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마비(말초성)
안면마비는 크게 중추신경계 질환(예: 중풍)으로 인한 것과 말초신경계 질환으로 인한 것으로 나뉘는데 후자(말초신경계)가 더 흔합니다. 여기서는 후자를 다루겠습니다. "구안와사"라 함은 한의학 용어로서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로 인한 안면마비를 말합니다. 현대의학에서는 이 병(말초성 안면신경 마비)을 처음 기술한 영국의 찰스 벨(Sir Charles Bell) 경의 이름을 따서 "벨 마비(Bell's palsy)"라고 합니다.
발생빈도는 매년 인구 10만 명당 23-25명 정도로 비교적 흔합니다(미국). 다시 말해 인구 60-70명 중 한 명이 평생 이 병에 한번정도 걸릴 소지가 있습니다. 어린이에서는 덜 흔하고 나이 40세까지 점차 발생빈도가 증가하다 이후 일정하게 되다가 노인연령에서 더 흔히 발생합니다. 남녀차이는 없지만 임산부에서 더 빈번히 발생하고 임신말기나 산후에 특히 빈발합니다. 추운 바닥에 얼굴을 대고 자거나 감기 끝에 발병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대개는 자고 나서 세수하다 거울에 얼굴이 삐뚜러 진 것을 스스로 발견하거나 주위 가족이 발견하여 병원을 찾습니다. 이 경우 심하면 한쪽 혀에서 맛을 못 느끼거나 발음이 야간 어둔해 지거나 눈이 제대로 안감기거나 할 수도 있습니다.
말초신경성 안면마비는(중추성도 마찬가지지만) 초기에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아야 후유증 및 합병증이 덜 생기고 회복도 빠릅니다. 발병 후 보통 2-3개월 내에 약 80%의 환자는 저절로 완전히 회복되나 나머지 15- 10% 정도의 환자는 불완전하게 회복되거나 후유증(예: 불완전한 눈 감김으로 인한 눈의 감염 등)이 남을 수 있습니다. 대개 마비가 심할수록, 급속히 진행할수록, 연령이 많을수록, 치료를 늦게 시작할수록, 또는 같은 쪽의 미각을 소실할 경우 회복이 불완전하고 후유증이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이러한 불완전 회복이나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초기에 적절한 약물 치료가 필요합니다.
치료는 5-10일간 steroid 및 Acyclovir를 투여해야 하기에 조기 치료가 원칙입니다. 눈이 제대로 안 감길 경우 인공 눈물을 매일 자주 넣어 눈의 세균 감염을 예방해 주어야 합니다. 이런 경우 외출할 때 돗수가 없는 안경을 쓰고 나가면 차가운 바람이나 먼지로 부터 눈을 보호해 줄 수 있습니다. 또한 회복기간 중에 되도록 찬바람을 쏘이지 말고 충분한 휴식과 영양섭취를 하며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안면경련
안면 경련은 거의 대부분 한쪽 얼굴에 급속히 경련이 짧게 불규칙적으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한 번에 최대 5분까지도 지속될 수 있습니다. 경련은 얼굴 근육을 움직일 때 반사적으로 발생하거나 저절로 발생합니다. 경련은 거의 대부분 눈 주위에서 시작하며 같은 쪽 얼굴로 퍼지며, 얼굴에 통증이나 감각이상을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긴장하거나 피로하면 더 자주 발생하고 여자에게서 더 흔하며 어린이에서는 매우 드뭅니다. 안면 경련은 안면마비와는 달리 원인 질환이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MRI 등의 검사가 꼭 필요합니다. 이는 제 7번 뇌신경이 뇌에서 나오는 부위에서 해부학적 또는 전기 생리학적 이상이 있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뇌종양, 뇌혈관 이상(꽈리나 동맥 혈관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져 있을 때), 탈수초성 질환 등이 그 원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약물 치료에 반응을 잘하고, 수술이 필요한 원인질환이 있을 경우는 드물지만 수술 치료가 원칙입니다. 충분한 약물 치료 기간에도 반응을 하지 않을 경우, 최근 보튤리눔 근육 주사가 치료에 효험이 잇는 것으로 알려져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질(경련성 질환), 양성 근육수축 현상, 안검경련 등 다른 질병과의 구별이 중요하기에 치료에 앞서 먼저 신경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하리라 사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