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대표하는 라이더는 단연 봄비(47)다. 그를 빼놓고 대전의 MTB를 이야기할 수 없다. 그만큼 빼어난 스피드와 업힐, 다운힐 스킬로 각종 크로스컨트리대회와 랠리에서 전국 최정상급 아마추어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MTB 동호인이라면 한번쯤 봄비와 함께 라이딩하길 희망하지만 마음뿐이다. 그는 쉬운 코스를 택하지 않는다. 만만치 않은 산악지형 40-50㎞의 싱글코스를 하루종일 누비고 다닌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는데도 한숨 돌릴 여유을 주지 않고 친절하게 꼴찌가 오길 기다리지 않는다. 후미가 헐레벌떡 합류하자마자 매정하게 “출발”을 외친다. 웬만한 강철 체력도 그를 뒤쫓아가다보면 대(大)자로 뻗을 수밖에 없다. 혹독한 그의 스타일은 건조한 말투까지 가세해 가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실제 속마음은 순두부처럼 담백하고 연하다.
거친 라이딩 스타일은 “무엇인가 해야 한다면 최선을 다해서 잘 할 필요가 있다“는 철학에서 출발한다. 기왕 산악자전거를 탄다면 일정 시간 안에 더 빠르고, 더 빡세게, 더 운동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리드를 뒤따르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는 라이더도 있지만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하고 봄비의 뒤를 이를 악물고 뒤쫓아가는데 익숙해진 악발이들은 실력과 체력이 몰라보게 향상돼 있다는 데 놀란다. 자연스럽게 그의 주변에는 순수 열혈인들이 모인다.
봄비의 자전거 인연은 고교시절로 돌아간다. 아마 자전거선수에 대한 동경과 청소년기의 풋풋한 고독을 무작정 자전거 타기로 달랬던 것같다. 그는 변속이 안되는 싱글스피드 생활사이클로 대덕구 읍내동에서 충남기계공고까지 왕복 30㎞를 통학했다. 주말이면 대청댐, 동학사, 칠백의총 등지로 홀로라이딩을 다녔다. 자전거 타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어 당시 부사동-금산 사이 도로 구간에서 연습하던 중딩 선수단 뒤를 따라다녔다. 수자원공사 트랙(헬스컵 시합장소)에서 직업선수들 꽁무니를 쫓아가기도 했다. 청소년기의 당돌한 자전거 타기는 비범한 심폐능력을 갖추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듯하다. 고3 때에는 혼자 속리산에 다녀올 정도로 성장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가끔 산악회를 따라 등산을 다녔을 뿐 자전거를 잊고 지냈다.
2004년 자전거타기를 그만둔 지 20년만에 유사 MTB를 구입해 타던 중 얼마되지 않아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신성동에 거주하는 김철수(현 85세)할아버지 일행 4명과 신성동-노은-공주-마티재-공주-유성-신성동으로 돌아오는 라이딩에서 예상과 달리 자신 때문에 30분이나 일정이 지체됐던 것. 굴욕을 참을 수 없어 죽기살기로 자전거 타기에만 매달렸다. 1개월 후 다시 라이딩에 나가 선두에서 팀을 리드하는 근성을 보였다.
MTB에 재미를 붙이면서 당시 대전에선 독보적인 MTB클럽인 팀제우스에서 대전지역 둘레산 5개봉 라이딩을 처음 시도했고 이후 페달파워에서 활동하던 중 2005년 삼천리배 무주대회에서 마스터부 초급에서 첫 우승컵을 안는 감격을 누렸다. 전날 열린 비공식 중급 마스터 레이싱에선 5위를 차지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2006년에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산소결핍 카페를 발족했다. 산소결핍에 들어오는 회원들은 주로 대전지역의 MTB 고수들이다. 이들은 대전지역 인근 산에서 MTB코스를 개척해 동호인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한다.
짧은 시간 안에 봄비라는 이름을 전국에 알린 그에게 자전거타기를 재해석할 수 있는 또하나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2006년 충북 미동산 XC대회 중급마스터 레이싱에서 두바퀴째까지 선두로 달리다 그만 불의의 전복사고를 당한 것. 심각한 부상과 자전거 고장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한바퀴를 자전거를 끌고서 완주해 6위를 차지했다. 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손목 인대가 끊어졌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이 사고로 무조건 순위에 집착한 라이딩보다는 건강유지를 겸비하는 라이딩을 마음속에 영접했다.
하지만 질주본능은 숨길 수가 없어서 2007년부터 또 한명의 ‘대전지역 국가대표’ ‘하얀바퀴’와 함께 오디랠리, 280랠리 등에서 선두권으로 완주했고 대전 최초로 10개봉 랠리100㎞를 13시간에 주파했다. 2009년에는 대관령 업힐대회 마스터부 1위, 미동산 초급마스터 1위, 박달재대회 개인 2위 및 단체전 우승 등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겨우내 40-50㎞의 주변산 랠리를 통해 체력을 다지는 그는 특정 대회에 출전하기로 결심하면 2개월 전부터 치밀한 준비에 들어간다. 체중조절과 웨이트트레이닝, 식이요법 등을 병행해 체력과 컨디션을 조절한다. 대회직전까지 평상시보다 10㎏ 정도의 체중감량으로 최적의 몸상태를 만든다. 엘리트선수가 아닌 보통사람의 정신력과 자기 통제력으로는 감당해내기 힘든 과정이다.
라이더로서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MTB 동호회원들의 친목도모와 자전거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2008년도에 대전MTB연합회가 발족되면서 초대사무국장으로 2010년까지 활동했고 현재는 부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봄비는 대전 둘레산길잇기 코스를 연계한 대전 랠리를 올해 개최하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클럽 동지 ‘하얀바퀴’와 함께 코스를 개발중이다.
요즘들어 “입상보다는 건강유지와 좋은 벗들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자전거 타기를 즐기겠다”고 자주 말하지만 주변에선 믿는 분위기가 아니다. 라이딩 공지를 올릴 때마다 ‘초보자도 누구나 완주할 수 있는 코스’라는 새빨간 거짓말에 속은 이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추어로서 적지 않은 영광의 순간을 맛봤던 만큼 대회출전을 줄이고 좋은 벗들과 진한 땀을 흘리는 우정라이딩을 하고 싶은 의지는 분명한 듯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바다낚시 총무로서 가끔 동호인, 가족들과 낚시를 즐기는 여유를 찾는 모습을 보면 파워풀한 봄비의 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다.
봄비는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권위를 내세우거나 접근에 제한을 두지 않고 오히려 일반 라이더와 함께 하는 라이딩 모임을 선호한다. 그 덕에 대전지역 자전거 열기는 다른 지역에 비해 뜨겁고 매년 새로운 신진 고수들이 출현하는지도 모른다. 자전거인의 기본자세는 공동체가 아니던가. 자전거 동호인들은 봄비가 영원히 대전 MTB의 자존심으로 남아주길 바라고 있다.
기타 주요 경력 ▲2008년 대관령 업힐대회 마스터 3위 ▲2009년 헬스컵 마스터 4위 ▲ 2007년, 2008년 오디랠리 완주 ▲ 2007, 2008, 2010년 280랠리 완주 <끝>
첫댓글 흐, 제가 찍은 사진도 있네요. 향적봉 정상에서 찍은 세 번째 사진요.^^
찍사 하시느라 사진에 안계시군요
공주의 대표 라이더님도
보이시네요^^
예, 바람여울 형이 보이죠.^^
@사내가요 세종의 간판 라이더인
사내가요님이
찍사하시느라 안보여서
쪼메 아쉽네요^^
@康劍 허걱~~~ 무슨 말씀을....
세종의 간판 라이더는 당연히 세종시에 대한 사랑과 자전거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강검 님이시죠. 저야 어디 강검 님의 발바닥에나 미칠 수 있나요? 세자동 카페에 들어올 때마다 강검 님의 열정에 감동하고 있는 1인입니다.^^
@사내가요 280랠리 연속5회의 금자탑을 쌓으신 사내가요님이야 말로
진정 세종의 대표자격이 충분하고 부러울 따름입니다
저는 암것도 모르고 이제서
시작하는 꺼병이 꿩새끼에 불과합니다~하여튼 칭찬은
기분좋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