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유한하다.
사람은 태어나서 관 뚜껑 덮을 때 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러나 그 수는 유한하다. 인생을 살면서 여러분의 속에 가장 기억이 남는 사람은 누구인가? 훌륭한 사람을 만나거나 유명한 사람을 만나면 난 그 사람을 만나본 적 있다고 잘 아는 사람이라고 자랑하고 싶어진다. 저자도 마찬가지이다. 서른일곱 해 삶을 살면서 가장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이분을 기억하노라면 가슴이 멍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바로 고인이 되신 임길진 선생이다.
글을 쓰는 내내 그 분에 대한 기억으로 눈에서 물이 자꾸 떨어졌다. 받은 상처는 모래에 새기고, 받은 은혜는 대리석에 새기라는 벤자민 플랭클린의 말처럼 정말 내 인생의 대리석에 지워지지 않게 새기고 싶은 분이다.
임길진 선생의 발자취
학자 임길진, 협상가 임길진, 그보다도 나는 내가 8개월여 겪은 인간 임길진 선생을 이야기 하려고 한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건축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 석사, 프린스턴대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를 졸업했다, 서울대, 대만대, 북경대 초빙교수로 활동했으며, 미 국방성 및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의 자문역을 맡아왔다. 국토연구원, 주택산업연구원 등의 초빙연구원 등으로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왕성한 활동을 했던 고인이었다.
그는 교육행정가로서 폭넓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프린스톤대학교에서 석사프로그램을 관장했고, 일리노이 주립대학교에서는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주임교수를 맡았다.
그리고, 미시간주립대학교의 국제대학교 학장직을 역임하였다 (1991-1995). 그는 다섯 개의 지역연구센터, 여섯 개의 주제연구소 등을 운영하였으며, 교육과정개발, 교수와 학생의 창의성을 촉진하는 연구비와 장학금 지급제도를 창안했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그는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의 초대원장으로 부임했다.
학자로서 그는 전략적 계획과 국가사회 개발에 대한 범 학문적 연구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다. 그는 국가개발, 주택, 환경, 지역계획, 국제교육, 계획이론 등에 대해 연구를 수행하였고,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미국 국제개발기구, 한국 국토개발연구원 등을 포함하는 여러 기관과 함께 일해 왔다.
그의 저서와 논문 중 많은 부분이 해당 전공분야에서 연구와 강의를 위한 중요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는 교육과제-수행법 (TOTM-Task Performance Oriented Teaching Method) 이라는 독특한 교육방법을 만들었는데 이는 학생의 창의력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학생들 간의 비판적 의식과 논리적 사고방식을 향상시키는 것에 목표를 두고 고안된 방법이다. 그는 일리노이주립대학교 재직 시절, 자신이 강의한 모든 과목에서 최우수 교수로 선발되는 기록을 남겼다.
봉사하는 사회인으로 그는 자신이 속한 지역이나 세계 사람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일했다. 그는 자유, 정의, 평화 그리고 풍요로운 사회를 위한 그의 교육적 이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거복지연대의 이사장이었던 그는 주거수준의 향상을 위해 여러 연구단체, 시민단체, 공공기관과 함께 일하고 있다. 그는 한국 청소년의 과학화와 세계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일했다. 이러한 관심을 실천하고자 1996년에 학교정보화를 도모하는 세계청소년네트워크를 개발연구협의체 산하에 창립하고, 1997년에는 교육정보공동체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2000년에는 청년세계탐구단의 이사장으로 청년들을 해외에 파견하는 프로그람을 실행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이러한 운동이 세계적으로 전파되어 인류사회의 과학화, 문화화, 인간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랬다. 2003년 그는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마성만 임길전 선생을 만나다
임길진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2001년 봄이다. 내 나이 스물일곱백수시절 이었다.
오랫동안 잘 알고 지내던 고동섭이란 형이 KDI 경영지원과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거기 원장님 운전기사가 공석인데, 3개월 정도 가능하겠냐고 물었다. 면허딴 지 2년도 안 되는 상태라 걱정도 되었지만 용기를 내어 찾아갔다.
찾아간 임길진 선생 사무실은 온갖 전문서적이 즐비하였고, 그의 첫인상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졌다. 특이하게 생긴 지구본과 만년필이 눈에 확 띄었다.
주로 가는 곳은 그 당시 분당주택공사와 과천종합청사였다. 식사는 주로 미아리 가는 방향에 홀리데이인서울 호텔과 장충동의 타워호텔 그리고 신촌 어머니 댁이었다.
무엇보다도 책을 좋아하는 나는 그분이 여러 논문과 전문서적을 낸 사람이란 걸 알았고 그 중에서 <21세기 도전 계획과 전략>이라는 책에 맘이 끌렸다. 박사님들이나 볼 법한 책이었지만 끝까지 읽으며, 이 책 한권에 이 사람의 철학이 다 들어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과 살고 있는 모습이 합일 되어 있었다. 지행합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중 하나가, 학자가 자신이 말하는 학문과 실행력이 같다면 정말 훌륭한 것이다. 자신의 팔꿈치 아래 부분에 뽀뽀를 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보면 된다.
21세기의 도전 계획과 전략
자! 그럼, 지금부터 학자 임길진 선생을 보다 더 알기 위해서 <21세기의 도전 계획과 전략>을 탐구해보자!
보다 나은 것, 보다 완전한 것을 의욕한 사람은 자기 자신의 명석함과 그 밖의 여러 가지 환경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피히체
이 책은 ‘잘 산다는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잘산다는 것’은, 이러한 판단이 상대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과 물질적인 면에서의 해석이 정신적인 것보다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계획’을 살펴봐야 한다.
임길진에게 계획이란 이상이라는 차원에서 정의, 풍요, 자유를 도출하는 과정인 것이다.
정의는 정의로운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그 이상으로 삼고, 풍요는 재화의 생산 증진을 말하며, 자유는 불필요한 구속을 제거하여 자유시장의 기능을 보완한다는 것이다.
즉, 계획가 임길진 선생의 계획이란 개인적인 계획이 아니라 세계시민사회의 모든 인간들의 복지를 골고루 향상시키기 위하여 인간이 지닌 모든 지식과 자원을 동원하여 의식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통한 실천적인 행동을 취하게 하는 미래지향적인 학문이며 직업이라는 것이다.
계획가의 노래
너의 가슴을 넓게 펴고
하늘과 땅을 맞이하라.
너의 눈을 높이 뜨고
강과 산을 바라보라.
너의 팔을 길게 뻗고
집과 마당을 가꾸라.
너의 현명한 머리와
너의 힘찬 몸뚱아리로
계획하고 실천하라!
풍요한 삶
평등한 삶
자유로운 삶
즐거운 삶을 위하여
임길진 선생은 시인이었다.
그리고 세상에 비전을 주고 싶었던 계획가였다. 큰 계획을 하려면 협상을 할 일이 많다.
그래서 그는 협상가이기도 했다. 비전[혜안]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다.
비전을 가진 사람은 보이지 않는 먼 미래를 보고 그곳으로 가는 항로를 설계한다.
미래를 만드는 일은 미래발명적인 발상과 종국의 가치, 이론, 실천의 트라이앵글이 적절히 맞물려 나아가야 한다고 선생은 말하고 있다.
계획은 다루기 힘든 문제들을 다룬다-헨리 하이타워
임길진 선생이 주창한 계획과정의 단계 모형은 5단계와 9단계 두 가지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종합 계획 과정의 5단계 모형
1단계 상황과 분석
2단계 목표의 설정
3단계 대안의 작성
4단계 대안의 평가와 선택
5단계 집행
종합 계획 과정의 9단계 모형
1단계 상황과 문제의 분석
2단계 계획개념설정
3단계 계획과 목표의 설정
4단계 장래 예측
5단계 여러 가지 대안의 설정
6단계 여러 대안의 평가 기준 설정
7단계 여러 대안의 평가
8단계 대안의 선택
9단계 집행 ,조정
우리사회가 진보하는 동안 우리에게 남겨진 놀랄 만한 그리고 세상을 뒤흔드는 힘은 실로 거대하여 이용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수 없다. 매일 일상적인 사건을 접하면서 우리는 양자택일의 결정을 해야 한다.
더 이상의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든지 아니면 우리가 입은 손해를 극복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단호히 진행하든지를 택해야 한다.
임길진의 개인 규범 제안
임 선생은 비판적낙관론자임을 스스로 밝히며 개개인이 지켜야 할 규범을 제안한다.
1. 문제점에 대해 비판하라. 그러나 동시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회를 이끌 수 있다는 낙관적 태도를 견지하라. 이것은 곧 동태적변화에 대한 비판적낙관론의 철학이다.
2. 다른 문화, 사고방식, 외국어를 끊임없이 학습하라. 책과 만화를 포함해서 재미있게 학습하라. 주변사람에게 배우고 스스로 지식을 쌓아가는 것을 중단하지 말아라. 매일 새롭게 태어나라!
3. 주변 사람 ,부모, 자녀, 친구, 선생님을 교육하라. 특히 옛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이 뜻 깊은 변화의 시기에 행동방식의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교육하라.
4. 자원봉사와 공공정책의 결정과정에 적극 참여하라. 실제의 행동에 그리고 비판적으로 대화하는데 참여하여 말하고 쓰고 투표하고 조직의 일원이 되라. 이러한 참여의 목적은 단순히 갈등을 격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이해하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다.
5. 공공투자 결정의 우선순위를 변화시키도록 하라.
공공투자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평화, 사랑, 정의, 풍요, 평등의 인간의 기본적 가치이다. 또한 시민의 복지 향상에 더 많이 투자하라. 기본식량의 확보, 주택, 건강, 교육에 보다 많은 자원을 배당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분에서는 세계적 과제, 여성, 아동과 관련된 계획에 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6,상호 존중하라!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약자이건 강자이건, 세력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무식한 사람이건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건, 출생국가, 문화, 민족, 철학이 다른 사람들과 친구가 되라. 사람들과 친구가 됨으로써 놀랍게도 문명된 사회의 주춧돌인 평화, 사랑, 정의, 풍요, 평등과 같은 인간의 기본적 가치를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주의적 세계화를 성취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다. 우리 것과 남의 것을 동시에 알고 공유하는 인간적세계화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한국에 대한 몇 가지 제안도 잊지 않았다.
1. 한국을 지속가능한 세계시민사회라고 규정을 하고 인간의 기본가치를 실천하는 사회로 가기위한 “가치혁명“에 착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가치혁명이란 현재 진행되는 국제경쟁력 강화, 시장개념 도입, 외국 문물의 획득, 외국어 공부에 편중된 경제적 세계화 정책에서 벗어나 인간적 가치를 행동의 바탕에 정착시키는 인간세계화를 추구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2. 그러면서 한국은 여러 조직과 개인은 자발적, 헌신적으로 함께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 기업, 교육, 연구기관, 정보사회의 문제, 시민사회단체 사이에 시민 공동협의회가 구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3. 공공기관과 민간단체들은 여러 조직과 개인들이 처한 가치혁명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한다고 말한다.
4. 언론기관은 함께 일한다는 생각으로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5. 정보기술의 확산은 인간적 가치교육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정보기술의 발명가나 사용자가 지켜야 할 윤리강령이 제정되어야 한다.
5. 가치혁명에 대한 교육이 정보혁명과 결합하여 어릴 때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6. 성을 위한 가치혁명과 정보혁명이 있어야 하며
7. 컴퓨터 사용자를 보호하고, 범죄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구상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획기적인 진전은 기술 때문이 아니고 인간적 개념의 확대 때문에 일어날 것이다. -나이스빗과 애버린
인간 임길진
나는 임길진 선생을 한 달 정도 모신 뒤 동서양의 사상의 통합적 계획 과정도 직접 듣게 되었다. 그 당시 내가 밤새 준비해갔던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에 관한 음양론을 크게 칭찬하며 보아주시기도 했다.
임길진 선생은 일개 운전기사였던 나의 호칭을 ‘마비서’라고 불러주시고 높혀 주었다. 개인적인 만남이 있을 때 나를 합석시켜 주시며 아직은 미숙하지만 앞으로 훌륭한 인물이 될 사람이라고 언제나 자신감을 북돋아 주셨다.
그 일을 그만둔 2002년 가을 밤 임길진 선생은 이메일로 詩를 한 수 보내주셨다.
-밤과 새벽과 낮-
잠이 오지 않는 밤엔 시를 한수
읽어 본다.
만해도 좋고,이백도 좋고
와일드, 위드워스, 네루다.
그래도 새벽잠이 멀리 있을 땐
하늘을 보며 나의 시 한 수 짓는다.
밤이 길어지면 새벽이 되고
새벽이 더 밝으면 대낮이 오니
밤은 곧 낮이며 낮은 곧 밤인 것을
잠이 몹시 다가와 나를 부르면
눕는 곳이 나의집
사는 곳이 내 고향
밤 같은 새벽을 잔다.
2002.11월
이렇게 풍류까지 있으신 분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땐 대금을 스스로 배우셨던 걸로 알고 있다.
저 세상으로 가 실 때 품에 대금을 넣어드렸다고 한다. 언젠가 저자에게 일주일간 두 차례 기타레슨도 받으셨다.
본인이 배우고자 했던 것도 있지만 나에게 용돈을 주시려고 일부러 배우신 것을 너무도 잘 안다. 아침이슬까지는 속성으로 알려드렸다. “자네는 운전도 잘하고 기타도 잘치네. 나는 운전도 못하고 기타도 못 치는데. 허허허.” 이렇게 웃는 분이셨다.
언젠가 타워호텔을 간적이 있는데 ,사우나를 같이 가서 사우나도 같이 했다. 어떤 사람이 일개 운전기사와 사우나까지 같이 하겠는가? 만일 저자가 아니라 다른 기사님이었다 해도 “자네는 나를 안전하게 모셔주는 나의 비서님일세 .허허허”하시며 대해 주셨을 것이다.
그분의 철학처럼 “배움이 많은 사람이건 없는 사람이건 ,약자이건 강자이건, 세력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무식한 사람이건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건, 출생국가, 문화, 민족, 철학이 다른 사람들과 친구가 되라”라는 철학을 지행합일로 몸소 실천하고 계셨다.
고등학교시절 낡은 사진도 보여주었다. 미스터코리아에 나갈 정도로 엄청난 근육을 가진 임길진 선생 본인의 사진이었다. 그야말로 문무를 겸비한 호남아로 임길진 선생을 추억한다. 경기고 시절 패싸움도 더러 해봤다라고 하신다. 중국집 가서 빼갈도 시켜먹었던 시절도 있었고.
언젠가 임길진 선생에게 여쭌 적이 있다.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구체적인 이야기는 못하겠고, “학자가 학문을 해야지 정치에 눈을 돌리면 안 되네.”
“만약, 거국내각이 된다면 내가 힘이 되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국민을 위해 일하겠지만.“
그게 말뿐만은 아니었다. 지난 선거에 출마하는 어떤 분과 차로 동행을 할 때, “마비서 차를 세워보게” 하셨다.
갑자기 동행하던 사람에게 “너 내려 봐” 하시며 길거리에서 조인트를 날리셨다. “학자가 학문을 해야지 정치에 눈을 돌리면 안 되네.”
언젠가 가장 기초적인 영어회화 책을 내게 사주신 일이 있었다. “자네 차 대기하고 있을 때, 이걸 외고 있게나” 하시며. 그리고는 짬이 날 때 마다 원장님이 A역할을 하시거나 B역할을 해주시며 자상하게 발음과 회화 공부를 시켜 주셨다.
“사람은 머리를 자꾸 움직이고 써야 하네.“
진심어린 교육자의 표상이셨다. 그 때 임길진 선생이 주셨던 영시 한 편을 옮겨본다.
Twelve Pillars of Life
삶의 열두 가지 기둥
Smile and don't get angry.
미소하고 화내지 말라.
Neither hide nor exhibit yourself.
뽐내지도 숨기지도 말라.
Feel happy and do not hate.
즐겁게 살고 증오하지 말라.
Be independent materially and spiritually.
물질적 정신적으로 독립하라.
Admit your mistakes and improve yourself.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을 개선하라.
Be aware of your ignorance and learn from others.
자신의 무지를 알고 남에게서 배워라.
Seek advice from others, but make decisions on your own.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하되 스스로 결정하라.
Treat everybody equally, whoever they may be.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라.
Cherish the old as well as the new.
옛 것과 새 것을 모두 귀중하게 여겨라.
Practice what you know.
아는 것을 실천하라.
Love everything.
모든 것을 사랑하라.
Be persistent.
계속하라.
Gill-Chin Lim
임길진
슬픔의 하루
지난 5일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임길진(林吉鎭) 미국 미시간 주립대 석좌교수의 시신이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안치됐다. 향년 59세. 발인은 18일 오전 8시. 장지는 충남 천안시 천안공원묘지.
부고였다.
그 기사를 보고 나는 큰 충격에 한 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내가 그토록 존경하고 평생 스승으로 모시고자 했던 분인데. 그토록 기특해했던 마성만이 성공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었던 분인데. 너무 갑작스레 기약 없는 길을 떠나신 것이다.
문득 “아버지 어머니 잘 모시게나. 그 분들이 자네 하느님이네.”라는 임길진 선생의 말씀이 떠올라 가슴이 더 먹먹해졌다. 내겐 아버지 같은 분이셨는데. 슬픔도 슬픔이지만 너무 억울했다.
우리나라의 정신적 발전을 위해 힘쓰실 분이 돌아가시다니. 이제 이 나라를 그토록 아끼고 그 만큼 헌신하는 선생은 또 있으려나. 이런 생각에 미치자 허무하고 안타깝고 걱정되고 억울한 감정이 연이어 복받쳤다.
아래는 저자와 같은 심정의 임길진 선생의 한 후학의 조사다.
임길진 박사님 영전에.정말 훌륭하신 분이었고 제가 일리노이대 있을 때 그곳에 교수로 계셨던 분입니다. 고교 선배시고.저는 2년 전 큰딸을 하늘로 보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겪고, 이제 죽음을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번 살다가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과정으로 말입니다.다만, 재능이 있는 임 박사나 소생의 딸이나 모두 그 재능을크게 펴보지 못하고 떠난 것이 마음의 고통으로 남아있습니다. 전 영혼을 믿습니다. 그건 작별인사 한마디 없이 떠난 아이가 영원히 헤어졌다고 절대로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죽음이 없는 세상에서 영원히 함께 하고 싶습니다.서의호 드림.
임길진의 독서하는 법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임길진 선생과 8개월남짓 지내며 나의 가치관과 철학에 관한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특히, 독서하는 방법과 목적, 공부하는 이유를 내 스스로 정립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아래와 같다.
지식은 지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항상 실천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점이 핵심이다.
근사록을 보자. ‘近思’가 몸에 끌어당기어서 생각한다라는 말인 한, 실천의 한 발 앞에서 그치고 '생각한다'라는 데에 중점이 있다. 학문을 장식시하고 지식의 집적에만 중점을 두는 것도 진실한 학문에서는 경멸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항상 신변의 문제에 대하여 생각하고, 거기에서 道를 구하여 가는 것이 '近思'의 두 글자 속에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근사록의 3부 치지(致知)편을 보면 윤돈이 학문하는 방법을 물으니, 이천 선생은 답하기를 "당신이 학문하는 방도를 알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은 반드시 많이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책 속의 집약된 뜻을 알아야 한다. 많이 알되 집약된 뜻을 알지 못한다면 책을 늘어놓고 파는 書肆(서사 : 책을 파는 방자한 자-직역)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책을 1년에 천권, 만권 읽은 사람일지라도 자기언어화나 행동에 부합시키지 못한다면 책 많이 읽었다고 호들갑 떠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것입니다.
효과적인 독서법의 4단계
1. 적자생존 - 현명한 사람은 쓸데없는 정보를 잘 지우고 필요한 정보만 잘 꺼내 쓴다. 중요한 정보는 메모를 하고 쓸데없는 정보는 바로 잊어버린다.
2, 접자생존 - 중요한 부분은 다시 찾기 쉽게 접는다.
3. 원서생존 - 여러 번 읽어 봐야 할 책은 원서위주로 본다. 편집자의 의도가 개입되지 않는 본래 작가의 책을 그대로 본다.
4, 삶고쪼려 - 80대 20이론을 독서에 적용한다. 중요한 건 책의 20%다.
5, 타산지석 - 내가 강사가 되어 타인을 가르치듯 독서하라!
6. 목적지향 - 책을 읽는 목적을 분명히 하라. 요즈음 독서의 목적은 문자 만들기다. 좋은 문장을 찾으려는 목적이 있으니 독서가 저절로 잘 된다.
독자 여러분의 독서법은 어떤가 생각해 보라.
맷데이먼의 시나리오이자 데뷔작 영화 <굿 윌 헌팅>에 나오는 에피소드처럼 “책 내용을 외우지 말고 너의 생각을 말해봐!”가 무엇보다 중요한 독서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독서는 읽는 게 아니라, 읽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련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독서를 단지 지식을 쌓는 것으로 여긴다면 독서의 깊은 맛을 못 본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내 것인 독서가 있었다면 그것은 지식 때문이 아니라 생각과 행동 때문이었을 것이다.
독서법의 다음 단계는 글쓰기다.
독서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된다. 읽고 생각하고 행동한 것이 쌓이고 쌓여서 정리가 되면 자신만의 글이 되는 것이다.
임길진의 글 쓰는 법
글을 쓴다는 건 공부 많이 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독서를 하고 생각이 깊어지고 그것을 글로 쓰고 다시 모으면 책이 되는 것이다. 한 번뿐인 인생에 자신의 책이 하나 생기는 것은 정말로 꼭 해봐야 될 일중 하나다. 다음은 임길진 선생이 제안하는 글쓰기의 원칙들이다. 글쓰기의 좋은 길잡이가 되는 지침이다.
임길진의 작문의 10대 원칙
1. 무엇을 왜 어떻게 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 먼저 고민하라.
2. 줄거리를 반드시 작성하라.
3. 핵심을 찌르라.
4. 주어와 동사를 분명히 하라.
5. 한 문장에는 하나의 아이디어만 담아라.
6.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은 연결하라.
7. 논리와 시제의 일관성을 유지하라.
8. 대안을 개발하여 글을 재검토하라.
9. 고치기를 주저하지 말라.
10. 글과 말에 대하여 책임을 져라.
임길진의 통신 비법
지금까지 임길진 선생의 독서법과 글 쓰는 법을 살펴보았다. 임길진 선생이 저자에게 가르쳐 준 사회생활 비법 중 또 하나가 남았다. 바로 통신방법이다.
이메일이 생활화 된 요즘 웬만한 업무 처리는 이메일로 주고받는다. 여기에도 좀 더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비법이 있다. 임길진 선생의 통신비법으로 이번 장을 마무리한다. 나의 부족함으로 인하여 임길진 선생이 왜곡되지 않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임길진의 통신 비법
1. 통신을 받으면 즉시 받았다고 회신한다.
2. 가능하면 즉시 문제를 처리한 내용이 있는 보고를 한다.
3. 내용이 있는 보고를 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 일단 수신했음을 단신한 후 추후 보고한다.
4. 모든 관계자에게 복사본을 보낸다.
5. 항목별로 하나씩 답변, 보고한다. 발신자의 원문을 삭제하지 않고 답신한다. 또는 발신자의 통신 요점을 요약하고 답신한다.
6. 6가지 서술원칙을 사용한다.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간략히. 불필요한 정보 삭제
7. 모든 중요한 업무가 처리 종결되었는지를 확인한다.
8. 통신을 종결하고 기록을 보관한다.
9. 필요하면 추후 보관된 기록을 사용한다.
+ 팁 마성만의 강의 비법
임길진 선생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저자는 그동안 수많은 독서와 강의를 통해 얻어진 경험을 보태 나름 사회 생활의 비법들을 생각해 왔다. 임길진 열전의 장을 빌어 잠시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는 강의 비법이다.
만일 자신이 강의를 하게 된다면 어디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 해야 할까?라는 물음부터 시작하자.
가장 중요한 점은, 글이든 말이든 일단은 상대방이 머릿속에 상상하며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 10가지 원칙을 유념해야 한다.
1. 단순성 - 쉬워야 먹힌다.
2. 간결성 - 적절성,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딱 적당한 언어 선택.
3. 신뢰성 - 브랜드의 정직성, 당신의 말이 곧 당신이다!
4. 일관성 - 주제에 대한 반복과 논리의 일관성.
5. 참신성 - 말도 싱싱해야 팔린다. 낡은 개념은 버리고 새로운 정의를 부여하라.
6 .리듬감 - 소리로 각인시켜라! "탁!아삭!펑!"
7. 흡인력 - 독려하고, 치켜세우고, 촉구하라!
8. 시각화 - 눈에 보이게 말하라. 상상하게 하라!
9. 상호반응 - 말을 부메랑처럼 던져라!
"오늘 어디 가고 싶어요?", "우유 있어요?"처럼 뜬금없어도 효과적이다.
10. 타당성 - 이유를 제시하라!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앞으로 계속 연제로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좋은 글이라고 해주시니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콘테츠로 보답하겠습니다.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 많습니다. 앞으로 더욱더 새기면서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