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엘레나 스케치를 쓰고 기절잠을 자던 게 벌써 일 년 전이네요.
연출기획님들께 펜을 넘겨드린지 오래나... 오늘은 컨디션 or 개인사정상 연출기획님들이 빠지신 관계로 배우장인 제가 바통을 넘겨받게 되었답니다.
10 장진웅선배님께서 저렴히 대관해주신 성북구 연습실 양산박! 항상 살쾡이처럼 공연진들과 텅 빈 거리를 거닐며 맛집을 찾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그래도 결국엔 항상 연습실 앞 세븐일레븐이었는데... 오늘은 저 혼자랍니다.
제일 일찍 와서 호로록 라면을 먹고 지각을 면하기 위해 서둘러 일어나 달려갑니다. 오늘의 연습 진행은 상대적으로 건강한(... 놀랍죠?) 제가 맡았으니까요.
아.
가슴팍으로 라면을 먹게 됐습니다.
"토하고 왔어?"
-카를로스 성시우-
겠냐?
여러분 안녕.
열심히 신체를 지도합니다. 저와 신체를 하면 아주 편하다고들 해요. 자타공인 비실배우장인 저는 신체를 지도하면서도 배우들보다 빨리 지치거든요. 그렇지만 절대 티내지 않습니다. 제 플랭크와 크런치의 동력은 코어가 아니라 쫀심에서 나오거든요.
구배우 현홍디 유진이는 스쿼트를 하며 부들대는 저를 보고 좋아 죽습니다. 그래 네가 행복하면 됐다.
쉬는 시간입니다. 피아노 실력을 뽐내봤어요.
여담이지만, 제가 맡은 이그나시오는 중간에 휘파람으로 월광을 불러야 하는데요...(연출님 도대체 왜)
제 입에선 바람소리밖에 나지 않으므로 허밍으로 타협을 본 상황이나,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습니다. 월광을 피아노로 치는 건 어떨까 공연진들아?
카를로스 22 성시우: 이그나시오만 멋진 거 다 하네
홍디스탭 20 정유진: 피아노는 누가 구하고 중량 견딜 무대는 누가 만드는데
깨갱.
그냥 어색하지 않게 허밍하는 법을 연습할게요.
알겠다고...
질투하지 마세요 카를로스
당신도 만만치 않게 멋짐.
오늘은 카를로스데이였는데요
에너지를 발산할 방법을 함께 고민하며 꽤 많은 발전을 이뤄냈답니다!!
연출님이 이 모습을 봤다면 정말 좋아했을텐데 아쉬워요. 아프지 말아요 연출님.
욕해달라고 끌고 온 홍디스탭 유진이는 오늘 훌륭한...
페피타
에스페렌사
로리타
후아나
미겔린
이 되어줬답니다. 역시 구배우 칭찬해. 연출님이 없는 김에 서로 가감없는 피드백도 해줬어요.
오늘의 스윗가이 미겔린 n 돈파블로
어떻게 하면 뽀뽀씬에서 어색하지 않게 "어-어?"를 할 수 있을까요?
연출님도 없겠다
오늘은 배우장 맘대로 요것저것 괴상망측한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오늘의 목표: 새로운 자극을 받기!!!!!
1. 탐나는 대사 뺏어보기
채현이그나시오의 탄생... 그녀는 다시 엘리사로 돌아갔습니다
2. 1단계 2단계 3단계로 연기해보며 연출님 뒷목잡을 정도로 과하게 액션해보기
에너지를 만들어보자!!!!!!!
투머치면 누군가 깎아주겠죠(ㅋ 그게 나는 아님)
3. 리딩 리딩 무한 리딩, 대본 최대한 조금씩만 보고 외워보기. 몇몇 씬은 대본을 놓고도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감동이야.
4. 웃지 않고(중요) 투명표창 던지고 받기 게임하기. 최대한 온몸을 써서 창의적으로! 우리의 신체를 다 사용해 보아요.
승자는 저였습니다. 영상을 끝까지 보시면 알아요.
과다한 창의성을 발휘해 표창을 먹어버린 이그나시오
5. 발연기를 해보자
"바다가 날 부르고 있네~^^"
"두후번씩이나 이 거어지가틍 섬에 버려지다니!!"
온갖 방법을 써서 괴상망측한 자극을 줘보았어요
효과가 있었는지는... 돌아오실 연출님이 판단하시겠지요?
그냥 저는 일일 문화센터 오감놀이 강사였던 걸로.
이그나시오는 죽었어... 이그나시오는 없어.
친절한 일일 대역알바가 모포를 덮어주었습니다
선배님들... 어떻게 하면 사후경직을 연기할 수 있을까요?
카를로스의 사랑스런 여자친구, 후아나 역을 맡은 20 신진호 언니는 지금 제주로 답사를 갔는데요... 그 덕분에 카를로스의 옆구리가 시린 상황이랍니다. 그래서 여자친구를 만들어줬어요. 양산박 의자가 그의 New 애인이랍니다. 후아나 대신 의자와 스킨십하는 그... 이런 상황에서 웃지 않고 몰입하다니. 리스펙이에요! 일일 신파극 연습이 효과가 있었군요.
저는 웃참했지만요.
연극반의 셰익스피어 성시우,
'아내를 의자로 착각한 남자'
어서 빨리 후아내... 아니 후아나가 돌아오길...
퇴근
몸을 더 잘 쓰고 싶은 우리들
가자 이제
추억의 성북동칼국수
1년만에 오니 감회가 새롭네요
새로운 공연진과 또 새로운 추억을 쌓는 게 너무너무 설레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들이잖아요! 두 번째라 그런지 4학년이라 그런지 더 소중하고 애틋한 시간들. 꼭꼭 씹어 기억해둡시다요.
걸어가는 우리들
가는 길에 오리가족들을 만났어요. 귀여워라
뒤뚱뒤뚱
오랜만에 모인 20즈(정말?)끼리 알차게 놀다 들어갔답니다. 엘리사의 모자를 찾는 여정이었어요.
사람이 적어 아쉬웠지만 즐거운 연습이었어요. 여러분도 즐거웠나요!?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에 공연일이 밀려버렸지만, 그만큼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잖아요! 대본 외울 시간도ㅋ
한편으론 이 꿈같은 시간들을 몇 주 지속할 수 있다는 게 참 선물처럼 느껴져요. 그러니 이런저런 시도도 해 보고, 실패도 해 보고, 함께 깔깔거리며 차분히 나아가볼게요!!!! 몸도 마음도 누구 하나 다치지 않기를.
배우님들 스탭님들, 기획님들과 연출님!!!! 항상 많이 응원하고 사랑해요~~~~~~~~~~~~ ❤️
첫댓글 아 박채현 목도리 점프수트인줄
얼탱
나… 우리 공연진들이랑 이미 사랑에 빠졌나 봐요. ㅠㅠ 사진으로만 보는데도 너무 애틋하고 완전 보고 싶고 짱 그립고… 한때 본 것만 같고…(당연함. 봄.) 든든한 배우장님의 진행 덕분에 푹 쉬었어요. 몸 상태 완전 회복!!! 제일 고마워요. ♥♥ 그리고 오랜만에 당신의 스케치를 볼 수 있어서 좋았어… 케헤헤
사랑받는 공연진 중 하나가 된 기분 아주 조쿠만요. 저도 재밌었어요!!!!!! 연출님이 그리웠지만 푹 쉬었다니 너무너무 다행이에요. 앞으로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면 언제든 맡겨만 주십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