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말 경 연인 사이로 드러난 인기가수 김태욱(31)과 톱탤런트 채시라(32). 이들의 사랑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세상 사람들에게 얼굴이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는 톱스타의 신분인 만큼 남들 앞에 당당히 나서서 데이트를 할 수 없었던 이들은 그동안 전화 통화나 차 안에서의 만남으로 만족해야 했었다. 그리나 지금은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짐에 따라 여느 연인들처럼 평화롭게 사랑을 나누고 있다. 지난 17일 김태욱을 통해 들은 채시라와의 러브 스토리를 전격 공개한다.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더이상 언론에서 우리 두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리 사이가 밖으로 공개된 만큼 편안하고 행복한 만남이 지속되도록 그냥 지켜봐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핸드폰을 켜놓기가 무섭게 울려대는, 채시라와의 관계를 묻는 인터뷰 요청에 늘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던 김태욱. 사랑하는 사이로 밝혀졌으니 그냥 이대로 묻어줄 수 없느냐고 하소연하고 싶은 게 현재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두 사람의 사랑을 궁금해하는 팬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현재의 사랑이 두 사람만의 성역이기를 바랐던 김태욱은 그만큼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제하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17일 일요일, 진주 부산 등 지방 대도시를 돌며 전국 순회 콘서트 중인 김태욱이 때마침 서울을 잠깐 다녀가는 틈에 그를 만났다. 올 여름 결성한 록그룹 ‘나크’의 지방 팬들을 위한 순회 공연이 보름 이상 계속된 탓에 김태욱은 많이 지쳐 있었다. 그러면서도 채시라와의 지난 날을 돌이키는 그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지난 1월 채시라가 진행하던 프로에서 첫 만남
가까이 살고 있어 ‘동네 친구’하자고 제의
“시라씨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특별한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연예인이다 보니 이름 석자와 얼굴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관심은 없었거든요. 마주 앉아서 대화를 나눠 보기는 그날이 처음이었는데 인상이 참 좋았어요. 톱스타 같지 않게 겸손하고 순수한 여자라는 느낌도 들었고요.”
김태욱이 채시라를 처음 만난 건 지난 1월. 그녀가 진행하는 SBS 파워 FM ‘그대곁에 채시라입니다’를 통해서였다. 김태욱이 이 프로의 고정게스트로 출연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특히 여기엔 두 사람을 더욱 친밀하게 만들어준 끈이 있었다. 두 사람이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알고 봤더니 시라씨는 마침 제가 살고 있는 논현동에서 엎어지면 코닿을 만큼 가까운 청담동에 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먼저 같은 동네에 살고 있으니 ‘우리 동네친구나 합시다’라고 제안을 했지요. 큰 기대없이 그랬는데 시라씨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채시라를 만나면서 톱스타들에게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깰 수 있었던 김태욱은 한 동네 사람임을 알고 즉각적으로 이런 제안을 했다. 그렇다고 그가 애초부터 채시라와 연인이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아무 생각도, 기대도 없이 물었는데 채시라의 반응이 긍정조였던 것이다.
이때부터 동네 친구로 만나기 시작한 두 사람은 처음 두서너 달간 ‘가끔’씩 전화를 주고 받는 사이로 지냈다. 그러다 그 ‘가끔’이 ‘자주’로 바뀌기 시작했다. 통화 횟수가 점점 늘어났던 것. 이틀에 1번에서 하루에 2~3번씩 전화를 주고받기에 이른 것이다. 통화 내용의 강도도 점점 깊어갔다.
“처음에 통화할 적에는 안부를 묻는 내용이 고작이었어요. 그러다 주변에 일어난 사소한 사건, 스트레스 받은 일과 화나게 만든 사람 흉보기 등 점점 서로의 마음 밑바닥에 있는 말 못할 고민들까지 주고 받게 되더라고요. 속 얘기를 편하게 하다보니 통화 횟수는 자연적으로 늘었던 것이고요.”
뿐만 아니다. 1주일에 한번씩 김태욱이 고정게스트로 출연하는 날이면, 방송을 마친 후 채시라는 물론 여러 스태프들과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마련됐는데, 그때마다 채시라의 귀가는 그의 몫으로 돌아왔다.
자정 12시에 시작해 2시간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술자리를 파하고 두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거의 새벽녘. 그러다보니 김태욱은 같은 동네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를 안전하게 집까지 모셔다 주어야 하는 운전기사이자 보디가드가 돼 버리곤 했다. 그것이 싫지 않았던 김태욱은 그의 마르샤 자동차로 채시라를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주면서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즐기게 됐다.
두 사람은 함께 귀가하는 횟수가 점점 잦아지면서 서로의 속마음을 노출시키기 시작했다. 사랑을 고백한 것은 아니다. 가까운 집안 식구들에게도 쉽게 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이런 고민거리가 화두에 오르면 남일이 아닌 제 일처럼 함께 걱정하고 고충을 나누면서 프로그램이 아닌 별개의 시간에도 만나는 횟수가 늘어났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얼굴이 팔린 공인인 만큼 언제나 남들의 시선을 피해서 만났다. 얼굴이 잘 눈에 띄지 않는 밤시간을 이용해 만난 두 사람은 주로 김태욱의 마르샤 승용차를 데이트 장소로 이용했다. 채시라가 술을 전혀 못하는 관계로 둘만의 술자리를 가져 본 적은 없었고, 어쩌다 한번씩 심야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다.
만난지 6개월경 서로가 연인사이임을 무의식중에 깨달아
일과 작품에 대해 논의하고 건강을 챙겨주며 애정 키워
어스름한 새벽 달빛을 맞으며 그의 차안에서 데이트를 하다가도 때때로 피곤에 지쳐 잠이 들고 마는 채시라를 보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했던 김태욱은 채시라와 친구가 된 지 6개월쯤 됐을 무렵, ‘지금 우리가 사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지금껏 우리는 한번도 사귀자는 말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시라씨를 사랑하게 됐고, 시라씨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뭐하냐’고 묻고는 전화를 끊었다가도 금방 다시 전화를 걸어 ‘누가 뭐 어쨌데’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는 사소한 얘기거리라도 만들어 서로의 음성을 듣곤 했지요. 그러다 전화가 올때쯤 됐는데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에게서 연락이 없으면 궁금해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게 사랑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보고픔으로 인한 갈증이 밀려올 때마다 서로의 바쁜 스케줄을 쪼개가면서 만나거나 전화를 주고받았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부턴지 모르게 싹터버린 사랑을 애써 확인하거나 감추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 가는 그대로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했다. 그것은 소유욕이 아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마음이었다.
김태욱은 채시라가 스타로서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이나 연기에 대해 충고와 격려를 해주었다. 채시라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그는 톱스타의 자리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피곤에 찌든 그녀를 억지로 자신의 옆자리에 동승시키지는 않았다.
라디오 프로그램 외에 KBS-TV 일일극 ‘사람의 집’과 대하사극 ‘왕과 비’에도 출연하는 채시라는 하루 48시간이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몸. 그런 그녀가 거듭되는 촬영과 녹음으로 밤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김태욱은 집앞에서 기다리다 손을 흔들어주면서 피로가 잔뜩 배어있는 채시라의 얼굴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어떤 때는 지친 몸을 이끌고 그녀를 기다리면서 밤을 새기도 했던 김태욱.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의 자상한 마음은 그녀를 시시때때로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그를 향한 마음은 채시라도 마찬가지였다. 올 여름 록그룹 ‘나크’를 결성하느라 녹음실에서 밤낮을 뒤바꿔 생활하던 김태욱을 볼 때마다 “건강은 괜찮은지, 밥은 제때 챙겨 먹는지…”를 걱정했고, “야식으로 만두는 먹지 말고 곡 만드느라 바빠도 건강을 생각해서 운동을 꼬박꼬박 하라”고 밉지 않은 잔소리로 애틋한 사랑을 전했다.
빡빡한 일정으로 못다한 사랑은 전화 수화기를 붙잡고 적게는 2~3번에서, 많게는 4~5번씩 하루에도 숱한 밀어를 속삭인 두 사람. 지난 6월 ‘나크’의 새노래 ‘울지 말아요’의 뮤직비디오에 그녀의 동생이자 연극배우인 채국희가 카메오로 출연한 일이나, 얼마전 김태욱의 생일날 채시라가 혼자 살고 있는 그의 집으로 가서 직접 끓인 미역국을 대접했다는 사실은 두 사람의 관계가 급발전했음을 보여준 좋은 일화이기도 하다.
“만나면 만날수록 시라씨는 참 매력적인 여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일에 몰두할 때는 남자 못지 않은 근성과 담력을 지닌 프로지만, 방송국 밖에서는 자상하고 다정다감한 천상 여자거든요.”
김태욱은 그녀를 한마디로 ‘밉지 않은 여우’라고 표현하고 있다. 반면 채시라는 김태욱의 유머넘치고 어떤 일에 있어서나 당당한 면에 이끌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짧지도 길지도 않은 10개월동안 사귀어오면서 이들은 내내 평화로운 만남만을 지속해온 것일까.
서로 취향 비슷해 단 한번도 싸운 적 없고
채시라가 원하는 것이면 뭐든지 해주고 싶어
일반적인 커플들이 6개월이 못가 한번쯤 트러블을 일으키는 것이 예사. 하지만 김태욱의 대답은 평화, 그 자체였단다.
“이상하리만큼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싸운 적이 없었습니다. 서로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이 비슷해서 가끔씩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외모는 천차만별이지만요. 그래서인지 사소한 말다툼 한번 안했어요. 서로 투정부리며 사랑싸움할 나이도 아니잖아요.”
내년 봄쯤 교제 사실을 공개하려 했다가 본의 아니게 알려져 버린 두 사람의 사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느 순간 찾아온 이들의 사랑은 지금 한창 무르익어가고 있다. 사랑에 대해서는 솔직 담백한 답변으로 일관하던 김태욱은 그러나 결혼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주는 일은 거부했다.
양가 부모님의 반대 때문이 아니다. 두 사람의 교제 사실에 대해 오히려 양가의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어느 정도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채고 있었던 채시라측에서는 “이번 보도로 두 사람의 좋은 만남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보도로 뒤늦게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된 김태욱의 부모님은 “왜 미리 알리지 않았느냐. 사귀기 시작했다니 잘 해보라”고 격려를 해주었을 정도.
그녀의 파혼 경력 때문가 문제되지는 않았다. 자신도 여자가 처음은 아닌데 그것이 문제될 리가 없다는 것이 그의 힘있는 답변. 그러면 무엇이 걸림돌인가. 김태욱이 끝끝내 결혼에 대해 단호하게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것은 채시라가 이번 일로 또한번 상처를 받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은 이대로 서로의 만남 자체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서로 특별한 감정으로 만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혼에 대해 논의한 바는 없습니다. 전 남자고, 시라씨는 여자이기 때문에 혹여 이 일로 인해 나중에라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보통사람들이 그렇듯이 사귄다고 해서 다 결혼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요. 물론 지금의 감정이 영글어 결혼으로 갈 수도 있지만요.”
모자를 눌러쓰거나 색안경을 끼지 않고도 그녀와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 된 김태욱은 둘 사이가 공개된 이후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단다.
“그동안 서로 공인 신분이라는 점 때문에 마음 편하게 데이트도 못하고 늘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면서 차안에 갇혀 있었어요. 그러는 가운데에서도 추억을 쌓았고, 사랑을 나누었지만 이제는 당당히 만날겁니다. 그리고 시라씨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습니다.”
91년 ‘개꿈’으로 가요계에 실력있는 로커로 알려지기 시작한 김태욱은 영화 ‘똑바로 살아라’, 뮤지컬 ‘넌센스’ ‘인어공주’, 드라마 ‘연애의 기초‘ ‘별’ 등에 출연해 연기력을 과시했던 만능 엔터테이너. 한때 MC로도 활약한 바 있는 그는 최근 음악디렉터 김주영과 함께 올 여름 결성한 록그룹 ‘나크’의 지방 팬들을 위해 순회 공연 중이다.
인터뷰가 끝나는 대로 지방 공연을 위해 또다시 전주로 내려가야하는 김태욱은 그 와중에서도 마음 한켠에 접어둔 그녀를 위한 이벤트를 언제쯤 열어야할지 고심하고 있었다. 그의 요즘 소원은 바로 채시라가 너무나 좋아하는 발레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