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
비가 왔다. 우비를 입고 나갈 수도 있지만 참았다. 전기장판을 키고 누워서 로마 이후의 일정을 생각했다. 지도를 보고 루트를 정하는데 버스가 염려된다. 설마.. 버스는 연결되겠지. 발칸이 저기끼리 전쟁을 해서 그런지 아님 관광객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버스 사정이 시원찮은거 같다.
저녁을 먹고 밖을 보니 비가 그쳤다. 중국 마트에 가서 라면과 김치를 샀다. 김치는 냄새 때문에 에지간하면 안 사려고 했는데 손이 저절로 가더라. 몰라. 될 대로 돼라.
메스트레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맵을 안키고 싸돌아다니다가 반대 방향으로 하염없이 가고 있었다. 폰을 꺼내기 귀찮아서 지나가는 여학생한테 트랜 하고 물으니 얘네들이 반대 방향으로 손짓을 하고는 무심한 듯 가버렸다.
슬로베니아는 두 번 물으면 안 되고, 이탈리아는 한 번도 물어봐서는 안된다. 그저 열심히 검색하고 구글 지도도 잘 봐야 한다. 폰은 항상 풀 충전하자. 힝.. 얘네들 좀 친절하믄 안되니?
5.31
지난주에 날씨를 검색했더니 오늘 날씨가 비 올 확률이 94%였다. 우비를 입고 가방도 우비를 씌우나 하고 우비를 어케 씌우지 하고 생각을 했는데 비가 안 온다. 흐리니 오긴 올 거 같긴 한데 알 수가 없다,
걸어서 오분도 안 걸리는 기차역이다. 동유럽부터 기차를 타고 다녔더니 인제 유럽 기차쯤이야 쉽지 하고 자신만만하다. 전광판을 보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려온다. 저렇게 관광객이 많으니 한국인 대상 데이 투어가 매진일 수밖에.
기차 종류를 다 타보려고 이딸로 티켓을 샀다. 우리나라의 srt 정도 된단다. 새 기차라는 말이다. 거금 40유로 가까이 들었다. 가는 시간은 꼴랑 두 시간이다. 비싸다.
이 기차는 로마를 거쳐 나폴리까지 간단다. 이번에 이탈리아의 일정이 짧아서 남부도 못 간다. 준비한 자금이 너무 빠르게 소진되어서 놀라 일정을 줄였더니 많이 아쉽다.
기차 안에도 이쁜 한국인 아가씨들이 있다. 인제 아는 척도 안 한다. 중남미 때는 한국인 보기가 정말 어려워서 만나기만 하면 반가웠는데 여기서는 눈치가 보인다.
두 시간은 금방 갔다. 기차 안에 커피 자판기가 있어서 호기심에 카푸치노 한 잔을 뽑았는데 자판기 커피마저 맛이 좋다. 2유로 값을 했다.
비가 오기는 커녕 날이 쨍하다. 역사 밖으로 나오니 오래된 건물이 눈에 띈다. 메스트레는 그냥 그랬는데 여기는 이탈리아 같다. 방값이 하루에 십만 원이라 사 박에서 삼 박으로 줄였는데 아쉬울 거 같다. 딱 봐도 오박각이다.
숙소가 괜찮은 건 다 나가고 평점이 형편없는 거만 남았었는데 우연히 아고다에서 평점이 그래도 좀 높은 게 있어서 예약을 했었다. 어떻게 가나 하고 지도를 보니 이게 뭐람. 수도원을 개조해서 호스텔로 만들었다고 한다. 상상이 안 간다. 다행히 기차역에선 가깝다. 불안한 생각이 슬 든다. 늦게까지 방이 안 나가고 있는 이유가 있겠지비.
가방을 끌고 숙소로 왔다. 두시부터 체크인이라고 못 들어 간단다. 두시에 오란다. 가방을 맡기려고 하니 창고가 풀이란다. 그럼 한 시간 반 동안 가방을 끌고 다니라고! 아 몰라. 그냥 탁자 옆에 놔두고 나왔다. 잃어버리지는 않겠지.
배가 고파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빵집에 갔다. 작은 피자 하나를 겟 했다. 숙소 맞은편에 다들 앉아서 뭔가 먹는 걸 봤기에 나도 합류했다. 유럽은 길거리에 탁자를 내놓고 밥을 먹는데 탁자는 없어도 어차피 같은 길거리다.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으면 맛있으려나 했는데 피자 맛이 아리송하다. 이때까지 먹은 피자는 거의 소금 간만 느껴졌는데 이건 조금 달고 느끼하다. 조미료 맛? 뭐지.. 일단 다 먹었는데 뒷맛도 개운하지가 않다. 이탈리아 피자 맛있다며.. 거기가 대체 어디여. 베네치아 거도 별로던데.
여기가 숙소 안이다.
여기도 숙소 안이다.
여기도.ㅎㅎ
좀 쉬고 밖으로 나왔다. 삼박이라 바쁘다.
길에서 저렇게 먹고 있다. 한 스쿱을 두 가지 종류로 준다. 3유로. 그냥 레몬으로 다 달라고 했다. 음.. 이건 새콤하고 씁쓰레한 게 아기들 감기 물약 탄 맛.ㅠㅠ
중앙 시장에 왔다. 피자를 먹고 느끼해서 컵라면을 하나 더 먹었다. 중앙시장 이층이 먹거리를 팔았다. 배가 부르니 음식 냄새가 별로 좋지가 않다.
여기가 스테이크를 해주는 집인가 보다.
길에는 가죽 가방을 팔고 있는데 저렇게 한국어가 적힌 간판이 있다.ㅋ
개님이 특이한 종이다. 꼬리 보소.
다들 저기 앉아 있길래 나도 폼 나게 조금 앉아 있었다.
심심해서 서양애를 부려먹었다. 꼼짝도 않고 폰만 주면서 사진 하나 찍어도 했는데 좋다고 여러 장을 찍어놨다.고맙.
애기는 방치 수준으로 키운다. 사진 찍기 전에는 땅에 엎드려 있었다.
저거를 밟으면 무시무시한 금액을 물어줘야 한다. 피렌체에서는 하늘을 보지 말고 땅만 보자.
두우모 성당에 왔다. 특이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모레 아침에 다시 보러 와야겠다.
두우모 근처에서 피자를 포장해 왔다. 이번엔 피자 전문점에서 샀다. 뭔가 다르겠지 하고 먹었는데 피렌체 피자는 나와 안 맞는 걸로. 스파게티로 노선을 바꿔야겠다.
숙소는 어렵다. 계단도 올라가야 하고 방문은 없다. 제일 중요한 와이파이가 방에서 안된다. 돌벽인지 데이터를 켰더니 lte가 뜨면서 뱅뱅돌고 연결이 안된다. 그래도 하나 좋은건 냥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