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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19년 4월 29일 월요일 오전 10:00
장 소 : 옹달샘도서관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인후1가)
참석자: 윤이현, 박예분, 권옥, 이창순, 주미라, 양현미, 서재희, 양은정, 곽정미, 성은경
동시먹는달팽이 반갑습니다. <전북동시읽는모임>은 사실 저희 잡지가 좌담회를 기획하면서 제일 먼저 섭외한 모임입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좌담회가 차일피일 미루어졌다가 이번에 이렇게 좌담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마련된 자리인 만큼 기대가 큽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저희 잡지의 황수대 주간님과 편집위원인 이옥근, 전병호 시인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모두 인사하시죠(인사). 먼저 박예분 선생님께서 <전북동시읽는모임>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좌담회는 저희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 경우 박예분 시인께서 같이 도와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예분 안녕하세요? 박예분입니다. 저희 <전북동시읽는모임>은 2005년에 발족을 했습니다. 한국동시문학회에서는 2004년부터 동시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 취지가 좋아서 한국동시문학회가 주관하는 ‘동시읽는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 지역의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윤이현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당시 자료를 찾아보니까 2005년 6월에 모임 광고를 내고, 2005년 7월 7일 10시에 전주인후문화의 집에서 첫모임을 했더군요. 당시 사진을 보니 어머니 열댓 분 정도가 오셨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저는 등단한 지 1년밖에 안 되어 윤이현 선생님께 지부장을 맡아달라고 부탁드리고, 저는 뒤에서 보조를 했습니다. 윤이현 선생님, 그 때 상황을 좀 말씀해 주세요.
윤이현 저는 76년에 등단해서 전북아동문학회 활동을 계속했지만, 다른 지역과 달리 전라북도에는 ‘동시읽는모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쉬움을 느끼던 중 박예분 선생님의 제안으로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얘기가 되어서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내놓을 만한 업적이나 실적은 없습니다만 동시를 읽고 동시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 가깝게 지내는 어머니들이 많이 계십니다.
동시먹는달팽이 그럼 <전북동시읽는모임>의 역사가 대략 15년 정도 되었네요. 그동안 모임을 운영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기억나는 것 몇 가지만 박예분 선생님께서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박예분 어머니들과 함께 동시를 읽으며 보낸 시간이 벌써 15년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아이를 임신해서 모임에 오시던 분의 아이가 지금 중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멀리 전주까지 오셨는데 제대로 된 정보를 드려야지 하는 마음에 어젯밤에 인터넷에 들어가서 자료를 찾아보니 그동안 재밌게 많이 놀았더군요. 해마다 전주시가 지원하는 전주평생학습한마당에 참가해서 동시집과 동시화를 전시하고, 작가에게 엽서 쓰기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전주시교육청과 전주평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지원한 사업에서 두 군데 초등학교를 찾아가 아이들과 함께 ‘동심의 씨앗을 나눠요’라는 프로그램으로 어린이들이 시집도 내고 전주덕진예술회관에서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또한, MBC 여성시대에서 2009년 4월부터 2014년까지 ‘책읽는라디오’ 코너에 출연해 동시집을 소개하고, MC들과 동시를 함께 읽고, 동시로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우리 삶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통방송에서도 동시로 우리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한국도서관협회 파견 작가로 활동하면서 최명희문학관에서 성인 프로그램 ‘잃어버린 동심을 찾아가세요’, ‘너의 동심, 나의 동심’(2010년)을 진행하며 동시의 저변을 확대했고, 동시를 쓴 작가들과 직접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동시먹는달팽이 박예분 선생님께서 건네주신 자료를 보니 지금 말씀하신 것 외에도 참 많은 일을 하셨네요. 전주한옥마을에서 한국동시문학회 문학기행과 동시읽는모임 전국대회를 개최하고, 매년 <가족과 함께하는 동시화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
박예분 네, 2010년 8월 28일~29일이었습니다. 전주에서 ‘동시문학 전국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당시 이상교 선생님이 한국동시문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었는데, 현장 답사를 위해 미리 임원진들과 폭우를 뚫고 전주에 다녀가셨고, 행사 첫날 한옥마을에 있는 동학혁명기념관에서 진행했는데, 신현득 선생님, 공재동 선생님을 비롯해서 전국에서 정말 많은 동시인들이 참여해주셔서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전주시민과 함께하는 동시낭송회’를 통해 전주한옥마을에 동시의 메아리가 울려 퍼진 그날, 행사장 앞에 쌍무지개가 떠서 그 기쁨은 배가 되었습니다. 전주시의 후원으로 학인당과 동락원에서 숙박을 했고, 경기전, 오목대 등 한옥마을의 문화유적을 답사하고, 전주의 대표음식인 비빔밥과 약밥을 시식하기도 했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동시화대회>는 2011년도에 이준관 시인이 한국동시문학회 회장직을 맡을 때 새로 만든 사업인데요, 동시 한편으로 가족 간의 유대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자는 취재에서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이 작가의 동시를 한 편 선정해서 4절 도화지에 동시를 옮겨 쓰고 그림을 그리거나 꾸며서 작품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누어서 전라북도교육감상을 대상으로 시상하고 있습니다. 수상 작품은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최명희문학관 뜰에서 2개월 정도 전시하고, 전주시립도서관을 통해 각 도서관 전시 및 기관이나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1년 동안 순회 전시를 합니다. 대회를 개최하고, 시상을 하고, 1년 동안 순회전시를 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전북지역 사람들이 다양한 동시화 작품을 감상하고, 시상식장에서 활짝 웃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전북동시읽는모임 회원들의 지원으로 올해 9회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동시먹는달팽이 최근 활발하게 작품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 가운데 전북 출신이 참 많은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전북동시읽는모임> 회원 분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말씀하실 때에는 꼭 성함을 먼저 얘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좌담회 내용을 정리할 때 어렵지 않더라고요.
권옥 저는 책놀이 전문강사 권옥입니다. 얼마 전에 <동시먹는달팽이> 봄호를 받아서 동아리 탐방 코너를 읽어봤는데요, 그분들은 이미 다 작가이고 약력이 화려해서 제가 이 자리에 나와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림책을 가지고 아이들과 좀 더 즐겁게 놀 수 있는 활동을 찾다가 책놀이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벌써 10년째 책놀이를 연구하고 보급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학교 선생님들과 엄마들에게 책놀이 연수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재미있는 동시를 실컷 맛볼 수 있도록 동시놀이를 만드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동시먹는달팽이 네, 그렇군요. 아이들이 동시로 놀이처럼 신나게 노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다음 선생님 소개해 주시죠.
이창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아동복지교사 이창순입니다. 저도 예전에 독서지도사 공부를 하고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책을 오랫동안 같이 읽었습니다.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니 아이들이 자기 마음을 나타내는데 많이 서툴고, 힘들어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마음을 쉽게 끌어 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부터 내 마음을 한번 끄집어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동시창작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하면할수록 동시를 쓰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동시먹는달팽이 다음 선생님 소개해 주시죠.
주미라 저는 주미라입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고 싶어 동화구연을 배웠고요. 운 좋게도 바로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책이나 동시집을 가지고 수업을 하다 보니 저도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러다가 박예분 선생님을 만나 동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또 자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들은 것을 소재로 동시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양현미 안녕하세요? 책놀이와 생태강사로 활동하는 양현미입니다.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다보니 양현미를 “야, 현미야.”라고 장난스럽게 부르기도 합니다. 제가 동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 육아나 주위 환경에 약간 힘들고 지쳤을 즈음인 것 같습니다. 어느 뜨거운 날 유모차를 끌고 밖에 나갔다가 작은 도서관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거기서 그림책 『강아지 똥』과 동시들을 읽고 나서 삶의 희망을 봤던 거 같아요. 그 뒤 권옥 선생님의 제자인 장영옥 선생님께 동화구연을 배우고, 권옥 선생님께 책놀이를 배우고, 박예분 선생님께 동시를 배웠습니다. 그땐 동시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께서 아이들과 활동할 수 있는 법을 알려주셔서 그대로 해봤습니다. 즉, 비가 오는 날 아이와 같이 장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서 첨벙첨벙 놀다가 딸과 아들이 하는 말을 그냥 받아 적었더니 그게 한편의 동시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동시읽는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동시 창작반까지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박예분 오랫동안 동시를 읽기만 하다가 직접 동시를 써보니 어떤가요?
양현미 시를 쓰고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수준이 높아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예분 선생님하고 공부하면서 느낀 게 뭐냐면, 내가 느낀 것이나 내 아이가 느낀 것을 그냥 편안하게 적으면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실제로 마음을 놓고 쓰다 보니 이렇게 시집까지 내게 되었고요. 저희 아파트에 어울림도서관이 있는데, 그 도서관에서 관장 일을 하면서 동시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동시먹는달팽이 그렇군요. 올해 권옥, 양현미, 이창순, 주미라 선생님이 쓴 동시집이 출간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아까 받은 동시집 맞지요?
박예분 네, 4인 동시집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청개구리, 2019) 입니다. 그동안 공들여 쓴 작품들을 모아서 출간했습니다. 네 분이 모두 아이들의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아이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동시집입니다.
동시먹는달팽이 그렇군요.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모두 박수) 다음 선생님 소개해 주시죠.
박예분 서재희 선생님입니다. 제가 여기 옹달샘도서관에 강의하러 와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네···, 어서 오세요. 아이 둘을 유치원에 보내 놓고 순창에서 오는 양은정 선생님입니다. 멀리서 왔습니다.(모두 박수)
동시먹는달팽이 서재희 선생님 소개하고 있는데, 양은정 선생님이 방금 오셨네요.
양은정 네, 멀어서 좀 늦었네요.
윤이현 박수 한 번 더 드려야겠네.
동시먹는달팽이 허허허, 그럼 다시 서재희 선생님 소개 말씀 듣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희’자는 ‘기쁠 희’자 인가요?
서재희 아니요. 아름다울 ‘희’.
동시먹는 달팽이 서재희 선생님, 처음에 동시를 접했을 때 마음이 어땠나요?
서재희 박예분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저는 옹달샘도서관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동시를 접했습니다. 아이가 여섯 살이었죠. 2013년도였어요. 우연히 동시에 대한 프로그램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신청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됐어요. 선생님이 2013년이라고 하니까, 벌써 그렇게 오래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예분 네. 그때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했더라고요.
서재희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줬지만, 정작 나 자신을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지 못하던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그냥 가볍게 독서를 하는 마음으로 동시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열정적인 선생님을 만나서 그만 푹 빠진 거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하나라도 뭔가 더 해주고 싶어 하시는 모습이 좋아서 지금까지 쭉 연결이 돼서 이 자리에 있게 되었습니다.
박예분 서재희 선생님은 “저는 창작은 안합니다. 읽기만 합니다.”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동시먹는달팽이 실제로 습작은 안 하세요?
서재희 네, 동시는 그냥 가볍게 필사 정도이고, 아이의 모습을 글로 스케치하고 있습니다.
동시먹는달팽이 그러시군요. 다음 선생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곽정미 곽정미입니다. 저는 딸만 셋이 있는데, 애들 키우느라 힘들게 살다가 마음먹고 1년 동안 독서지도사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그거 가지고는 안 되겠더라고요. 애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게 진짜 많더라고요. 동화도, 연극도, 시도 좀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애들 마음을 알아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어요. 독서지도사를 하려면 더 공부해야할 것 같아서 모임에 들어갔는데, 진짜 박예분 선생님 열정이 너무너무 거시기 한 겁니다.
박예분 거시기. 열정. 거시기. (모두 웃음)
곽정미 저는 박예분 선생님을 만나면서 마음에 힐링이 되었습니다. 저희들이 어릴 때는 동네 사람들이 아이를 다 돌봐줬는데, 요즘 애들은 아파트에 딱 갇혀 지내는 상황입니다. 무서워서 함부로 문도 안 열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데, 우리 애들만은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동시를 읽다보면 옛날 생각이 나더라고요. 글은 못 쓰지만 세상을 예쁘게 보고 싶어서 좋은 동시를 골라서 옮겨 쓰곤 했습니다. 제가 윤이현 선생님 시를 필사했는데, 어릴 때 순수했던 마음이 생각났습니다.
박예분 어떤 작품이에요?
곽정미 「가을하늘」을 썼어요.
박예분 아, 「가을하늘」. 명작이죠.
곽정미 펜을 갖고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는데, 이 동시를 읽으면서 딱 그런 생각이 나더라고요. 한번 읽어봐 주시지요.
박예분 「가을 하늘」 낭송(모두 박수)
전병호 교과서에 10년 넘게 실렸죠.
윤이현 70년, 80년대까지......
동시먹는달팽이 이런 말이 있어요. 시를 읽는 시인, 시를 쓰는 시인, 시를 평하는 시인. 모두 다 시인이다.
박예분 여기 다 모였네요. 그리고 제일 많이 기다린 선생님. 자기소개 해주세요.
성은경 네, 저는 성은경이구요. 지금 초등교사인데 아이들이 어려서 육아휴직 중이에요. 인후비전도서관에서 박예분 선생님이 진행했던 프로그램 중에 60대~80대 어르신들이 살아온 얘기를 시로, 동시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이 있었거든요. 저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동시를 지도하니까 ‘아, 나도 한번 들어보고 싶다’ 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동시 지도할 때 교과서에 나와 있는 동시는 참 좋은데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어떻게 해야 될까 참 막막하더라고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살아왔던 이야기들을 술술술 말할 때, 박예분 선생님께서 그것을 정리해서 바로 옮겨 적으니까 시가 되더라고요. 아, 아이들도 자기들의 생활을 그냥 쓰기만 하면 되는구나. 거기에 직유, 은유가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구나. 거기서 깨달았어요. 그래서 박예분 선생님께 더 배우고 싶어서 모임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동시먹는달팽이 순창에서 온 양은정 선생님, 본인 소개해 주세요.
양은정 저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립니다. 지금 3살, 6살 아이가 있어서 쉬고 있습니다. 미술관과 도서관 수업을 많이 했고, 현재 그림책을 쓰고 있는데, 가지가 너무 많으니까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어요. 시 창작은 2007년에 시작해서 벌써 12년이 되었고, 대학원에서도 시를 공부했습니다. 박예분 선생님이 순창 도서관에서 ‘동시로 우리아이 마음읽기’ 수업할 때 인연을 맺었는데, 시간이 흐르긴 많이 흐른 거 같습니다.
박예분 그 때가 언제였죠? 선생님 결혼하기 전이죠?
양은정 네. 2012년도에 만났어요.
양은정 네, 선생님이 공공도서관에 수업하러 오셨어요.
박예분 그때 양은정은 아이들과 함께 동시를 선정해서 그림을 그리고 전시도 하더라고요. 저한테 동시에 관심이 많고,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넌지시 상담을 해서 한번 도전해보라고 했지요. 그런데 멀리 떨어져 살아서 전주에 오가기도 힘들었고, 당시 양은정 선생님이 바로 결혼을 해서 쓰는 일이 자꾸만 미뤄졌지요. 그렇지만 양은정 선생님은 ‘제1회 가족과 함께하는 동시화 대회’ 때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순창에 있는 어린이들의 작품을 다 모아서 응모해주셨어요.
양은정 제가 임신했을 때였는데, 순창에 사는 가족들이 꾸민 동시화 작품을 모아서 고속버스 편으로 보내면, 박예분 선생님이 전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찾아서 접수하고 그랬습니다.
박예분 양은정 선생님은 순창에서 동심 나누는 일에 늘 앞장섰어요. 교육청, 도서관을 통해서 학교에 수업을 많이 나가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동시도 얼른 써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면 좋겠다고 말했지요. 지금은 섬진강미술관에서 박남재 화백을 모시고 그림을 그리고 있고. 글도 쓰고 있습니다. 사실은 십여 년 동안 꾸준히 써 온 동시를 다듬어서 얼마 전에 출판사에 넘긴 상태입니다. 그래서 양은정 선생님 첫 동시집도 나올 거예요. (모두 박수)
동시먹는달팽이 지금부터 <전북동시읽는모임> 회원들은 어떤 동시를 좋아하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한번 쭉 돌아가면서 편하게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어떤 동시를 읽으면서 너무 좋았다. 이렇게......
권옥 저는 문삼석 선생님의 「그냥」이라는 동시를 통해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왜냐면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누가 물어보면 ‘그냥’ 하고 대답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문삼석 선생님의 「그냥」을 보니까 제가 평소 말했던 ‘그냥’이라는 말에 너무나 좋은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이라는 단어를 다시 보게 됐어요. 지금은 당당하게 그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그냥」은 작은 액자로 만들어서 제 컴퓨터 옆에 두고 있습니다. 오래 되어서 색이 바라면 다시 시를 갈아 끼웁니다.
이창순 저는 이원수 선생님의 「겨울 물오리」를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늘 흥얼거려서인지 모르지만, 그 시절 놀았던 사진들이 선명하게 떠오르면서 어느새 제가 거기에 가 있는 거예요. 그리고 춥지만 괜찮다는 내용이잖아요. 어렵고 힘들 때, 그 물오리들처럼 우리 함께 같이 이겨나가자 하면서 극복하는 힘도 얻었어요. 당시에는 친구들과 언제까지나 함께 놀 줄 알았는데, 어느새 각자의 일터에서 바쁜 삶을 살면서 서로 보지 못하는 때가 많더라고요. 그렇지만 그 동시를 읽으면 또 어느새 그 친구들이랑 함께 있는 거예요. 그래서 「겨울 물오리」는 항상 저를 동심의 자리로, 어른에서 어린이로 데려다 놓는 것 같아요.
동시먹는달팽이 박수 쳐야죠.(모두 박수)
주미라 저는 이준관 선생님의 「길을 가다」라는 시인데요. 제가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갖는 그런 어른이 됐으면 좋겠고,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따뜻한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서재희 저는 아이하고 주고받을 수 있는 간결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하나를 소개하자면 이준관 선생님의 「별 하나」입니다. 이 시의 마지막 연에 초인종을 가만히 누르고 싶었다는 구절이 있잖아요. 이 시를 읽고 나서는 밤에 별을 보며 아이와 같이 초인종을 누르곤 했던 경험이 있어요.
곽정미 아까 그거 하고......
동시먹는달팽이 아, 윤이현 선생님의 「가을하늘」말인가요?
곽정미 네. 그리고 문삼석 선생님의 「그냥」. 이준관 선생님의 「길을 가다」도 좋아요.
양은정 박예분 선생님의 「솟대」와 전병호 선생님의 「손」 도 기억에 남아요.
동시먹는달팽이 박예분 선생님, 선생님의 「솟대」도 좋아하신다네요.
박예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솟대」 당선된 걸 보고, 양은정 선생님도 꼭 이런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대요. 저를 만나면 늘 그랬어요. 입버릇처럼.
동시먹는달팽이 그랬군요, 다음 선생님 소개해 주시죠.
양현미 저는 문삼석 시인의 「그냥」하고 이준관 시인의 「별 하나」는 넘어가겠습니다. 제 아이가 동시화 그리기 대회에서 윤이현 선생님의 「노랑나비 한 마리」로 교육감상을 받았는데, 나비를 꽃잎으로 표현한 것이 잘 어울리고 서정적이어서 이 동시를 좋아하고요. 박예분 선생님의 「엄마의 지갑에는」이라는 시도 좋아합니다. 지갑이란, 돈을 넣는 것인데 흔히 가족사진을 넣어두고 힘들 때 그 사진을 보면서 힘을 얻고 그러잖아요? 「엄마의 지갑에는」에 담긴 그런 이미지가 너무 좋아서 남편 지갑에도 제 사진을 넣어 주었습니다.
박예분 그럼, 양현미 선생님 지갑에는 남편 사진도 있나요?
양현미 제 지갑에 남편 사진을 넣어 놨었는데 지갑을 바꾸면서 제 사진을 넣었어요. 그리고 서울에 갔을 때 지하철에서 전병호 선생님의 「모과」를 보았는데, 봉지에 담아도 모과 향기가 새어나온다는 그 발상이 재미있었습니다.
윤이현 모과. 참 그거 명작!
성은경 저는 새로 출간된 동시집인데, 오은영 시인의 『수학파이』라는 동시집에 나오는 시가 좋았습니다. 「태양의 고도」라는 시인데, 제가 한번 읽어볼게요. ”엄마 부탁이야//엄마가 너무 가까이서/우리 행동 하나하나 들여다보며/손 씻어!/밥 흘리지 마!/공부해!/뜨겁게 잔소리 해대면/우리 마음은/ 새까맣게 타버리고 말아. (이하 생략)
동시먹는달팽이 시 제목이?
성은경 「태양의 고도」.
권옥 <동시 먹는 달팽이> 카페에 보면 내가 읽은 시를 한 편씩 올려 주시잖아요? 여기 오기 전에 한 번 들어가서 봤는데, 이옥근 선생님의 「횡단보도에 갇힌 할머니」가 있더군요. 저도 무릎이 아프니까. 그리고 친정 부모님이 계속 병원에 계셔서 매주 양쪽 분을 모시다 보니까. 횡단보도에 꼼짝없이 갇혀버린 할머니가 어찌나 먹먹한 감동을 주던지......
박예분 한번 들려주세요.
권옥 아휴, 제가 못 읽어요.
박예분 눈물 나서 못 읽는데요. 양현미 선생님이 읽어주세요.
양현미 (낭송)
박예분 엊그제도 「계단」이라는 시를 읽고 다들 울었는데.
윤이현 눈물 나게 쓰면 안 돼. 웃게 써야지.
박예분 아니에요. 치료예요. 눈물 치료도 필요해요. 하하.
이옥근 여수 가면 시청에서 가까운 ‘쌍봉사거리’라고 있거든요. 거기서 본 장면 그대로입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신호가 짧아 길을 건너던 할머니가 중간에 가서 멈춰버리더라고요. 불안하잖아요. 아, 이거 시가 되겠는데 해서 쓴 동시입니다.
박예분 조귀연 선생님 다시 오셨어요. 얼른 와요. 자기소개 해야 돼요. 오늘 아이 학교 운동회날이라 옆에 있는 학교에 잠깐 참석하고 부랴부랴 다시 오셨네요. 이 자리에 직장에 다니는 회원 몇 분만 참석을 못하고 참석할 분은 다 오신 것 같네요.
조귀연 안녕하세요. 조귀연입니다. 옹달샘 동시모임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제일 어리다는 이유로 제가 회장을 맡았습니다.
동시먹는달팽이 처음 동시를 접했을 때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조귀연 너무 어려운데.....
동시먹는달팽이 그냥 편하게 이 모임과의 만남을 통해서 동시에 관해 깨달은 것을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조귀연 아, 제가 이 모임을 알게 된 것은 다자녀 엄마로 한참 육아 때문에 피폐해져 있을 무렵입니다. 도서관에 왔더니 전에 계셨던 사서 선생님이 “여기 도서관에서 동시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한다”고 정보를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어서 사양하다가 일단 참여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3개월 코스였을 거예요. 그때 박예분 선생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선생님은 자기가 왜 동시를 쓰게 됐는지 말씀하셨습니다. 같이 참여한 엄마들이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는데, 동시와 삶을 얘기하면서 울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선생님께서 좋은 동시를 뽑아서 알려주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동시를 접하게 된 거 같아요. 사실 그전까지는 동시를 읽지 않았어요. 학교 다닐 때는 시험공부를 해야 하니까 당연히 교과중심으로만 공부했고, 20대에는 당연히 동시를 안 봤고. 어른이 돼서도 도서관에서 책 빌려볼 때 소설책이나 이런 걸 봤지 동시는 안 읽었어요. 또 아이들이 생겼을 때 동화책을 보고. 동시집은 진짜 볼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박예분 선생님을 만나서 모임을 하다보니까 제가 동시집을 들여다보고, 동시집 구입도 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집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책이에요.
동시먹는달팽이 가장 인상 깊은 시 한편만 소개해 주세요.
조귀연 박예분 선생님의 「매미 허물」.
박예분 이 자리에 나온다고 제 동시를 선택한 거 같아요. 하하, 패스 해주세요.
동시먹는달팽이 다른 선생님 시는 뭐가 있어요.
조귀연 다른 분 거는 김용택 시인의 「콩 너는 죽었다」를 좋아합니다. 다른 동시도 엄청 많은데, 저는 그냥 이게 좋아요. 우선 김용택 시인의 책 가운데 이 제목이 있어서 읽어봤더니 재미있더라고요. 저는 너무 깊은 의미가 있는 어려운 동시 이런 거 안 좋아합니다. 제 수준에서 생각할 수 있고 재미있는 동시를 좋아합니다. 제 수준에서 이 동시가 좋아 뽑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이옥근 선생님 동시 「고양이와 햇살」로 제7회 동시화대회에서 교육감상을 받았습니다. 집에서 고양이 ‘찡꼬’를 키우고 있는데, 아이들이 선생님 동시에 고양이가 나오고 좋다고 해서 동시화 작품을 응모했지요.
동시먹는달팽이 그렇군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예정된 시간이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오늘 전주에 와서 <전북동시읽는모임> 선생님들을 뵙고 느낀 것이 참 많습니다. 동시를 창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동시를 읽고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이현 선생님께서 마무리 말씀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윤이현 오늘 좌담회를 위해 전주까지 와주신 한국동시문학회 전 회장인 우리 전병호 선생님 말씀 한번 듣고 가는 것이 좋을 거 같습니다.
전병호 전주하면 윤이현 선생님이 계시고, 박예분 선생님도 계시고, 동시 읽는 모임도 있고. 특히 <전북동시읽는모임>은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점 항상 감사드립니다. 동시의 특징이 어린 아이도 고개를 끄덕이고, 옛날에 글씨만 겨우 아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입니다. 동시의 주된 독자가 아이들이기는 하지만 그 점을 잘 활용하면 전 국민이 독자가 될 수 있는 가장 폭 넓은 문학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까 진짜 삶과 같이 하는 글을 쓰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습작과정을 거치고, 문예창작과를 거쳐서 기교가 세련된 글을 쓰는 분들도 있지만, 그런 것보다는 진짜 내가 읽고 감동해서 눈물이 핑 도는 그런 글이 더 소중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짜 15년이 되도록 이렇게 동시의 저변확대와 동시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동시 읽는 어머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모두 박수)
윤이현 무엇보다 이렇게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한국의 동시문학을 사랑하는 분들께서 여기 오셔서 자리를 더욱 빛나게 해주셨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한국아동문학의 발전을 위해 돈벌이도 안 되는 잡지를 만드느라 애쓰시는 <동시먹는 달팽이>의 편집위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동시먹는달팽이 그럼 이것으로 오늘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을 내주시고 유익한 말씀을 해주신 여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전북동시읽는모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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