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폐허가 된 우면산을 바라보며...
류 순 자
해마다 여름이면 태풍, 해일, 홍수로 인해 침수 되거나 산사태로 피해가 발생해도 대부분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피해자들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여 대부분 강 하류나, 산간지역에 허술하게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어서 피해현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경우가 좀 다르다. 경치 좋고 공기도 좋은 곳이라 하여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산자락에 튼튼한 집을 짓고 살거나, 지어놓은 튼튼한 아파트를 찾아가서 사는 사람들이 태풍에 피해를 입은 것이다. 자연재해를 모를 리 없는 지식인들이고,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가진 부유층들이고, 세상의 여러가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중산층들이 사는 서울 강남이라는 동네에서 왜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시골에 사는 나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가 없다.
매스컴에서는 이번 산사태가 폭우 때문이라고도 하고 우면산에 있는 아카시아나무 때문이라고도 한다. 물론, 직접적인 원인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분별한 개발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지 않는가. 태초 이래로 우면산을 타고 흘러내려오던 빗물이 많든 적든 다니 던 길이 있었을 터이고, 다니는 길을 알면서도 그 길 위에 건물들을 지어냈으니 빗물은 당연히 건물 위로 휩쓸려 내려올 수밖에.
이런 일은 예측된 일일 수도 있다. 건축공학자들이나 도시공학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무리하게 자기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전문가들의 말을 듣지 않았거나, 허가를 내준 공무원들이 이 분야에 지식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알고도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공공의 안위쯤은 슬쩍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여하튼, 정부를 믿고 정부의 일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을 믿고서,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지은 집에, 안심하고 들어가 사는 무고한 시민들은 무슨 죄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복장이 터진다. 죄가 있다면 국가를 믿은 죄 밖에. 혹, 알면서도 재산 가치가 높아서 위험을 무릎 쓰고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를 원망할 필요도 없겠지만 말이다.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는 실개천을 살려서 물길을 조성하고 물을 도시환경에 최대한 활용한다. 심지어, 자연 바람을 막고 섰는 건물을 일부 허물어서라도 바람의 길을 터준다고 한다. 이는 인간에게 가장 좋은 자연조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연친화적 환경을 만들고,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자연을 거스름으로 해서 일어나는 재난을 - 예를 들면 바람이 건물에 부딪칠 때 나는 소음이나 저항력-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나치게 건물편의로 자연을 파괴하는 우리의 건설에 대한 가치관과는 대조적이라고 생각한다.
산을 함부로 파헤치는 것은 비단 우면산의 경우만이 아니다. 우리 화성 곳곳에도 신도시 개발이라 하여 산중턱까지 함부로 잘라내어 아파트를 지은 곳이 많다. 화성에서 제일 높고 수려한 건달산만 보더라도 채석장에서 기도원에서 교회에서 군부대에서 푹푹 잘라내어 파먹고 산다. 저 산에 우면산에 쏟은 물폭탄이 내린다면 어찌되겠는지 안 봐도 훤하다.
물에 빠지는 것, 물세례는 - 빠져서 죽든 또는 다시 살아 나오든 - 다시 태어남을 의미한다고 한다. 많은 인명피해를 낸 이번 우면산에 내린 물폭탄 세례는 아마도 자연을 함부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는 우면산 산신령의 진노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산에 들 때마다 산신제를 지내고, 절에 들 때마다 산t신각에 제를 지내던 우리 조상들의 슬기를 다시 되새겨야 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지만, 비록 늦더라도 ‘소’보다도 훨씬 소중한 우리 가족과 이웃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자연에 대한 우리의 가치관을 바꾸어야할 때다.
첫댓글 '건달산'이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걸 보니, 우린 고향사람이 맞는 가 봅니다.
10년 앞을 바라보는 혜안이 아쉬운 우리의 행정을 보며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우리 문협에서 바른 목소리를 내어주시는 선생님이 계시니, 자랑스럽고 든든합니다.
자연 앞에서 참 작아집니다 작은 실개천의 위대함을 우리는 잊고 살지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결국은 드러나는 순간, 때 늦은 후회.. 슬기를 짚어야 할 우리가 됩시다 ~~언제 함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