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cm 붕어 출현!-벽정소류지
마(魔)의 5짜 벽이 깨졌다! 5짜급으론 13년만의 기록,
‘토종’ 입증해줄 자료의 완벽성으론 국내 기록일 수도!!
인삼 물 먹고 자랐나? 인삼밭 밑 2천5백평 소류지에서 그야말로 용(龍)이 나왔다!
길이 51.0cm, 무게 3.62kg “아무리 봐도 엄청나구마!”
공동취재 : 서성모ㆍ정창우 기자(낚시춘추)
마(魔)의 5짜 벽이 깨졌다!
5짜급으론 13년만의 기록,
‘토종’ 입증해줄 자료의 완벽성으론 국내 기록일 수도!!
5짜 붕어가 낚였다! 자그마치 길이 51.0cm, 무게 3.62kg!!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날이던 지난 4월 15일, 전북 고창군 신림면 벽정리 소재의 벽정소류지로 출조한 현지꾼 임성준씨(59)가 금배지와도 바꿀 수 없는 꿈의 ‘5짜’ 붕어를 걸어 올린 것이다. 이 5짜 붕어는 지난 91년 4월, 51cm 붕어(경남 밀양시 부북면 소재 위량지)가 낚인 이래 무려 13년만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
잔득 알을 밴 나머지 배가 남산만하게 부어오른 거구(巨軀)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는데, 거대한 몸집뿐만 아니라 이 기록어가 낚인 장소는 물론, 거물 탄생 전후에 얽힌 이야기들이 일대 화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소류지에 이런 대물이…?”
41~51cm급, 4일 동안 7마리 배출
화제의 5짜 붕어가 낚인 고창 벽송소류지는 축조연대 미상의 고지(古池). 그러나 만수면적이 2천5백여 평에 불과해 현지꾼들조차 낚시터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곳이 일약 5짜 산지로 스타덤에 오른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우선 사건의 첫 발단은 정읍꾼 문홍주씨가 고향 방문차 들렀다가 남는 시간이나 보낼 겸 낚싯대를 휘둘러 본 것이 화근(?)이었다. 지렁이 미끼에 3칸대 찌를 밀어 올린 놈은 생각지도 않은, 아니 문씨 일생 동안 처음 보는 44.7cm 붕어. 그것도 백주대낮 오후 1시경의 조과였으니….
이때가 4월 12일. 이후 당사자의 입단속에도 불구하고 소문은 지역꾼들 사이로 모락모락 퍼져나갔다. 역시 이 소식을 들은 ‘5짜 붕어’의 주인공 임성준씨가 현장을 날짜는 이틀 후인 4월 14일. 밤낚시로 들어간 임씨는 이튿날인 4월 15일 새벽 1시 40분경, 15분(?)간의 사투 끝에 3.3칸대로 51cm 붕어를 낚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임씨는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깔짝깔짝 찌가 움직여 챔질을 했는데 힘이 어찌나 세던지 도무지 낚싯대를 세울 수가 없더라구요. 아무리 용을 써도 꿈적도 않고 오히려 제 몸이 휘청휘청 물속으로 끌려가 물귀신이 되지 않을까 버럭 겁까지 들었지요. 정말 죽기 살기로 버텼습니다. 또한 줄을 터뜨린 놈은 이보다 훨씬 더 큰 놈일 겁니다. 60cm급도 있을지 모릅니다.”
낚았을 당시엔 분명히 52.5cm
살아 있는 상태로 본사에 기증
5짜를 낚은 임씨의 제보를 본지가 접한 것은 4월 15일 오전 9시 30분. 기자가 고창에 도착한 것은 밤 9시 30분. 낚시점의 욕조에 담겨진 거대한 붕어는 비늘 하나 다친 데 없이 살아 헤엄치고 있었다. 너무 크다는 점 이외, 아무리 보고 또 봐도 붕어가, 그리고 토종붕어가 틀림없었다.
줄자로 재어보니 정확히 51cm. 본인들 얘기로는 ‘낚았을 당시엔 52.5cm였다’고 했다. 그리고 51cm 붕어가 든 욕조 속에는 43cm 월척 한 마리가 더 들어 있었다. 4짜, 5짜 두 마리 월척 모두 임씨가 낚은 것이라고 했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 두 마리 대물 월척과 주인공 임성준씨를 대동하고 저수지 현장을 찾은 것은 이튿날 4월 16일 09시경. 현장 사진을 촬영하고 있자니, 1.5톤 트럭 한 대가 올라왔다. 낚시꾼이었다. 더 이상 소문이 나지 않게, 서둘러 사진 촬영을 끝내고 도망치듯 현장을 빠져 나왔다.
“인삼밭 밑에서 자란 영물이라 약효가 대단할 것”이란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임성준씨는 ‘기록어로서의 면밀한 조사와 보존’을 위해 이 5짜 거물을 본사에 기증해 주었고, 대형 살림망에 살려 서울 본사로 수송했을 때까지 이 고기는 건강하게 살아 있었다. 사무실 전 직원들이 깜짝 놀랐고, 사무실 앞 도로변에서 다시 한번 정밀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송월동 인근 주민들이 구름처럼 밀려들었다.
화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름아름 소문을 듣고 현지를 찾은 꾼들이 연일 허탕을 친 가운데, 급기야 4월 말에 이르러선 ‘산란을 못해 죽어 떠 있는’ 49.5cm 붕어를 한 낚시꾼이 물에 들어가 건져 올림으로써 또 한 차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화제의 소류지는 일부의 꾼들이긴 하지만 좁은 농로를 차량이 무리하게 진입함으로써 동네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상태. 이러니 화제는 화제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13년 마(魔)의 벽 깬 5짜 붕어
각계 전문가 모두 ‘토종’ 판정!
사실 그간 토종붕어로 판명되지 않아서 그렇지 본지에 대한 5짜 붕어 제보는 적지 않았다. 지난 98년 8월, 서울 중랑천에서 낚인 50.2cm 붕어는 주둥이에 미세한 수염이 달려 있는 ‘잉붕어’로 판명됐었고, 2003년 6월 충주 노현지에서 낚았다던 54.5cm 붕어는 산지(産地)도 전혀 다른 ‘향붕어’임이 드러나 취재기자를 아연실색케 했다.
그밖에 철원 토교지산 61, 62.2, 58cm 붕어(2000년)처럼 낚시로 낚은 게 아니거나, 혹은 군산 은파지 50cm 붕어(2003년 6월)처럼 입증 자료가 없어 공인을 받지 못하는 등, 5짜에 얽힌 해프닝 사례는 수두룩하다.
이러한 이유로 본지 사무실까지 이송돼 온 이번 대물 붕어는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쳤다. 본지 취재기자들이 실측 자료를 기록하고 곧이어 붕어연구소의 감정과 함께 한국어탁회로 보내져 탁본(拓本)에 들어갔다. 체형, 측선 수, 지느러미 형태 등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두 곳 모두 기형적으로 몸집이 크다는 점 외에 ‘토종붕어’라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대물낚시 전문가이자 붕어연구소 차종환 소장은 "어체 형태를 봤을 때 머리 크기에 비해 몸집이 비대하지만 충주호산(産)이나 강화산 붕어가 그렇듯 이러한 예는 얼마든지 있는 만큼 ‘토종붕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다”는 소견을 밝혔다.
‘토종붕어로서 흠잡을 데 없는 외형’이라는 차소장의 결론과 더불어 한국어탁회(회장ㆍ이상근) 측은 보다 새로운 이론적ㆍ경험적 근거를 추가해 주었다. 실물 고기를 직접 어탁한 이상근 회장의 소감은 다음과 같다.
“이번 붕어 어탁은 간접법으로 했는데, 이 방법은 직접어탁 방법보다 어체의 윤곽이 더 뚜렷하다는 특징이 있다. 토종붕어와 떡붕어 어탁을 비교해 보면 떡붕어는 비늘 윤곽이 희미하게 나타나는 반면 토종붕어의 비늘 윤곽은 보다 뚜렷하다. 이런 점에서 이 5짜 붕어는 배가 매우 불룩해 비늘 사이가 벌어진 것 외에는 매우 뚜렷하게 비늘 형태가 드러나, 토종붕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렇듯 5짜 붕어는 토종붕어로 판명됐지만 몇 가지 호기심이 더 남아 있다. 붕어의 정확한 연령은 어떻게 되는지, 연령과 비교해 이곳 붕어의 생체적 특징은 타 붕어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등이다. 이에 이번 대물 붕어는 한국해양연구원 명정구 박사의 연구실로 최종 이송됐는데, 몇 가지 재미있는 결과는 본지 7월호에 소개될 예정이다.
고창 벽송소류지 X파일!
축조 연대 미상의 고지(古池)
5짜 붕어, 인삼 먹고 자랐다?
이번 5짜 화제의 산실, 전북 고창군 신림면 벽송리 소재의 벽송소류지는 정확한 축조 연대를 알 수 없다. 일제 시대에 축조됐다는 현지민들의 증언을 통해 매우 오래된 고지라는 것만 짐작할 수 있다. ‘만수면적 2천5백평, 뗏장 수초가 연안 군데군데에 발달한 준계곡지’라는 게 표면상으로 드러난 벽송소류지의 신상명세서다. 하지만 현장을 취재한 기자로서는 몇 가지 의문에 맞닥뜨려야 했다.
첫째, 소류지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대물이 낚일 순 있지만 어떻게 월척 이하 씨알은 도무지 없는 것일까?
현지민들의 증언을 통해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전북권, 특히 이곳 고창 지역은 지난 96년도 당시 심한 가뭄으로 인해 많은 저수지들이 바닥을 드러냈으며, 이에 불법어로가 횡행했었다.
당시 이곳 역시 그물질이 이뤄졌으며, 그 후 한두 차례 더 바닥을 훑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결국 ‘바닥을 드러낸 곳일수록 마리수는 적어도 낚이면 씨알이 굵다’라는 통설이 이곳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둘째, 붕어의 영양 상태다.
이곳은 붕어의 영양식이라 할 수 있는 새우ㆍ참붕어 등의 바닥 먹이들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직접 접한 붕어의 외형은 너무 잘 먹다 못해 비대해진 모습이다. 먹이 여건으로 접근해 본다면 저수지에 득시글한 거머리 정도를 들 수 있겠는데, 하지만 현장 미끼로서의 거머리는 의외로 효과가 떨어졌다.
이에 대해 현지꾼들은 제방 좌측 편에 자리한 인삼밭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벼이삭을 붕어가 먹이로 삼듯 인삼밭에서 흘러나온 영험한(?) 엑기스를 붕어가 취했다는 얘기다. 인삼 물 먹고 자란 대물 붕어! 매우 흥미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51cm 붕어 신상 명세서
측선수 / 등지느러미 가시 / 전장(cm) / 체장(cm) / 체고(cm) / 체중(kg)
30개(토종 28~31, 떡붕어 29~33, 잉어 32~34) / 19개 / 51.0 / 41.8 / 20.3 / 3.62
사진은 자료실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