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삽목번식과 새로운 호르몬의 발견
1-1 발근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과 호르몬
잎을 없애고 삽목을 하면 발근이 어렵습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잎에서 생성되는 어떤 물질이 부정근(不定根)의 발달을 촉진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잎, 가지, 눈, 꽃가루 등을 짖이겨 즙을 낸 후 이를 혼합한 물에 삽수를 침지하여 삽목을 하면 발근율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러한 물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지기 전에는 당분을 처리하여 조금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었지만 당분이 삽목의 성공율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었습니다.
일례를 들어, 당분과 같은 탄수화물과 질소 등의 양분이 발근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한다면, 이와 같은 물질의 함량이 높은 묵은 가지일수록 발근율이 높아야 하지만, 실제의 결과는 오히려 어린 가지가 더 좋은 발근율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 후, 식물의 성장을 조절하고 촉진하는 호르몬(호르몬이라는 명칭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령의 신이었던 '헤르메스'로부터 유래하였습니다)이 발견되었고 옥신은 식물 호르몬 중 첫번째로 발견된 것입니다. 결국, 잎, 가지, 눈, 꽃가루 등에 포함되어 있던 성분 중 하나가 무엇인지 밝혀진 셈입니다. 옥신의 최초형태는 IAA(Indole Acetic Acid: 인돌 초산 또는 인돌 아세트산)였으며, 이후 IBA(Indole Butyric Acid: 인돌낙산)와 화학적으로 합성된 옥신 호르몬인 NAA(Naphthalene Acetic Acid: 나프탈렌 초산 또는 나프탈렌 아세트산)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하지만, NAA는 원예와 화훼가 아닌 과수와 일반 나무의 삽목에서는 IBA보다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였습니다.
1-2 새로운 호르몬의 발견
옥신의 발견은 흥미로운 것이었고, 삽목에서 발근율을 높이는 획기적인 물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이를 입증하는 실험이 레몬나무와 IAA를 소재로 하여 1935년 Cooper에 의하여 실시됩니다.
이 실험에 사용된 헤테로 옥신은 IAA를 뜻합니다. Cooper는 옥신이 발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인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두단계에 걸쳐 옥신의 효능을 알아보는 실험을 설계 했습니다.
첫번째 실험에서는 발근이 잘 이루어졌기에 옥신의 효능이 절대적임을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첫번째 실험을 통해 발근한 레몬나무를 다시 절단하여 삽목을 실시한 두번째 실험에서는 옥신을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발근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옥신의 효능이 절대적이지 않음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옥신 외에 또 다른 호르몬이 삽목의 발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됩니다.
Cooper 실험 관련 자료 출처 및 참고문헌: 차건성 편저, 접목과 삽목, 오성출판사
이후 밝혀진 새로운 호르몬은 싸이토카이닌(cytokinins)이며, 이에 해당하는 몇 가지 종류로 BA(benzyl adenine: 벤질 아데닌)와 키네틴(kinetin)이 있으며 키네틴은 합성 호르몬입니다.
2. 옥신과 상호작용하는 싸이토카이닌
2-1 생합성과 운반
싸이토카이닌은 세포분열을 촉진하고 잎의 노쇠를 지연시키는 식물호르몬입니다. 곰팡이와 공생균에서 주로 발견되며, 어린 잎에서 합성되어 뿌리로 이동하는 옥신과 달리, 싸이토카이닌은 주로 뿌리끝에서 합성되어 어린잎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뿌리가 장시간 침수상태에 있을 때 잎이 황화현상을 보이는 원인 중 하나로, 뿌리로부터 공급되는 싸이토카이닌의 결핍을 꼽습니다. 또 다른 예로, 잎을 따낸 후 물과 양분을 공급해도 시드는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 역시 싸이토카이닌의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래에는, 이와 정반대되는 사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싸이토카이닌의 효능을 몇가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2 일반적 효능
위 자료 출처: 이경준 저, 수목생리학, 서울대학교 출판부, p.359
병해로인해 시들어가는 잎이지만, 병원체의 곰팡이가 만들어 낸 싸이토키닌 성분이 집중된 곳에서는 오히려 엽록체가 살아 있어 초록색을 나타냅니다. 위 그림에서 처럼 싸이토카이닌은 엽록체의 노쇠를 지연시킴으로써 생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는 물질로 간주되고 있습니다(화장품 광고 중 키네틴이 피부노화를 방지한다는 문구를 보게 됩니다. 키네틴은 싸이토카이닌의 한 종류입니다.) 참고로, '싸이토(cyto)'는 세포를 뜻하며 '카이닌(kinines)'은 움직임을 의미합니다. 이름이 가리키는 뜻처럼, 싸이토카이닌은 '세포의 활동'을 촉진합니다. 일례로, 조직배양의 단계에서 싸이토카이닌의 처치량이 증가하는 것에 비례하여 세포의 생장량이 늘어납니다. 또한 옥신과 싸이토카이닌을 적절히 혼용하면 뿌리와 잎의 발달이 촉진됩니다.
"유상조직(癒傷造織=상처를 치유하는 조직, 즉 삽목을 위하여 절단된 부위 또는 가지 전체)을 배양할 때 싸이토카이닌과 옥신의 비율은 유상조직의 분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 비율이 높으면(=싸이토카이닌의 함량이 높을 때), 유상조직이 줄기로 분화하여 눈, 대, 잎을 형성하며, 이 비율이 낮으면(=옥신의 함량이 높을 때) 뿌리를 형성한다. 따라서, 두 호르몬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하면 유상조직에서 줄기를 뿌리를 가진 완전한 식물체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기관발생(organogenesis)이라 한다." 1)
다음으로, 정아우세현상을 촉진하고 측아의 성장을 억제하는 옥신과 달리 싸이토카이닌은 "사과나무, 살구나무, 완두와 같은 여러가지 식물에서 정아우세현상을 소멸시키고 측지의 발달을 촉진"하게 됩니다. 2)
결국, 삽목 후 뿌리의 발달을 촉진하기 위하여 옥신 호르몬 중 효과가 좋은 IBA를 사용하며, 뿌리가 절단되었기에 공급이 중단된 싸이토카이닌을 새뿌리가 발달할 때까지 삽수의 잎에 인위적으로 계속 분무를 해주게 되면 삽수의 활착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줄로 압니다. 싸이토카이닌은 이와 같은 효능 때문에 삽목 뿐만 아니라 접목에 있어서도 좋은 효과를 보여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가장 널리 이용되는 싸이토카이닌의 한 종류인 BA의 조제 방법 및 사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2-3 BA(benzyl adenine)의 조제 및 사용법
BA의 조제법은 IBA와 동일합니다. 즉, benzyl adenine을 소량의 KOH에 녹입니다. benzyl adenine 5g은 KOH 약 5ml에 녹습니다. 이렇게 조제된 수용액을 10ℓ의 물과 섞으면 약 500ppm의 BA가 만들어 집니다.
5g=5,000mg, 5,000mg/1ℓ=5,000ppm, 5,000mg/10ℓ=500ppm
(ppm은 농도의 단위이며 ppm= ㎎/ℓ입니다.)
500ppm의 BA를 엽면시비합니다.
옆 그림(벤질 아데닌:BA) 출처: 이경준 저, 수목생리학, 서울대학교 출판부, p.356
1) 이경준 저, 수목생리학, 서울대학교 출판부, p.357~358
2) 이경준 저, 수목생리학, 서울대학교 출판부, p.359
다음 주제는 'IBA의 사용법'입니다.
첫댓글 어익후! 이건뭐... 아직부족한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드네요... 하지만 소나무 삽목은 확실히 가능한것을 보았고 다만 오랜시간이 요하며 얼마 발근않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재미가 없다고 하더군요..
우량형질의 유전적 고정화를 위한 첫걸음은 삽목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삽목묘 양산은 후일 우량형질의 실생묘 양산으로 이어지는 길이기에 중요한 의미가 있을 줄로 압니다. 후대에 물려줄 유산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 처음에 어렵다고 손을 대지 않으면, 한국은 영원히 일본을 따라 갈 수 없고, 더 나아가서는 한국에 일본 소나무들이 점점 더 많이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황금소나무들을 보세요... JHMC님, 나무를 사랑하시는 깊은 마음만큼, 미래를 향한 꿈 또한 웅대하게 꾸시기를 바랍니다. 쉬운 길은 그만큼 보람도 적을 것입니다. 그것이 오히려 재미 없는 일이 아닐는지요? 발상의 전환은 언제나 시대적인 요청이었습니다.
그렇군요.. 평소에 많이 주눅들고 가끔은 세상은 이렇게 밖에 않되나.. 하면서 점점 순수함을 잃고 또는 현실의 벽에 부디쳐서 현재에서 발만 구르고 앞서보지 못하였다는게... 감사합니다..
JHMC님이야말로, 미래를 이끌어갈 꿈나무이십니다. 기대가 크답니다. ^^
넘 좋은 자료 넘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지식은 유한한가 봅니다 항상 도전하고 연구하는 자에겐 그 결과는 긍정적인 거겠죠!
산사람님... 관심 가져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많아집니다. 나무가 자꾸만 '나 잡아봐라'하며 도망가니, 그 끝은 어디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