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승장엄보왕경 제3권
[나찰녀로부터 보살을 구하다]
선남자야, 내가 예전에 보살이었을 적에 오백 명의 상인과 더불어 사자국으로 가고자 하였다.
모든 수레를 끌며 낙타와 소 등에 타고 재보를 구하려고 곧 출발하였으니, 그 길로 가면서 마을과 도성과 마을이 있는 곳을 지나 차츰 바닷가에 이르러 큰배를 타려고 하여, 함께 배 안으로 올랐다.
내가 뱃사공에게 당부하며 물어보았다.
‘너는 바람이 부는 방향을 보아야 한다. 어디서부터 일어나서 어느 국토로 가는가?
보주(寶洲)로 가는가? 사바국(闍婆国)이나 나찰국으로 가는가?’
이에 뱃사공이 그 바람의 방향을 보고 이와 같이 말하였다.
‘지금 이 바람은 사자국으로 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바람결을 따라서 사자국으로 가게 되었다. 그 나라안에는 오백의 나찰녀가 있어 홀연히 변화로써 심한 큰바람을 일으켜 물결이 그 배를 휩쓸어 파선하게 되었다.
상인들은 파도에 흔들려 물속으로 떨어져서, 그 몸이 물에 표류하여 떠내려가서 바닷가 언덕 위에 닿게 되었다.
오백의 나찰녀들이 모든 상인들을 보고, 각각 그 몸을 흔들며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동녀의 모습으로 나타내었다.
그리고는 상인들에게 와서 각각 의복 등으로 모든 상인들에게 베푸니,
이에 상인들은 저들의 옷을 입고 자기의 젖은 옷을 짜서 햇빛에 말리고, 그 곳을 떠나서 곧 첨파가수 아래로 가서 쉬었다.
쉬고는 서로 말하였다.
‘우리가 이제 어떻게 하며 무슨 방편을 쓸 수 있을까?
달리 방책 쓸 것이 없구나.’
이렇게 말하고 잠자코 있었다.
이 때에 나찰녀들이 다시 상인들 앞에 와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우리들에게는 남편이 없는데 우리들의 남편이 되어 줄 수 있나요?
우리에게는 음식과 의복과 곳간이 있으며, 원림(園林)과 욕지(浴池) 등이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나찰녀들은 각각 상인 한 명씩을 데리고 자기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이 나찰녀들 중에 한 여인이 있었으니, 대주제(大主宰)가 되어 이름을 나저가람(囉底迦囕)이라 하였다.
그 여인이 나를 데리고 저의 거처로 돌아갔다. 그 여인이 맛 좋은 음식을 나에게 주니 나는 풍족하게 배불리 먹었다.
당연히 나는 마음이 즐거워서 인간과 다름없이 생각하였다.
그곳에 머물러 묵인지 이틀ㆍ사흘ㆍ이레이 지나자, 갑자기 저 나저가람이 흔연히 웃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때까지 그 나찰녀가 이와 같이 웃는 것을 못 보았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의심하고 괴이하게 생각하였다.
그래서 나찰녀가 그렇게 웃을 때에 내가 물었다.
‘네가 지금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웃는가?’
나찰녀가 대답하였다.
‘이 사자국은 나찰녀가 살고 있는 땅이니, 아마 당신의 목숨을 상하게 할 것입니다.’
이에 내가 물었다.
‘네가 어찌 아느냐?’
나찰녀가 대답하였다.
‘남쪽 길로는 가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저곳에는 위에도 아래에도 주위에도 문이 없는 철성이 있는데, 그 속에 무수한 상인들이 있어 그 가운데 대부분은 이미 그들에게 잡아 먹혀 오직 해골만이 남았을 것입니다.
지금은 그곳에서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믿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길을 따라서 저곳에 가보면 스스로 저를 믿게 될 것입니다.’
나는 저 나찰녀가 곤하게 잠든 틈을 타서, 보살로서 밤이 되자 월광검(月光剣)을 들고 남쪽 길로 가서 저 철성에 이르러 주위를 둘러보니, 문은 하나도 없고 또한 들창마저도 없었다.
그 철성 옆에 한 그루의 첨파가수(瞻波迦樹)가 있기에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서 내가 큰 소리로 불러 물었다.
이때 철성 안의 상인들이 나에게 말하였다.
‘어지신 대상주시여,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우리들은 나찰녀에게 끌려와 철성에 있으면서 날마다 백 사람씩 잡아먹힙니다.’
그리도 그들은 지난 일을 자세히 말하는 것이었다.
이에 나는 첨파가수를 내려와, 남쪽 길을 따라서 급히 저 나찰녀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이 때에 저 여인이 나에게 물었다.
‘어지신 대상주시여, 말씀 드린 철성은 보았습니까? 못 보았습니까?
이제 사실대로 말해 보세요.’
내가 말하였다.
‘이미 보았노라.’
그리고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어떤 방편으로써 나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겠는가?’
저 나찰녀가 나에게 말하였다.
‘이제 큰 방편이 있으니 당신을 안온하게 이 사자국에서 벗어나 저 남섬부주로 돌아가게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말을 듣고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어떤 길로 해서, 나를 이 나라에서 나가도록 하겠는가?’
이와 같이 물으니, 이때에 나저가람이 나에게 말하였다.
‘성마왕(聖馬王)이 있는데 능히 모든 유정을 구제하여 해탈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자세하게 묻고 그를 찾아 성마왕에게로 가니, 흰 약초를 먹고 있었다.
다 먹고서 금모래땅에서 뒹굴다가 일어나 몸의 털을 흔들어 털고버리고 나서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
‘누가 저 언덕에 가고자 하는가?’
이렇게 세번 반복하며 말하였다.
‘만일 가고자 하는 자는 마땅히 스스로 말할지니라.’
이에 나는 성 마왕에게 말하였다.
‘제가 지금 저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다시 저 나찰녀의 처소에 가서 함께 머물렀다.
저 나찰녀가 잠에서 깨어나, 마음으로 후회하는 생각을 일으키며 나에게 물었다.
‘상주여! 당신의 몸이 왜 그리 찬가요?’
이에 나는 나를 보내지 않으려는 그녀의 생각을 알고, 드디어 방편으로써 그녀에게 말하였다.
‘나는 조금 전에 잠시 성 밖에 나가서 소피를 보고 돌아 왔기 때문에 나의 몸이 찬 것이다.’
그녀가 나에게 말하였다.
‘다시 잡시다.’
그러고는 잠이 들었다. 해가 뜨자 나는 곧 일어나,
드디어 여러 상인들을 불러서 말하였다.
‘지금 곧 이 성을 나가라.’
그러자 모든 상인들이 다 성을 나와 같이 한 곳에서 쉬면서 서로 말하였다.
‘이제 이 모인 사람들 가운데에서 누구의 마누라가 가장 그리워할까?
무었을 보았으며 그 일은 어떠하였는가?’
이때에 대중 속에서 한사람이 말하기를,
‘그녀가 맛있는 좋은 음식을 나에게 주었다’고 하고,
혹 어떤 사람은
‘그녀는 여러 가지 의복을 나에게 주었노라’고 하며,
혹 어떤 사람은
‘그녀가 천관(天冠)과 귀걸이와 팔찌와 의복을 나에게 주었다’고 하고,
혹은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나는 얻은 것이 없어서 오직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라고 하였으며,
혹은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그녀가 여러 가지 용향(龍香)ㆍ사향(麝香)ㆍ전단향(栴檀香)을 나에게 주었다’고 하였다.
모든 상인들이 이런 말을 하고 난 다음에 내가 말하였다.
‘너희들은 벗어나기 어렵겠구나.
어찌하여 그 나찰녀들을 탐하고 사랑하는가?’
그러자 여러 상인들이 듣고서 마음에 두려움을 품고 물었다.
‘대상주시여, 정말 그렇습니까?’
내가 말하였다.
‘이 사자국은 나찰녀가 살고 있는 곳으로 이들은 사람이 아닐 뿐만 아니라, 사실은 바로 나찰녀이다.
불ㆍ법ㆍ승 등에 맹세하면서 말하건대 이러한 일은 알 수 있다.’
이때에 모든 상주들이 듣고 나서 나에게 말하였다.
‘무슨 방편으로써 이 어려움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내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이 사자국에 성마왕이 있어 능히 모든 유정을 구제하신다.
그가 크고 흰 약초를 먹고서 금모래 위에 굴렸다가 일어나서 몸을 흔들어 털어버리고 나서, 세 번 반복하고 말하기를,
‘누가 저 언덕으로 가고자 하는가?’라고 하여,
내가 이미 저 마왕에게 말하기를,
‘제가 지금 저 언덕으로 가고자 합니다’라고 말하였다.’
그 때에 모든 상인들이 다시 나에게 말하였다.
‘어느 날 갈 겁니까?’
내가 대중에게 말하였다.
‘사흘 후에 반드시 떠날 것이다. 대중들은 마땅히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이렇게 말하자 대중들은 성안으로 들어가서 각각 본래 있던 나찰녀의 집으로 갔다.
나찰녀는 내가 오는 것을 보고 인사하여 말하였다.
‘지금 피로하십니까?’
내가 대응하여 나찰녀에게 물었다.
‘내가 아직 너의 뛰어난 원림(園林)과 목욕할 연못을 보지 못하였는데, 실제로 있느냐?’
그러자 나찰녀가 나에게 말하였다.
‘대상주여, 이 사자국에는 온갖 마음에 드는 원림과 목욕할 연못이 있습니다.’
다시 그녀에게 말하였다.
‘나에게 여법하게 양식을 준비해 주시오. 나는 사흘 뒤에 온갖 원림과 목욕할 연못을 다니며 저 이름난 꽃들을 구경하다가 갖가지 꽃들을 가지고서 집으로 돌아오겠소.’
그러자 나찰녀가 나에게 말하였다.
‘대상주여, 제가 당신을 위하여 양식을 마련하겠습니다.’
이때 나는
‘아마 저 나찰녀가 나의 계책을 알면 반드시 나를 죽일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잠자코 있었다.
그 나찰녀가 좋은 음식을 나에게 주어 먹게 하니, 먹고 나서 탄식을 하였는데,
그녀가 물었다.
‘대상주여, 어찌하여 이와 같이 탄식을 하십니까?’
이때 내가 그녀에게 말하였다.
‘나는 본래 남섬부주 사람이라, 나의 고향을 생각하였소.’
그녀가 나에게 말하였다.
‘대상주여, 고향을 생각하지 마십시오.
이 사자국에는 온갖 음식과 의복과 곳간이 있으며, 온갖 마음에 드는 원림과 연못이 있어, 온갖 쾌락을 누릴 수 있거늘, 어찌하여 저 남섬부주를 생각하십니까?’
나는 이때 잠자코 있었다.
이 날이 지나고 둘째 날이 되자, 그 여자가 나에게 음식과 자량(資糧)을 준비해 주었고,
모든 상인들도 다 양식을 준비해 가지고 셋째 날을 기다려, 해가 뜨기 시작할 때에 모두 성을 나왔다.
나온 다음에 함께 서로 의논하여 말하기를,
‘지금 우리가 마땅히 속히 가야 할 것이니, 사자국은 뒤돌아보지 말자’고 하였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나는 저들 대중과 함께 신속히 성마왕이 있는 곳으로 갔다.
도착하고 나서 마왕을 보니, 풀을 먹고 뒹굴고 난 뒤에, 몸의 털을 흔들어 터는데, 이때 사자국의 땅이 모두 진동하였다.
마왕이 세 번 반복해서 말하였다.
‘지금 누가 저 언덕에 가고자 하는가?’
모든 상인이 이와 같이 말하였다.
‘저희가 지금 저 언덕에 가려고 합니다.’
그러자 성마왕이 그 몸을 떨쳐 내며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앞으로 가기만 하지, 절대로 사자국을 뒤돌아보지 말라.’
성마왕이 이렇게 말하고 난 뒤에 내가 먼저 마왕에게 올라타고, 그 다음에 오백 상인들이 모두 마왕에게로 올라탔다.
이때 사자국 중에 있는 모든 나찰녀들이 상인들이 떠난다는 소리를 듣고, 입으로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면서 곧 재빨리 달려 쫓아와, 슬피 목놓아 울면서 부르짖으며 뒤를 따라왔다.
이때 모든 상인들이 이 소리를 듣고서 머리를 돌려 뒤돌아보니, 알아챌 수 없는 잠깐 사이에 그 몸이 떨어져 물속에 빠졌다.
그러자 모든 나찰녀들이 달려들어 그 몸의 살을 취하여 씹어 먹으니, 오직 나 한 사람만이 남섬부주로 돌아갔다.
성마왕이 바닷가에 닿자, 나는 내린 다음에 성마왕 주위를 세 바퀴 돌고 나서 곧 그곳을 떠났다.
길을 찾아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와 집에 다다르니, 부모가 보고는 나를 부둥켜안고 기뻐하다가 다시 슬피 울며 눈물을 흘렸다.
부모는 전에 나 때문에 울어서 항상 그 눈에 백태가 끼여 어두웠는데, 이로 인하여 나아서 예전처럼 밝고 깨끗하게 되었다.
이렇게 부모가 아들과 함께 한 곳에 있게 되어, 나는 이전에 겪은 고생스러웠던 일들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부모가 듣고 나서 나에게 말하였다.
‘네가 오늘 그 목숨을 보전하여 무사히 편안하게 돌아왔으니, 내 마음이 매우 기쁘고 다시 근심이 없다.
나는 너에게 가득한 재보를 원치 않는다. 지금 나 자신이 나이가 들어 노쇠한 줄 알겠으니,
너에게 바라는 것은 출입할 때에 도와서 부축해 주고, 내가 죽게 되면 네가 상주(喪主)가 되어, 내 몸을 장지(葬地)로 보내주는 것이다.’
지난날의 부모는 이와 같이 착한 말로 나를 위로하였다.
제개장아, 나는 이때에 몸이 상인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이러한 위험하고 어려우며 고뇌스러운 일을 겪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제개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성마왕은 곧 관자재보살마하살이니, 이렇게 위험한 죽음의 공포 속에서 나를 구제하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