북 김천땅을 밟는다고 한다,
오늘의 종착지를 가리키며 이제 두어시간밖에 안남았다는 대장님 말에 남아있던 먹거리들을 모두 꺼내 먹어 치운다,
이제는 오르막 보다는 내리막이 더 많다는 말도 듣던중 반가운 말이었다,
내가 가져간 빵과 홍송님이 가져온 케익...거기에 뜬구름님의 딸기를 곁들여 먹는 맛이라니,,,,
거기다가 새로 구입한 양주병에 담아간 양주 한잔의 맛.....캬,,,,,그 맛을 어떻게 설명 하리요.ㅎㅎ
양주는 역시 산에서 마시는 맛이 정말 일품이라는 사실을 요즘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ㅎㅎㅎ
배불리 먹었건만 너와나님은 계란까지 내놓으며 의무적으로 하나씩 먹어야 한다고 반 강제로 짐 덜기에 급급 하시다,
그때까지만 해도 시간을 보아하니 처음 9시간 걸린다고 했으니 오후 2시쯤이면 하산 완료 할거라는 계산들을 했었다,
그동안 대장님이 잡아준 시간을 넘겨본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9시간을 넘기지 않을거라 자신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9시간 10분이 걸려 도착한곳은 부항령이 아니고 덕산재라는 재였다,
30번 국도가 지나가는 넓은 버스길이었는데 다른팀들은 대부분 이곳을 하산 지점으로 했나보다.
두어대의 산악회 버스가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곳을 통과해 산속으로 다시 접어들어갔다,
어떤 영문인지도 모른채 대장님이 이끄는 대로 올라갔는데
시간상으로 보아 이산만 넘으면 되겠지....그러나 넘고보면 산이 또 하나 나타난다,
그러기를 두어번째였던가,,,,선두팀이 그제야 도착 했다는 소식이 들려 온다,
"엥?....선두팀이 이제야 도착?.....10시간이나 걸렸단 말이야?."
이거 뭔가 잘못 된것 같다,
가도가도 하산하는 길이 보이지 않는것 하며....
선두팀들이 누구인가....다른구간 같으면 예정된 시간보다 항상 두어시간씩 단축했던 날라 가시는 님들인데....
그분들이 10시간 걸렸다면 우리는 12~13시간인데 이거 큰일이라는 생각이 그때부터 들었다,
그러는 사이 크고 작은 산을 몇개를 더 넘었는데 이제는 다 왔겠지,,,,하며 숨 돌리며 능선을 넘어서는 순간,....
앞을 터억~~막는 것은 그동안 넘었던 산은 비교도 안되는 높이이다,
어찌나 위협적으로 보였던지'포세이돈 어드벤쳐'라는 서양영화에서 나오는
커다란 초 호화판 여객선을 단숨에 삼켜버릴듯 밀려오는 어머어마한 파도가 연상이 되었을 정도이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산이 비록 그리 높지 않다 해도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사람 눈에는 그리 보였다고 표현하고 싶은것이다,
이런줄 알았으면 먹을거나 아껴둘껄....배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ㅎㅎㅎ
지난번 곤도라팀들이 먹지도 못하고 왔다면서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났다더니만,오늘 내가 그짝이다,
그러니 어찌하랴,,,,,언젠가는 우리가 가야할길을 가고 있다는데 서로를 격려하고 위안하며 힘을 실어본다,
13~14시간 산행도 거뜬하게 해 냈던 경험이 있는 우리가 아닌가,..
베낭을 뒤져 마지막으로 먹을것을 찾아보니 빵부스러기 몇개가 나온다,
근수님과 홍송님과 셋이서 마지막으로 배고픔을 달랜뒤 그때부터 뒤도 안돌아보고 냅다 앞만보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내리막은 썰매타기로 내려오고 오르막은 최대한 지치지 않도록 천천히 발을 옮겨 놓는다,
근수님이 내리막에서 쳐지기 시작한다,
우리처럼 썰매를 타시면 좋으련만,,,,,,,,,
설설가상으로 날이 어둑어둑 해지며 눈까지 날린다,
우리는 이제 거의 다 와 간다는 느낌이 들지만 뒤에 오는 너와나님 그리고 너와나님을 묵묵히 따라 오실 뜬구름님이 걱정이다,
저 아래로 찻길이 보이는게 이제 진짜로 다 왔나보다,
가파른 언덕아래로 갈라지는 갈림길에 대장님이 스틱을 꽂아 하산 지점임을 알리는 표시를 확인하며 안도해 본다,
시동을 켠 애마 리므진이 보이고 내리던 눈은 함박눈으로 변하여 펑펑 쏟아지는데 대장님이 다시 가파른 길을 올라 오신다,
차에 가서 먹을거며 따뜻한 물을 보충해서 후미에 있는 너와나님을 마중 가시는 중이시라며 올라 가신다,
책임자의 의무를 다 하는 모습이 저토록 아름답게 보일수가 없다,
나랑 홍송님이 하산한 시간은 16시 50분...중간기준 12시간 걸렸으며
기진맥진 하여 압사직전이라고 엄살을 부려 보기도 했지만 마음만은 어느때보다 뿌듯함을 느낀다,
20여분뒤............마지막 후미가 도착했다.
모두 무사하심에 힘찬 박수로 격려를 받은 너와나님이 눈물을 글썽이며 울먹이는 음성에서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하고 왔는지를 말해 주고 있었다,
시간 착오에 있어서 나중에 확인을 해 보니 옛 지도에는 한구간이 빠진체 표시가 되어 있데나 뭐래나 하시며 미안해 하신다,
물이 많이 필요치 않은 겨울이었기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을 해야 옳을까?.
만약 이 상황이 한여름이었다면 어떠 했을까?....
사람이 아무리 계획을 하고 철저히 준비를 한다 해도 때로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복병을 만날수도 있다는 사실과
하산을 완료 할때까지는 최소한의 먹거리와 물 한모금 정도는 남겨 놓아야 한다는 교훈을 절실히 터득한 구간이었다,
지난번 늦었다며 저녁도 못먹고 올라간것이 못내 서러워 오늘은 그 서러움 풀기로 했다,
배고픈 사람한테 무엇인들 맛이 없겠는가마는...
오늘 먹은 도가니탕 맛과 어루러진 달콤한 소주맛은 아마 오랫동안 잊지 못할것 같다,
더구나 진주84님 부부께서 전액 협찬까지 해 주셨으니 더욱더 잊지 못할 추억의 날이리라,,,
먼 훗날,,,,오늘의 힘든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메김을 톡톡히 하리라는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백두대간의 11회구간을 무사히 이어 왔음에 나는 오늘도 행복한 사람중에 한사람이다,
집에 9시도 안되어 도착....샤워를 하는데 꽁지뼈가 쓰라리다,
썰매를 얼마나 많이 탔으면 피부가 닳고 닳도록 탔을까,
당시에는 아픈줄도 쓰라린줄도 모르고 신나게 즐긴 댓가려니 생각 하지만
며칠동안은 고통스러울것 같다,
"아이고............( 꽁지뼈야....) ㅎㅎㅎ
** 미소 **
미소는
힘들이지 않고
주는 이를 가난하게 만들지 않고도
받는이를 부유하게 해줍니다
미소는
잠깐밖에 지속하지 않지만
그 기억은 영원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부자라도
미소가 필요없는 사람은 없고
아무리 가난해도 미소조차 짓지못할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습니다
미소는
집안에 행복을 남게하고
일 가운데 지탱이 되어주고
모든 고통의 치료제가 됩니다
미소는
피로를 풀어주고
실망한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며
슬퍼하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줍니다
미소는
사거나 빌리거나 훔칠 수 없습니다
미소짓는 그 순간에만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소지어 주기를 바라던 사람이
당신에게 미소지어 주지 않을 때
당신은 너그러이
그 사람에게 미소 지어 주십시오.
미소를 지을 줄 모르는 사람만큼
미소가 필요한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뜬구름님 글중에서.............
첫댓글 산오르미님의 후기글을 기다린 보람이 있군요. 제가 아직 걸어보지 못한 구간을 산오르미님은 걸으셨군요. 저는 그 시간에 금요무박으로 화방재~삼수령 산행후 일요일 새벽에 출발하여 괘방령~추풍령까지 산행 하였지요. 저는 동엽령~덕산재 구간을 이어가야 하는데, 언제 기회가 될지 모르겠네요. 산오르미님의 후기글을 참고하여 계획을 잘 세워보아야 겠군요. 산오르미님의 후기글은 항상 생동감이 있어서 좋더군요. 건강한 모습으로 쭉 이어가시기를 바라며,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체력이 무척 좋으신가 봅니다,,,한주에 백두대간 2구간을 뛰시다니....대단하십니다,,,,그러한 실력이시라면 못하신 동업령~덕산재 구간도 하루에 다 하실수 있을것 같습니다,,,,저희야 특별한 구간 말고는 워낙 당일로만 하기때문에 여러번 나누어 편안하게 이어가지만 실제로 보통들은 그렇게 하루에 다 하고 계시는것 같습니다....,그러고 나면 남는것은 무릎 망가질 일만 남는다던데 조심 하시기 바랍니다,,,..ㅎㅎㅎ답글 감사 합니다,^*^
wow~
wow~ ??...감탄?...고통스런 비명?...ㅋㅋ... 설 명절 잘 보내셨지요?....답글 감사 합니다...^*^
오늘에야 다 읽어보았네요...작지만 큰 힘을 가진 오르미님 화이팅!!!!
함께 하셔야 실감도 나고 읽는 재미가 있을터인데....재미도 없는 긴 글 다 읽으시고 답글까지.....감사 드립니다....아들 딸 모두 모여 즐거운 명절이긴 해도 집안 어르신 역할 하시기가 힘드시다는거....잘 압니다...설 명절 지내시느라 몸살은 안나셨는지요.....적당히 하시고 아프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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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비록 땜빵이긴 하지만 드뎌 우리가 함께 대간길을 걸어볼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말씀?....무지 반가워랑...그날이 언능 오기를....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