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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새민박
김다호
작은 것이 큰 것을 삼키는 일도 있다.
낮게 엎드려 신음소리가 물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다
산속으로 깊게 숨어들었다
숲으로 먼저 도달한 잎 마른 소식들
몇 번씩 의미 없는 물음을 두고 중얼거리다가
일상의 언저리로 흘러 보낸 지난 것들의 미숙함을
나무들 엉키는 몸짓에 널어두고자
창연한 하늘 위로 솟아오르는 소리를 주시하고 있다
깊어지는 새 울음을 선명하게 유도해서
신령의 기운을 보태는 일도
작정하고 시작해 보면
그 끝은 미운 산울림처럼 돌아오지 않겠지만
신음에서 환호로 연결되는 작은 방
보랏빛 날개하나로
무심하게 세상일을 덮을 수 있겠다
어떤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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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호點呼
김다호
이번 명절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으니 고향에 오지 않아도 된다.
승진시험의 명분은 간단명료했다. 살면서 진리는 아니지만 버티는 것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고 작심하고 우겨서 고집하거나 둘러대지는 않았지만 부르면 대답해야 하고 취음醉吟으로 늦은 새벽잠 속에서는 언제나 안개 자욱한 새벽을 불러서 앞세우고 나이 들수록 지난 습관을 되짚고 혹사하고 물음(몸과 생각)이 하자는 대답을 거부하고 무시하고 그 속에서 꽃피울게 뭐 하나라도 있었던가. 후회하지도 않지만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 그래서 아직도 나만의 것이 존치하고 잃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거지 금방이라도 할부지를 부르는 반가운 소리 삽작을 메우며 달려올 것 같아서 자꾸만 다시 보는 노을 눈감는 골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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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서
김다호
시방 너무 엄청나서 놀라 나자빠 지겠네
그냥 죽자는 거다
돈도 없는데
만다고 그란데요
이런 택도 아닌 변명에 핑계 대고
너도 나도 나이 들어 세상살이 쬐금은 알 것인데
잔재주 부리지 마시라
그럼에도 같이 죽자고 한다
수 틀리면 계산해 보자고
밥 먹듯이 말한다.
이노무 세상 캭~
김다호 : 1982년 도가니문학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국제펜한국본부이사. 한국문인협회회원 한성백일장,통일백일장 심사위원
송파문인협회자문위원. 강서문인협회수석부회장.
시동인 가릉빈가회장 다시동인회장 前강서청소년회관 관장. 흥사단부이사장
시집: 경계에 서성이다. 말들이 고여 있다. 동인시집 오래된 습관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