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문인-윤향기-시2,수필1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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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간을 오리다 외1.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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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향기-사진.약력.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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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간을 오리다

윤향기

세살백이 어린 손자가

가위질을 한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정좌로 앉아 종이를 오린다

싹둑싹둑싹둑싹둑

가는 시간을 자르는 저 삼매경

어미를 기다리다 지친 아이가

고개를 떨구고서 기다림을 자른다

등 돌리고 앉아

감기는 졸린 눈을 치켜뜨며

세상의 기다림 다 내려놓았다는 듯

어미를 자른다

미움을 삭히느라 어미를 자르던 아이

쿵,

옆으로 쓰러져

잘린 시간을 베고 잠든다

타투 로드 tattoo road

윤향기

찻잔 안팎으로 길을 낸다

볕살 들어 더욱 움츠리는 귀 접은 잔설사이로

짓이기기, 불타오르기, 울부짖기, 소멸로 구성된

도공의 염원이 애잔히 벼려 넣은 자해의 패키지

그리운 것들의 이름이 설핏설핏 지워지는 인드라얄라

매화피* 등고선에 귀 기울이면 땅 속 깊숙이

물 흐르는 소리 들린다

한 몸에서 누대의 계절을 섞을 수 있는 혈통이란

제 몸을 아낌없이 긁어낸 퍽베기**의 안쪽

말차抹茶의 끓는 울음을 받아낸 종족뿐

어둠을 베어 먹으며 TV를 켠다

해외로 입양 간 아이들이 부모의 내력을 찾는다

삭제된 미아시절 허리께를 더듬으며 어리게 운다

이도다완이라 개명한 새로 늙은 퍽베기가

타투 로드에 눈물 한 상 차려놓고

고봉으로 담아내는 저

봄날의 용서

*梅花皮: 그릇 표면에 터짐과 엉김으로 생긴 흔적.

**막사발: 일본으로 넘어가 찻잔으로 변한 이도다완의 다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