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절형 위밴드 수술이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지 이제 5-6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수술 건수도 꾸준히 증가해서 이제는 일년에 거의 1000건에 가까운 수술이 시행되고 있으며, 많은 분들이 위밴드 수술을 통해 성공적으로 체중을 감량하고 건강을 회복하셨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위밴드 수술후의 관리는 20여년 전부터 조절형 위밴드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 호주, 미국과는 조금 다르게 발전(?)해 왔습니다.
물론 서양의 식습관과 달리 국이나 찌개를 즐기는 한국인의 특성과도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위밴드 수술 후의 밴드 조절과 관리가 원칙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이 밴드를 너무 과도하게 조인다는 점입니다.
밴드수술을 받으시거나 수술에 관심을 가진 분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빡필” “먹토” 라는 단어가 생겨났는데, 빡필은 ‘빡센 필링’, 먹토는 ‘먹고 토한다’ 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위밴드 수술을 받으면 마치 당연하게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인 것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빡필(밴드를 과도하게 조이는 행위)을 하면 물도 제대로 먹기 힘든 상태가 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음식은 고사하고 물 조차도 섭취하기 힘든 상태가 되기 때문에 ‘물토’(물을 먹고도 토한다는 뜻), ‘거품토’(침이 밴드아래로 잘 넘어가지 않아서 거품의 형태로 역류하는 것) 라는 말도 생기게 되었죠.
물론 단시간에 체중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도 해서 많은 분들이 유혹에 넘어가기 쉽기도 하고, 최근에 혼자서 따로 새로운 병원을 개원한 저의 경우에도 저에게 수술 받으신 분들이 빨리 체중을 감량하면, 그 분들의 주위 분들이 저희 병원과 위밴드 수술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어서 홍보와 마케팅에 유리한 측면이 있기는 하겠지만, 과도하게 밴드를 조이는 일의 폐해가 너무나도 심각하기 때문에 이 글을 써서 저와 여러분들의 주의를 환기하고자 합니다.
한마디로 “빡필은 자살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길어야 1년 정도는 감량의 효과가 뛰어나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절대 성공할 수 없는 다이어트 방법이며 요요를 초래할 가능성이 너무 높습니다. 삶의 질도 나빠지고, 밴드와 관계된 합병증 발생의 가능성을 높일 뿐이죠~~
빡필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보겠습니다.
첫째,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우리의 몸은 가능하면 항상 일정한 수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특히 물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게 필수적이며, 우리 몸의 60%가 수분입니다.
수분 공급이 지속적으로 부족하게 되면 탈수 현상에 빠지게 되고, 탈수 현상이 심해지면 신진대사가 진행되지 않는 것은 물론 신장, 심장 등 중요한 장기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빡필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탈모, 변비, 피부탄력 감소 등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지속적인 다이어트 효과가 없습니다.
음식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게 되면 우리의 몸은 방어기전을 작동해서 기초대사량을 현저히 낮추게 됩니다. 따라서 조금씩 드시면서 다이어트 하는 것보다 훨씬 힘은 들지만 실제로 체지방의 감소효과는 미미합니다.
저는 빡필하시는 분들 중에 수술 후 2년 이상 지나서 안정적으로 체중을 유지하면서 소량의 정상식사를 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시는 분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이 빡필 후에 과도한 수분 감소(탈수현상)로 일시적으로 감량했다가는 얼마 못 견디고 다시 밴드를 느슨하게 하고 말지요.
인간의 몸이라 당연한 것입니다.
빡필 기간 동안 몸의 수분이 부족한 상태가 되기 마련이고, 우리의 몸은 수분을 갈구하게 되는데, 그런 상태에서 밴드를 조금만 느슨하게 해주어서 수분이 공급되면 몸에 들어온 수분을 한참 동안 몸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일종의 방어본능이지요. 이런 현상은 우리의 의지와는 별개로 몸이 알아서 하는 일들입니다.
충분히 수분이 공급되어서 우리 몸이 위기상황에서 벗어났다고 스스로 느낄 때까지 몸에 들어오는 수분을 최대한 가두어 두려고 합니다. 수분 부족의 기간이 길수록, 수분 부족의 정도가 심할 수록 수분을 몸에 가두어 두는 시간은 길어져서 심한 경우 빡필을 풀고 한달 이상도 몸이 비정상적으로 붓게 됩니다. 그러면 체중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고(며칠 사이에 10킬로그램 이상 체중이 느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실제로는 체지방의 증가 보다는 수분과잉의 상태가 되는 것인데, 그것을 “살이 쪘다”고 생각하고 다시 빡필로 돌아가는 악순환을 하게 됩니다. 결국 몸은 몸대로 힘들고, 건강은 나빠지며, 안정적으로 체중을 유지하기 힘들게 됩니다.
빡필기간 동안은 물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다가 밴드를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하면 과도하게 섭취를 하게 되며 심지어는 폭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또다시 빡필을 하게 되고……
그야말로 악순환입니다.
이런 일들은 ‘조절형 위밴드 수술’의 취지와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고 봅니다.
조절형 위밴드의 목적과 취지는 “소량의 건강한 음식을 천천히 드시게 해서 체중감량은 물론 식습관을 건강하게 교정”하는데 있습니다.
TV 에서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단기간에 수십 킬로그램의 감량에 성공하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만 그 분들 중에 수년 후에도 안정적으로 체중을 유지하는 분이 다시 TV 에 출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보통의 의지로는 엄격한 다이어트와 운동을 오래 지속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조절형 위밴드의 도움을 받아 “적은 양에 포만감을 느끼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며, 공복감을 덜어주어서” 다이어트를 좀 더 쉽게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위밴드 수술 후 장기간 좋은 체중감량 효과와 함께 안정적인 체중 유지, 그리고 건강을 되찾는 분들은 거의 예외 없이 소량이지만 어느 정도의 식사를 하고 계시는 분들입니다.
위밴드 수술을 통해 우리의 몸을 소량의 식사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지요.
셋째, 합병증을 유발합니다.
물도 겨우 넘어갈 정도로 위를 조이면 상식적으로도 위가 멀쩡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밴드를 적당하게 조절하면 밴드에 있는 물풍선이 어느 정도 말랑말랑 하지만 과도하게 식염수를 넣으면 물풍선도 매우 딱딱하게 됩니다.
즉, 밴드를 제조하는 회사에서 권장하는 식염수 주입의 최대량을 넘으면 밴드에 있는 물풍선은 심하게 딱딱해서 부드러운 위에 무리를 더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구형 밴드는 4cc 가 권장 한계치이지만, 식염수를 넣어보면 6cc 까지도 들어가는데, 4cc 가 넘으면 좋지 않고, 신형의 경우 10cc 를 한계치로 잡고 있으므로 10cc 이상 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극도로 음식 섭취를 못하면, 밴드아래로 음식물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단 무엇이라도 먹게 됩니다.
목젖을 넘어간 음식물은 밴드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밴드 위의 작은 위주머니에 장시간 머물게 되고, 결국은 토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밴드 미끄러짐’ 이나 ‘밴드 미란, 침식(밴드가 위를 파고 들어가 위에 구멍이 뚫리게 되는 상태)’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지고 최악의 경우 밴드를 제거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음식물이 밴드를 전혀 통과하지 못하게 조절해 버리면, 목젖을 넘어간 음식물에 의해서 식도가 늘어나기도 하는데 위주머니는 어느 정도 늘어났다가도 복원이 되지만 식도가 늘어난 경우는 원상회복이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넷째, 식습관을 망칩니다.
건강한 식습관은 “몸에 좋은 음식을 소량씩, 천천히,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먹는 것”입니다.
비만한 분들의 대부분이 이런 좋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위밴드 수술을 통해서 식습관을 건강하게 교정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물 종류만 간신히 넘어가게 밴드를 조절하면, 제대로 된 음식은 전혀 섭취할 수 없기 때문에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초콜릿 같은 칼로리만 높고 몸에 도움은 거의 안 되는 음식들만 드시게 됩니다. 녹여서 천천히 밴드를 통과시키는 것이 가능하니까요.
실제로 위밴드 수술 후 빡필을 하시는 분들은 수술 전 보다 오히려 식습관이 더 나빠졌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비록 일시적으로는 많은 체중감량에 성공하더라도 감량한 체중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위밴드 수술을 통해서 소량의 식사에 적응하지 못하면, 빡필을 푸는 순간부터 또 다시 수술 전의 식습관으로 바로 돌아가게 됩니다. 오히려 그 동안 못 드신 것 때문에 더 심하게 폭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글이 조절형 위밴드 수술에 관심을 가지고 수술을 고려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위밴드에 대한 나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술 전에 수술에 대한 환상만이 아니라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또한 그러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수술을 결정해야 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술 전 상담을 30분에서 1시간 정도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상담은 ‘환자를 낚는 것’이 아니라 ‘상담 받으시는 분의 정확한 상태와 고충을 이해하고, 수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시키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이 글이 저에게 위밴드 수술을 받으신 분들은 물론 타 병원에서 수술 받으신 분들과 수술을 고려하고 계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슬림외과는 건강한 감량을 추구합니다”
첫댓글 소중한정보입니다 잘보고갑니닷♡
제가 쓴글이지만 리듬이님 덕분에 간만에 다시 읽어보게 되네요.
리듬이 님은 이제 밴드의 고수가 되셔서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