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공화국(Republic of Indonesia)은 제2차 세계대전 전에는 네덜란드령(領)으로 동(東)인도라 하였으며, 현재의 국명은 19세기 중엽 영국의 언어학자인 J.R.로건이 명명한 것으로 ‘인도 도서(Indo Nesos)'라는 뜻이다. 현지인들은 ‘누산타라(Nusantara)'라는 명칭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는 중세 때 자바의 주민들이 사용한 명칭으로 역시 ‘많은 섬들의 나라'라는 뜻이다.
이처럼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도서국가로 동남아시아에 걸쳐 1만 3천여 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섬들이 널리 퍼져 있다. 가장 큰 섬인 자바를 비롯해 서쪽 끝의 수마트라섬에서 북동쪽의 할마헤라섬까지 약 5,100km에 걸쳐 활의 등처럼 굽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그 내부에는 보르네오섬(칼리만탄), 셀레베스섬(술라웨시) 등의 큰 섬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발리도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들 중 하나이며 최고의 휴양지이자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지상 낙원으로 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섬들에서는 화산활동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화산의 수가 전국을 통틀어 400개에 달하며, 이 중 활동 중인 화산은 78개이다. 화산은 특히 수마트라섬과 자바섬에 집중되어 있으며 3,000m를 넘는 것이 대부분인데, 자바섬 최고봉 세메루산(3,676m), 롬보크섬의 린자니산(3,726m) 등이 대표적이다. 높은 산들 사이에는 수마트라섬 서안의 파단 고원, 자바섬의 반둥, 말랑 고원 등 많은 고원 및 분지(盆地)가 형성돼 있으며 바로 이런 곳에서 커피가 재배된다.
양질의 커피를 위한 필수조건 갖춰
질 좋은 커피가 생산되려면 고원 지대와 화산암질 토양 등 공통적인 필수조건이 뒤따라야 하는데 인도네시아의 각 섬들도 이런 조건이 두루 갖춰져 있다. 제삼 강조하지만 각 나라의 커피를 재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지형 특성을 반드시 살펴야하고 왜 그곳에서만 좋은 커피가 나오는지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자바를 비롯한 인도네시아의 커피 생산량은 다른 아시아 지역의 모든 커피를 합친 양보다 많다. 또한 섬마다 자연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종류도 다양해서 각기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어떤 이들은 아시아에서는 오로지 인도네시아에서만 커피가 생산되는 줄 아는 사람도 있다. 아시아만 해도 스리랑카, 베트남, 타이완, 파푸아 뉴기니아, 필리핀, 인도, 중국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생산된다.
전 세계의 커피 벨트에서 고루 생산되는 만큼 커피 이야기도 가지가지. 자바 커피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자바 섬의 사람들은 커피를 수확할 때, 간혹 들짐승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사람들이 직접 손으로 따는 커피보다 들짐승이 커피 열매를 먹고 버린 씨앗을 주워 볶은 커피가 맛이나 향에 있어서 훨씬 좋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좋은 열매만 골라 먹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이 들짐승의 이름은 라욱(Lauk)으로서 들고양이처럼 생겼고 고양이보다 몸집이 작은데, 커피 열매를 몹시 좋아한다고 한다.
많은 섬만큼 다양한 커피들
인도네시아의 자바는 커피 역사상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커피나무는 17세기 중반(어떤 전문가는 이보다 훨씬 앞선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네덜란드인에 의해 이식됐는데, 자바에서 재배된 최초의 커피는 1712년에 암스테르담에서 팔렸다.
그리고 프랑스를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가 현존하는 대다수 커피나무의 조상이 되었다. 또 예멘 커피와 배합한 최초의 혼합 커피인 ‘모카 자바(정확한 명칭은 모카자바 블렌드)’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1877년에 아시아를 강타한 녹병균의 침입으로 자바의 모든 커피나무가 고사할 위기에 처하자 아프리카에서 저항력이 강한 로부스타 종의 나무를 들여오게 된다. 이로 인해 오늘날에는 연간 680만 포대에 달하는 로부스타 커피가 생산되고 있다. 물론 아라비카 종도 생산되는데 이는 전체 커피 생산량의 6~10%를 차지한다.
자바 아라비카 커피는 자바 섬의 여러 지역에서 재배된 커피들을 말하며, 대다수의 커피 생산국이 자국의 일반적인 커피들을 칭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이 커피의 특징은 전반적으로는 신맛이 적고 초콜릿의 달콤함과 흙 냄새, 스파이시한 향이 섞여 있다. 진하게 마실 때는 톡 쏘는 듯한 풍미와 감칠맛을 자아낸다. 전체적인 인상은 소박함 속에 특별함이라고 할까.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은 저녁 식사 후에 마시는 최적의 커피로 꼽기도 한다. 대표적인 자바 커피는 블라완, 쿠요마스, 잠핏 섬의 커피들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섬 수마트라는 인도네시아 석유산업의 중심지이면서 천연고무와 목재 수출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수마트라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역시 커피.
만일 커피를 좋아하는 미국인, 또는 유럽인 백 명에게 좋아하는 커피를 한 가지씩 말하라는 설문을 조사하여 통계를 냈을 때, 수마트라 커피는 ‘베스트 5’에 반드시 들어갈 정도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세계의 커피 감별사들도 이에 동의하며 수마트라 커피가 세계에서 가장 ‘육질’이 좋다고 평가한다. 이는 커피를 볶았을 때 통통하게 살이 오른 원두의 형태를 의미하기도 하며, 추출하여 마셨을 때 커피가 입안에서 꽉 차 오르는 듯한 느낌과 짙은 향기, 다 마시고 난 후의 오랜 여운을 통틀어서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수마트라 섬의 커피는 크게 만델링과 앙코라로 나눈다. 둘 다 세계의 커피 마니아들이 알아주는 명품이지만, 그래도 만델링의 선호도가 높다. 만델링을 보다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수마트라 에스테이트 만델링, 수마트라 블루 린통(‘블루 수마트라’라고도 부른다), 수마트라 파와니, 수마트라 반다, 무공해 커피인 가요 마운틴과 수마트라 코피 루왁 등이 유명하다.
이 중에서 수마트라 코피 루왁은 가요 마운틴과 함께 수마트라의 가장 좋은 무공해 커피에 해당하며, 수마트라 파와니는 만델링 지방의 커피 중에서도 베스트로 꼽히는 명품이다.
보르네오 섬과 뉴기니 사이에 있는 술라웨시 섬(옛날에는 셀레베스 섬이라고 불렀다. 현재 술라웨시 섬 앞 바다의 명칭은 여전히 셀레베스 해라고 부른다)의 토라자 지방 커피는 수마트라 만델링에 버금가는 인도네시아의 명품으로 세계인들에게 선명하게 부각된 커피다. 이 섬의 대표적인 커피는 카로씨와 란텐파오인데 카로씨가 보다 유명하다.
입안을 감아 도는 감칠맛과 초콜릿 맛이 그윽한 향기와 진한 풍미 속에서 살아 있다는 셀레베스 카로씨 커피는 1930년에 네덜란드인들에 의해 농장이 조성되면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과 함께 농장이 황폐화되자 차츰 세인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갔다. 1974년에 일본인들이 자본을 투자하면서부터 다시 이 커피의 명성은 되살아났다. 셀레베스 카로씨 커피는 ‘셀레베스 토라자’라는 이름으로도 시판된다.
티모르와 발리 섬에서도 커피가 생산된다. 티모르 아라비카 커피는 인도네시아와의 병합 이전부터 좋은 커피로 인정 받아왔다. 우아한 신맛이 강조된 커피인데,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입안에 꽉 차는 느낌이 좋다. ‘인도네시아 티모르’ 또는 ‘티모르 아라비카’라는 상표로 시장에 출시된다.
발리 섬의 커피는 수마트라 커피가 연상될 만큼 깊고 진한 맛이 특징인데, 커피를 마신 후의 여운은 마치 초콜릿 우유를 마신 듯한 느낌이라는 평을 받는다. 하이 농장의 커피가 잘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 아라비카 커피들은 커피에 대해 까다로운 독일과 일본에 많이 수출될 만큼 세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인도네시아 아라비카 커피는 6등급의 분류에 의해 선별된다. 머리글자가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모르더라도 최상의 등급은 ‘AP'라고 표시된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다. 만일 인도네시아의 전통적인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올드 거버먼트, 올드 브라운, 올드 자바라는 이름의 커피를 선택하면 된다.
첫댓글 니카라과의 커피에 대해 아시면 좀 알려 주시겠습니까? 그 나라 커피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서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