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 : 2023. 7. 4 (화)
2. 산행 거리 및 시간 : 26km / 10시간 50분
3. 코스 : 마꾸냐갸캠핑장~빠떼호수~알페라피아나~뚜를로고개~빠스또레산장~알라냐캠핑장
오전 6시에 텐트를 정리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짐을 관리사무소로 옮기고 텐트를 정리할까 생각하다가 조금 기다려보자라는 생각으로 텐트를 정리하다보니 비가 멈췄다. 몬테로사둘레길 출발점은 이셀라(Isella) 마을입구이다. 첫번째 목표지점은 뚜를로고개(Passo del Turlo)이고, 예상 소요시간은 6시간(14km)이다.
뚜를로고개까지 전체적인 등로는 꽈라짜(Valle Quarazza) 계곡을 따른다. 출발한지 1시간만에 파테호수(Lago delle Fate)에 도착했다. 파테호수는 조그만 호수이지만 잠시 휴식을 취하기엔 아주 훌륭한 호수이다. 호수 바로 앞에는 알피노비띠 레스토랑( Ristorante Alpino Bitti)이 있다.
고도 1,500미터에 이르니 본격적으로 급경사 지형이 시작되었고, 약간 땀을 뺄 즈음에 고산 목초지인 Alpe la Piana에 이르게 되었다. 고도 2,000미터에 이르니 붉은색 지붕으로 된 비박지가 보였다. 유럽알프스에서는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간간이 비박지를 볼 수 있다. 갑작스런 날씨 변화나 비상시에 이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어제의 등로는 날 것 그대로 바윗길이었는데, 오늘의 등로는 석축을 잘 쌓아 놓은 바윗길이다. 잘 정비된 등로는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루함을 떨쳐낼 수는 없다. 오늘은 점심을 먹을때까지 하이커 2팀만 만났다. 그래서 이쪽 지역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점심 후 뒤돌아보니 아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약간 속도를 냈다. 1시간 정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걸었더니 고도 2,600m에 이르렀다. 고도가 높으니 바람이 차가웠고, 방풍복을 꺼내입는 사이에 하이커 10여명이 나를 지나쳐갔다. '헬로우' 하고 인사를 건네니 '봉쥬흐'라고 인사한다. 그들은 프랑스인이나 아니면 스위스인 같았다. 참고로 스위스 연방 공용어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총 3개이다.
오후 1시 40분에 투를로고개(Passo del Turlo)에 도착했다. 원래는 오후 2시에 도착 예정이었는데, 약간 속도를 냈더니 20분 정도 단축되었다. 마꾸냐갸 고도가 1,245m이고, 이곳의 고도가 2,738m이니 고도차 약 1,400m 정도 되고, 7시간만에 주파한 셈이다. 시간당 약 200m 고도를 높였고, 결코 빠른 것은 아니지만 25km 배낭을 메고, 고도차 1,400미터를 오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산길은 등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힘들지는 않았고, 천천히 내려갔다. 약 2시간 정도 내려가니 파스또레산장(Rifugio Pastore)이 보였다. 등로는 파스또레산장 한가운데를 통과했다. 산장을 조금 내려가니 비상시 야영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보였다. 이곳을 조금 지나니 포장된 도로와 연결되었고, 이곳에서 알라냐캠핑장까지는 대략 4km로 정도 추산되었다.
파스또레산장에서 약 2km 정도 거리에 캠핑장 비슷한 곳이 있어 쥔장에게 물어보니 이곳은 캠핑장이 아니고 주차장이란다. gps트랙은 도로가 아닌 계곡을 기준으로 왼쪽 등로인 마을길로 만들어 왔는데, 길찾기가 많많치 않았다. 차라리 차도로 진행했으면 길찾기가 훨신 수월했을텐데...
알라냐 마을 중심가에 도착하니 오후 5시 30분이 되었다. 마켓은 벌써 문을 닫고 있었다. 유럽알프스 트레킹을 하다보면 가장 아쉬운 일이 마켓이 문을 빨리 닫는다는 것이다. 오전 6시에 출발해도 1개구간이 거의 20~25km이기 때문에 오후 6시까지 끝내기가 쉽지 않다.
오후 5시 40분에 알라냐캠핑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시설은 꽤나 좋은 편이었고, 크기도 꽤나 컷고, 무엇보다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어제는 캠핑장에서 식품을 팔지 않아 저녁만 먹고 바로 골아떨어졌는데, 이곳은 와인과 몇몇 주류를 팔고 있어 와인 1병을 샀다.
오늘은 25kg 박배낭을 메고 꼬박 11시간을 걸었다. 코비드19 때문에 해외 장거리 산행을 4년을 쉬었다가 다시 하려니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고, 무릎도 시큰거렸다. 그러나 2019년 마무리를 지어야 했던 몽오마몬 700km 초장거리 산행을 또 다시 놓칠 수 없기 때문에 끝까지 참고 가련다.
이제 몬테로사둘레길도 3분의 2정도 끝낸 것 같다.
앞으로 3분의 1만 더 힘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