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24일, 수요일, San Juan de Chuccho, Casa de Revilino (오늘의 경비 US $3: 생수, 초콜릿 캔디 12, 환율 US $1 = 3.50 sole) 오늘은 Colca Canyon 트레킹을 시작하는 날이다. Colca Canyon 깊이가 3,270m로 미국의 Grand Canyon보다 두 배나 더 깊고 페루에서 세 번째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아침 7시에 가이드 Edison을 만나서 호텔 식당에서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Edison이 우리에게 음식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고 하며 웨이터 노릇을 한다. 호텔은 계곡으로 떠나는 사람들, 계곡에서 막 올라온 사람들로 붐빈다. 아침에 계곡에서 올라와서 식사를 하고 있는 어느 호주 부부와 대화를 나누었다. 이 부부는 식사를 끝내고 Condor 독수리 나르는 구경을 하러 Cruz del Condor 관망대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한 블록 떨어진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그런데 조금 있더니 안 좋은 표정을 하고 돌아온다. 이유를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버스가 꽉 차서 탈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가이드가 미리 알아서 자리를 잡아 주었어야 했는데 가이드의 실수인 것이다. 다음 버스는 한 시간 후에나 떠나는데 그 때는 독수리 나르는 것을 보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우리도 며칠 후 계곡에서 올라올 때 독수리 구경을 하러 가는데 조심해야겠다. 오전 8시쯤 트레킹을 시작했다. 한 30분 정도 차도를 걷다가 계곡 쪽으로 난 길로 접어들었다. 20m 정도 넓이의 길이다. 왜 이렇게 넓으냐고 Edison에게 물으니 이 길을 걷는 당나귀들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한 20분 걸으니 계곡 절벽에 당도한다. 계곡이 한 눈에 들어오고 우리가 점심식사를 할 San Juan de Chuccho 마을이 발밑으로 조그마하게 보인다. 한 15분 쉬면서 계곡에서 막 올라온 어느 이스라엘 사람과 한국의 남북관계, 이스라엘 아랍 관계에 대한 정치 얘기를 나누었다. 이스라엘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 같이 정치 얘기하기를 좋아하나 보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이스라엘의 건국에 관한 Exodus란 책이라고 했더니 (Paul Newman 주연으로 영화도 나왔다) 자기도 읽어본 책이라면서 자기도 기회 있을 때 한국의 남북관계에 관한 책을 읽어보겠다고 한다. 이 친구는 30대 후반으로 보였는데 20대의 젊은 이스라엘 친구들은 대부분 Exodus 책을 모른다. 9시에 다시 걷기 시작해서 계곡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은 널찍하고 경사도 완만했다. 더워지기 시작해서 옷을 한 겹 벗었다. 배낭이 좀 무거운 편이지만 내려가는 것이라 견딜 만 했다. 나는 앞장 서 가고 Edison은 천천히 걷는 집사람과 함께 뒤에서 온다. 내려가는 동안에 올라오는 관광객 그룹을 여럿 만났다. 점점 더 더워져서 계속 옷을 벗고 물도 마시고 얼굴도 수건으로 가렸다. 계곡 절벽을 지그재그로 난 길을 걸어 내려가면서 보니 아래로는 계곡 전체가 한눈에 보이고 위로는 눈 덮인 산들이 보이는 절경이다. 11시 반경에 계곡을 흐르는 강가에 있는 다리에 도착해서 Edison과 집사람을 기다렸다. 계곡 밑에서 올려다보는 경치도 장관이었다. 한 30분 기다리면서 호주와 독일 사람들 그룹 6명과 얘기를 나누었다. 역시 2002년 한국에서 열린 월드컵 얘기가 나온다. 나에게 경기장에 가서 경기를 봤느냐고 물어서 TV에서만 봤다고 했다. 어떻게 TV에서만 봤느냐는 그런 표정이다. 나는 그때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밤중에 스페인어 TV 방송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는 안 했다. 12시쯤 집사람과 Edison이 도착해서 한 30분 더 걸어서 목적지인 San Juan De Chuccho 마을에 있는 숙소 Casa de Revilino에 도착하였다. 원래 이곳에서 점심 식사만 하고 때날 예정이었는데 Edison이 계획을 바꾼다. 집사람이 너무 힘들어 하니 오늘은 이곳에서 쉬고 내일 떠나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좋던 길이 나중에는 험해지고 경사도 심해저서 나도 다리가 많이 피곤했다. 점심 식사가 나와서 먹는데 개 한 마리와 닭 세 마리가 식탁 밑으로 와서 음식을 달랜다. 할 수 없이 나누어 먹었는데 이놈들 상습적으로 그러는 것 같았다. 닭들이 개를 별로 무서워 안 한다. 개가 닭들을 가끔 쫓아 버리지만 금방 다시 온다. 식사 후에 마을 구경도 하고 방에 들어가서 책도 읽으면서 오후를 보냈다. 대나무 같은 것으로 엮어서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곳에 침대 두 개 당그라니 놓은 그런 방이었다. 옆방에 프랑스 여자 둘이 들었는데 점심때 옆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다가 보니 한 여자가 옛 영화배우 오드리 헾번을 빼어 닮아서 아주 미인이다. 그래서 말을 붙여서 오드리 헾번을 닮아서 예쁘다고 했더니 좋아하면서도 오드리 헾번을 모르는 눈치다. 자기 할머니 벌이니 모를 수도 있겠지만, 아 세월이 그렇게 지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좀 서운해졌다.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집사람이 주책이라고 못하게 한다. 정신이 좀 나가지 않았느냐는 표정이다. 그래도 내일은 사진을 꼭 찍어야지. 여행지도 Cabanaconde 마을 주변 산을 덮은 계단식 밭, 이곳은 땅이 귀한 곳이다 계곡 너머로 보이는 마을 아래로 계단식 밭이 보인다 Colca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건조해서 먼지가 많이 나고 그늘이 없어서 매우 덥다 산 위에는 아직도 눈이 조금 남아있다 트레킹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계곡에 도착해서 땡볕에 쉬고 있는 여행객들과 다리 그늘 밑에서 물을 팔고 있는 마을 사람들 허술해 보이지만 한국 옛날 농가를 연상시키는 민박집 대나무 같은 나무줄기로 엮어서 만든 허술해 보이는 방이지만 침대는 있다, 저녁 식사 전에 침대에서 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