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이란 초현실적인 존재를 둘러싼 종교민속이다. 그러나 무속이란 용어는 ‘무당의 풍속’ 또는 ‘무당의 세계에서
관용되는 풍속’ 정도로 생각하여 미신취급을 하거나, 종교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무속이란 한국의 종교, 민속, 문화, 예술 등과 관련된다. 무속은 고대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종교심성을 지배해 왔으며, 복합적인 종교적 관행 가운데서도 그 원형을 상실하지 않은 ‘뿌리의 신앙’이며, ‘고유한
체계를 가진 종교’이다. 동시에 심방이 집행하는 굿을 통하여 제주도민들은 그들을 수호해 주는 신, 또는 죽은
조상들과 함께 하는 신명을 통하여 생활을 재충전하고, 삶의 토대를 강화해 오려 했다.
2. 심방
제주도에서는 무당(巫堂)을 심방이라 한다. 다시 말해서 '심방', '삼승할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심방은 굿과
이에 준 하는 의례를 집행하는 자를 말하고, 삼승할망은 임신부의 해산을 돕는 조산원(助産員)의 역할과 아이의
무병 성장을 기원하는 비념 -소규모의 의례- 만을 집행하는 여인을 말한다. 굿을 하는 심방은 가시 그 기능에 따라
'큰심방', '소미', '제비'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큰심방은 어떤 굿이든 능히 해낼 수 있는, 기능이 뛰어난 심방을
말하며, 소미는 큰 굿의 일부 쉬운 부분이나 작은 굿을 할 수 있고, 굿을 할 때 악기 반주나 하는, 기능이 얕은
심방을 말하며, 제비는 굿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 굿을 할 때 심부름을 하는 자를 말한다.
같은 기능을 가진 심방이라도 고객의 주문을 받아서 그 굿을 주장하는 심방을 '수심방', 그 수심방과 일단이
되어서 수심방을 도와 같이 굿을 하는 심방을 '소미'라 부르기도 한다. 또 성별에 따라 남자 무당을 '소나이심방',
여자무당을 '예펜심방'이라 부르기도 한다. 심방이란 굿 또는 이에 준 하는 의례를 집행하는 직능자이다. 그 직능은
사제(司祭)의 직능, 점사(占師)의 직능, 신탁(神託)과 영매(靈媒)의 직능, 주의(呪醫)의 직능, 예인광대의 직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사제로서의 직능은 심방이 신과 인간의 중간적 위치에서 인간의 바라는 것을 신에게 전하고, 신의 의지를
인간에게 유리하게 돌려놓는 의례 행위인 것이다.
둘째, 점사로서의 직능은 굿을 해나가는 도중에 <신칼>, <산판>, <쌀> 등을 이용하여 점을 쳐서 신의 뜻을
알아내는 것이다.
셋째, 신탁'영매의 직능은 굿을 하는 도중, 심방은 그때그때 점을 쳐서 신령의 뜻을 제주(祭主)에게 전하는데, 이
때, 심방은 신령을 빙의(憑依)해서 그 신령의 말을 직접 하는 것처럼 말하며, 듣는 사람은 그것을 참으로 신령의
이야기라고 믿고, 심령이 심방의 입을 빌어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넷째, 주의로서의 직능은 질병을 치료하는 직능이다. 심방이 고칠 수 있는 병은 흔히 육체에서 이탈함으로써
일어나는 병, 신령이 노여워하여 내린 병, 악귀가 접하여 일어난 병, 정명(定命)이 다 되어 일어난 병이다. 그
치료방법은 굿을 통한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침구나 투약 등의 치료는 없다.
다섯째, 예인광대로서의 직능이다. 심방이 하는 모든 굿은 노래·춤·장단·심화·연극· 등 모든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같이 심방은 예능을 통하여 굿을 집행한다. 따라서 심방은 주술 종교적 직능자이면서 연예인적 직능도
수행하는 셈이다.
3. 당굿
여성들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무교식 마을제를 <마을굿> 또는 <당굿>이라 한다. 당굿은 마을 사람 등이 당을 맨
심방과 함께, 당의 제일(祭日)에 당에서 벌리는 집단적인 마을굿이다. 제주도는 어느 마을에나 남성들이 관리하는
포제단 이외에도 여성들에 의하여 관리되는 신당이 1개소 이상 있다. 이곳은 ‘마을 토주관’이라고 하는 마을
수호신이 좌정하고 있는 성소(聖所)요, 당굿을 하는 제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당신의 상주처요 당굿을 하는 제장을
<당> 또는 <할망당>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그 해의 농사와 어업의 풍농을 기원하며, 마을의 액운을 막고 가가호호 별 탈없이
무사안녕하라는 마을굿이 벌어진다. 마을굿은 마을의 수호신인 본향당신을 모시고 있는 신당에서 치러지는데
세시에 때라, 규모에 따라, 당굿의 종류는 여러 가지로 구분된다.
⑴ 세시에 따른 당굿의 종류
① 신과세제
② 영등제(짜수굿)
③ 마불림제
④ 백중제
⑤ 시만국대제
⑵ 규모에 따른 당굿의 종류
① 산굿
② 앉은제
③ 비념
⑶ 제일에 따른 당굿의 종류
① 이렛당제 - 매달 7, 17, 27일이 제일
② 여드렛당제 - 매달 8, 18, 28일이 제일
③ 사나흘당제 - 매달 13일 또는 14일이 제일
④ 보름당제 - 초하루 또는 보름이 제일
⑤ 삼칠일 당제 - 3, 7, 13, 17, 23, 27일이 제일
⑥ 축일당제 - 매달 丑日이 제일
⑦ 오일당제 - 매달午日이 제일
⑧ 술일당제 - 매달 戌日이 제일
⑨ 묘일당제 - 매달 卯日이 제일
⑩ 서화릿당제 - 열 이틀 (1월 12일, 7월 12일, 10월 12일)이 제일
⑪ 포젯굿당제 - 흑정흑해일 포젯날이 제일
⑫ 진안네당제 - 매일 자시(子時)에 이후에 행제
4. 당굿의 종류
⑴ 신년과세제(新年過歲祭 : 음력 정월)
마을의 신년제이다. 새해가 되면 신들의 세계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다. 신구관이 갈리는 것이다. 제주도에는
대한과 입춘 사이에 신구간이 있다.
신구간은 신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재편성되는 기간이다. 그러므로 신과세제는 겨울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여 농사의 풍농을 기원하는 계절제의이며, 본향당신에게 신년하례를 드리는 굿이다. 신과세제의 제일은
대개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 사이에 있으며, 마을마다 다르다.
당굿의 준비는 물론 여성들이 하지만 남성 우지를 헌관으로 하여 지내는 마을도 꽤 있다. 당굿의 비용은 마을의
기금이나 각 집안에서 쌀이나 돈을 수렴하여 충당한다.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마을 공동으로 차리는 도젯상의
제물을 차리고 심방의 보수를 준다. 제일 아침에는 마을의 각 호에서 주로 여성이 제물을 져서 봄향당에 모여 당
안의 제단에 제물을 진설하고, 각 가호의 주부들이 축원용 제물을 차려 들고 당에 모여 와 제단 앞에 옹기종기 벌여
놓는다. 집안에 액을 막으려면 액막이 상을 따로 준비하고, 액막이의 희생으로 쓸 수탉 한 마리를 별도로 마련해
온다. 당굿은 보통 심방 4~5인으로 구성되며, 당을 맨 메인심방을 수심방으로 하여 당굿이 행해진다. 당굿의
내용은 마을의 안녕, 생업의 풍요 등을 기원하고, 또 참가한 각 호별로 가내 안전과 생업의 번창을 비는 것이 주가
된다.
⑵ 영등굿(음력 2월)
영등신은 음력 2월 초하루에 들어와서 2월 15일 나가는 내방신이다. 영등신은 ‘바람의 신’으로 저 멀리
강남천자국으로부터 서북 계절풍을 몰고 오는 신이다. 영등신은 영등 하르방, 영등 할망, 영등 대왕, 영등 호장,
영등 우장, 영등 별감, 영등 좌수 모두 일곱 신이다.
음력 2월 영등달이 들면, 이 신들은 강남천자국에서 남방국 제주도로 산 구경, 물 구경하러 오는데, 맨 먼저
귀덕리 ‘복덕대’라는 포구로 들어온다고 한다. 그리하여 한라산에 올라가 오백장군에게 현신하고, ‘어승생
단골머리’로 ‘소렴당’으로 ‘산천단’으로 ‘산방굴’을 경유하여 돌면서 봉숭화꽃, 동백꽃, 구경을 하고 다니며, 세경
너른 땅에는 열 두 시만국 씨를 뿌려주고 , 갯가 연변에는 우무, 전각, 편포, 소라, 전복, 미역 등을 많이 자라게 해초
씨를 뿌려주고 돌아간다. 따라서 각 마을에서는 영등신이 내방하는 기간에 영등굿을 하게 되는데, 2월 초하룻날
<영등 환영제>를 하고, 12일에서 15일 사이의 어느 날에 <영등 송별제>를 하는 것이다. 그 송별제의 제일은
마을에 따라 다른데, 근래에는 많이 없어져서 해촌에만 남아 있어 해산물의 풍요와 어부의 해상 안전을 기원하는
어촌신앙이 주종을 이룬다. 그러므로 영등굿이 다른 당굿과 다른 것은 바다의 요왕길을 치워 닦는 <요왕맞이>를
하고 바다 밭에 씨를 뿌리는 <씨드림>을 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요왕굿>, <재수굿> 등으로 불려지며,
영등달에 하는 <재수굿>을 <영등굿>이라 하는 것이다.
⑶ 마불림제와 백중제
마불림제는 ‘당신의 신의(神依)를 보존하고 있는 신당의 궤문을 열어, 장마가 갠 후에 그 신의를 내놓아 말려
곰팡이를 풀어내는 제’, 다시 말하면 신의청소 의례이다. 신과세제가 겨울에서 봄으로의 이행기에 새 봄의 풍농을
기원하는 동시에 한 해의 바람을 잠재우는 정초의 세시라면, 장마철의 마파람에 신의를 말리고 제장의 풀을
비어내고 청결히 하는 정화의례로서 마불림제는 장마철에서 가을 수확기로의 이행기에 치르는 중간 문안 의례의
성격을 지닌다. 제주도 말로 '마'는 곰팡이, '불림'은 풀림의 의미이다. 그리고 '마'는 곰팡이라는 뜻만 아니라
장마를 뜻하는 말이기 때문에 제장을 청소하고 신의의 습기(곰팡이)를 말리는 신당의 단속은 곧 장마를 개이게하는
주술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거이다. 따라서 '마불림'은 장마풀림, 장마가 갬이라는 말도 된다. 이 시기에
풋감을 따서 갈옷을 만드는 것으로 보아도 ‘마를 햇볕에 말리는 건조의례’가 마불림제의 세시에 들어 맞는다.
마불림제의 제일은 보통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① 송당 당신 계열 - 7월 13일 또는 14일
② 중문이하로산 계열 - 8우러 추석
③ 토산당 당신 계열 - 6월 17일 또는 18일
송당 당신 계열의 경우는 <백중제>와 겸한다. 백중제는 우마번성을 기원하는 목축의례로 ‘테우리코질’,
‘쉐밍질’이라고 하여 마소를 방목하는 목동들의 명절과 겸하여 있어 당굿에는 <산신놀이>를 하는 등, ‘마불림’
보다는 오히려 ‘백중제’가 더 비중이 크다.
중문이하로산 계열의 경우는 당굿을 하기 전에 제단의 궤문을 열고 신의를 꺼내어 볕에 말리기도 하지만 가을
수확의 풍등을 기워하는 추수감사제를 겸하고 있다. 왜냐하면 당제일이 정월 초하루와 8월 추석이며,
시만국대제는 따로 없다.
토산당 당신 계열의 경우는 역시 대제일이 6월과 11월 두 번 있으며, 그 이외에는 부정기이며 동시에 산육·치병의
굿, 풍농굿을 겸한다.
⑷ 시만국대제
시만국대제란 가을 곡식을 수확한 뒤에 새 곡식을 마련하여 올리고 기원하는 추수감사제이다. 주로 음력 9~10월
어느 날을 제일로 정하여 행해졌던 굿으로 보통 앉은제로 굿을 한다. 제차는 마불림제와 같으나 당굿을 할 때, 베어
들여 탈곡하지 않은 채로 초혜를 올리는 경우도 있으며, 수확한 햇곡식을 웃봉으로 마련하여, 한 해의 농사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본향당신에게 바치는 제미공연의 추수 간사의례인 것이다.
⑸ 부정기적인 의례
제일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 택일하여 당에 가게 되는데, 이를 부정기적 의례라 할 수 있다. 마을굿의 집단성이
약화되면서, 정기적 제일은 지켜지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연 개인적으로 당을 찾게 된다. 이러한 개인별
기원은 당굿이라 하지 않고, ‘당에 간다’ 또는 ‘할망듸 간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당제일은 1년을 단위로 세시에 맡춘 정기적·순환적 신성시간이다. 당굿이 없어지고 개인적으로 당을 찾게 되면,
우선 신성시간의 주기가 바뀌게 된다. 한 달을 단위로 정해진 제일이 3회 있게 된다. 가령 3제일은 7일당인 경우,
7일, 17일, 27일이 된다. ‘당에 가는 날’은 신성시간의 주기인 제일의 간지와 자신의 생기복덕을 맞춘 시간이다.
신앙민은 개개인의 생기복덕에 맞는 날을 택일하여 당에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신성시간이 빈도가 잦아진
만큼 신성성도 약화되며 강신앙도 마을 당굿을 통한 공개적 집단적 공동체신앙에서 비념으로 끝나는 비의적
개인신앙으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굿의 규모도 작아져서, 심방을 제리고 당에 가서 앉은제나 비념등으로 제를
치르거나 굿의례 없이 개인적으로 찾아가 제물을 진설하고 배례를 한 후, 궤를 묻고 오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⑹ 일뤠당(七日當)?여드렛당(八日當) 당제
일뤠당과 여드렛당은 정기적 제일이 지켜지는 경우 대개 6월 17일, 18일 그리고 11월 17일, 18일이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매달 7, 17, 27일과 8, 18, 28일이 당제일이며, 당에 가는 사람의 생기에 맞춰 간다. 그러나 본향당신은
단골 신앙민이 늦게 찾아오는 경우 화를 낸다고 한다.
신은 단골들이 찾아올 것을 알고, ‘초이레날이나 초여드렛날 당에 가면, 신은 앉아서 기다린다.’, ‘열이레날이나
열여드렛날 당에 가면, 신은 서서 기다린다.’, ‘스무이레날이나 스무여드렛날에 당에 가면, 신은 누워서
기다린다.’라고 표현한다.
'일뤠할망'은 토착적인 한라산신의 딸로 시집을 가서 다른 마을에 정착한 농경,목축,신의 성격을 지닌 신이다. 이
신들은 농사나 목축이 생활 기반이 되는 제주 전 지역 중산간 마을에 분포되어 있는 여신들이다.
'여드레할망'은 나주 금성산의 뱀신을 마을의 조상으로 모신 ‘토산리서편한집’이다. 이 신당에는 금성산의 시신
이외에 사신의 노여움으로 왜구에게 겁탈을 당래 죽은 처녀의 원령 '오씨아미', '강씨아미', '한씨아미'를 조상으로
모시고, 상.중.하단궐이 된 씨족들의 조상신이기도 하다. 이 신은 딸에게 유래전득한다. 딸이 시집을 가게되면
사신을 신으로 모시고 가서 시집 간 지역에서 다시 당을 설비하고 당신으로 모셔야한다. 그러므로 토산여드렛당은
‘토산에서 가지 갈라진 당’으로 전파력이 대단하여 제주도 전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이 당은 뱀을 모시고 또 처녀의
원령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비밀한 곳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집단신앙에서 개인신앙으로 바뀌고 택일해서
몰래 다니는 것도 당신의 유래와 깊은 관련이 있다.
⑺ 보름당제
보른당은 제일이 보름인 데서 온 명칭이다. 한라산신 계열 중에서 '하로산또'나 '보름옷또'를 모시는 산신당과
해변에 있는 해신당이나 도깨비당에 보름당이 많다. 한라산신계 당으로는 색달·중문·예례·강정·도순·사계· 등
한라산 남쪽, 중문·안덕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의 당신이 ?하로산또?라는 산신이다. 이 신들은 한라산 서남어깨로
솟아난 토착신이며, 상냥을 하며 떠돌아 다니다 정착지를 찾아, 또는 정착생활에 필요한 생수의 수맥을 찾아
마을을 설촌한 풍수지리에 능통한 조상신이거나, 아니면 한라산 서남쪽 계곡에서 발생한 바람을 신격화한
강신이다.
제일이 보름이 되는 것은 제주말로 바람이 ‘바름’이고 15일은 ‘보름’이어서 <神=바름=보름>과 같은 음운유추에
의해 제일이 정해진 것 같다. 그러나 해변에 있는 개당?해신당이 보름날을 제일로 삼는 경우는 또 다르다. 바다와
관련된 신은 해녀를 수호하는 물때와 관련이 있다.
⑻ 축일당 丑日堂 과 오일당 午日堂 제
한라산 북서쪽 지역의 한라산신인 ?히러산또?는 한경면, 한림읍을 중심으로 대정읍 일부 지역과 애월읍 일부
지역에 분포된 사냥?목축?농경신이다. 이들을 금악계 당신이라 한다. 금악계 당신의 아들신들은 사냥, 목축의 신은
<오일당>, 목축, 농경의 신은 <축일당>이도, 딸신은 모두 목축, 농경의 신으로 <축일당>이다.
한림읍 금악리 당본풀이를 보면, 남편신 ?히로산또?는 사냥을 하였고, 처신은 ‘호근이루’ 정좌수의 딸로
농경신이다. 남신의 제일이 오일 午日 인것은 사냥에 필요한 말 馬 과 관련이 있고, 여신의 제일이 축일 丑日 인
것은 농사에 필요한 소 牛 와 관련되어, 신의 직능이나 성격에 따라 제일도 오일과 축일로 정해진 것이라 생각된다.
⑼ 사나흘당제
한라산신 제의 남신당(하르방당)으로 13일이나 14일이 제일이 되는 당은 <일신당>못지 않게 많다. 이 당들은
사양을 하던 남편신과 농사를 주장하는 여신을 부부신으로 모시고 있는데, 이 신의 아들이 다른 곳에 마을을
설촌하고 당신이 되는 경우로 목축과 농경생활을 생업으로 하는 중산간 마을, 특히 송당제 당신 '히로산또'와
서귀포 당신 '보름옷도'를 들 수 있다. 송당계의 신들은 원래가 사냥의 신이었으나, 결혼을 하여 밭갈이를 하도
농사를 짓게되는 수렵, 농경신으로 변모하며, 서귀포의 당신은 원래 한라산 바람의 신이었으나 결혼하여
농경신으로 변모한다. 제주도의 농사에 바람은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농사의 풍등을 기원하는 당굿은 곧
바람을 잠재우는 굿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당굿은 정기적으로 치르는 경우가 많이 있는가 하면, 매달 3일, 4일, 7일, 8일 오일, 축일, 망일, 삭일 등
택일 하여 당에 가는 경우도 생겨서 그 종류는 많아 진다. 이러한 당굿은 또 규모에 따라서 <산굿>, <앉은재>,
<비념>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있다. 당굿이 집단적인 마을굿르오 치러지는 경우, 심방은 4~5인으로 구성되며,
수심방이 서서 제의를 진행하고, 소무들은 앉아서 연물을 두드린다. 심방이 서서 하는 굿을 <산굿>이라 하며, 마을
신앙민들의 집단성이 약화 되면서 규모가 적어지게 되면, 심방은 앉아서 장구를 두드리며 제의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를 <앉은제>라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택일하여 심방 1인을 데리고 가서 요령을 흔들며 간단하게 치르는 굿을
<비념>이라 한다.
4. 당굿의 행제과정 (노늘당굿)
⑴ 당굿의 개요
노늘당은 조천읍 와흘리에 있는 당이다. 노늘당 당신은 송당 당신의 아들이다. 이 당은 산신대왕을 남편신으로,
서정승따님아기를 처신으로 모시고 있는 당이다. 당의 규모는 본도의 당으로서는 비교적 큰편에 속하며, 단골
신앙민들의 신앙심도 대단하다. 와흘리는 남성 중심의 유교식 마을제인 포제가 따로 행해지지 않고, 마을제로서
당굿만 한다. 마을의 유지들이 삼헌관으로 참여하여 남녀 공동의 당굿을 하기 때문에, 여성들만이 행하는 다른
마을의 당굿과 바교해보면, 남성과 여성, 유교식 포제와 무속인 당굿으로 분리되기 이전의 당굿, 즉 당굿의
본래적인 모습을 짐작하케 하는 남녀 공동의 마을굿 형태를 띠고 있다.
노늘당 신과세제의 특징은 우선 정월에 마을에서 유교식 포제를 하지 않으며, 당굿의 삼헌관은 마을의 이장과
유지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다른 마을과 달리 남·여 공동의 마을제로서 마을굿이 치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마을굿이 분화 이전의 본래적인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포제굿을 동시에 치루는 성산읍 온평리, 구좌읍
북촌리, 애월읍 애월리 등과 함께, 남성 중심의 유교식 마을제인 포제와 여성 중심의 무속 당굿으로 분화되기
이전의 마을굿의 원형은 무속적인 당굿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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