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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수필/소설 스크랩 현대시협 2007년 전국고교생 문예작품(시) 공모 심사결과
김철교 추천 0 조회 119 09.05.27 16:2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한국 현대시인 협회 주최 

 2007년 제13회 전국 고교생 문예작품(시) 공모 심사결과

 

일시: 2007, 5,7 오후 3시 장소: 협회 사무실 (월간 시문학사)

심사위원: 신규호, 이향아, 심상운, 김철교, 위상진

심사평: 심상운

 

<심사결과>

전국 133개 고교에서 532명이 응모한 시작품 2660편을 5명의 심사위원이 예심과 본심을 거쳐서 심사한 결과, 장원으로 서울 예일여고 송건임의 <손도장>, 차상에, 인천 숭덕여고 윤단비의 <금성라디오>, 강원도 속초여고 김소연의 <멸치>, 차하에 서울 세화여고 송아영의 <구인광고>, 마산 구암고 장유미의 <자전거>, 과천 중앙고 이태호의 <재개발지구>, 장려상에 서울 잠실여고 서상희의 <산책>, 포항중앙여고 박혜경의 <강가의 대화>, 경기 안산 경안고 허민혁의 <바닷물>, 서울 양재고 정연욱의 <조개무덤 2>가 뽑혔다.

 

<심사평>

대상에 대한 객관적 인식과 사유의 유연성, 싱싱한 상상력의 발산

 

본회에 응모한 전국 고교생들의 시작품을 한 편한 편을 꼼꼼히 읽고 심사하면서 입선된 작품들에서 심사위원 모두 공통적으로 생각하고 느낀 것은 시대적인 급격한 변화와 입시위주의 교육풍토 속에서도 21세기의 한국문학을 이끌고 나아갈 미래의 젊은 시인들이 충실하게 자라고 있으며, 기성 시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첫째, 대상(사물)에 대한 객관적 인식과 사유의 유연성. 둘째, 현실에 대한 연민의 마음과 냉정한 관찰자의 태도 유지. 셋째로 고교생이라고 믿기지 않는 탁월한 언어구사력. 넷째로는 새로운 시 형태에 대한 과감한 시도와 싱싱한 상상력의 발산 등이다.

 

장원으로 뽑힌 송건임의 <손도장>은 참신한 발상과 감각, 끝부분의 연결이 뛰어났다. 어느 날 앨범을 정리하다가 자신의 신생아 때의 손도장을 발견하고 그것을 시적언어로 표현한 “엄마의 자궁에 이끌려 세상 밖으로 나왔다/작은 손자국 위로 꿈틀거리는 손금들/태아의 시간을 지나 앨범 위에서 호흡한다”라는 구절이나 주민등록증 뒷면에 새겨진 지장을 보고 “내 유년을 감싸고 있던 기억”이라고 하면서 “꼭 내 손에 또 다른 지문이 빠져나간 것처럼” 허전하다고 하는 그의 예민한 감수성과 고교생 수준을 넘어서는 사물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과 언어구사력은 심사위원들에게 놀라움을 주면서 장원으로 선정하는데 아무런 이의를 붙일 수 없게 했다.

차상으로 뽑힌 윤단비의 <금성 라디오>도 사물에 대한 인식의 유연성과 객관적인 시선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며칠째 분리수거함에 갇혀 있는/라디오 곁으로 민들레/ 안테나를 길게 뽑아/아버지의 목소리를 더듬고 있다”라고 하는 서정화의 장면이 인상적인 느낌과 여운을 준다. 그러나 <손도장>에 비해 평범한 상상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소연의 <멸치>는 국수를 먹으면서 그 속에 있는 멸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새로운 각도에서 펼치고 있다. 그는 멸치의 눈을 통해서 깊은 바다 속의 광경을 상상하고 있다. 생사의 관념에서 벗어나서 국수국물 속의 멸치와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그의 정신적 시선이 싱싱하게 살아 있어서 놀라움을 주고 있으나, 언어의 구사력이 부족하다.

차하에 뽑힌 장유미의 <자전거>는 자전거를 배울 때의 체험을 시화 하였는데, 엄마와 나와의 관계가 자전거라는 사물을 통해서 잘 부각되어 있다. 그러나 끝부분 “나는 굳건한 의지를 배웠다”는 직설적인 언어가 시의 형상화에 흠집이 되고 있다. 송아영의 <구인광고>외 4편은 현대적인 언어감각과 시의 포퍼먼스라는 면에서 주목이 되었으나 의식의 내면화와 형상화, 서정성에서 부족한 면이 지적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시형태의 탐구와 도전이라는 면에서 가능성이 많은 젊은 시라고 평가된다. 이태호의 <재개발지구>는 현실에 대한 연민과 관찰이 주목되었으나 감정의 직접적인 노출과 그것을 형상화하는 언어표현의 부족함이 지적되었다. 장려상에 뽑힌 정연옥의 <조개무덤 2>, 박혜경의 <강가의 대화>, 서상희의<산책> 허민혁의 <바닷물> 등은 대상에 대한 관찰과 인식에서 허술한 면이 보이지만 개성적인 표현력과 시적 형상화의 능력에서 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13년의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 <한국현대 시인협회>의 전국 고교 문예작품 시 부문 공모의 수준은 회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응모작품의 편수도 심사가 어려울 정도로 많아지고 있다. 이는 이 행사가 목적에 부합하여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문예창작 수준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끝으로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마음으로 전하면서, 전국에서 응모해준 532명의 학생들과 성심성의 지도해주신 전국고등학교 문예지도 교사들에게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장원 작품>

 

              손도장

 

                                 송건임 (예일여고 3학년)

 

1.

앨범을 정리하다가

신생아 때 찍은 손도장을 발견한다

스탬프 위에 새겨진 손자국

백지장 위에 다섯 마디의 지문들

차곡히 빈공간을 채워 넣는다

엄마의 심장 박동을 따라

자궁을 풍선처럼 불었을 태아의 울음들,

아직 지문도 벗겨지지 않은 손을 감싸며

태아는 두 주먹 불끈 쥐고

엄마의 자궁에 이끌려 세상 밖으로 나왔다

작은 손자국 위로 꿈틀거리는 손금들

태아의 시간을 지나 앨범 위에서 호흡한다

 

2.

손금 마디에 다 자란 손톱처럼 뿌리박히던 날,

주민등록증 발급을 받으러 동사무소에 갔다

스탬프 위에 흡뻑 적신 손금들이

말라버린 탯줄을 끼고 종이 위에서 일렁인다

일렬로 늘어진 숫자들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내 이름인양 한껏 거드름을 피우고 있다

어색하게 웃는 사진 귀퉁이마다

주민등록증 뒷면에 새겨진 지장,

내 유년을 감싸고 있던 기억들이

스탬프에 찍힌 것처럼

엄지손가락 한 쪽이 허전하다

꼭 내속에 또 다른 지문이 빠져나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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