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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2011)
Black Swan
8.3
도발& 질투
집착의 시작
뉴욕 발레단의 니나(나탈리 포트만)는 연약하지만, 순수하고 우아한 '백조' 연기로는 단연 최고로 꼽히는 발레리나. 새롭게 각색한 '백조의 호수' 공연을 앞두고 감독 토마스(뱅상 카셀)는 니나를 '백조'와 '흑조'라는 1인 2역의 주역으로 발탁한다. 하지만, 완벽한 '백조' 연기와 달리 도발적인 '흑조'를 연기하는 데에는 어딘지 불안하다. 게다가 새로 입단한 릴리(밀라 쿠니스)는, 니나처럼 정교한 테크닉을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관능적인 매력을 뿜어내, 은근히 그녀와 비교된다. 점차 스타덤에 대한 압박과 이 세상의 모두가 자신을 파괴할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니나. 급기야 그녀의 성공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던 엄마마저 위협적인 존재로 돌변한 상황에서 그녀은 내면에 감춰진 어두운 면을 서서히 표출하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도 해보고 나름대로 많은 분석도 해 봤습니다.
편입한지 얼마되지 않아 배운 지식은 적지만 알고 있는 모든걸 통털어 분석해보고 나름 진단도 해보고 재미있었습니다.
학우님들도 보시고 상담심리사입장에서 니나라는 내담자가 있다면 어떻게 도울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 보시는것도 재미있을것 같아 소개합니다.
kg51의 저명하신 정신과 전문의 조두영 박사께서
Black Swan 을 보시고 전문가적 분석을 하신글 ----
정신과의사라는 내 직업적 면에서 볼 때, 이 영화는 모녀(母女)관계, 더 자세히 말하면 모녀간의 공생(共生)관계에서 딸이 탈피 독립하는 심리과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의 분위기도 음침하고, 음악도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나오는 시간을 빼고는 어둡고 긴장감을 조성하는 기분 나쁜 것이고, 중간 중간에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전율 끼치는 장면들이 끼어있어 관람객을 더러 혼동에 빠지게 한다. 이러니 단순하게 아름다운 음악과 무용 장면을 즐기려니 하고 들어갔다가 대경실색해 혀를 차며 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었을 것이다.
여주인공 니나(Nina)는 폐경기 나이 홀어머니에게 과잉보호를 받으면서 소녀처럼 사는 뉴욕 어느 무용단의 20대 무용수다. 침실과 침대 여기저기 인형들이 깔려있으며, 어머니는 저녁이면 무시로 딸의 방에 들어와 딸이 자위행위를 하나 감시를 한다. 어머니는 얼굴이 험상궂다. 그리고 오른 뺨에 상하로 길게 무엇에 깊이 찍힌 것 같은 긴 흉터를 가지고 있어 동화 속 마귀할멈 인상을 준다. 어머니는 은근히 ‘네가 하면 얼마나 잘 할 터이냐. 그저 욕심 부리지 말고 착실하게만 보통단원 수준만 유지하라.’라는 것 같은 언행을 한다. 즉 어머니는 딸이 더 이상 숙성하지 말고, 소녀수준에서 자기에게 애호를 받고 또 면박을 받는 예속상태의 유지를 바란다. 그 상황이 적나라하게 나오는 것이 자면서 자기도 모르게 등을 긁어 피부상처를 내는 버릇이 있는 딸이 그러지 못하도록 딸의 손을 침대에 묶어주는 장면이다. 반면 니나는 속에는 자주독립을 원하는 마음이 싹 트나 어머니가 혼자 구석에서 징징 울어대는 어머니가 불상하기도 하고, 또 그런 어머니를 감히 거역하고 독자생존을 할 자신도 없어 그 나이가 되어서도 귀염둥이 겸 천덕꾸러기 역할을 동시에 할 수 밖에 없는 좌절의 삶을 산다.
니나는 노이로제 끼(neurotic)를 지니고 산다. 즉 가려움증과 거식증을 가지고 있다. 우선 가려움증 원인이 신체적인 이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모를 때에는 심인성(心因性)이라 할 수 있는데, 니나의 경우처럼 버릇이 되어 있는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왜 가려울까? 박박 긁어 피가 나와야만 시원할 정도가 대부분인데, 이러면 상처가 난다, 즉 자기 몸을 상하게 만드는 것으로, 그 근저에는 내 몸을 만들어 준 부모, 특히 어머니에 대한 화가 나 있는 상태다. 당신이 만들어 준 것을 파괴해버리고 싶다는 무의식적 분노가 스스로의 몸을 파괴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동시에 내 몸도 아프고 상하니 그런 못된 짓을 한 자기를 처벌하는 의미도 들어있다. 즉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자기에 대한 응징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야 당자가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거식증이란 살찌는 것이 겁난다는 이유로 밥을 먹고 토해내고, 이것이 버릇이 되어 조금만 먹어도 토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병이다. 나중에는 부모 몰래 방에 가서 토하고, 발각될까봐 화장실에도 버리지 못하고 비닐봉투에 넣어 자기 장 속에 감춰두기도 한다. 이러니 몸이 말라 뒤틀어지고, 정상발육에서 뒤쳐져 가슴 밋밋, 월경중단에 이른다. 즉 몸의 성숙을 막아 영구히 소녀의 상태로 있으려는 속셈으로, 무의식적 이유는 대개가 어머니와의 투쟁과 어머니에 대한 분노다. 이들을 심리검사해 보면 서양여자의 경우 심층심리에서 어머니를 ‘검정거미(black spider)’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어머니를 자기를 칭칭 옭아매어 서서히 피를 말라 죽이려드는 독거미 같은 존재로 무의식에서 여긴다. 거식증 딸을 가진 어머니들은 상당수가 그 딸에게는 유독 냉랭하다는 특징이 있다. 영화 속에서 니나는 거식증으로, 툭하면 화장실에 뛰어가서 토하고 나온다.
실제 무용수들은 보통 휴식기간에는 몸매 유지를 위해 애써 적게 먹지만 무대공연기간과 준비기간에는 돌고 뛰는 육체활동량이 엄청나 먹지 않고서는 못 견딘다. 그런데도 니나는 그 때가 닥쳐도 먹지를 않는다.
영화에서 니나의 무용단의 뉴욕 링컨센터 다음 공연이 ‘백조의 호수’로 잡힌다. 마법사의 주술로 ‘낮에는 백조, 밤에는 인간의 몸’을 하게 된 주인공 오뎃트가 밤에 왕자를 만나 사랑을 속삭이고 결혼을 약속하나 앙심을 품은 마법사가 고약한 흑조 오딜을 백조로 둔갑시켜 왕실무도회에서 왕자로 하여금 흑조를 공개적으로 간택하게끔 했고, 이에 실의에 빠진 백조는 드디어 호수에 투신자살을 한다는 것이 이 무용극의 줄거리다. 이제 새 주연무용수(prima ballerina)를 뽑는 마당에 니나는 신입단원 릴리(lily)와 경쟁을 벌린다. 성질이 못되먹은 릴리는 니나의 비위를 건드리기 시작하나 결국 니나가 발탁된다. 그러나 ‘너는 청초지순(淸楚至純)해서 백조에 최적이지만 대신 요염하지 못해 관능과 욕망의 화신인 흑조(黑鳥)로는 다른 대역무용수(릴리를 의미)를 쓸지도 모른다’라는 단장의 여운을 남기는 말이 니나를 초긴장 시켜 그녀를 비장한 각오로 몰아넣는다. 직전 주연무용수였던 선배는 늙어 억지 은퇴를 하게 되고, 이 선배는 노발대발해 전용분장실에서 머리가름마를 타는 송곳 같은 쇠 도구를 들고 한바탕 난동을 친 후 떠들려 나간다. 그 직후 니나는 선배의 분장실에 들어가 난장판이 된 분장대를 보고, 거기서 선배가 쓰던 송곳과 립스틱을 자기 가방에 집어넣는다.
어찌보면 우리 백조 니나는 동시에 세 흑조와 대결하는 판국이 되었다. 첫 번이 검은 머리, 검정 옷을 입은 늙은 어머니가 된다. 어머니는 그믈 속에 니나를 가둬놓고 정신적 성장을 방해해 영구히 어린 딸로만 있게 하려드는 노(老)흑조다. 두 번째는 짙은 검은 눈썹과 속눈썹을 한 겅은 옷의 릴리로, 니나를 제치고 주연으로 되기 위해서는 무슨 수라도 마다 않겠다는 무용극의 오딜 같은 소(小)흑조다. 셋째가 선배 주연무용수로, 세대교체에 억울해 하고 항거하고 자해까지도 마다 않는, 검은 눈의 중년(中年)흑조다. 딸에게 자리를 물려주지 않으려는 어머니 같은 자세의 여자다.
스트레스 극한상황에서 니나는 잠간 잠간의 환상, 환각과 정신병적 상태를 겪으면서 성숙과 자주독립, 그리고 본능과 관능의 세계를 쟁취하려는 피나는 투쟁을 벌인다. 그녀는 어머니의 침대 옆 접근을 거부하고, 함부로 privacy를 침범하는 어머니를 힘으로 막기 위해 몽둥이를 준비하며, 인형들을 갖다버린다. 어두운 아파트 구석에서 귀신같은 무서운 얼굴로 울고 앉아있는 어머니 모습은 니나의 환상이었는데, 이는 아마도 니나가 어렸을 적에 실제로 그런 모습의 생활고 좌절 속 어머니를 보았던 희미한 기억의 재현이 아닐까 한다. 그녀는 말리는 어머니를 무릅쓰고 기어이 릴리를 자기 방에 끌어들임으로써 말리는 어머니에게 못해보았던 십대소녀의 반항을 해본다.
공연 첫아침, 집을 나가는 니나를 향해 어머니는 못믿어운 듯, 늘 하던대로 ‘네가 하면 얼마나 잘 하겠나! 실수해도 된다.’라는 식의 말을 하며, 이에 니나는 평생을 참고 못했던 말인 “어머니가 옛날 삼류 무용수로 끝났기 때문에 나를 질투해서 그렇죠!”라고 쏘아붙인다. 억제되었던 어머니에 대한 공격성이 제 괴도에 올라 발휘되는 순간이다.
니나는 혼자 단장을 어두운 장소로 찾아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몸을 맡겨 성욕에 눈을 뜬다. 그리고 릴리에게 이끌랴 술과 마약을 맛보고, 나아가 그녀와 동침함으로써 육체에 활짝 눈을 뜬다. 이러는 사이에 그녀의 습진 끼 있던 피부는 말짱해진다. 이제 남은 것은 인간 본능의 하나인 공격성의 발휘다. 첫 공연 무대 막간에 릴리가 흑조 분장으로 니나의 분장실에 들어와 자기가 니나 대신 흑조로 무대에 서겠다며 이리저리 휘두르는 폭언(언어를 통한 공격성)에 니나가 기죽지 않고 같이 달겨들어 몸싸움울 벌리다 드디어는 니나가 송곳 같은 깨어진 거울 조각으로 상대를 찔라 죽이는 환상이 일어나고, 이를 실제현실로 믿게 된 니나는 혼신에 독이 올라 광염(狂炎)에 휩싸인 채 관능적인 흑조의 춤을 기막히게 추어 온 관중에게서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는다. 이 살인환상은 결국 니나가 환각상태에서 거울에 비친 자기모습을 릴리로 착각하여 일어난 실제 사건으로, 그녀는 자기 배를 찌르는 자해행위를 저지른 것이었다. 정신의학에서는 이 경우를 '급성정신분열삽화(acute schizophrenic episode)'라 부친다.
배를 찔려 미구에 죽을 것이라는 것을 느낀 상태에서 니나가 추는 마지막 막의 호수투신 장면과 직전 세상에 고별인사을 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현실감을 불러일으켰고, 무대 뒤로 떨어지고 나서 하는 마지막 말이 “나는 완벽하였다!”라는 것이다. 이 순간이야말로 니나가 어머니를 이기는 순간인 것이다. 사내자식에게 ‘아버지를 능가한다. 아버지를 이긴다(승어부 勝於父)’라는 칭찬의 말이 있듯이 니나에게도 이 승어모(勝於母)의 순간이 온 것이다.
어느 불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들었다. 즉 도(道) 닦는 수행 길을 떠나는 젊은 아들에게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길 가다 너를 막는 사람이 있으면 죽여라! ....아버지가 길을 막아도 죽여라! ...부처가 네 앞을 막아도 죽여라!’다. 니나는 이렇게 현대판 인생수행의 길, 즉 자주독립의 길을 이제 거침없이 나가게 된 것이다. 이리 볼 때. 이 영화는 어느 소녀가 어른이 되는 심리과정을 그린 것이라고 보겠다. 인간에게는 선악(善惡) 혼재하고, 인간에게는 양심과 본능이 혼재하니 그런 인간의 하나로 자기를 받아드리고, 겸허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길이 어른의 길이라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이 영화의 주제는 두 인간, 두 모녀간의 공생(共生, symbiosis)관계에서 약자가 이를 탈피하는 과정인 것이다. 자식은 언젠가는 이런 과정을 겪어야 한다. 이를 탈피하지 못하면 딸은 나이 먹어서도 평생 아이같이 놀면서 노이로제에 시달린다.
왜 니나는 선배 무용수의 송곳기구와 립스틱을 훔쳤을까? 이 물건들은 니나에게 부족했던 독기(毒氣)와 야성(野性), 그리고 관능미와 암컷다움의 상징이다. 즉 단장에게서 결핍을 지적받았던 공격성(aggression)과 여성성(femininity)를 상징한다. 가방이란 무엇이냐? 여성의 가방은 자기 몸을 상징한다. 그러니 니나가 이 물건을 자기 가방에 집어넣는다는 것은 독기와 관능성을 자기 속에 채워 넣으련다는 뜻이다.
영화의 끝 무렵에 니나가 가져갔던 물건들을 선배에게 되돌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제는 성숙한 여인으로 변한 터 여서다. 선배는 니나의 변모를 대번에 알아보고 자기 세대가 끝났음을 비관해 스스로 송곳으로 제 얼굴을 마구 찌르는데(이는 니나의 환상이나 착란에서 온 것이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선배의 찔린 얼굴은 어머니의 얼굴 상처를 연상시킨다. 즉 세대교체를 당하는 여자의 짙은 패배감, 딸에게 져서 밀린 어머니의 독이 오른 심정을 나타내는 얼굴이다.
이러고 보니 진짜 흑조는 어머니였다. 아, 여자의 인생! 딸의 위치에서 어머니의 견제를 무릅쓰고 그 어머니와 맞먹는 성숙한 여자로 바뀌어 나가는 길이란 참 어렵기도 하다. 이것이 영화 [블랙 스완]의 주제이며, 그래서 많은 관객의 무의식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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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주인공의 심리묘사나 제목처럼 영상자체도 블랙톤이고 전체적으로 묵직한 느낌이었는데 나름 지루하지 않게 봤습니다.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구요. 영화 내내 나탈리 포트만의 부단한 노력이 보이더군요.
발레하시는 분들....대단한거 같습니다...(독해^^;;ㅋㅋ) 안보신 학우님들 꼭 한번 보시길...^^ 저도 추천 한표~!!
추천하신 글 보니 꼭 보고 싶네요.^^
저 지금 클릭 한번이면 볼 수 있는데ㅠㅠ 이번 주말에는 꼭 봐야겠어요^^
블랙스완! 많이 기대하면서 봤던 기억이 있어요. 주인공<니나>가 백조와 흑조를 완벽히 소화해 가는 과정에서 겪는 주인공의 심리묘사 가 탁월했으며 마지막에 흑조로 변한 니나가 독무를 할때 스팟은 소름이 끼칠정도였으며 또한 우리에겐 유명한 그 영화 <연인>의 나탈리 포트만의 어린 아이가 ...완벽한 발레리나 연기로 다시한번 내 머리에 각인되었을정도였습니다...강추임다..
너무너무 재밌었던 기억이 나네요..주인공의 심리변화를 보느라 더욱 더 흥미로웠던거 같아요~ 전 또 보려구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