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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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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저녁 뭐해먹지 ^^* 스크랩 바가 오면 생각나는 친정엄마표 칼국수
minbin 추천 0 조회 79 08.03.24 16:2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비가오면 유난히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어릴 적 어머니가 손수 반죽을 해 밀대로 밀어 만들어주던 칼국수 맛을 떠올리게 한다.
나 어릴 적 어머니는 초여름이면 점심 별식으로 칼국수를 만들어 주었다. 어머니가 큼지막한 함지박에 밀가루를 넉넉하게 담고 콩가루와 소금을 넣어 공들여 차지게 반죽을 치대는 날엔 어김없이 칼국수 잔치가 벌어졌다.
나는 커다란 도마 위에 반죽을 떼어 박달나무 밀대로 얇게 밀어서 날밀가루를 조금씩 뿌려가며 말아 가늘게 써는 어머니를 지켜보는 것이 좋았다. 칼국수를 먹을 생각에 입 안 가득 침이 고이는 설레임 때문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칼로 나무 도마 위에 올려 놓은 칼국수 반죽을 일정한 간격으로 자를 때마다 들리는 소리가 마치 타악기연주처럼 들려서다.
딱딱탁탁 딱딱탁탁… 칼국수 자르는 유쾌한 소리를 들으면서 맛있는 칼국수를 기다리는 즐거움이란 그 시절 내가 누린 소박한 행복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내 눈에는 어머니가 칼국수를 써는 모습이 마치 난타공연(?) 정도로 느껴졌던 모양이다
어머니의 맛있는 공연에 심취해 있다 보면 어김없이 동네 아주머니들이 하나 둘씩 마당으로 들어섰다. 그 시절엔 칼국수만 밀어도 이웃 아낙네들을 불러 웃음꽃 피워가며 함께 나눠 먹는 온정이 있었다.
어머니는 미리 준비해둔 육수에다 텃밭에서 갓 따온 애호박과 야채와 함께 국수를 넣어 포르르 끓어오르면 큰 대접에 칼국수를 담고 달걀지단과 표고버섯 나물을 고명으로 얹어냈다. 물론 친정엄마표 칼국수 맛은 항상 최고였다. 이제 푸드 칼럼니스트가 돼 일부러 장안에 내로라하는 칼국수 맛집을 가보아도 잊을 수 없는 그 맛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제 어머니의 손 맛 담긴 칼국수는 나만의 손 맛으로 이어져 식탁에 오른다. 어머니의 솜씨를 눈여겨보다가 자연스럽게 체득한 맛내기 비법 덕에 칼국수 맛은 자부할만하다.
그런데 도무지 흉내내지 못하는 맛이 있다. 팥칼국수는 어머니 솜씨가 아니면 제 맛이 안난다. 팥죽이 추운 겨울 동지에 먹는 시식이라면, 팥칼국수는 여름철에 이열치열 땀흘리며 먹던 온면이다. 경상도가 고향인 남편은 팥칼국수가 생소하다는 걸 보면 아마 전라도 지역에서 즐겨 먹던 음식인 모양이다.
달착지근하고 담박한 팥국물이 그 맛을 더하는 환상의 팥칼국수! 설탕을 적당량 가미하고 한 젓갈 뜨면 붉게 물든 쫄깃한 면발이 팥물을 튕기며 따라 올라오고, 뜨끈한 팥국물을 그릇째 들고 마시는 그 맛이란. 감동의 물결이다.
문득문득 생각나는 팥칼국수를 찾아 각종 매스컴에 오르내린 유명한 맛집에 들렀다가 실망 하고 돌아선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어릴 적 먹던 팥칼국수 맛을 찾을려면 역시 어머니의 손맛을 전수받는 수밖에.
“팥칼국수는 팥물을 내는 것부터 중요해. 우선 좋은 국산팥이 있어야지. 붉은팥에 물을 충분히 부어 한소끔 끓여내고, 그런 다음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부어 팥이 터질 때까지 푹 삶아. 이렇게 해야 팥의 떫은 맛이 없어지거든. 여기에 소금을 넣고 으깨어 고운 체에 삶은 팥을 걸러내고, 웃물을 먼저 솥에 붓고 오랫동안 끓인 후 빛깔이 고와지면 나머지 앙금을 넣고 저으면서 다시 끓여야 돼. 여기에다 미리 밀어놓은 칼국수 면발을 넣어 끓이면 돼”
어머니가 들려준 팥칼국수 만드는 법이다. 역시 공력이 여간이 아니다. 밀가루 반죽을 밀어 칼국수를 만드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팥물을 내는 일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아~ 결국 언제 날 잡아 어머니께 팥칼국수를 만들어 먹자고 조르는 수 밖에.


나는 팥칼국수 만들기는 엄두도 못 내지만 칼국수만큼은 직접 만들어 먹는 편이다. 유난히 입맛 까다로운 남편의 식성을 맞추려면 육수를 만들고 정성껏 밀가루 반죽을 해 칼국수를 끓여 내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일부러 칼국수 맛집을 찾아가기도 한다. 각양각색으로 이름 지어진 칼국수 종류만 해도 참 많기도 하다. 사골 칼국수, 닭칼국수, 바지락칼국수, 멸치칼국수, 된장칼국수, 해물칼국수, 버섯칼국수, 심지어는 항아리칼국수까지.
그런데 칼국수를 먹다 보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칼국수 면발이 문제다. 칼국수의 생명은 국물맛이 아니다. 칼국수의 본질은 면발에 있는데 손칼국수라고 자랑하는 맛집 조차 기계로 눌러서 뺀 면을 내놓곤 한다. 손맛, 정성, 사랑, 땀, 이력이 들어간 칼국수 면발이라야 제 맛을 내는데 말이다.
내가 만드는 우리집표 칼국수 레시피는 이렇다. 먼저 칼국수 국물을 내는데 주로 멸치나 바지락으로 국물을 낸다. 찬물에 멸치, 무, 양파, 파, 표고버섯 등을 넣고 20분에서 30분 가량 끓여 놓는다. 이 때 다시마를 넣어도 좋다. 바지락은 해감을 해 깨끗이 씻은 후 끓이는데 너무 오래 끓이면 조개살이 연한 맛이 없어지므로 입이 벌어질 정도만 끓인다. 국물이 우러나면 바지락을 따로 건져두고 국물을 걸러 놓는다.
칼국수면은 밀가루에 약간의 소금과 계란, 날콩가루 등을 넣어 반죽한 뒤 젖은 면보나 비닐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30분 정도 넣었다가 만들어야 고소하고 쫄깃하다. 칼국수 반죽은 오래 치댈수록 쫄깃해지므로 힘껏 반죽하는 게 좋다.
준비해둔 멸치 육수에 감자, 애호박, 칼국수 등을 넣고 끓인 다음 그릇에 담을 때 쇠고기 볶은 것, 달걀지단, 미나리 등을 얹어 낸다. 바지락 육수에다 새우, 홍합, 미더덕, 오징어 등을 함께 넣어 끓여 해물 칼국수로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멸치 칼국수는 국물 맛이 담백하고 바지락과 해물칼국수는 뒷맛이 시원해서 좋다.
나만의 특별한 칼국수 맛내기 비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 맛을 낸 소박한 칼국수 한 그릇이 바로 행복한 밥상이 아닐까.



대표적인 서민의 먹을 거리, 칼국수. 직장인들의 점심식사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서민들이 부담없이 먹을 수 음식을 꼽는다면 칼국수는 거의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간다.
칼국수는 지금이야 흔하디 흔한 음식이지만,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잔칫상에나 오르는 귀한 음식이었다. 돌상에는 아이의 오복을 비는 뜻으로, 혼례상에는 여러 국숫발이 잘 어울리고 늘어나듯 부부금술이 잘 어울리고 늘어나라고, 또 회갑상에는 국숫발처럼 길게 장수하라는 뜻을 담아 먹었다. 당시에는 밀이 귀해서 중국에서 수입하는 형편이라 주로 잔치나 귀한 별미식으로 애용되었던 모양이다. 또 음력 5월이 지나 보리와 밀 수확이 끝나고 유두(음력 6월 15일)가 되면 농가에서는 햇밀로 칼국수와 밀가루 부침을 부쳐 이웃과 나눠 먹는 풍습이 있었다.
요즘은 칼국수를 만드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육수를 뽑는 재료에 따라 닭칼국수, 사골칼국수, 바지락칼국수 등으로 구분되고 녹차나 뽕잎을 넣은 독특한 칼국수 면발로 승부를 거는 식당도 있다.
내로라 하는 칼국수 명가도 한 두 곳이 아니다. 혜화동 로터리와 삼선동 로터리 그리고 성북동 경신고등학교 부근을 꼭지점으로 연결하는 지역은 가히 칼국수 삼각지대라 부를 만 하다. 그 넓지 않은 지역에서 영업중인 칼국수 전문점이 10개 가까이 된다. 역대 대통령이 즐겨 찾았다는 유명한 칼국수 집부터 소박한 동네 칼국수 집에 이르기까지 그 맛의 격차는 거의 없다. 이중 한강(02-747-4004)은 사골국물에 하늘하늘한 국수가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삼선교의 유명한 국시집(02-762-1924)은 구수한 양지국물과 하늘하늘 부드러운 칼국수가 매력.
25년째 경상도식 전통 칼국수를 내놓은 ‘혜화칼국수’(02-743-8212)는 국수의 반죽에서부터 각별하다. 밀가루만 쓰는 게 아니라 콩가루를 조금 섞어 3시간 정도 손으로 반죽을 치댄 뒤 서늘한 곳에서 하룻밤을 재운다. 그래서인지 삶아진 면발이 아주 가늘지만 풀어지지 않아 탱탱하고 쫄깃하다. 사골을 우려낸 국물과 양지를 삶은 물을 섞어서 구수하고 깊은 맛이 난다.
보리밥과 해물칼국수의 절묘한 조화로 인기를 끄는 ‘황소국시집(02-511-7090)’은 싱싱한 바지락, 새우, 홍합 등 해물과 감자 , 호박 등 야채가 만나 시원한 맛을 낸다. 칼국수를 시키면 따라 나오는 보리밥을 국물에 말아먹다 칼칼한 열무김치로 마무리하면 금상첨화!
경상도식 수타국수의 정갈한 맛이 돋보이는 ‘가람국시’(02-541-8200)의 칼국수 맛도 일품. 손칼국시는 멸치국물과 사골국물을 선택할 수 있다. 칼국수와 함께 내는 배추김치, 부추김치, 양배추김치, 깻잎김치 등 5가지 김치와 칼국수가 어우러져 그 맛이 환상이다.
매생이 칼국수와 팥칼국수 맛이 독특한 앵콜칼국수(02-525-8418)도 추천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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