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八(제8) 儒效(유효 ; 유학의 효험)
大儒之效,武王崩,成王幼,周公屛成王而及武王以屬天下, 惡天下之倍周也.履天子之籍,聽天下之斷,偃然如固有之, 而天下不稱貪焉,殺管叔,虛殷國,而天下不稱戾焉,兼制天下, 立七十一國,姬姓獨居五十三人,而天下不稱偏焉.敎誨開導成王, 使諭於道,而能揜迹於文武. 周公歸周,反籍於成王,而天下不輟事周,然而周公北面而朝之.
위대한 선비의 공효(功效)란 이런 것이다. 주나라 무왕이 죽고 아들 성왕이 어리자 무왕의 아우 주공이 성왕을 뒤로 물리고 무왕을 계승해 천하를 물려받았던 것은, 천하 사람들이 주나라를 배반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천자의 자리에 올라 천하의 정치를 처리하자 평화롭기가 본래부터 그렇게 되도록 되어 있던 듯해, 천하 사람들은 그가 탐욕스럽다고 말하지 않았다. 형인 관숙(管叔)을 죽이고 은나라를 멸망시켰지만 천하 사람들은 그가 포악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온 나라를 통치하며 71개 나라를 세웠는데, 그 중 주나라 왕실과 같은 희성(姬姓)의 나라가 53개였지만, 천하 사람들은 편벽되다고 말하지 않았다. 성을 가르쳐 깨우치고 올바르게 이끌어 도에 대해 알게 함으로써 문왕과 무왕의 발자취를 이을 수 있게 하였다. 주공은 주나라와 천자 자리를 성왕에게 되돌려 주어 천하 사람들이 계속해 주나라를 섬기도록 하였다. 그리고도 주공은 신하로서 조정을 섬겼다.
天子也者,不可以小當也,不可以假攝爲也,能則天下歸之, 不能則天下去之.是以周公屛成王而及武王以屬天下, 惡天下之離周也.成王冠,成人,周公歸周反籍焉,明不滅主之義也. 周公無天下矣.鄕有天下,今無天下,非擅也,成王鄕無天下, 今有天下,非奪也,變勢次序節然也.
천자라는 자리는 어린 나이로는 감당할 수 없는 자리이고, 그 직무를 임시로 맡아 처리할 수도 없는 것이다. 잘 다스리면 온 천하가 그를 따르지만, 잘 다스리지 못하면 온 천하가 그를 떠난다. 그러므로 주공이 성왕을 뒤로 물리고 무왕을 계승해 천하를 물려받았던 것은, 천하 사람들이 주나라를 배반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성왕이 관을 쓰는 성인이 되자 주공은 주나라의 천하를 되돌려 주고 천자 자리도 되돌려 줌으로써 임금을 멸망케 하지 않는다는 의리를 밝혔다. 주공은 천하를 차지하지 않게 되었는데, 전에는 천하를 차지하고 있다가 뒤에는 천하를 차지하지 않게 된 것은 천자 자리를 넘겨준 것이 아니다. 성왕이 전에는 천하를 차지지하지 않고 있다가 뒤에는 천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천자 자리를 빼앗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형세의 변화와 질서의 변환에 의해 그렇게 되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故以枝代主而非越也, 以弟誅兄而非暴也,君臣易位而非不順也. 因天下之和,遂文武之業,明枝主之義,抑亦變化矣,天下厭然猶一也. 非聖人莫之能爲,夫是之謂大儒之效.
그러므로 나뭇가지 같은 방계 사람이 본가의 주인을 대신했던 것이지 지나친 일은 아니었다. 아우이면서도 형을 처형하였지만 포악한 일은 아니었다. 임금과 신하의 자리가 바뀌었지만 순리를 거스른 것은 아니었다. 온 천하의 평화를 바탕으로 문왕과 무왕의 왕업을 완수하고, 방계와 본가의 의리를 밝혔다. 말할 것도 없이 큰 변화였으나 천하 사람들은 순순히 모두가 한결같이 따랐다. 성인이 아니라면 이런 일은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두고 위대한 선비의 공효라 한다.
秦昭王問孫卿子曰,儒無益於人之國? 孫卿子曰,儒者法先王,隆禮義,謹乎臣子而致貴其上者也. 人主用之,則勢在本朝而宜,不用,則退編百姓而慤,必爲順下矣. 雖窮困凍餒,必不以邪道爲貪,無置錘之地,而明於持社稷之大義. 嗚呼而莫之能應,然而通乎財萬物養百姓之經紀. 勢在人上,則王公之材也,在人下,則社稷之臣國君之寶也. 雖隱於窮閻漏室,人莫不貴,貴道誠存也.
진(秦)나라 소왕(昭王)이 순자(荀子 ; 孫卿子)에게 물었다. “선비란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무익한 사람이겠지요?” 순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선비란 옛 임금들을 본받고 예의를 존중하며, 신하나 자식들에 대해서는 삼가게 하고 그의 윗사람에 대해서는 매우 존경하도록 하는 사람들입니다. 임금이 그를 등용하면 곧 조정의 직위에 따라 모든 일을 합당하게 할 것이며, 등용치 않으면 물러나 백성들 틈에 끼어 성실히 지내 반드시 순종할 것입니다. 비록 곤궁해 헐벗고 굶주린다 하더라도 절대로 사악한 길에 들어서서 탐욕해지지 않을 것이며, 송곳을 꽂을 만큼의 땅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국가를 지탱하는 대의에는 밝습니다. 소리쳐 불러도 아무도 응해 주지 않는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만물을 풍부하게 하고 백성들을 기르는 법에는 통달해 있습니다. 권세를 잡아 남의 위에 서면 임금이 될 재목이고, 남의 아래에 있으면 국가의 신하이며 임금의 보배가 될 인재들입니다. 비록 가난한 마을 비 새는 집에 숨어산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모두 귀하게 여기는 것은 그들에게 올바른 도리가 정말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仲尼將爲司寇, 沈猶氏不敢朝飮其羊,公愼氏出其妻, 愼潰氏踰境而徙,魯之粥牛馬者不預賈,必蚤正以待之也. 居於闕黨,闕黨之子弟,罔不分,有親者取多,孝弟以化之也. 儒者在本朝則美政,在下位則美俗.儒之爲人下如是矣.
공자가 노나라 사구(司寇)가 되려 하자, 심유씨(沈猶氏)는 감히 아침에 그의 양에 물을 먹여 무게를 늘려 팔지 않게 되었고, 공신씨(公愼氏)는 그의 음탕한 처를 내보냈고, 신궤씨(愼潰氏)는 너무 사치했던 탓으로 국경을 넘어 옮겨갔으며, 소와 말을 팔던 노나라 사람들은 값을 속이지 않게 되었는데, 이것은 몸을 바르게 닦고서 기다렸기 때문입니다. 궐당(闕黨 ; 闕里)에 있을 때에는 젊은이들이 사냥한 물건을 나누면서 부모가 있는 사람에게는 좀더 많이 갖도록 하였는데, 효도와 우애로써 교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선비가 조정에 있으면 곧 아름다운 정치를 하고, 아랫자리에 있으면 풍속을 아름답게 합니다. 선비가 남의 아래에 있게 되어도 이와 같습니다.
王曰,然則其爲人上何如?孫卿曰,其爲人上也,廣大矣! 志義定乎內,禮節脩乎朝,法則度量正乎官,忠信愛利形乎下. 行一不義,殺一無罪,而得天下,不爲也.此君義信乎人矣,通於四海,則天下應之如謹. 是何也?則貴名白而天下願也.
임금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그들이 남의 위에 서면 어떨까요?” 순자가 대답하였다. “그들이 남의 윗자리에 서면 넓고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안으로는 자기의 뜻을 일정하고, 조정에서는 예절이 닦여지고, 관청에서는 법칙과 도량형기가 올바르게 될 것이며, 아래로는 백성들에게 충성과 믿음과 사랑과 이로움의 덕이 실현될 것입니다. 의롭지 못한 일을 한 가지 행하고 죄없는 사람을 한 사람 죽여 천하를 얻게 된다 해도 그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임금의 뜻은 사람들이 믿게 되고, 온 세상에 통하게 되어, 곧 온 천하가 떠들썩하게 그에게 호응할 것입니다. 그것은 어째서일까요? 존귀한 이름이 드러나고 천하가 다스려지기 때문입니다.
故近者歌謳而樂之,遠者竭闕而趨之, 四海之內若一家,通達之屬,莫不從服,夫是之爲人師. 詩曰,自西自東,自南自北,無思不服.此之謂也. 夫其爲人下也如彼,其爲人上也如此,何謂其無益於人之國也! 昭王曰,善!
그러므로 가까운 곳의 사람들은 노래하면서 즐기고, 먼 곳의 사람들은 허겁지겁 그에게로 달려와 온 세상 안이 한집안처럼 되고, 길이 통하는 모든 곳의 사람들은 복종치 않는 자가 없게 될 것입니다. 이런 것을 일러 사람들의 우두머리라 하는 것입니다. <시경>에 ‘서쪽으로부터 동쪽으로부터 남쪽으로부터 북쪽으로부터 와서 복종하지 않는 이 없네.’라고 읊고 있는데, 이를 두고 말한 것입니다. 그들이 남의 밑에 있으면 앞에서 말한 것과 같고, 그들이 남의 위에 서면 이와 같습니다. 어떻게 그들이 사람들을 다스리는 국가에 이로움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소왕이 말하였다. “좋은 말이오!”
先王之道 仁之隆也, 比中而行之 曷謂中? 曰禮義是也. 道者, 非天之道, 非地之道, 人之所以道也. 君子之道也. 君子之所謂賢者,非能徧能人之所能之謂也, 君子之所謂知者,非能徧知人之所知之謂也,君子之所謂辯者, 非能徧辯人之所辯之謂也, 君子之所謂察者,非能徧察人之所察之謂也, 有所止矣.
옛 임금들의 도란 어짊(仁)이 융성하여 이룩된 것으로, 올바름을 따라 행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을 올바름이라 하는가? 예의가 바로 그것이다. 도란 하늘의 도도 아니요, 땅의 도도 아니며, 사람들의 근본이 되는 도이며, 군자가 지켜야 할 도이다. 군자가 이른바 현명하다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군자가 이른바 지혜롭다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것을 다 알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군자가 이른바 말을 잘한다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을 다 잘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군자가 이른바 잘 살펴 안다고 하는 것은 사람이 살펴 알 수 있는 것을 다 잘 살펴 안다는 뜻이 아니다. 그들은 근거로 삼은 예의가 있다는 것이다.
相高下,視墝肥,序五種,君子不如農人,通財貨,相美惡,辯貴賤,君子不如賈人,設規矩,陳繩墨,便備用,君子不如工人.不恤是非然不然之情,以相薦撙,以相恥怍,君子不若惠施鄧析.若夫譎德而定次,量能而授官,使賢不肖皆得其位,能不能皆得其官,萬物得其宜,事變得其應,愼墨不得進其談,惠施鄧析不敢竄其察. 言必當理,事必當務,是然後君子之所長也.
땅의 높고 낮음을 둘러보고 땅이 거칠고 기름진 것을 알아보며 오곡을 땅의 성질을 따라 심는 데는, 군자는 농사꾼만 못하다. 재물을 유통시키고 물건이 좋고 나쁜 것을 알아보며 비싼 것과 값싼 것을 분별하는 데는, 군자는 장꾼만 못하다. 그림쇠와 굽은 자를 써서 둥근 것과 모난 것을 가는하고 먹줄을 써서 똑바르게 모양을 가늠하며 여러 가지를 만들어 쓰기에 편리하게 하는 일에는, 군자는 장인만 못하다. 옳고 그른 것과 그렇고 그렇지 않은 실정과는 상관없이 상대방을 밟아 누르고 상대방을 부끄럽게 만드는 일에는, 군자는 궤변가인 혜시나 등석만 못하다. 그러나 사람들의 덕을 따져서 지위의 차례를 정하고, 능력을 혜아려 벼슬을 주며, 현명한 사람과 못난 사람이 모두 그에게 맞는 지위를 얻게 하고, 능력 있는 사람과 무능한 사람이 모두 그에게 맞는 벼슬을 받게 하묘, 만물이 모두 그 합당한 위치를 얻게 하고, 사물의 변화가 모두 적절한 대응을 받게 하며, 신도(愼到)와 묵적(墨翟) 같은 자들이 그들의 이론을 내놓을 수 없게 하고, 혜시(惠施)와 등석(鄧析) 같은 자들의 궤변이 받아들여질 곳이 없게 하며, 말음 반드시 이치에 합당하게 하고, 일은 반드시 맡은 임무에 합당하게 한다. 이러한 것이야말로 군자가 잘하는 일이다.
凡事行,有益於理者,立之,無益於理者,廢之,夫是之謂中事. 凡知說,有益於理者,爲之,無益於理者,舍之, 夫是之謂中說.事行失中謂之奸事,知說失中謂之奸道.奸事,奸道,治世之所棄而亂世之所從服也.若夫充虛之相施易也, 堅白同異之分隔也,是聰耳之所不能聽也,明目之小不能見也, 辯士之所不能言也,雖有聖人之知,未能僂指也.
모든 일을 행할 때는, 사리에 따라 유익한 것은 세워 주고, 사리에 따라 아무런 이익도 되지 못하는 것은 내친다. 이러한 것을 일에 들어맞게 하는 것이라 한다. 모든 지혜와 이론은 사리에 따라 유익한 것은 행해지게 하고, 사리에 따라 아무런 이익도 되지 못하는 것은 버린다. 이러한 것을 이론에 들어맞게 하는 것이라 한다. 일을 행함에 있어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을 간악한 일이라 한다. 지혜와 이론이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을 간악한 도라 한다. 간악한 일과 간악한 도는 잘 다스려지는 세상에서는 버려지고,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따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것은 충실한 것과 공헌한 것을 서로 엇바꿔 놓고 주장하거나, 굳은 돌은 돌이 아니고. 흰 말은 말이 아니라거나 대동(大同)은 소동(小同)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 일들이다. 그러한 것들은 밝은 귀로도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고, 밝은 눈으로도 볼 수가 없는 것이며, 말 잘하는 사람도 표현할 수가 없는 일이다. 비록 성인의 지혜를 지녔다 하더라도 바로 잘못을 가르쳐 줄 수가 없다.
不知,無害爲君子,知之,無損爲小人.工匠不知,無害爲巧, 君子不知,無害爲治.王公好之則亂法,百姓好之則亂事. 而狂惑戇陋之人,乃始率其群徒,辯其談說,明其辟稱, 老身長子,不知惡也.夫是之謂上愚,曾不如相鷄狗之可以爲名也. 詩曰,爲鬼,爲蜮,則不可得!有(面見)面目,視人罔極.作此好歌,以極反側.此之謂也.
그런 것은 알지 못한다 해도 군자에게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그것을 잘 알고 있다 해도 소인으로서 달라질 것이 없다. 그런 것은 장인이 알지 못한다고 해도 기술을 발휘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도 없으며, 군자가 알지 못한다고 해도 다스림을 펴는 데에 아무런 지장도 없다. 임금이 그런 것을 좋아하면 법을 어지럽히고, 백성들이 그런 것을 좋아하면 하는 일을 어지럽힌다. 그러나 미치고 미혹되고 어리석고 비루한 자들은 그의 무리를 이끌고 그러한 이론들을 내세우며 비유를 들며 주장을 밝히는데 자신이 늙고 아이들이 나이 먹도록 그것이 악한 일임을 알지 못한다. 이러한 자들을 가장 어리석은 자들이라 한다. 그러한 일은 닭이나 개를 잘 품평하여 유명해지는 것만도 못한 것이다. <시경>에 “귀신이나 단호(短狐)가 되면 남들이 볼 수 없을 것인데, 얼굴 부끄럽게도 남들이 좋지 않게 보고 있네. 이러한 좋은 노래 지어 비뚤어진 그대들 마음 바로잡으려는 것이네.”라고 읊은 것은,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我欲賤而貴,愚而智,貧而富,可乎? 曰,其唯學乎!彼學者,行之,曰士也,敦慕焉,君子也,知之,聖人也. 上爲聖人,下位士君子,孰禁我哉!鄕也,混然涂之人也, 俄而竝乎堯禹, 豈不賤而貴矣哉!鄕也,效門室之辨,混然曾不能決也,俄而原仁義, 分是非,圖回天下於掌上而辨白黑,豈不愚而知矣哉!
내가 천하면서 귀해지려 하고, 어리석으면서 지혜롭게 되려 하고, 가난하면서 부유해지려 한다면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것은 오직 학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배운 것을 행하면 선비라 불리고, 그것을 힘쓰면 군자가 되고, 그것에 통달하면 성인이 된다. 위로는 성인이 되고 아래로는 선비와 군자가 되는데 누가 나를 막을 수 있겠는가? 조금 전에는 아둔한 길거리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요임금·우임금과 나란히 하게 된다면 어찌 천하였다가 귀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조금 전에는 문과 방도 혼동되어 명백히 구별할 수 없었는데, 갑자기 어짊과 의로움을 근본으로 삼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며, 천하를 손바닥 위에서 주무르면서 희고 검은 것을 분별해 논한다면, 어찌 어리석다가 지혜롭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鄕也,胥靡之人,俄而治天下之大器擧在此,豈不貧而富矣哉! 今有人於此,屑然藏千溢之寶,雖行貳而食,人謂之富矣, 彼寶也者,矣之,不可衣也,食之,不可食也,賣之,不可僂售也. 然而人謂之富,何也?豈不大富之器誠在此也? 是杆杆亦富人已,豈不貧而富矣哉!
조금 전에는 묶여 있는 죄인이었는데 갑자기 천하를 다스리는 큰 그릇이 여기에 있다고 모두가 말한다면, 어찌 가난하였다가 부유해진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 여기에 어떤 사람이 구두쇠 노릇을 하여 천금의 보물을 저축하고 있다면, 비록 길거리에서 구걸하여 먹고 지낸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를 부자라 할 것이다. 그런데 천하를 다스리는 보물이란, 그것으로 옷을 사서 입으려 해도 사 입을 수가 없고, 그것으로 음식을 사서 먹으려 해도 사 먹을 수가 없으며, 그것을 팔려고 해도 쉽게 팔릴 수가 없는 것이다. 어찌 크게 부유해지는 기능이 진실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위대함도 부유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어찌 가난하였다가 부유해진 것이 아니라 하겠는가?
故君子無爵而貴,無祿而富,不言而信,不怒而威,窮處而榮, 獨居而樂,豈不至尊至富至重至嚴之情擧積此哉! 故曰,貴名不可以比周爭也,不可以夸誕有也,不可以勢重脅也, 必將誠此然後就也.爭之則失,讓之則至,遵道則積,夸誕則虛. 故君子務脩其內而讓之於外,務積德於身而處之以遵道.
그러므로 군자는 벼슬이 없어도 신분이 귀하고, 받는 녹이 없어도 부유하며, 말하지 않아도 신의가 있고, 성내지 않아도 위엄이 있으며, 궁하게 지내더라도 영화롭고, 혼자 산다 하더라도 즐겁다. 그러니 어찌 지극히 존귀하고 지극히 부유하고 지극히 중대하고 지극히 위엄이 있게 되는 본질이, 모두 그에게 쌓여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귀중한 명성은 나쁜 자들과 작당함으로써 다투어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허세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권세로 협박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진실로 그러한 연후에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명성은 다투면 잃고 사양하면 오히려 따라오며 도를 따르면 쌓이고 허세를 부리면 없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그의 속을 수양하기에 힘쓰며 밖으로는 사람들에게 사양한다. 자신에게 덕이 쌓이도록 힘쓰며 처신은 오직 도만을 따른다.
如是,則貴名起如日月,天下應之如雷霆. 故曰,君子隱而顯微而明,辭讓而勝.詩曰,鶴鳴於九皐,聲聞於天. 此之謂也.鄙夫反是,比周而譽兪少,比爭而名兪辱, 煩勞以求安利其身兪危,是曰, 民之無良,相怨一方. 受爵不讓,至於其斯亡.此之謂也.
이와 같이 하면 존귀하다는 명성이 해와 달처럼 떠오를 것이고, 온 천하가 우레를 울리듯 호응할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숨어 있어도 드러나고 미천해도 밝게 알려지며 사양함으로써 남을 이긴다.”고 하는 것이다. <시경>에 “학이 높은 언덕에서 우니 소리가 하늘에까지 퍼지네.”라고 읊은 것도,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비천한 사람은 이와는 반대이다. 나쁜 자들과 작당해 그와 벗하는 사람들이 더욱 적어지며, 비열하게 다투어 명성은 더욱 욕되어진다. 번거로이 수고하면서 편안함과 이익을 추구하지만, 그 자신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시경>에 “백성들 중 좋지 못한 자들은 오직 남을 원망하며, 벼슬만은 사양하지 않으니 자신을 망치게 되네.”라고 읊은 것도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故能小而事大,辟之是猶力之小而任重也,舍粹折無適也. 身不肖而誣賢,是猶傴身而好昇高也,指其頂者愈衆. 故明主譎德而序位,所以爲不亂也,忠臣誠能然後敢受職, 所以爲不窮也.分不亂於上,能不窮於下,治辯之極也. 詩曰,平平左右,亦是率從.是言上下之交不相亂也.
그러므로 능력은 적은데도 큰 일을 하려 하는 것은, 마치 힘은 적으면서도 무거운 것을 들려는 것과 같아서 그의 몸이 부서지고 뼈가 부러질 것이다. 자신은 못났으면서도 거짓으로 현명한 체하는 것은, 몸은 곱사등이면서도 높은 곳에 올라가기를 좋아하는 것과 같아서, 그의 숙여진 머리꼭지를 손가락질하며 비웃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명철한 임금은 사람들의 덕을 판단해 벼슬자리에 차례대로 앉힌다. 이것이 어지러워지지 않는 이유이다. 충성된 신하는 진실로 능력이 있어야만 감히 내리는 직위를 받는다. 이것이 직무를 수행할 때 궁지에 몰리는 일이 없는 이유이다. 위로는 신분의 차례가 어지럽지 않고, 아래로는 직무 수행 능력이 궁지에 몰리는 일이 없게 되니, 이것이 정치의 극치이다. <시경>에 “사방이 잘 다스려지고, 모두가 잘 따르고 있네.”라고 읊은 것도, 바로 위아래가 잘 아우러져 어지럽지 않음을 뜻하는 말이다.
以從俗爲善,以貨財爲寶,以養生爲己至道,是民德也. 行法志堅,不以私欲亂所聞,如是,則可謂勁士矣. 行法志堅,好脩正其所聞,以橋飾其情性,其言多當矣,而未諭也, 其行多當矣,而未安也,其知慮多當矣,而未周密也,上則能大其所隆, 下則能開道不己若者,如是,則可謂篤厚君子矣. 脩百王之法,若辨白黑,應當時之變,若數一二,行禮要節而安之, 若運四枝,要時立功之巧,若詔四時,平正和民之善, 億萬之衆而전若一人,如是,則可謂聖人矣.
세상 습속을 따르는 것을 잘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재물을 보배로 여기며, 자기 삶을 보양하는 것을 자기를 위하는 지극한 도라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일반 백성들의 습성이다. 법도를 굳건하게 실천하고, 사사로운 욕심으로 들은 가르침을 어지럽히는 일이 없다면, 그는 강직한 선비라 할 수 있다. 법도를 지극히 굳건하게 실천하고, 들은 가르침을 바르게 닦기를 좋아하여 성정을 바로잡으며, 말은 대부분이 합당하기는 하나 모든 것을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고, 행동은 대부분이 합당하기는 하나아직도 안정되지 못한 점이 있으며, 지혜와 생각은 대부분이 합당하기는 하나 전혀 빈틈이 없는 것은 아니고, 위로는 존경하는 사람을 위대하게 하고 아래로는 자기만 못한 사람들을 깨우치고 인도해 줄 수 있다면, 그는 독실한 군자라 할 수 있다. 여러 성왕의 법도를 흰 것과 검은 것을 분별하듯 분명하게 닦고, 당시의 변화에 하나 둘을 세듯 확실하게 대응하며, 예의 절도를 실천케 하여 세상을 자기 손발을 움직이듯 자연스럽게 안정시키고, 공로를 이룩하는 교묘함이 사철의 순환을 알려주듯 시의적절하며, 올바르게 다스려 억만의 백성을 한 사람처럼 움직여 화합케 한다면, 그는 성인이라 할 수 있다.
井井兮其有理也.嚴嚴兮其能敬己也.介介兮其有終始也. 猒猒兮其能長久也.樂樂兮其執道不殆也.炤炤兮其用知之明也. 脩脩兮其統類之行也.緩緩兮其有文章也.熙熙兮其樂人之臧也. 隱隱兮其恐人之不當也.如是,則可謂聖人矣,此其道出乎一. 曷謂一?曰,執神而固.曷謂神?曰,盡善挾治之謂神.曷謂固?曰,萬物莫足以傾之之謂固.
조리가 반듯하고, 위엄 있게 자기를 공경할 수 있으며, 하는 일의 시작과 종말이 굳건하게 한결같고, 그의 일이 안락하게 오래 갈 수 있으며, 그가 지키는 도는 뚜렷하여 위태로워지지 않고, 그가 쓰는 지혜는 밝고 분명하며, 그의 기강은 정제하게 유지되고, 그의 언행에는 무늬가 아름답게 드러나며, 사람들의 훌륭함을 기뻐하며 즐기고, 남들이 합당하지 못한 일을 하는 것을 은근히 두려워한다면, 그는 성인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그의 도가 하나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하나라고 하는가? 신(神)을 잘 지켜 굳건한 것이다. 어떤 것을 신(神)이라 하고, 어떤 것을 굳건하다고 하는가? 온 마음이 선해 다스림이 두루 미치는 것을 신(神)이라 하고, 어떤 사물도 그것을 기울어뜨리지 못하는 것을 굳건하다고 한다.
神固之謂聖人. 聖人也者,道之管也.天下之道管是矣,百王之道一是矣, 故詩書禮樂之道歸是矣.詩言是其志也,書言是,其事也, 禮言是,其行也,樂言是,其和也,春秋言是,其微也. 故風之所以爲不逐者,取是以節之也,小雅之所以爲小雅者, 取是而文之也,大雅之所以爲大雅者,取是而光之也, 頌之所以爲至者,取是而通之也.天下之道畢是矣. 鄕是者臧,倍是者亡.鄕是如不臧,倍是如不亡者,自古及今,未嘗有也.
신(神)하고 굳건한 사람을 성인이라고 한다. 성인이란 도(道)의 중추가 되는 사람이다. 천하의 도의 중추가 바로 이것이며, 여러 성왕의 도(道)가 하나라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그러므로 <시경(詩經)> <서경(書經)> <예경(禮經)> <악경(樂經)>도 모두 여기에 다다른다. <시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성인의 뜻이다. <서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성인의 일이다. <예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성인의 행실이다. <악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성인의 조화이다. <춘추(春秋)>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성인의 은밀한 뜻이다. 그러므로 <시경>의 국풍(國風)이 방탕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까닭은 성인의 뜻을 취하여 조절하였기 때문이다. <시경> 소아(小雅)가 소아다운 까닭은 성인의 뜻을 취하여 꾸몄기 때문이다. <시경> 대아(大雅)가 대아다운 까닭은 성인의 뜻을 취하여 빛나게 하였기 때문이다. <시경> 송(頌)이 지극하게 된 까닭은 성인의 뜻을 취하여 세상에 통달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천하의 도는 모두가 여기에 집약되어 있다. 이를 추구하는 사람은 훌륭하게 되고, 이를 배반하는 자는 멸망한다. 이를 추구하였는데도 훌륭하게 되지 못하였다거나, 이를 배반하였는데도 망하지 않았다는 자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있은 일이 없었다.
客有道曰,孔子曰,周公其盛乎!身貴而愈恭,家富而愈儉,勝敵而愈戒. 應之曰,是殆非周公之行,非孔子之言也.武王崩,成王幼, 周公屛成王而及武王.履天子之籍,負扆而立,諸侯趨走堂下. 當是時也,夫又誰爲恭矣哉!兼制天下,立七十一國, 姬姓獨居五十三人焉,周之子孫,苟不狂惑者,莫不爲天下之顯諸侯. 孰謂周公儉哉!
한 손님이 말하였다. “공자께서는 ‘주공은 대단한 분이다. 자신이 존귀해질수록 더욱 공손하였고, 집안이 부유해질수록 더욱 검소하였으며, 적과 싸워 이길수록 더욱 경계를 엄히 하였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거기에 대답하였다. “그것은 아마도 주공이 한 일도 아니려니와 공자의 말씀도 아닐 것이오. 무왕이 돌아가셨을 때 아들 성왕이 어려, 주공이 성왕을 밀쳐내고 무왕의 뒤를 계승해 천자의 자리에 올라 병풍을 등지고 앉으니, 제후들은 당 아래를 종종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였소. 이러할 때 그 누가 주공이 공경스럽다고 할 수 있겠소? 온 천하를 다스리면서 71개의 나라를 세웠는데, 그중 주공과 같은 희성(姬姓)의 나라만도 53개였소. 주나라 왕실의 자손이라면 진실로 미치거나 정신 나간 자가 아니라면 모두가 천하에 드러나는 제후가 되었는데, 그 누가 주공이 검소하다고 할 수 있겠소?
武王之誅紂也,行之日以兵忌,東而而迎太歲, 至泥而泛,至懷而壞,至共頭而山隨.곽叔懼曰,出三日而五災至, 無乃不可乎?周公曰,과比干而囚箕子,飛廉惡來知政,夫又惡有不可焉! 遂選馬而進,朝食於戚,暮宿於百泉,旦厭於牧之野.
鼓之而紂卒易鄕,遂承殷人而誅紂.
또한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칠 때, 군사를 출발시킨 날은 병가들이 꺼리는 액운의 날이었소. 동쪽을 향해 진군하는 것은 태세(太歲)를 거스르는 것이어서, 범수(氾水)에 이르자 물이 범람하였고, 회(懷)에 이르자 땅이 무너졌으며, 공두산(共頭山)에 이르자 산이 무너져 내렸소. 곽숙(霍叔)은 두려워서 ‘군사가 출발한 지 사흘 만에 다섯 가지 재난을 만났으니, 계속 진군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닐까요?’하고 말하였소. 그러나 주공은 ‘충신 비간(比干)의 가슴을 쪼개어 보고, 기자(箕子)를 옥에 가두고, 못된 비렴(飛廉)과 오래(惡來)가 정권을 휘두르고 있는데, 어째서 안 될 수가 있겠소?’ 하고 말하면서, 끝내 말머리를 가지런히 하고 나아가도록 하였소. 조반은 척(戚)에서 먹고, 저녁에는 백천(百泉)에서 묵은 다음, 새벽에는 목(牧)의 들판에서 적을 만나 압박하면서 북을 울리며 전진하니, 주왕의 군사들이 방향을 돌려 자기 편을 공격하였으므로 마침내는 은나라 사람들의 힘을 빌려 주왕을 정벌하게 되었소.
蓋殺者非周人,因殷人也. 故無首虜之獲,無踏難之賞,反而定三革,偃五兵,合天下,立聲樂, 於是武象起而韶護廢矣.四海之內,莫不變心易慮以化順之. 故外闔不閉,跨天下而無단.當是時也,夫又誰爲戒矣哉!
곧 적을 죽인 것은 주나라 사람들이 아니라 은나라 사람들 자신이었소. 그러므로 무왕의 군대는 적의 머리를 잘라 오거나 포로를 잡아 오는 전과도 없었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싸움에 이긴 데 대한 상도 내린 것이 없었소. 되돌아와서는 가죽으로 만든 갑옷·투구·방패의 세 가지 병기들을 없애고, 단검·칼·창·갈래진 창·화살 등 다섯 가지 무기를 거두어들였소. 온 천하를 합병하고 새로운 음악을 만들었소. 이에 무왕의 공로를 칭송하는 무상(武象)이 생겨나고, 은나라에서 쓰던 소호(韶護) 같은 음악은 폐지되었던 것이오. 온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마음을 변화시키고 생각을 바꾸어 주나라에 귀화해 따르게 되었소.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이 집밖의 문을 닫지 않게 되고, 온 천하에 걸쳐 아무런 경계도 없게 되었던 것이오. 이러한 때에 또 누구를 위해 주공이 경계를 엄히 하였겠소?”
造父者,天下之善御者也,無輿馬則無所見其能,羿者,天下之善射者也, 無弓矢則無所見其巧.大儒者,善調一天下者也, 無百里之地則無所見其功.輿固馬選矣,而不能以至遠一日而千里, 則非造父也,弓調矢直矣,而不能以射遠中微,則非羿也,用百里之地, 而不能以調一天下制彊暴,則非大儒也.
조보(造父)는 천하에서 수레를 가장 잘 모는 사람이지만, 수레와 말이 없다면 그의 능력을 드러낼 수가 없다. 예(羿)는 천하에서 활을 가장 잘 쏘는 사람이지만, 활과 화살이 없다면 그의 기교를 드러낼 수가 없다. 위대한 선비는 천하를 잘 조화하고 통일시키는 사람이지만, 사방 백 리의 땅이 없다면 그의 공로를 드러낼 수가 없다. 튼튼한 수레와 말이 잘 갖추어져 있는데도 하루에 멀리 천 리를 가지 못한다면 그는 조보가 아니다. 활이 잘 조정되어 있고 화살은 곧은데도 쏘아서 멀리 있는 작은 것을 맞추지 못한다면 그는 예가 아니다. 사방 백 리의 땅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천하를 조화 통일해 강폭한 자들을 제압하지 못한다면 그는 위대한 선비가 아니다.
彼大儒者,雖隱於窮閻漏室,無置錐之地,而王公不能與之爭名, 用百里之地,而千里之國莫與之爭勝,笞棰暴國,齊一天下,而莫能傾也, 是大儒之徵也.其言有類,其行有禮,其擧事無悔,其持險應變曲當, 與時遷徙,與世偃仰,千擧萬變,其道一也,是大儒之稽也. 其窮也,俗儒笑之,其通也,英傑化之,嵬쇄逃之,邪說畏之,衆人媿之. 通則一天下,窮則獨立貴名.天不能死,地不能埋,桀跖之世不能汙, 非大儒莫之能立,仲尼子弓是也.
위대한 선비는 비록 궁핍한 골목의 비 새는 집에 숨어 지내며 송곳 하나 꽂을 땅도 가지고 있자 않다 하더라도, 왕이나 귀족도 그와 명성을 다투지 못한다. 그가 일개 대부의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임금이 홀로 그를 거느리거나 나라가 홀로 그를 차지하지 못한다. 그의 명성이 제후들에게 알려져 모두가 그를 신하로 삼기를 바란다. 사방 백 리의 땅을 차지하고 있으면 사방 천 리의 나라도 그와 승부를 다툴 수가 없으며, 포악한 나라들을 응징해 천하를 통일함으로써 아무도 그를 기울어뜨리지 못한다. 이것이 위대한 선비라는 증거이다. 그의 말은 법도가 있고, 그의 행동은 예의에 들어맞는다. 그가 하는 일에는 후회할 일이 없고, 그가 위험을 견뎌내고 변화에 대응하는 모든 것이 합당하다. 시대에 맞게 행동하고 세상을 따라 움직여, 천 가지 일을 하고 만 가지 변화가 있다 하더라도 그가 지키는 도는 한결같다. 이것이 위대한 선비가 하는 일이다. 그가 궁할 때는 속된 선비들이 그를 비웃지만, 그의 뜻이 이루어졌을 때는 뛰어난 영웅호걸들도 그에게 감화를 받고, 괴상하고 편벽된 인간들은 그로부터 도망치게 된다. 사악한 이론을 펴는 자들은 그를 두려워하고, 여러 사람이 그를 귀하게 여긴다. 뜻이 이루어지면 천하를 통일하지만, 궁할 때는 홀로 우뚝히 고귀한 자신의 명예를 지킨다. 하늘도 그를 함부로 죽이지 못하고, 땅도 그를 죽여 묻어 버리지 못한다. 폭군 걸왕이나 강도 도척이 날뛰는 세상도 그를 더럽히지 못한다. 모두 위대한 선비가 아니면 실현할 수가 없는 일인데, 공자와 자궁이 그런 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