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데,,,,,
함박눈이 이리도 소담스럽게 내리는데
하늘을 바라보며 기뻐하는이 하나없이
옷깃에 머리 묻고 이 골목 저 골목 사람들이 사라진다.
크리스마스 캐롤에
흥청일만도 한데
아직은 이 거리가 너무나 을씨년스럽다.
나 역시 벌써 한시간씩이나
이 거리를,이 골목을 배회하고 있다.
어디를 가야할지,
골목,골목마다 무수히 열려있는 소주방
간판만 보아도 알 수 있을것 같은 술집,술집들,,,,,
후미지고 으슥한 곳에 자리잡은 디비디 극장의 불빛에서
웬지 끈적이는 묘한 호기심을 느끼기도 하고
둘씩,셋씩 무리지어 들어가는 술집문사이로 들려오는 간드러진 트로트 노래자락
흥겨운 박수소리.설레임.망설임.,,,,,,,,망설임.
손이 시렵다
발이 시렵다.
돌아서는 마음도 시려 포장마차로 들어선다.
아 !
종로의 아저씨들이 다 여기 모였나 보다
발딛을틈도 없이 꽉찬속에서 무수히 꽂혀오는 시선이 따가운데
다시 나갈 수도 들어갈 수도
앉을 수도 서 있을 수도 없는 묘한 상황속에서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오뎅국물은 추위를 가시게 하는 특효약인가 보다.
속이 훈훈하니 마음도 여유가 생겨 주위를 돌아 보게 한다.
참 좋다.
훈훈하다.
이런 분위기. 마음의 고향같다.
서로 얼굴 맞대고 도란도란 속삭이기도 하고
이년,저년하며 남의 눈치 안보며 짖꿎은 농담으로 박장대소를 터뜨리기도 하고
처음보는 사인데 반갑다며 쏘주잔을 건네 오는건
종로에서나 맛 볼 수 있는 동료의식이 아닐지,,,,,( 이는 분명 작업이 아니다 )
종로의 밤은
분명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는 묘한 매력이 있다.
대화의 상대가 교수이건 박사이건 또는 노인이건 중년이건간에
서로가 서로를 풀어놓고 대할 수 있는 자유지대이다.
직업의 귀천을 떠나고 나이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는 강호의 세계이다.
서로가 통하는 구석이 있고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는 사이라면
잠깐사이에 십년,이십년지기 보다 더 가깝고 살가운 사이가 된다.
친정식구라고 하던가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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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상가 밑으로 즐비한 포장마차
포장마차에 간판을 걸었다. ㅋㅋㅋ.
1 인 2 역이라고,,,,,( 올 인가 보다. ㅎㅎㅎ )
사장님이 요염하다.
쏘주와 안주를 주는 몸짓도 간들거리고
묘한 콧소리도 살갑다.
예전에는 이러한 모든것들이 왜 그리 징그럽기만 했을까 ?
지금도 남들앞에서는 얼굴가리는 내 모습이 때로는 가증스럽다.
마음으로는 있는 그대로를 편하게 받아 들이자 하면서도
장난스럽게 허벅지를 만져오는 손길에 질겁하고
뽀뽀라도 하자거나 포옹을 할라치면 온 몸이 굳어짐은
참 바보스럽기까지 하다.
이 곳에서까지 정색을 하고 지내는것은 스트레스를 풀려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는게 아닌가 ?
호탕하게 웃으며,끼를 만발하며,,,,,손길 손길마다 장난질을 쳐대는 사람들이
나도 때로는 부럽다.부럽기만 하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취하고,
쏘맥의 적당한 알콜에 취하고
날로 대담해져가는 종로의 밤문화에 취해가는 이 밤
종로의 뒷골목에 눈이 내린다.
소복소복 우리마음을 달래주듯 함박눈이 내린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도 가볍다
내일은 분명 좋은 일이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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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인양 글을 써내려가는 내 모습은 무얼까 ?
종로 뒷골목에 몸을 담고 하루하루 인생을 배워 나감은
앞으로의 내 인생에 소중한 경험으로 남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