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가족여행기에 대한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중간에 읽으신 분들을 위하여, 저희 가족의 여행 경로를 간단하게 설명 드립니다.
* 일정
스위스/취리히(IN) - 루체른 - 인터라켄 - 오스트리아/빈 - 헝가리/부다페스트
- 폴란드/크라쿠프 - 체코/프라하 - 독일/드레스덴 - 베를린 - 다름슈타트
- 프랑크푸르트(OUT)
오늘 여행기는 부다페스트에서 둘째날을 보내고, 야간열차를 이용해서 폴란드의
크라쿠프로 떠나는 날입니다.
그럼, 여행기 시작합니다...
7) 일곱째 날 (2003년 9월 5일 – 금)
* 오늘의 일정
부다페스트 / 영웅광장 – 미술박물관 – 시민공원 – 세체니 온천 – 바치 거리
부다페스트(17:05) -> 크라쿠프(05:48) : 야간열차(슬리핑 카)
어젯밤, 너무 피곤했는지 정신없이 잤다. 아침 7시경, 소망이 엄마가 옆방 아저
씨에게 “아침을 지금 먹겠느냐?”라는 소리에 잠을 깼다. 참으로 잘 잤다. 소망이
엄마, 아빠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러 갔다가 8시 30분이나 되야 돌아 올 것
이고, 우리는 늦은 아침을 먹고 9시가 훨씬 넘어서야 일정을 시작 할 것이다.
아침식사가 늦기 때문에 일정이 늦어지는 것도 부다페스트에서 불편한 점 중의
하나였다.
* 민박집 "소망이네"에서...
아침식사 반찬은 어제와는 조금 다른 쌀밥, 김치국, 김, 오이로 식사를 했다.
3년전 로마의 민박집에서 아침 저녁으로 융숭한 식사 대접을 받았던 거와 비교하
면 하늘과 땅 차이다. 아들녀석은 한인 민박 집에 온 것이 불만이다. 한동안 밥을
먹지 않았는데, 아침식사를 밥으로 하니까 속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며칠 사이에
유럽식 아침식사에 완전히 길들여진 것이다.
오늘은 느긋한 마음으로 일정을 시작하고 싶었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한잔
하면서 소망이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망이네는 헝가리로 오기 전에 유고에서
10년을 살았다고 한다. 소망이 아빠가 들려준 유고 내전과 관련된 뒷 이야기, 발
칸 반도에 대한 이야기들은 우리 부부에게 좋은 정보가 되었고 발칸 반도에 대한
시각의 균형을 바로 잡아주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발칸반도의 나라들에 대한 정
보는 너무나 없어서 단편적인 내용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언젠가, 가족과 함께
북유럽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발칸반도의 나라들을 여행하려는 꿈을 실천에 옮겨
보고 싶다.
<영웅광장>
* 영웅광장(Hosok ter.)
10시가 되서야 민박집을 나섰다. 소망이네가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해서 같이
나섰는데, 민박집에서 불과 수백 미터 거리 밖에 되지 않는 곳이었다. 메트로 1호
선을 타면 2정거장 거리, 1호선은 정거장 간격이 좁아서 걸어가도 충분한 거리였
던 것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헝가리가 건국 1000년을 기념해 1896년에 건립한
건국 천년 기념비’에는 헝가리 민족 수호신인 가브리엘 천사가 왼손에는 쌍십자
가를, 오른손에는 왕관을 들고 서 있다. 왕관은 마챠시 교회 보물실에 보았던 바
로 그 왕관이다.
가브리엘 상 아래에는 마자르족을 지금의 헝가리 땅으로 이동시킨 부족장 아르
파드와 초기 부족장 6명의 기마상이 서 있었다. 초대 국왕인 이슈트반은 아르파드
의 손자라고 한다. 그 앞에는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한 항전에서 사망한 무명용사
의 묘가 있어서 지금도 각계 인사들이 수시로 참배를 하는 장소라고 소망이 아빠
가 설명을 해 준다.
<아르파드의 동상>
기념비 뒤쪽에는 반원 형태의 구조물 중간중간에 헝가리의 위대한 지도자 14명
의 동상이 서 있다. 제일 왼쪽에 있는 동상이 초대 국왕 이슈트반의 동상이다.
어제 가본 이슈트반 성당의 오른손 미라가 생각나서 오른손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오른손은 칼을 움켜쥐고 있는 듯 했다.
영웅광장 전체를 사진에 담아보려고 하니 기념비가 너무 높아서 뷰 파인더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광각 촬영 각도가 넓은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이슈트반의 동상>
* 미술 박물관(Szepmuveszeti Muzeum)
영웅과장 왼쪽에 있는 미술박물관은 유명작가의 그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미술관이 나오면 아들녀석이 제일 먼저 겁을 낸다. 재미가 없는 것이다. 오스트
리아 미술관과는 달리, 어제 관람한 부다 왕궁의 국립 미술관은 소장품에 대한 정
보가 많지 않아서 관람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오늘은 아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아내가 아들에게 이 박물관에는 유명
화가의 작품이 많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라파엘로, 램브란트, 루벤스, 고갱,
마네, 모네, 르느와르, 로뎅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은 물론이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부터 여러 미술관을 경험한 뒤라 유명 화가들의 이름은
아들녀석에게도 익숙한 이름들이다. 아들도 흔쾌히 미술관 관람에 찬성하여 자발
적인 미술관 관람이 이루어졌다. 입장료는 어른- 800 Ft, 어린이- 400 Ft.
입장할 때 받은 미술관 안내도에 의지해서 Ground Floor의 전시장을 돌아 보던
우리가족은 어느 전시실에서 마네의<어선-Fishing Boat>, 르느와르의 <소녀상>을
발견하고는 너무나 반가웠다. 아는 화가의 그림을 만났기 때문이다. 주변을 돌아
보는 순간, 모네와 고갱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고 그 뒤쪽으로 로댕의 조각 작품까
지 발견할 수 있었다.
로댕의 조각은 여러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로댕의 조각하면 <생각하는 사람>
밖에 떠오르지 않는 우리가 이렇게 다양한 로댕의 조각을 볼 수 있다는 것도 귀중
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한국에서 로댕의 조각전이 열렸는데, 그
때 전시 되었던 작품 중에 이 조각들도 포함이 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영웅광장에서 본 미술 박물관>
우리 눈에 익숙한 화가, 조각가의 미술 작품들을 발견하고는 기분이 좋아진 우
리는 2층(이곳에서는 1st Floor)으로 올라가서 새로운 작품들을 만났다. 미술관
곳곳에서 자원봉사로 보이는 할머니들이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있는 위치를 알려
주었다. 라파엘로, 램브란트, 루벤스의 작품을 발견했을 때에는 더욱 기분이 좋아
졌으며 이 미술관을 들어오기를 잘 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화가라고만 생각했던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조각을 발견했을 때에는 우리의 미술
지식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가를 실감하며 조각 작품을 다시 한번 바라보기
도 했다.
2층 한 전시실에서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왕비 ‘마르가르타 테레지
아’의 어린 모습 초상화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3일전, 빈의 미술사 박물관
에서 보았던 벨라스케스의 작품과 너무나 비슷했던 것이다. 자세히 보니 화가 이
름이 다르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화가에 의해서 그려진 그림이 헝가리까지 온 것
으로 생각된다.
미술관 지하에는 이집트와 지중해 연안의 유적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는 곳
마다 이집트 유적들이 이렇게 들어와 있는 것을 보면 과연 이집트에는 어떤 유적
이 남아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나중에 이집트에 갈 기회가 있다면, 꼭
확인을 해봐야 겠다.
이 미술관도 다른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사진촬영을 하려면 별도의 요금을 내서
허가된 사람만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미술관 곳곳에 배치된 안내원들은 안내 뿐
만 아니라 사진촬영에 대한 감시 역할도 하고 있었다. 덕분에 미술관 내부 사진은
미술작품과는 관계없는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지하 기념품점에
가서 감명 깊게 본 작품들의 그림엽서를 몇 장 사가지고 나왔다. 생각 했던 것 이
상의 좋은 시간을 가진 우리 가족은 매우 기분이 좋은 상태로 다음 장소로 이동을
했다.
<시민공원의 숲길...>
* 시민공원(varosliget) / 바이다 후냐드 성(Vajdahunyad Var)
시민공원은 영웅광장 뒤쪽에 있는 넓은 공원이다. 이 공원에는 바이다 후냐드
성을 비록해서 세체니 온천등이 자리 잡고 있고, 넓은 녹지는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벌써 12시 30분, 점심도 먹어야 하고 세체니 온천에도 가야 하는데 헝가리 화폐
인 포린트가 5,000 Ft 밖에 남지 않아서 신경이 쓰인다.
제법 널찍한 시민공원으로 들어서서 오른쪽에 있는 ‘바이다 후냐드 성
(Vajdahunyad Var)’으로 향했다. 드라큐라 전설의 무대가 된, 루마니아 트란실
바니아에 있는 ‘바이다 후냐드 성’을 재현한 것이라고 하는데, 역시 뭔가가 음
산한 분위기를 준다. 또한, 건축물의 모양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형태와 달리 특이
하다. 탑의 모양이 동유럽 특유의 모습을 갖고 있는가 하면, 부드러운 형태도 보
인다. 실제로, 이 곳은 건축학적으로는 로마네스크, 고딕,르네쌍스, 바로크 등 각
종 건축양식이 복합된 독특한 성이라고도 한다.
성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호수는 평소에는 보트도 탈 수 있고, 겨울에는 스케이
트장으로 변한다고 한다. 그림엽서의 사진에는 호수 건너편에서 바라다 보는 바이
다 후냐드 성의 모습이 신비롭게 보이고 있었는데, 공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호수의 물은 다 빠지고 향기롭지 못한 냄새는 얼굴을 찡그리게 했다.
<바이다 후냐드 성>
<바이다 후냐드 성 안쪽의 예배당>
독특한 탑과 철로 된 성문을 지나서 성안으로 들어서자 여러 형태의 건물들이
나타났다. 바로크 양식의 궁전과 작은 예배당 등이 성 내부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성 안뜰에서 바라보는 건물들의 모습이 무언가 을씨년스럽고 스산한 기분
이 들게 하는 곳이다. 9월에 들어서면서 부쩍 초록빛이 싱싱함을 읽어버린 나무들
때문에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다. 궁전 내부는 농업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 세체니 온천(Szechenyi Furdo)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세체니 온천은 시민공원 내부에 있는데, 바이다 후냐
드 성에서 시민공원 중앙로를 건너면 바로 온천 건물을 볼 수 있다. 건물 주 출입
구는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세체니 온천 입구>
헝가리 온천의 역사는 로마시대부터 시작 됐다고 한다. 로마인들이 헝가리의 온
천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오스만 투르크에 의해 더욱 발전되어서 전통 터키 욕
탕으로 운영되는 것도 많다고 한다. 헝가리 온천은 치료 목적으로 이용되는 경우
가 많아서 많은 헝가리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남녀가 같이 사용하는 온천은
일반적으로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며, 비누를 사용할 수 없다.
세체니 온천은 1931년에 문을 열었고 유럽에서 가장 큰 온천 중의 하나라고 한
다. 실내, 실외 온천을 모두 갖추고 있고 수영복을 입고 들어갈 수 있어서 남녀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온천이다.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는 헝가리의 물가를 반영하듯이 매표소 두군데 중 한곳은
입장료가 2,000 Ft 였고, 다른 한곳은 1,700 Ft로 표시되어 있었다. 물론, 정상
요금은 2,000 Ft이다. 헝가리 사람들은 회원증 처럼 보이는 여러 색깔의 카드를
들고 와서 훨씬 적은 요금을 내고 입장하고 있었다.
<세체니 온천 매표소>
입장료가 1인당 2,000 Ft 였기 대문에 우리가족이 입장하려면 6,000 Ft가 필요
한데, 갖고 있는 현금이 모자랐다. 매표소 아줌마에게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
는지를 물었다가 거절을 당하고는 유로를 꺼내 들었다. 10 유로를 2,000 Ft로 해
주겠다는 말에 너무 손해 보는 것 같아서 자리로 돌아오자, 아내와 아들녀석이
영웅광장 옆에 환전소가 있는데, 환율이 비교적 좋았다고 한다. 역시, 가족이 같
이 다니니까 동시에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어서 좋다. 아내와 아들녀석이 영웅광장
에 가서 환전을 해왔다. 환율 1유로 = 245 포린트.
세체니 온천의 입장료는 2시간 이내에 온천을 마치고 나오면 900 Ft를 환불해
주고, 3시간 이내에 나오면 600 Ft를 환불해 주는 식이다. 그러니까 2시간 이내에
온천을 마치면 실제로는 1,100 Ft의 요금이 되는 것이다.
입장료를 내면 메달 같은 것을 주는데, 이것은 입실과 퇴실 시간을 체크하는 것
이다. 서울 지하철 출입장치 같은 것을 통과해서 들어가고, 나올 때 다시 이곳을
통과하면 사용시간이 영수증처럼 프린트가 되서 나온다. 이 사용시간표를 매표소
에 가서 영수증과 같이 제출하면 해당금액을 환불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들어가는 입구가 다르다고 해서 아내와 별도의 출입구로 들어가
고 말았는데, 이것 때문에 야외 온천에서 아내를 만날 때 까지 이산가족이 되어야
했다. 실제로는 같이 들어가도 문제가 되지 않는 구조였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었다.
온천 내부로 들어가면 지정해준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 입게 되어 있다.
탈의실 문을 잠그면, 관리자가 별도의 마스터 키로 다른 잠금 장치까지 잠근다.
도난을 방지하는 방법인 것 같다.
온천으로 들어가면 먼저 샤워를 하고 실내온천의 여러가지 온천탕을 돌면서 온
천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온천탕이 준비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헝가리 사람들도
동아시아 사람들 이상으로 온천을 즐기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만큼 시설
이 다양했던 것이다.
우리는 바로 야외온천으로 나갔다. 야외온천에는 가운데에 길이가 50m 이상 되
는 수영장이 있고 양쪽으로 온천이 설치되어 있었다. 왼쪽 온천이 훨씬 따뜻해서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온천탕에서 체스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야외온천 수영장에서...> * 우리부부의 몸매 공개^^
수영장에서는 수영모 착용이 필수인데, 수영모가 없으면 수영모를 빌릴 수도 있
다. 그런데, 이 수영모가 걸작이다. 샤워 할 때 사용하는 비닐캡 처럼 생겨서 이런
수영모자를 쓰고 수영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아내와 아들은
미리 준비해간 수영모를 쓰고 수영장으로 들어가서 수영장을 했다. 수영장은 최저
깊이가 190cm이기 때문에 쉬려면 수영장 밖으로 나와야 한다. 다리가 긴 서양사람
을 기준으로 설계를 했는지, 은근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서양 여자들과 온천탕에 같이 있으니까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주
변을 살펴보니까 아줌마나 할머니가 대부분이고 젊은 여자들은 거의 없는 것을 보
고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었다. 온천탕은 데이트 장소로써의 역할도 훌륭히 하
고 있었다. 중년 커플들의 대담한 애정표현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볼거리이다.
야외온천에서 온천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많은 준비를 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수건은 기본이고 슬리퍼도 꼭 필요한 준비물이다. 온천 중간에 시장한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물 준비도 필수다. 우리는 겨우 수건만 준비해 갔기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 해야 했다.
<야외온천 노천탕...>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서 카메라를 갖고 들어가지 않았는데, 일부 관광객들
이 사진을 찍는데 것을 보고는 탈의실에서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기념사진을 몇 장
찍을 수 있었다. 나중에 느낀 건데, 온천에서는 동양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유
럽 할아버지들이 아내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으로 봐서 우리가 그들에게 특이한
존재가 되었던 것 같다.
야외온천의 시계가 3시 30분이 된 것을 보고 실내온천으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온천을 나왔다. 2시간 이내에 온천을 나왔기 때문에 1인 당 900 Ft를 환불 받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온천을 해서 그런지 개운하면서도 나른하다.
* 바치 거리(Vaci ut.)
세체니 온천을 다녀 오느라고 점심시간을 놓쳤다. 늦은 점심도 먹고, 선물도 살
겸 다시 바치 거리로 갔다. 메트로 1호선을 타고 종점에서 내릴 때 처음으로
‘Ticket Contol’을 외치는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는 여행하는 동안 절대로 무임
승차를 하지 않는 다는 원칙을 세워 놓고 실천하고 있어서 당당하게 표검사에 임
했다. 여행객은 이들의 주 목표가 된다.
<바치 거리에서...>
버거킹에서 햄버거, 콜라로 배를 채우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과 카푸치노을 먹으
면서 다시 몸과 마음이 즐거워 졌다. 이번 여행을 하는 동안 처음으로 햄버거를 먹
었다. 여행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철저하게 햄버거를 외면하면서 지냈다.
첫번째 유럽여행 때, 패스트 푸드를 너무 많이 먹은 것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이번
여행에는 가능하면 햄버거는 먹지 않기로 한 것이다. 햄버거도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이 있었다.
저녁거리도 준비하고 기념품도 사려는 생각으로 바치 거리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
리다가 아내가 헝가리 특산물인 또까이 와인을 한 병 사자고 권해서 1999년 산으로
한 병 샀다.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해서 880 Ft. 그러나, 나중에 민박집 근처의 슈
퍼마켓에서 똑 같은 포도주를 435 Ft 에 팔고 있는 것을 보고 아내가 무척 속 상
해 했다.
* 부다페스트를 떠나면서
별로 산 것도 없이 바치거리와 작별을 하고 민박집으로 돌아 왔다. 배낭을 챙기
고 소망이네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눴는데, 6살짜리 소망이가 무척 아쉬워 한다.
소망이가 어린나이 인데도 불구하고, 여행객들을 상대하는 민박집이라는 환경에서
너무 잦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또한, 한편으로는 낯설은 동유럽 땅에 종교적인 신념을 가지고 서 선교사 역할을
수행하는 소망이네의 발전을 빌었다.
떠날 때 알았지만, 소망이 아빠는 우리부부와 동갑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독일에 사는 누님 가정이 소망이네와 같은 선교사로 살고 있는 것 때문에 더욱 안
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20년 넘게 살아온 누님 가정으로 미뤄 봐서, 그들의 생활
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하고, 생활도 순탄치 못 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민박집 근처의 슈퍼마켓에서 음료수, 과자, 요구르트 등을 샀지만, 저녁식사를
대신 할 만한 적당한 음식을 찾을 수가 없었다. 기차역에서 먹을 것을 찾아보기로
하고 메트로를 타고 켈레티 푸 역으로 떠났다.
<켈레티 푸 역>
켈레티 푸 역은 부다페스트를 대표하는 역답게 현대식으로 잘 지어져 있었다.
메트로에서 역 지하 1층으로 통하는 곳에는 넓은 노천 광장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학생들이 큰 음악소리에 맞춰서 춤을 추고 뭔가를 호소하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통행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 공간이 형성되는 것 같다. 광장 주
변으로는 기차역답게 먹거리를 파는 많은 가게들이 줄 지어 있었다.
이 곳에서 적당한 저녁식사 거리를 구할 수 있었다. 주머니 속에 남은 헝가리
화폐인, 포린트를 톡톡 털어서 터키식 케밥과 햄버거, 샌드위치를 샀다. 그래도
남는 잔돈 80 Ft로 부다페스트 엽서 한 장을 사서 마무리를 했다. 마지막으로 남
은 동전 100 Ft, 50 Ft, 10 Ft 하나씩을 아들녀석에게 기념품으로 건네 주었다.
<켈레티 푸 역 광장의 먹을거리 가게들...>
부다페스트를 떠나면서 안타까운 것은 여행책자에 부다페스트에 대한 정보가 너
무나도 빈약하다는 것이다. 이런 여행책자를 가지고 이틀동안 부다페스트를 돌아
보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간직한 부다페스트가 이렇게 소홀히 대해지고 있다는 것
은 부당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많은 여행객들이 하루일정으로 스쳐 지나가는 부다페스트에 이틀을 머물면서,
우리가족은 부다페스트를 다시 생각해야만 했다.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헝가리의
중심지로써 부다페스트는 유럽의 다른 도시 못지않은 역사와 문화, 예술의 보고라
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 야간열차
부다페스트(19:05) -> 크라쿠프(05:48) : 야간열차(슬리핑 카)
<동유럽 야간열차 옆에서...>
* 아내가 찍었고, 아내가 좋아하는 사진... 배낭여행을 증명 할 수 있는 사진.
동유럽의 야간열차는 서유럽 열차와는 다르게 색깔부터 우중충해 보인다.
그러나, Sleeping Car에 올라 선 순간, 우리가족은 활짝 웃었다. 서유럽의 침대
칸에 해당하는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어제, 예약할 때 부다페스트-크라쿠프 구간은 쿠셋은 없고 ‘Sleeping Car’
만 있다고 해서 걱정을 하던 생각이 난다. 그러나, 동유럽패스를 갖고 있는 경우
에 예약비는 의외로 싸서 1인당 15유로 정도에 불과해 서유럽의 쿠셋 예약요금
보다도 저렴해서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했던 것이다.
우리가족의 침대 칸은 침대가 3개 설치된 방이어서 우리가족만 쓸 수 있었다.
방에는 옷장과 옷걸이, 간이 테이블까지 있었다. 이 테이블은 젖히면 세면대가 되
는데, 세면대가 방에 있어서 무척 편했다. 세면대 위의 문을 열면 비누와 수건 크
로와상 같은 빵이 1인당 1개씩 들어 있다. 침대도 쿠셋 보다 넓어서 훨씬 편할 것
같다.
침대 2층을 접어 내려서 등받이로 만들자 훌륭한 좌석이 된다. 3년 전, 여행에
서 처음으로 쿠셋을 탔을 때 배웠던 방법이다. 아직은 저녁 시간이라서 앉아서 가
다가 밤중에 다시 침대로 만들기로 했다.
기차를 타기 전에 플랫 홈에서 크라쿠프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아가씨를 만나
서 크라쿠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아가씨가 같은 열차 안의 몇 칸 건너
에서 짐을 풀고 있는 것을 보고 크라쿠프에 대한 정보를 얻으러 갔다. 유스호스텔,
교통, 관광 등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얻었다.
친절한 헝가리 아가씨는 크라쿠프의 숙소는 유스호스텔이 가장 저렴하고 좋으며,
절대로 택시를 타지 말고 트램을 이용하라고 강조를 한다. 크라쿠프의 숙소 문제로
고민하던 우리에게 고마운 정보였다. 답례로 한국에서 준비해 간 전통 한복인형이
달린 열쇠고리를 선물했다. 플랫 홈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눴던, 옆 칸의 미국 아가
씨 2명도 아침에 크라쿠프 유스호스텔로 같이 가기로 했다.
<폴란드/크라쿠프 - 중앙광장의 직물회관> - 맛보기로 미리 보여 드립니다...
야간열차는 17:05에 출발하기 때문에 동유럽 패스에 다음날 날짜인 9/6으로 기입
을 했다. 몸이 너무 뚱뚱해서 침대칸 통로를 꽉 채우면서 걸어온 차장은 동유럽 패
스와 예약표만 받아간다. 여권은 왜 가져가지 않는지를 물었더니, 국경을 통과 할
때마다 개인적으로 여권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서유럽 보다 불편한 시스템
이다.
과연, 밤 11시경, 헝가리-슬로바키아 국경을 통과 할 때, 두 나라의 출입국 담당
자들이 “Passport Control!” 이라고 외치면서 침대칸 마다 문을 두드리고 요란스
럽게 출입국 검사를 했다. 다행히 이번 국경에서는 잠들기 전에 출입국 검사를 할
수 있었지만, 새벽에 슬로바키아-폴란드 국경을 통과 할 때는 단잠을 자다가 날벼
락을 맞는 느낌이었다. 차장이 입국 심사를 대신 해주는 서유럽의 야간열차가 그리
운 밤이었다.
* 지 출(9/5)
- 미술 박물관 입장료 2,000 Ft (800x2+400)
- 박물관 그림엽서 710 Ft (100x6+70x3)
- 세체니 온천 3,300 Ft (1100x3)
- 메트로 Sngle 티켓 375 Ft (125x3)
- 버거킹(바치 거리, 햄버거…) 2,034 Ft
- 엽서 구입(바치 거리) 160 Ft (80x2)
- 또까이 와인 880 Ft
- 메트로 Single 티켓 375 Ft (125x3)
- 메트로 Transfer 티켓 615 Ft (205x3)
- 민박집 근처 슈퍼(빵,물,요구르트,과자) 1,507 Ft
- 저녁식사 구입(케밥,햄버거,샌드위치) 899 Ft
- 엽서 구입 80 Ft
- 기념품으로 동전 보관 160 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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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계> 13,095 Ft
* 환전 : 20 유로 x 245 Ft = 4,900 Ft (영웅광장 환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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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출내역까지 참 정리가 잘된 글..잘 읽었습니다.
다양한경험들~~부럽네요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