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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가는 산경표 (* 홀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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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약봉분기점~큰싸리재 스크랩 1/5-6운장산(모래재-싸리재)구간종주-금남정맥 1차
배슈맑 추천 0 조회 59 09.10.27 15:3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산행 시간표)

(1/5)  23:00     양재역   출발

(1/6)  03:15     모래재   출발

         03:30     조약봉

         04:35     입봉

         05:15    보룡고개

         06:15     675.4봉

         06:55     황조치

         08:00     655봉 - 아침식사(10분)

         09:50     연석산

         10:15     만항치

         11:35    운장서봉

         11:55    -운장주봉 왕복(20분)

         13:05     피암목재    

                9 시간 50분        15km

 (2008년 첫 눈 산행)

(1/5 23:00) 2008년 신년산행을 어느 곳에서 시작할까 참 많이도 망설였다. 자유인 11기의 첫 출범인 지리산 천왕봉도 가고 싶고...결국 신

도림에서 11기 버스를 함께 타고 양재역까지 배웅하고 금남정맥을 출발하는 봉현산악회 버스로 갈아탄다. 9명의 대원으로 출발하는 힘든

여정이지만 지난 해 호남정맥과는 달리 7-8구간을 꾸려나가면 될 것이니 약속대로 새해 첫걸음을 조약봉 금남/호남정맥 분기점으로 향한

다. 오랜만에 익산 I.C.를 벗어나 봉동을 거쳐 보룡고개를 넘고 진안 부귀면 모래재에 닿는다. 지난 해 봄 금남호남정맥에 이어 호남정맥

을 향해 떠나던 기억이 새롭다. 그날도 오늘처럼 맑은 밤 하늘에 별이 총총하였는데...

 

지난 한 해 동안 호남정맥 길에서 가슴아프게 함께 걸었던 현대사의 비극적인 영혼들을 광양만에서 훌훌 떠나 보내고, 이제 1000리 길 굽

이도는 금강을 아우르며 그 유장한 강보다 훨씬 짧은 300리 맥길을 걸어 백제의 숨결을 느끼고 부여 땅 낙화암을 마주하는 구드레나루에

닿으리라.. 그날 내 가슴에 또 어떤 벅찬 감회가 서릴지 모르나, 이 땅에 살아 온 오십년 내 삶의 느낌에서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고장으

로 남아 있는 금강 유역을 걸어갈 수 있음에 행복할 뿐이다. 부디 오늘의 출발이 비록 짧은 기간에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또 한 정맥의 첫걸

음일지라도 발길마다 보람되고 의미있는 탐사가 이어지기를 빌며 小寒의 그믐밤을 하얗게 새우려 떠난다. (1/6 03:15)

 

 (조약봉 분기점)

모래재의 이름을 살려 '慕來公園'이라 세운 추모공원 입구 비석을 지나 조약치로 오르는 임도를 따라 5분여 걸음으로 조약봉 들머리인

'세봉임도개통' 기념표지에 닿는다.  짧은 된오름으로 조약봉(주줄산) 분기점에 올라서서 기념촬영과 함께 호흡을 가다듬는다.(03:30) 

오른쪽 북쪽으로 뻗어나간 금남정맥의 첫걸음이 짧은 내림길로 이어진다. 뚜렷한 마루금을 따라 작은 오르내림으로 서너개의 봉우리를

넘어 내려서니 조약치 고개를 지나고 능선 삼거리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04:00) 어둠이 짙고 약간의 운무가 끼는듯하나, 날씨는 계절에

맞지 않게 소한 추위도 없이 포근하다. 능선을 타고 쌓인 눈길을 밟으며 구태여 아이젠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낙엽 위에 덮힌 적설이 그

리 미끄럽질 않다.

 

오른쪽 급한 된오름을 거친 후 다시 서너번의 오르내림으로 작은 봉우리를 편히 지난다. 왼쪽 화심온천 부근의 불빛이 함께 따른다. 소양

에서 진안으로 넘어가는 국도의 불빛도 잠시 보인다.마지막 급경사 오름길을 거쳐 입봉(갓봉) 헬기장에 배낭을 내리고 물 한모금을 적신

다.(04:35) 사방이 어둠 속에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을 진안고원의 마지막 자락을 숨죽인 채 내 상상의 머리로 동쪽의 옥녀봉 너머 용담호

와 천반산을 그려본다. 신무산 아래 수분치 '뜬봉샘'에서 발원항 금강이 용담호 죽도 어귀를 맴돌며 한 맺힌 정여립 장군의 영혼을 안고

돌며 장수 장계천과 무주 구량천을 아우르며 큰 힘으로 백제 땅을 향해 굽이칠 용흐름을 잉태한다. 어디선가 금남호남길의 부귀산 아래

오룡동 고개를 맴돌던 영혼들의 춤사위를 느끼며, 朱子川으로 흘러들어 금강을 타고 내릴 긴 여행의 서막을 펼친다.. 

 

 (진안 옥녀봉 능선)

입봉 내림길은 마치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내리는 느낌으로 왼쪽으로 급격히 꺾어 내리는 급경사를 이룬다.오른쪽 봉암리 마을의 불빛이 가

깝게 느껴지는 사면길에 성곽을 쌓은 듯한 돌담을 따라 내려선 후, 작은 봉우리를 언덕처럼 두어고개 넘어서니 내림길 오른쪽엔 철망 펜

스가 길게 이어지고 통신시설을 만나는 곳에서 임도같은 눈길을 밟으며 보룡고개 26번 국도에 내려선다. (05:15) 불과 두어시간 전에 차

를 타고 넘었던 길인데..중앙분리대를 힘겹게 넘어서서 맞은편 절개지의 들머리를 찾아 오른쪽 포장임도를 따라 오른다. 왠 SUV차량 한

대가 시동을 건 채 들머리 임도 끝에 서 있다. 한밤중에 무슨?...아무래도 짐작이 잘 가질 않는다..옛날 우리들 어린 시절이면 어김없이 간

첩신고 감이다...ㅎㅎ  

 

임도 오른쪽 절개지 상단에서 어렵게 들머리를 찾아 배수로를 건너 오르니 오른쪽 표고버섯 농장의 긴 철조망을 따라 오르며 30여분 계속

되는 된오름에 초반의 힘겨움이 절정에 달한다. 다행히 일주일 동안의 스텝밟기 운동으로 오름길은 어느 정도 호흡을 고르기가 쉽다. 긴

오름을 거쳐 능선길에 올라선 후 왼쪽 공터에 이르러 잠시 후미조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한다.(05:45) 아직도 날이 밝으려면 두시간이 지

나야하는데... 아침식사 시간이 기다려지고 배가 고프다. 운장산 칠성대의 전설을 떠올린다."배고픈 사람의 사정도 모르면서 벼슬은 무슨

벼슬을 한다고" 치성을 드리려다가 일곱 성군의 노여움을 사게된 이야기다.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 외에 무슨 개똥 철학이 우선할 것인

가.. 이번 선거에서 드러 난 소위 개혁 이념의 잘 난 정치꾼들은 깊이 반성할 일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념보다 앞서는 배고픔의 민중

이 선택하는 바를...또한 승리에 도취되어 약속한 경제 되살리기가 순조롭지 못한 채 배부른자를 살찌우는 엉뚱한 논리가 지배할 때면 그

결과가 5년 후에 어떤 형태의 댓가를 치루어야 할지도 깊이 새겨야 할 일이다. 

 

 (새벽의 첫발자국을 남기며)

5분정도 휴식을 취하고 원등산 분기봉으로 보이는 봉우리에 올라 오른쪽 정맥길로 내림을 밟는다. 당분간은 큰 오름이 없겠구나..편안한

걸음으로 능선을 즐기는가 싶었는데..왠 산죽길이 그리도 키가 큰지..눈을 뒤집어 쓴채로 키보다 큰 산죽길을 헤쳐 나갈려니 만만치 않다.

한 손으로 헤드랜턴을 신경쓰고 또 한 손으로 눈에 젖은 산죽 가지를 헤치다 보니 암릉과 잡목 숲이 오히려 반갑다.  675.4봉의 삼각점을

지난다.( 06:15)  다시 이어지는 산죽들에 애를 먹으면서 힘겨운 씨름으로 봉우리를 넘어서니 오른쪽으로 90도 급격한 내리막을 밟는다.

마을이 가까운지 개짖는 소리가 요란하니 고단한 농부의 잠을 설치는게 미안하다. 중궁항 마을로 이어지는 황조치를 넘어선다.(06:55)

아직도 일출은 시작되질 않았으나 여명으로 오름길 벌목지대를 살필 수 있으니 구름 낀 하늘에서 둥근 해를 볼 수 있으려나..  

 (완주 원등산 아래 동상면의 아침)

 날이 밝질 않으니 어디에서 아침상을 펼치고 휴식을 취하기도 만만치 않아 1시간 정도는 더 운행을 해야되겠다. 문제는 마주보이던 667

봉이 역시 만만치가 않다.급한 비탈을 이루는 경사를 왼쪽사면을 타고 올라서지만, 잡목과 키 큰 산죽밭이 이어지는 오르내림을 정신없이

반복한다. 대여섯번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오르내리고 나니 어느새 날이 밝아왔고 구름이 짙게 깔리며 일출은 이미 지난 모양이다.시

야가 확 트이는 편안한 안부를 지나고 655봉 능선길에서 오른쪽 사면에 잠시 휴식을 취하며 아침 겸 간단한 빵으로 허기를 때운다.(08:00)

오늘 처음 출정이라 서로 인사도 자세히 나누질 못한 채,서로의 산행 습관이나 식성을 몰라서 가져간 술병도 꺼내질 못하고 각자의 도시

락만을 챙기고 몸에 열기가 식기 전에 연석산 오름길을 서두른다.

 (멀리 나아갈 연석산이 끝자락에 우뚝하고..)

완만한 잡목길로 출발하던 연석산 오름길이 봉우리를 하나 넘어선 후 급격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한다. 올라가도 시원찮은데..또 다시 오

를 길에서 내리막이란...식사 후의 고단함이 밀려온다.산죽길 오르막에서 멀리 연석산 정상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그 앞을 가로 막는 봉우

리들이 능선으로만 이어지질 않고 꽤 솟구침이 반복되며 암릉으로 멋스럽게 장식되어 반기니 그리 만만치가 않은 기분이다.산죽길을 헤

치고 올라 본격적인 암릉길을 조심스레 긁어 오르며 미끄러운 눈길에 한발씩 안전을 확보한다. 마지막 가늘은 로프가 설치된 암릉을 올라

서니 전망이 꽤 좋다. 좌우 계곡을 이루는 능선들을 조망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09:05) 오른쪽 정수암 마을이 신궁저수지와 함께 하얀

눈밭을 이룬다.

 

 (연석산 오름길의 멋진 소나무 바위)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들이 다시 한번 오르내리고 연석산 큰 봉우리가 잘 보이는 안부에 올라서니 멋진 소나무가 암봉을 장식한다. 멀리

오른쪽의 운장산 서봉은 짙은 구름에 가려진채로 아직은 모습을 잘 드러내질 않는다. 이어지는 암릉지대가 꽤 길어 아이젠을 착용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일단 오름길은 그냥 진행해 보기로 한다. 다시 시작되는 잡목 숲과 산죽길에서 눈으로 얼굴을 적시며 연동마을 하

산길이 있는 이정표 삼거리에 올라선다. 뒤돌아 보는 지나온 길이 점점 안개 구름 속으로 멀어지며 이젠 잊어란 듯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한 밤중을 달려 온 내 발길이 또 한 정맥의 끝을 향하며, 몇달 후 부소산 아래 백마강에서 그 긴 여정을 물위에 그릴 수 있을까..애환과

영광이 함께 한 금강의 남쪽 구릉을 이어가며 내가 찾아야 할 자유인의 영혼들은 어떤 모습으로 또 다른 밤을 맞이해 줄 것인가..(09:45)  

 

 (지나온 능선길이 아득히 멀어진다.)

(09:50)연석산 정상 헬기장에 올라선다. 멋진 정상비석이 없어 아쉽지만  맥길의 한 가운데에 우뚝 솟은 큰 봉우리가 믿음직스럽다. 운장

서봉과는 달리 매우 부드러운 육산의 풍모를 보인다. 휴일 산행으로 왼쪽 사봉리에서 올라 온 부부가 운장산을 향하는 걸음에 염려를 보

태고 남쪽 연동리로 향한다. 아침 일찍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손잡고 걸어 오른 건강한 사랑이 멋드러지다. 아이젠을 꺼내 착용하고 깊

어 보이는 만항재 내림길과 운장서봉 오름길의 빙설에 대비한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가..마주보이는 운장서봉이 깎아지른듯이 가파른

서쪽 사면을 허옇게 드러내며 금남길의 첫 출정을 반긴다.

 (연석산에 올라)

(10:00) 연석산에서 만항재로의 내림길 암릉이 눈이 녹아 내린 후 얼어 붙은 빙벽을 이룬 채 로프도 없으니 내림길의 빙벽은 아찔하다.

오름길과 달리 아이젠으로 확보할 수도 없는 각도에서 한 동안 망설인다. 스틱으로 겨우 발 디딜 중간 지점을 빙벽을 깨고 확보한 후에

조심스레 한발을 디디고 겨우 몸을 눈위로 날리듯이 비틀어 내린다. 매우 위험한 지점이다. 이런 곳에 로프를 하나 매어 두어야 하는데..

보조자일을 챙겨 오질 않은게 후회스럽다. 잇달아 그리 쉽지 않은 급경사의 암릉 내리막을 경험한 후에야 만항재가 내려다 보이는 잡목

숲을 지나고 예쁜 소나무가 서 있는 봉우리에서 한숨을 돌린다.

 (운장산 서봉이 높아보인다.)

만항재 안부에 내려서기 직전의 작은 안부에서 서서히 걷혀가는 운무와 함께 운장 서봉의 멋드러진 자태를 감상하며 휴식을 취한다.

깎아지른 경사면 위로 암봉이 울퉁불퉁 남성스럽다. 연석산 여성스러움에 무슨 눈길을 보내는 것인가..

 (궁항리계곡-신궁저수지)

발 아래 신궁저수지가 내려다 보이고, 50여년 전 무의미한 전쟁의 참화 속에서 불타버렸던 상궁항,중궁항 마을이 新村을 만들고,하궁항과

함께 새로운 삶의 억척을 엮어내며 신궁리를 이어간다. 진안 부귀면의 깊고 높은 산간 마을에도 이제 새로운 바람이 불어 와 사람 살만한

아름다운 터전으로 새봄을 맞이 하기를..

 (산죽길이 에쁘다)

 만항재로 내려서는  산죽길에서 새벽 길의 키 큰 산죽의 횡포를 사과라도 하듯이 예쁜 얼굴로 지나가는 산객을 사열한다. 심설의 능선길

에서 초록의 생명을 싱싱하게 보여주는 산죽길은 마루금을 잇는 맥꾼들에겐 매우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벗으로 다가온다. 왼쪽 상검태로

내려서는 하산길이 눈속에서 뚜렷한 안부를 지나 암릉이 시작되는 운장 서봉 서사면을 향해 큰 숨을 들이킨다.(10:20)

 (그래도 역시 겨울 산에 상고대란..)

점점 암릉이 많아지면서 가파르게 된 오름이 이어진다. 전망대를 이루는 바위에 올라 지나온 연석산과 궁항 마을을 다시 한번 내려다 본

다. 뿌옇게 흐려지는 하늘이 금새라도 한바탕 큰 눈을 쏟을 것 같다. 잠시 편한 길로 접어 들더니 멋진 소나무가 있는 봉우리를 넘어서고

사면길을 거친 후 전망대 바위가 있는 능선 끝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연석산이 마주 보이고, 북쪽 피암목재 오름길의 산객들 소리가

가깝게 울린다. 오른쪽 암릉을 조심스레 돌아 오르고 이 후 얼어 붙은 빙판을 이루는 암릉을 로프와 장갑 낀 손으로 아이젠 확보를 이용하

여 기어 오른다. 온통 바위가 미끄러운데 아이젠 한쪽이 충격으로 벗겨져 아랫쪽으로 떨어진다. 저걸 그냥 버릴까..앞으로 계속될 빙판이

걱정되어 다시 내려가 줏어 올린다. 두세번의 힘겨운 빙판 암릉을 긁어 올라 산죽길 오름길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멋진 상고대를 눈에

담는다.어느새 한시간의 사투를 벌인거구나..(11:20)

 

  (운장산 서봉에 올라)

적설이 녹아 내려 완전히 빙벽을 이룬 암봉 오름길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피암목재 오름길 바로 옆으로 난 서봉 사면을 겨우 찾아 오르니

암릉길에서 직접 오르는 능선에 올라선다.다시 산죽과 암릉이 번갈으는 급경사 빙벽암릉을 가까스로 긁어 오르니 서봉 동사면의 햇살이

반겨준다. 대전에서 올라 온 젊은 산객들이 건네는 시산제 음복주를 한 잔 얻어 마시며 갈증을 달랜다. 서봉 암봉에서 모처럼 햇살을 느끼

며 마주 보이는 주봉과 동봉이 산객을 유혹한다. 잠시 발길을 옮겨 주봉까지만 다녀 오기로 한다.(11:35)  오성대와 상여바위를 지난다.

주봉(중봉,상봉)의 차가운 표지판이 아쉽다...

 (주봉을 잠시 다녀오고)

10여분을 내달아 운장주봉에 올랐으나 희미한 구봉산 능선길은 구름 속에 가려지고 바랬던 용담호의 화려한 환영은 안개 속에 묻혀 버렸

다.雲長山..이름대로 구름에 묻힌 시간이 길 수 밖에..만경강과 금강을 흘러 내리며 호남 땅 북쪽을 차지하고 한양을 호령하는 운장산의

기개가 동,서봉을 거느리며 우람하게 이 땅의 명예를 지키고 있다.비록 정여립 장군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東人의 몰락을 가져오고 이 후

로 叛逆鄕의 불명예로 근대사를 엮어 왔지만, 이 길을 걸어 우금치로 향하던 장군의 부하들은 운장산의 기개를 듬뿍 담고 넘었으리라..

다시 오랐던 길을 되돌아 서봉 갈림길에서 배낭을 챙긴다.(11:55)

 (내림길도 만만치 않아..)

피암목재로의 내림길은 깊게 쌓인 적설에 가파른 경사가 더해져 매우 더딘 걸음으로 하산 길을 서두른다. 아무래도 서너 시간이 더 걸릴

싸리재까지의 진행은 포기하고 천천히 걸어서 피암목재에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하기로 계획하니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고 느긋하게 내

림길을 걷는다.산죽길 내리막과 잡목 급경사를 거쳐 내처사동 계곡길이 갈라지는 활목재에서 잠시 배낭을 내리고 휴식을 취하며 배낭 속

의 이슬이를 꺼내 한모금 마신다. 한 주전 호남정맥 길의 동료들이 생각나고 이쯤에서 늘 한잔 막걸리로 발품을 식혀 주시던 운해 선배님

이 벌써 그리워진다. 참 좋은 동지들과 함께한 호남정맥 길이었다. 비록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마디 불평없이 잘 끝맺은 작년 한

해 동안의 호남길이 오랫동안 내 기억을 차지할 것이다.(12:15)

 (지나온 연석산을 돌아다 보고..)

암릉과 암봉이 어우러지며 눈으로 뒤 덮힌 산길을 오르는 주말 산객들을 격려하며 자주 길을 피해 주다보니 하산길이 자꾸 지체된다. 피

암목재 꾸불거리는 도로가 보이고 완주와 진안을 넘나드는 분주한 삶의 소리가 요란스러워 지는 하산 길 능선에서 시름에 겨운 어느 여인

이 한 잔 술에 취한 채 넋두리를 읊는다. 비록 등산객 복장으론 완전치 못하나 눈 쌓인 운장산을 밟아 보려는 그 의욕을 무슨 연유로 술 기

운이 뺏어가 버렸는지..잠시 들은 바로 중국에서 온 교포여인의 한도 맺혀있다..

  (발 아래 피암목재 55번 도로가 보인다.)

오늘 산행의 기억들을 더듬어 기록을 남기려는 이 날에 이천 어느 공장의 큰 화재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선진조국의 하늘 아래서...

그 여자를 보면 괜히 신경질이 난다

그녀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일제에 빼앗긴 조선땅이 싫어

살아도 더는 살 수 없는 조국이 싫어

흑룡강으로 떠났는데

그 여자는 할애비가 버린,

땅 설고 물 설은 모국의 귀퉁이에 와서

가난한 허벅지 하얗게 내놓고 온몸을 바쳐

'이름도~ 모~올라요 서~엉도 몰라,

첨 만난 사내 푸우움에 어~얼싸 안겨여어~‘'


곰팡내 물씬 풍기는 단란주점에서

올망졸망 두고 온 식솔들

눈망울에 수평선을 담고 노래 부르는데, 씨발

왜 그리도 부아가 치솟는지

휘청휘청 밖에 나와 해장으로 국수를 먹는데, 씨발

국물은 왜 그리도 뜨거운지

전봇대에 기대어 오줌 누는데, 씨발

왜 죄 없는 가랑이만 축축이 젖는지          - 김수열 시집 「‘바람의 목례」중에서    ‘연변여자’

1/9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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