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14좌 완등에 나선 세계 여성 산악인들 | |||||||||
9부 능선에서 막바지 경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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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히말라야의 8000m급 고봉 14좌를 첫 번째로 모두 오르게 될 여성 산악인은 누구일까. 한국의 여성 산악인 오은선 씨(43·블랙야크 소속)가 지난 6일 세계 3위봉인 칸첸중가(8586m) 등정에 성공하고 또 한명의 유망주인 고미영 씨(41·FNC코오롱 소속)가 이보다 앞선 지난 1일 세계 5위봉 마칼루(8485m) 등정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히말라야 14좌 가운데 오 씨는 지금까지 10좌, 고 씨는 8좌를 올라 누가 세계적인 기록을 세우게 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오은선 씨가 칸첸중가를 오르기 직전에 14좌 완등의 기록을 세우겠다고 발표한 것이 외신에 소개되기까지 하면서 여성 산악인들의 선두 경쟁은 수면 밖으로 나와 세계적 관심사가 됐다. 히말라야 14좌 완등은 남성들도 지금까지 14명만이 달성했을 만큼 어려운 목표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성적은 오스트리아의 겔린데 칼텐부르너와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 이탈리아의 니베스 메로이 등 3명의 외국 산악인이 모두 11좌씩 올라 오은선 씨나 고미영 씨보다 한 발 앞서가고 있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기록만을 본다면 외국의 세 여성 산악인이 14좌 완등 목표를 먼저 달성할 가능성이 큰 것처럼 보인다. 세계적인 인지도 면에서도 역시 외국의 세 여걸이 단연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등반속도 면에서 훨씬 빠른 한국의 두 여성 산악인이 이들을 앞설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실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능성이 큰 사람은 오은선 씨다. 오 씨는 지난 2008년 한 해 동안 마칼루 로체 마나슬루 브로드피크 등 4봉우리를 오른 바 있다. 지난 해 성적만 유지한다고 해도 내년 봄이면 14좌를 모두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미영 씨는 지난 2007년에 에베레스트를 포함해 3개봉, 2008년에 K2를 포함해 3개봉 등 2년 연속 3개봉씩을 오른 저력이 있다. 역시 종전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늦어도 내년 중반에는 14좌를 모두 오르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외국의 3걸 가운데는 지난 2003년에 에두르네 파사반이 로체와 두 봉우리가 붙어 있는 가셔부룸 I·Ⅱ봉 등 3좌를 올랐고, 니베스 메로이가 역시 인접한 브로드피크와 가셔브룸 I·Ⅱ봉을 올랐고 이후는 모두 한 해 1~2좌씩 오르고 있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세기의 뒤집기 쇼가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특히 고미영 씨가 마칼루를 오르자마자 칸첸중가 등정을 시도하고 있고 오은선 씨도 칸첸중가 등정을 끝내고 귀국하려던 계획을 변경해 바로 안나푸르나를 등정할 방침을 밝혔다. 이들이 당초 계획을 변경해 매 시즌 2개봉씩 등정한다면 올해 안에 14좌를 모두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접한 봉우리도 아니고 거리가 있는 두 고봉을 한 시즌에 연달아 공략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그 같은 시도를 한다는 데에서 이들의 의지를 읽을 만하다. 그만큼 선두 다툼이 심해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 동안 안심하고 있던 외국의 세 여걸들과의 경합까지 겹쳐졌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뜨거운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국의 세 여걸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이탈리아의 니베스 메로이(61년생)는 칸첸중가와 안나프루나 마칼루 만을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 마칼루를 오르다 대형 사고로 큰 부상을 당했고 올해도 안나프루나 등정을 시도하다 돌아서 칸첸중가로 옮겨오는 등 최근 부진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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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 산악계에서 가장 걸출한 인물로 꼽히고 있는 70년생인 오스트리아의 겔린데 칼텐부르너도 남은 일정이 만만치 않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와 가장 난코스로 소문난 2위봉 K2와 로체 등을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등반경력은 화려하지만 남은 코스들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단순히 숫자만으로 칼텐부르너가 14좌를 가장 먼저 오른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큰 외국 여성 산악인은 73년생으로 젊은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이다. 파사반은 현재 칸첸중가와 안나푸르나 시샤팡마 등을 남겨놓고 있는데 그의 역량만을 본다면 사실 올해 안에 끝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파사반은 스페인 방송국의 후원을 받는 조건으로 고산촬영을 하면서 등반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많은 대원을 운영하기 때문에 날씨가 받쳐주지 않을 경우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단촐한 등반대로 악조건을 무릅쓰는 한국의 두 여걸을 계속 앞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파사반은 오 씨와 비슷한 시기에 칸첸중가에 도착했고 캠프도 거의 같은 시기에 구축해놓았다. 그러나 오 씨가 정상을 공격할 당시에도 파사반은 날씨가 너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캠프3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파사반은 히말라야 소식을 전하는 익스플로러 웹에 오은선 씨가 정상에 오른 것을 전하면서 “우리는 그녀(오은선)에 대해 약간은 걱정을 했다. 나 같으면 이런 (궂은)날씨에 오 씨처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오 씨가 정상을 공격할 당시 파사반을 비롯한 스페인원정대는 캠프3에서 만약의 경우 오 씨를 돕기 위해 비상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경쟁자이지만 산악인으로서 우정 또한 만만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오은선 - 올해 안에 끝낸다? 오 씨는 이번에 칸첸중가 등정에 성공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덜한 안나푸르나와 다울라기리, 낭가파르바트 가셔브룸I봉 등만을 남겨놓고 있다. 당초 오 씨는 칸첸중가를 오른 뒤 귀국했다가 여름 시즌에 파키스탄 쪽의 낭가파르바트와 가셔브룸I봉을 오르고 가을 시즌에 여성산악회 공동으로 안나푸르나를 오를 예정이었다. 다울라기리는 내년 봄에 마지막으로 오를 것으로 보였지만 안나푸르나와 지척에 있는 만큼 역시 가을 시즌에 도전할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가을 시즌까지 14좌를 모두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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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 씨는 칸첸중가를 오르자마자 계획을 수정해 바로 안나푸르나로 직행했다. 이 같은 계획 수정에는 여성 산악인으로서 나름 친분이 두터우면서도 어쩔 수 없이 경쟁상대가 된 고미영 씨가 마칼루를 오른 뒤 헬리콥터를 이용해 칸첸중가로 옮겨온 것도 크게 영향을 미친 듯하다. 어찌 됐건 이번 시즌에 안나푸르나까지 오르게 된다면 오 씨가 올해 안에 14좌를 모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파키스탄에 있는 낭가파르바트와 가셔브룸I봉은 다소 떨어져 있기는 하더라도 거리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한 시즌에 동시에 도전하는데 크게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히말라야가 오 씨의 도전을 받아주느냐이다. 8000m급 고봉은 어느 봉우리 하나라도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며, 날씨 조건 등이 허용돼야 등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 씨는 이미 지난 해 로체와 마칼루까지 연속으로 등정한 바 있어 실력이나 체력 면에서는 한 시즌 2개봉씩을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한 바 있다. 히말라야의 여신이 받아주기만 한다면 올해 안에 세계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면이 최근 세계 산악계가 오 씨를 주목하는 이유이다. 오 씨는 이미 지난 해 6개월 만에 4개봉을 올라 이 부문에서 세계 산악인들을 깜짝 놀라게 한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올해도 4개봉을 오르겠다고 밝혀 세계 산악계에선 오 씨가 2년 연속으로 세계적 기록을 세울 지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정을 변경해 안나푸르나를 이번 시즌에 오르겠다고 밝혀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 씨가 등정 일정을 계속 앞당긴다면 올해 새로운 기록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해 5개 코스를 오르는 것인데 남성 산악인들도 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다크호스 고미영 현재 8좌만을 오른 고미영 씨는 경쟁에선 약간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고 씨가 마칼루를 오르자마자 헬리콥터를 이용해 칸첸중가로 이동하면서 세계 산악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익스플로러 웹조차 고 씨를 다크호스로 부르기 시작했을 정도다. 고 씨가 예정대로 칸첸중가마저 등정한다면 다크호스 이상의 대접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고 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봄 시즌에 마칼루를 오르고 여름 시즌에 서로 인접해 있는 파키스탄 쪽의 가셔브룸I·Ⅱ봉을 동시에 오르고 가을에 여성산악회 공동으로 안나푸르나에 간다는 계획이었다. 이렇게 해서 내년까지 14좌를 모두 오른다는 게 고 씨의 당초 일정이었다. 그런데 마칼루를 순조롭게 끝내고 칸첸중가에 도전하면서 고 씨는 14좌 선등 경쟁의 새로운 변수를 만들어 냈다. 그 동안 고 씨가 칸첸중가에 도전한다는 계획은 베일에 싸여있었다. 그런데 마칼루 등정을 끝내고 헬리콥터를 이용해 칸첸중가로 이동하면서 그 계획이 들어나게 됐다.
게다가 가을 시즌까지 간다면 세 시즌 연속 2개봉씩 도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고 씨의 원정대는 이미 여름 시즌에 대비해 가셔브룸I·Ⅱ봉에도 선발대를 보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셔브룸I·Ⅱ봉은 베이스캠프는 물론이고 캠프1까지도 함께 쓰기 때문에 날씨가 특별히 나쁘지 않다면 두 봉우리를 연달아 오를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미 니베스 메로이나 에두르네 파사반이 두 봉우리를 연달아 올랐었고 고 씨의 체력도 이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고 씨는 14좌 완등을 내년까지 마친다고 해도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된다. 가장 짧은 기간 동안 14좌를 모두 오르는 여걸이 되는 것이다. 남성 산악인의 경우도 지금까지 14좌를 모두 오르는데 가장 짧다고 해도 8년이 걸렸다. 그러나 고 씨는 지난 2006년에 8000m 고봉을 처음 올랐기 때문에 올해 안에 끝낸다면 4년 만에, 내년에 끝내더라도 5년 만에 완등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는 것이다. 선의의 경쟁자냐, 정다운 자매냐 두 사람의 계획이 차질 없이 착착 진행될 경우 한국 여성 산악계는 엄청난 경사를 맞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기쁨을 함께 나눌 것이냐 따로 나눌 것이냐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당초 여성산악회는 이번 가을 시즌에 안나푸르나에 공동으로 원정을 가기로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이다. 올해는 한국 여성 산악계의 전설적 인물인 지현옥 씨가 안나푸르나를 등정하고 하산하다 실종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여기에 오은선 씨나 고미영 씨도 함께 갈 것으로 얘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오 씨와 고 씨가 가을 시즌에 먼저 출발해 다울라기리를 공략하고 안나푸르나에 합류해 등시에 등반하면서 세계적 기록을 함께 세우는 것을 그려본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오 씨가 먼저 안나푸르나 등정 계획을 밝힘에 따라 가을 시즌에 공동으로 안나푸르나를 오를 가능성은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두 사람이 세계적 기록을 앞두고 선의의 경쟁을 하고는 있지만 산악인으로서 오 씨나 고 씨는 사실 상당히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명동 로얄호텔에서 열렸던 오 씨의 등반보고대회에는 고 씨도 참석해 축하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만큼 서로 친한 사이이기 때문에 산악계에선 두 사람이 경쟁을 하는 차원보다는 그저 차근차근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8000m급 고봉은 언제나 목숨을 걸고 나서야 할 정도로 위험한 곳이기에 경쟁의식이 자칫 무리한 도전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에서다. 극복해야 할 과제 14좌를 모두 오르더라도 한국의 여성 산악인들은 나름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 그것은 그간의 성과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8000m고봉닷컴(www.8000ers.com)은 오 씨나 고 씨의 기록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4월15일 현재 오 씨는 9좌를 올라 4위, 고 씨는 7좌를 올라 6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이후 한 봉우리씩을 올랐기 때문에 오 씨는 10좌로 4위가 그대로 유지되고 고 씨는 공동 5위로 순위가 한 등급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익스플로러 웹이나 히말라야 통계 등에는 이들의 기록이 아예 올라가 있지도 않다. 이렇게 될 경우 자칫 이들의 노고가 자칫 국내적인 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 국제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성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14좌를 모두 올랐다고 주장한 영국의 앨런 힝크스나 이탈리아의 파우스트로 스테파니 등 일부 남성 산악인들의 경우도 입증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14좌 완등자에서 밀려난 바 있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14좌 완등이라는 것 자체가 개인의 영예일 뿐 아니라 국가의 명예를 높이는 길이라는 점에서 이와 관련해서는 후원사는 물론이고 국가적인 뒷받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첫댓글 고 고미영씨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
여성 산악인 고 고미영 삼가 명복을 빌며 ㅠㅠ 엄홍길 대장도 동상에 걸려 발가락이 잘려진 모습으로 산을 오르는 것을 보니 산이 그렇게 좋은가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