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은 획기적인 그의 치료기법으로 인해서 새롭게 태동했던 가족치료를 비롯한 심리치료의 여러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그가 직접 또는 간접으로 크게 영향을 끼친 분야와 인물들은
가족치료의 팔로알토그룹과 정신건강연구소(MRI), 해결중심치료, 단기치료 등의 창시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1970년대에 새롭게 태동한 NLP도 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장에서 상세하고도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더 이상의 설명을 생략할 것이다.
한편 에릭슨은 학문적인 호기심이 많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의과대학을 다니는 동안에도 심리학을 공부하여 심리학석사학위까지 취득을 하였다.
그래서 그는 정신과 의사이면서도 동시에 심리학자로서의 자격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에릭슨은 의과대학에 다닐 때 당시의 주류 치료법인 정신분석을 공부하였으나 그것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보다 효과적인 다른 대안적 치료법을 찾는 과정에서 최면에 보다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에릭슨이 비록 정신분석에서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최면을 통해서 정신분석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의식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무의식적 차원의 마음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고 또한 그것에 대한 독특한 관점도 가지게 되었다.
그의 무의식관은 프로이트의 경우와는 달리 긍정적인 특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있어서의 무의식의 마음은 프로이트와는 달리 창조적이며 문제에 대한 답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자기치유적인 속성을 함께 가진 것으로 인식되었다(Hayley, 1967).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에릭슨은 심리치료와 최면치료 양쪽에서 새로운 차원의 치료기법을 개발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를 심리치료가로 불러도 좋겠지만 그의 심리치료는 주로 최면적 원리와 기법으로 이루어졌기에
근본적으로 그는 최면치료가였다고 할 수 있다.
에릭슨최면의 특징은 전통적 최면과는 달리 일상적인 대화나 커뮤니케이션에서 비형식적으로
또는 자연스럽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에릭슨최면의 독특한 비지시적인 최면적 언어 패턴은
일반 심리치료나 상담 분야에서도 효과적인 치료의 원리와 방법으로 활용됨으로써
단기간에 치료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이와 같은 이유 등으로 인해 에릭슨은 현대 심리치료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로 인정받고 있는
Carl Rogers(1942, 1951, 1962)와 비교되기도 한다.
특히 그는 Rogers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한 인간으로서의 내담자 자신에 초점을 두는 인간중심적 치료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는 300여개나 되는 다양한 임상사례를 보고함으로써 심리치료의 실제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는 최면치료와 심리치료 분야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람으로 꼽혀왔다.
그래서 그의 심리치료의 실제에 미친 공헌은 프로이트가 인간행동에 대한 이론에 기여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Battino & South, 1999).
한편 에릭슨의 최면치료와 심리치료와 관련한 이론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는 예상과는 달리 다른 심리치료 이론의 창시자들처럼 체계화된 이론과 기법을 소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동료나 제자들이 그의 저작과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이론을 정리하고 기법을 소개함으로써 알려지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그는 특정한 이론을 고집하지도 않으면서 이론 자체를 거부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이론이 있음으로 해서 내담자의 특성이나 문제, 그리고 환경에 따라서 치료자가 융통성있고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대신에 이론에 얽매이는 경직된 자세를 보이기가 쉽고
그래서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Gunnison(2003)이 잘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에릭슨의 이름, 그의 이론적 입장과 위대성은 1973년전 까지는
일반 심리학자나 심리치료자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에릭슨은 1973년에, 팔로알토 그룹과 MRI의 멤버이면서 가족치료 분야의 초기 개척자,
그리고 전략적치료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제자 Haley(1973)에 의한
‘비범한 치료’(Uncommon Therapy)란 책이 출간되면서 최면계 바깥의 전문가들에게 처음으로 제대로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Haley는 에릭슨의 제자로서 그로부터 최면을 배우고 그의 독특한 치료적 원리와 기법에 감명을 받고
스승을 자신의 책에서 상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심리학계에 소개하였다.
에릭슨은 그 일을 계기로 심리학계에서 조금씩 알려지면서 이후에는 명성을 크게 떨치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의 기법을 소개하는 세미나를 개최하곤 하였다.
에릭슨은 특히 전통적인 최면과 구별되는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최면을 실시하고
그러한 간접적 최면의 원리를 활용하여 심리치료를 실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치료를 위한 그의 독특한 방법이 특히 그의 이름을 따서 에릭슨최면치료라고 불리는 것은 그만큼
그의 방법이 기존의 전통적인 방법보다 구별되고 특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독특한 치료 방식들은 여러 명의 제자들에 의해서 저서와 논문의 형태로 심리학계와 일반에 소개되어 왔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앞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Haley(1973)의 책과 에릭슨이 Rossi와 함께 공저(Erickson & Rossi, 1979)로
출간한 ‘최면치료: 탐색적 사례서’(Hypnotherapy: An Exploratory Casebook)라고 할 수 있다.
에릭슨의 주된 치료 기법으로서의 활용(utilization)능력은 대단하였다.
그는 특히 내담자의 신념, 좋아하는 단어나 말, 문화적 배경, 개인사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신경증적 습관까지도 치료적 수단으로 이용함으로써 내담자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유도하고 치료하였다.
그는 최면뿐만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치료적 메타포(therapeutic metaphor)와 이야기(story)를 즐겨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그의 독특성과 치료적 성과들로 인해서 많은 제자들이 그로부터 배웠다.
에릭슨의 수많은 제자들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Richard Bandler와 John Grinder이다.
이들은 NLP 즉 신경-언어프로그래밍(Neuro-Linguistic Programming)의 공동 창시자들인데,
에릭슨이 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에릭슨은 NLP의 시작과
발달과정에 결정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방법은 이후에 등장한 단기치료(brief therapy), 전략적치료(strategic therapy),
해결중심치료(solution-oriented therapy)와 함께 Haley, Satir, Bateson 등의 가족치료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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