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용 공소장에 ‘이재명’ 10여번 언급… 정진상 곧 조사할듯
유동규-정민용-남욱 ‘공범’ 적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민간사업자들과) 유착관계를 맺고 금품 제공과 선거 지원에 따른 사업상 특혜를 주고받아 왔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8일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로부터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수감 중)을 구속 기소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 부원장이 대장동 민간사업자들과 수년 동안 뿌리 깊은 유착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에게 불법 자금을 건네는 데 관여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와 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 공여자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 3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 공소장에 이재명 10여 번 언급
검찰 수사관들이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더불어민주당사를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측은 셔터를 내려 출입구를 닫은채 압수수색을 막았다. 신원건기자
검찰에 따르면 김 부원장은 지난해 2월 경기관광공사를 퇴직한 뒤 사업을 준비하던 유 전 직무대리에게 “광주 지역을 돌고 있다. 광주에 돈을 뿌려야 한다”며 경선에 필요한 자금 20억여 원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당시는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약 4개월 앞둔 시기였다.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가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1007억여 원을 배당받은 남 변호사로부터 돈을 받겠다고 했고, 김 부원장도 이를 승낙했다고 봤다.
이후 남 변호사는 지난해 4∼8월 유 전 직무대리에게 4차례에 걸쳐 경선 자금 명목으로 8억4700여만 원을 조성해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남 변호사가 천화동인 4호 이모 이사를 통해 유 전 직무대리의 동업자인 정 변호사에게 현금을 전달하고, 정 변호사가 이를 유 전 직무대리에게 전달하는 식이었다.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가 중간에서 1억 원을 쓰고 1억4700만 원은 전달하지 않아 실제로는 6억여 원만 김 부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약 20쪽 분량의 김 부원장 공소장에는 이 대표의 이름이 10여 차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남 변호사, 정 변호사,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해선 ‘공범’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 대표에 대해선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받은 돈의 용처와 이 대표의 관여 여부는 물론이고 2014년 선거자금 1억 원 수수, 2013년 술 접대 등 다른 의혹에 대한 수사도 이어갈 방침이다. 수사를 통해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 등이 입증된다면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 김 부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나를) 대장동의 공범으로 몰아가려고 창작 소설을 쓰고 있다”며 “창작 소설을 절필시키고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 檢, 정진상 금명간 조사 전망
9일 오전 검찰이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가운데 안호영 수석대변인이 당사 앞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신원건기자
검찰은 김 부원장과 함께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본격 수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김 부원장과 정 실장, 유 전 직무대리의 관계를 두고 “형제처럼 지내면서 성남시가 추진하는 정책 내용을 공유하는 등 민간사업자와 유착돼 있었다”고 했다. 유 전 직무대리가 2013년 9월 서울 강남구 유흥주점에서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을 접대했다는 내용도 김 부원장 공소장에 담겼다고 한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정 실장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실장은 2014년 남 변호사 및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등으로부터 5000만 원을, 2020년에는 4000만 원 등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도예 기자, 유원모 기자, 신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