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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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에서 이어집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이 작금 실업률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 활황을 지속하고 있는 게 지금의 실제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대내외적으로 골치 아픈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 미국 노동절을 맞아 자화자찬식의 일자리 호황을 최대 치적으로 내세웠다. 일자리에 관련한 트럼프의 생각은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 주면 일자리는 바로 표로 직결된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취임 후 2년 여를 지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실천한 정책들이 기업을 지원해 이들로 하여금 일자리를 만들게 하는 것에 집중됐다. 미국 내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이라면 국적을 불문하고 끌어모았고 때로는 다른 나라에서 뺏어오기도 했다. 이렇게 모으고 만든 일자리가 총 390만 개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해 11월 중간선거를 치른 결과는 공화당이 상원을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하면서 양쪽 모두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 '북핵 문제' '탄핵 위기' '공화당 주류 정치인들과의 갈등' '언론과의 전쟁' 등으로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지만 미국에 일자리를 가져다 준 대통령으로 뚜렷이 각인되고 있다. 미국 정계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지만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며 지지 기반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핵심은 미국 일자리 만들기다.
미국 국내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미국을 만들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목표로 파격적인 감세안과 규제 완화를 최전선에 내세웠다. 대외적으로는 '세계 1위 경제대국의 힘'을 바탕으로 미국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중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무역 파트너들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트럼프의 정책들은 강한 반발을 불러왔지만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미국 경제 호조에 따른 고용 훈풍은 지표로도 알 수 있다. 미국의 지난해 2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율 4.2%로 약 4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실업률은 지난 해 5월 18년 만에 최저 수준인 3.8%를 찍었다. 지난 해 7월에는 3.9%를 찍었다. 3%대 실업률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와 다름없다. 미국과 같은 경제대국이 4%대 성장률, 3%대 실업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기업 실적 호조 덕에 최근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고가 행진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당선된 이후 390만개 일자리 창출로 일자리 증가세가 매월 지속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볼 때 매월 평균 21만5000개 일자리가 만들어 지고 있다. 이는 2016년 19만5000개, 2017년 18만2000개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런 고용 훈풍에 따라 기업들이 채용 문턱을 낮추고 사람을 구하기 위해 기업들이 스스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처럼 국가가 나서서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더라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
트럼프의 친기업 정책은 세금정책에서도 나타난다. 2017년 12월 세제 개편에서 법인세를 최고 35%에서 21%를 낮추는 감세법안에 최종 서명했다.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내리는 등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 감세를 골자로 한다. 한국(최고 세율 기준 25%)보다 미국 법인세율이 이미 낮은 상황에서 추가 감세안이 시행되면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는 만큼 그만큼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외국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도 대규모 투자 등으로 화답하고 있다. 미국 기업 애플은 향후 5년간 미국 경제에 350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저돌적으로 전략을 밀어 붙인다.
기업가 대통령 트럼프도 세일즈맨을 자청하다
기업 친화적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골프클럽에서 기업인 만찬을 베풀었다. 이 모임에 은퇴를 앞둔 안드라 누이 펩시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보잉·페덱스·마스터카드 등 미국 주요 기업 CEO들이 참석했다. 기업인들을 독려하는 한편 이들의 고충을 경청하는 자리였다.
해외 순방길에도 기업인들과의 만찬 일정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7월 영국 순방에서도 영국 기업인 150여명과 만찬을 했다. 또 지난 해 1월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참석해서 미국을 세일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서 미국이 기업하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최고의 영업사원임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독일 장비업체인 지멘스와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 등 주요 유럽 기업가들과 만찬을 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가들과 자주 어울리며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기업가들의 조언을 구하는데 열심인 대통령이다.
집권 3년차 위기의 트럼프 대통령
2017년 1월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의 반을 넘기기까지 의욕적인 개혁을 단행하며 많은 성과도 나타내고 있으나 그간의 행보가 세상의 통념을 깨는 파격의 연속이 많았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실천에 옮겼고, 2차대전 후 미국 대통령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동맹의 가치도 흔들었으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가 지지층을 더욱 공고히 하며 과감한 감세와 제조업 부활 정책이 먹혀들면서 미국 경제는 지난해 선진국 가운데 '나홀로 호황'을 구가했다.
하지만 임기 반환점을 돌아 집권 3년차로 접어든 지금의 어려운 난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에 내주면서 워싱톤 정치 문외한으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으며 국정지지율도 40%대로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독불장군식 국정운영과 실수와 실패를 인정않는 아집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는 지난 해 11월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과 반트럼프 언론들이 러시아 스캔들, 대선자금 유용 등 각종 의혹으로 자신을 흔들기 시작하자 오히려 강공을 선택했다. 정권 내부의 견제 세력을 내치고 친정 체제로 개편을 시도했으나 그 역시 크게 환영 받지를 못하고 있다. 국경장벽 예산 문제를 놓고 벌인 역사상 최장기간 셧다운(연방정부 부분폐쇄)을 아무런 출구 전략도 만들지 않고 강경 일변도식의 리더십이 비판받고 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트럼프의 경기부양책이 부메랑이 돼서 다시 미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감세가 국가부채만 늘어났고 혜택이 기업과 월스트리에만 돌아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17년 감세 법안에 따른 미국 재정적자 부담액은 향후 약 1조5000억달라에 달할 것이란 추정치가 나오고 있다. 감세로 어렵게 활성화시킨 경제를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촉발한 미·중 무역전쟁, 연방정부 셧다운 등으로 깍아먹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8월 트럼 대통령이 중국 수입품 340억달러, 818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경제 불확실성을 높히고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경기둔화를 가져왔다는 비판은 면할 길이 없다.
3년차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식의 리더십으로 2020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지 못하면 역사상 최초로 퇴임 직후 감옥에 가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선거법 공소시효가 5년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2년이 될지, 6년이 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기업을 춤추게 해야 일자리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참사를 겪고 있다. 하지만 일본·독일·인도·프랑스·미국 등 주요국 일자리는 늘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국가 지도자가 규제 완화와 민간과의 소통 확대로 기업에 활력을 불어 넣는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일본 아베 총리, 독일 메르켈 총리, 인도 모디 총리,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미국 트럼프 대통령 등 글로벌 리더들은 하나같이 "민간 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고용 정책을 펼쳤다. 반기업 정서를 확산시키는 동시에 54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초라한 고용성적표를 받은 한국 정부와는 천앙지차다.
또 다른 비교를 해본다. 아일랜드라는 나라는 좁은 내수시장과 취약한 제조업 생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80년대 부터 과감한 개방정책, 낮은 법인세, 탈규제로 해외기업을 유치해왔다. 자국 기업이 아니라 순수 외국인투자기업 만으로 지난해 23만개라는 일자리 기적을 만든 것이다. 역대 최고 수준의 외투기업 일자리 창출이라고 흥분할 정도다. 그 결과 더블린, 코크, 리머릭 등 주요 도시는 바이오·제약 및 정보통신기술(ICT) 외투기업 빌딩과 청년 직원들로 활력이 넘친다.
지난 해 10월 한국에는 일자리위원회가 열려 2022년까지 첨단산업에 투자해 일자리 10만7000개를 만든다는 구상의 '신산업 일자리 프로젝트' 안건을 의결했다. 심지어 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민간은 4년간 125조원을 쏟아붓는다.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일자리 하나에 11억원이 든다.
다시 아일랜드다. 이 나라는 2011년 바이오·제약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국립 바이오공정 교육연구소'라는 교육기관을 설립했다. 매년 청년 4000여명이 화이자 등 글로벌 외투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에 도전한다. 사실상 100% 취업률이다. 이 기관에 투입된 재정이 740억원이니, 7년간 취업자수(2만8000명) 대비 일자리 한 개에 260만원이 쓰였다. 일자리 하나에 11억원을 쓰는 한국 상황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40년 전 아일랜드가 선택했던 '가보지 않은 길'의 성과를 한국의 리더는 눈여겨 돌아봐야 할 것이다.
빛 좋은 개살구 '국민소득 3만불 시대'
2018년을 넘기면서 한국 국민소득이 3만불 문턱을 넘어섰다고 좋아들 하고 있다. 그런데 12년 전 2만불을 돌파하던 당시와 비교해 보면 경제지표들은 반대로 크게 어두워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번 3만불 돌파를 마냥 좋아하고만 있을 수 없다.
연간 5%대 경제성장률은 2% 후반으로 뚝 떨어졌고, 경제·사회 전반에서 양극화 현상은 더욱 악화됐다. 수출도 반도체 의존도가 더욱 심해졌고, 소득분배 불평등 역시 더 커졌다. 성장 가도를 달리던 2만달러 달성 당시와 달리 한국 경제 앞에는 험로가 놓여 있다.
40년 전 영국이 겪은 불만의 겨울을 떠올려 보자. 1978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영국은 거의 멈춰 시다시피 했다. 1979년 한 해 동안에만 2080건의 파업으로 노동손실일수가 2900만 일을 넘었다. 노동당 정부가 극심한 인플레이션(18.4%)을 잡으려 임금인상(15.5%)을 제한하자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들고일어났다. 정권은 마거릿 대처의 보수당으로 넘어갔다.
우리는 이제 배고픈 것보다 배아픈 것이 더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기본적인 생계보다는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 큰 문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해법은 너무나 단편적이고 기계적이며 근시안적이다. 파이를 나누는데 골몰하다 파이를 키우는 문제를 잊어버린 듯하다.
소득주도성장을 지향하는 현 정부가 저소득 노동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려주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죽겠다고 한다. 그들의 불만을 무마하려 카드수수료를 내려주니 이번에는 카드 모집인들이 죽겠다고 한다. 매사 이런 폭탄 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늘어나지 않는 파이를 나누려 하니 모두가 불만스러운 것이다. 모두가 더 가지려면 파이를 키우는 길 밖에 없다. 파이를 키우는 일은 기업인의 몫이다. 그래서 기업을 춤추게 만들어야 한다. 사회분위기를 기업 친화적으로 확 바꿔 놓아야 한다. 한 나라의 리더는 자고나면 공장부터 쫓아 가봐야 한다. 허구헌 날 옛날만 들고 파면서 쓰는 에너지를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고 도전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데 쏟아 부어야 나라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그래야 경제가 살아서 나라가 잘 살게 되고 리더도 계속 국민들로 부터 추앙을 받게 될 것이다. 경제를 살리지 못하는 리더는 기업이나 나라나 퇴출 되는 게 정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