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2코스-3(20210123)
중리 맛집거리-중리 바닷가-절영 해안산책로-남항호안해상조망로
1. 절영 해안 산책로를 따라가는 풍경
(2부에서 이어짐)
중리 바닷가로 내려서니 오후 3시 16분, 남포역 2번 출구에서 산악회 버스가 오후 5시에 서울로 출발한다고 했으니 1시간 40분 안에 남포역 2번 출구에 도착해야 한다. 과연 해안 산책로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사진도 찍으면서 내 주력으로 그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 “영도는 예로부터 말 사육장으로 유명하여 목도(牧島)라 부르기도 하였다. 또 이곳에서 사육된 명마가 빨리 달려 그림자조차 볼 수 없다 하여 절영도(絶影島)라고 불렸다.” 말의 섬, 영도에 왔으니 말처럼 달리면서 풍경을 감상하자.
왼쪽 중리산 기슭에 자리한 영도해녀 문화전시관과 감지해변 산책로 입구로 이어지는 산모롱이 그리고 바다로 뻗은 중리항 방파제에 세워진 홍등대를 확인하고, 절영 해안 산책로(絶影海岸散策路)에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절영 해안 산책로는 “영도 해안 산책로에 속해 있는 3㎞의 해안 길로서, 반도보라아파트-흰여울해안터널-대마도전망대-절영전망대-태평양전망대-중리바닷가-영도해녀 문화전시관-감지해변 산책로 입구로 이어진다.” 나는 중리바닷가에서 시작하여 거꾸로 시작점인 반도보라아파트를 향하여 출발한다. 부산해양경찰서 중리출장소와 중리 노을전망대 아래를 지나 중리해변 입구라 쓰인 이정목에서 뒤돌아보면 중리바닷가와 감지해변 산책로로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배들이 바다에서 움직임도 없이 머물고 있는 묘박지(錨泊地) 풍경이 들어온다. 봉래산 정상에서도 이 풍경을 보았다. 어떤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묘박지는 배들이 잠시 닻을 내리고 머무는 곳이다. 이곳은 부산 남항 외항의 묘박지(錨泊地)로서, 부산항에 들어오는 화물선이나 원양어선, 선박 수리나 급유를 위해 찾아오는 선박들이 닻을 내리고 잠시 머물고 있는 풍경이다. 하루 평균 70~80척이 머물고 있으며, 일거리가 없어 장기 대기 중인 빈 배들도 있으며, 조류의 흐름에 따라 닻을 내린 탓에 뱃머리가 일정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한다. 배들이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는 풍경은 평화와 안식의 풍경 같다. 누가 저 풍경을 묘지의 풍경이라 이르는가? 입항하거나 다시 출항할 배들의 휴식 풍경이 어찌 죽음의 공간일까? 활력을 보충해 활기차게 떠나가기 위한 충전의 공간으로 더없이 평안해 보인다. 정중동(靜中動)의 저 풍경이 아름답게 반짝인다. 나는 말처럼 달리며 풍경을 스치고 있다.
태평양전망대에서는 해안로의 85광장(1985년에 세워진 광장)으로 올라가 볼 수 있지만 그냥 내뺀다. 산책로 아래 바위에서 홀로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이 얼마나 여유로운가? 그에게 박수를 보낼 마음의 여유가 없다. 해안산책로는 가파른 곳에 계단을 설치하고 위태해 보이는 산모롱이에도 길을 내서 돌아서 간다. 위험한 계단을 오르내리고, 산벼랑에 설치한 잔도(棧道)를 걷는 느낌을 받으며 산모롱이를 굽이돈다. 뒤돌아보면 중리 바닷가, 해녀문화전시관, 중리산, 주전자섬이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며 눈짓한다. “다음에 만날 때는 여유롭게 사랑을 나눌 충분한 시간을 함께 누려요.” 그들의 소리를 귀에 흘리며 나는 달아난다.
절영전망대의 75광장과 목장원으로 올라간다는 이정목을 일별하며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니 노래미낚시터가 나온다. 이곳이 노래미들이 많은 바다인가 보군. 방금 전 그 강태공은 노래미를 얼마나 낚았을까? 그는 고기를 낚는다는 명분으로 시간을 낚아 올리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일까? 자줏빛 바닥에 노란 밧줄 색채가 유난히 반짝이는 출렁다리를 출렁출렁 뛰어 건넜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52km 거리의 대마도가 수평선에서 한눈에 들어온다는 대마도전망대에서 숨을 골랐다. “아무렴, 절영마도 달리는 시간과 휴식시간이 있는 법, 힘차게 달려왔으니 잠시 풍경을 감상하자. 그런데 날씨가 흐려 대마도는 고사하고 주변의 풍경도 선명하지 않네.” 이곳에서는 서쪽을 중심으로 동과 북이 열려서 전망대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동남쪽으로는 태종산 앞의 주전자 섬이 외로이 떠있다. 북쪽으로는 남항대교와 송도해수욕장 그리고 그 뒤 장군산-진정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송도 해안을 감싸준다. 서쪽 바다 저편으로 암남공원과 동섬을 이어주는 용궁구름다리 그리고 두도(豆島)가 들어온다. 지난해 가을, 자갈치시장을 거쳐 해안로를 따라 송도해수욕장, 암남공원, 용궁구름다리, 두도 전망대를 걸은 추억이 눈앞에 나타난다. 百聞不如一見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러기에 지금 그 위치가 분명히 확인되고 그 모습이 확연히 보이는 것이다. 묘박지에 정박한 배들의 풍경이 이렇게 평화롭게 보일 수가 없다. 미동도 없이 잠들어 있는 배들, 저 배들이 깨어나 뱃고동을 울리며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하늘전망대 오르는 위치에 세워진 이정목에 이르러 그곳에 오르지 않고 위쪽을 올려보니 원형의 유리시설물이 보인다. 무지개계단도 오르지 않고 지나서 오른쪽에 낙석방지 철조망이 설치된 길게 뻗은 해안로가 이어지는데, 파도광장이 바로 앞에 그리고 남항대교와 천마산이 눈앞에 가까이 다가선다. 365계단 이정목을 지나면 해녀촌, 영업 중이었다. “이곳에서 싱싱한 회에 소주 몇 잔을 걸치면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환상할 텐데, 그냥 스쳐가야 하니 비통하구나.“ 해녀촌에서 파도광장과 흰여울 해안터널은 이웃해 있다.
명마가 되지 못하여 지쳤다. 터벅터벅 파도광장을 횡단하여 흰여울 해안터널로 들어간다. 색채 불빛이 번쩍거리는 터널 내부가 휘황찬란하다. 현실에서 벗어나 꿈의 세계로 들어온 듯 몽환에 잠긴다. 청춘의 시절로 돌아가 몸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든다. 휘황찬란한 불빛에 빛나는 조형물이 환상적이다. 짧은 몽환의 공간을 빠져나오니 북쪽에 솟은 천마산이 현실적 의지를 다그친다. “지금 시각이 몇 시지? 제한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겠어?”
파란 바다색으로 칠한 산책로에서 다시 힘을 추스른다. “1시간 정도가 남았으니, 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겠어요. 힘을 내겠습니다.” 곧이어 모자이크 타일 벽화들이 병풍처럼 펼쳐진 곳이 나온다. 벽화의 문양과 주제가 밝다. 제목이 ‘홍등대와 야경’인 타일벽화에서 등대의 불빛과 달빛 그리고 별빛이 검은 어선을 인도한다. ‘절영도의 명마’ 벽화 작품은 달리는 말과 휴식하는 말이 함께 표현되었다. 명마는 무조건 달려야만 할까? 명마가 명마인 것은 달릴 때와 쉴 때를 구분할 줄 알고 달려야 할 때 전력으로 질주하여 천리마가 되기 때문이다. 그림자가 끊어져 보일 정도로 달리는 절영마의 모습은 전력 질주할 때이다.
모자이크 타일벽화를 지나 드디어 절영 해안 산책로 시작점에 도착했다. 앞에는 영선 반도보라아파트가 우뚝하다. 중리 바닷가에서 예까지 40분 정도가 걸렸다. 그러면 1시간의 여유가 있다. 과연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것이니 걸리는 시간을 측량할 수 없다. 요소마다 설치된 이정목에는 거리 표시가 거의 되어 있지 않아 걸리는 시간을 가늠할 수 없어 마음은 불안하다. 절영 해안 산책로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서 앞서가는 산악회 여성회원 두 사람을 발견했다. 불안감이 봄눈 녹듯 사라진다. “이제 제한시간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 동행하면 되니까.“
남항호안 해상 조망로에 올라섰다. 걸어온 절영 해안 산책로의 흰여울 해안터널로부터 모자이크 타일벽화 지점까지의 직선길이 시원하다. 이 산책로와 바다를 굽어보는 봉래산이 영도의 수호신(守護神)처럼 보인다. 수호신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봉래산 아래 마을에 살고 있다. 이 마을이 흰여울 문화마을이다. 봉래산 기슭에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바다로 굽이쳐 내림으로써 마치 흰 눈이 내리는 듯 빠른 물살의 모습과 같다 하여 흰여울 길이고, 흰여울 마을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 마을 이름에 ‘문화-’를 삽입하여 역사적 가치를 부여하였다.
여유를 찾아 조금만 지체해도 회원님들이 어느새 멀리 앞서서 간다. 직선의 남항호안 전망로인지라 앞서간 님들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며 이 풍경과 저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남항대교 아래를 지나고 있으니 건너편 풍경이 정답게 추억을 이야기한다. 지난 가을 충무동 새벽시장을 지나 부산공동어시장 옆 해안 넓은 공터에서 이쪽을 바라보면서 점심을 먹었었다. 그때의 풍경 조망이 떠오른다. 남부민방파제와 백등대, 남항대교, 건너편 남항동 방파제와 홍등대 그리고 의젓한 봉래산이 파란 하늘과 바다와 함께 조화를 이룬 그때의 풍경이 가슴에 깊이 새겨져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지금 이곳을 걸으며 지난 가을의 저곳을 추억하며 감회에 젖는다. 자갈치시장, 새벽시장, 남부민방파제, 등대, 공동어시장, 그 방향 그 위치로 자꾸 눈길이 간다. 또 어느 날엔가 저 풍경 속에서 이곳을 걸어간 추억을 회상하겠지.
호안 남쪽을 걸으면서 바라보니, 서북쪽의 천마산은 남항을, 동북쪽의 구덕산은 부산항(북항)을 각각 에워싸고 부산을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호안 전망로 끝으로 갔다. 남항 북쪽의 자갈치시장 갈매기 조형물과 부산의 랜드 마크 용두산 새하얀 부산타워가 사랑스럽게 또 우뚝하게 애정을 준다. 호안 전망로에서 내려서는 두 수호신이 브릿지테마공원을 빠져나가 남항서로로 나선다. 그들을 놓칠까 두려워 남항서로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4부로 이어짐)
2. 걸은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