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도 1도, 핵폭탄 수천만 개, 그리고 에어컨 수억대 섭씨 1.5도. 기후 위기로 인한 인간의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 요건’으로 자주 등장하는 수치다. 1.5도는 비교 값이다. 화석 연료를 본격 사용하기 전의 지구 평균 온도보다 1.5도 이상 높아지면 위험하다.
2018년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ㆍ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총회에서 발표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의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을 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할 때 100년에 1번 빈도로 북극해 해빙이 여름철에 모두 녹아 사라진다. 북극해의 얼음이 녹을 정도라면 육지 빙하도 모두 녹아서 해수면이 상승한다.
9억 5,000만 명의 인구는 물 부족에 시달리고 전체 인구의 24%는 홍수 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 지점에서 누군가는 ‘1.5도를 낮추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냐 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1.5도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우리가 느끼는 기온은 ‘공기 중 온도’를 의미한다. 지구 평균 온도는 표면 온도라서 육지와 바다 온도를 모두 일컫는다. 공기 중에서 1도가 오를 때 필요한 에너지(공기 비열 1.01J/g.K)보다 물이 1도 오를 때 필요한 에너지(물 비열 4.2J/g.K)가 4배가량 더 크다. 이 때문에 바다까지 포함한 지구의 온도는 조금만 변해도 큰 파장을 일으킨다.
실례를 살펴보자. 빙하기와 간빙기의 평균 기온 차는 5도에 불과하다. 14세기부터 19세기까지 이어졌던 소빙기(小氷期, Little Ice Age)의 지구 평균 온도는 지금보다 고작 2도 낮은 수준이었지만 이탈리아 피렌체의 아르노강을 얼려버리기도 했다.
문제는 1.5도를 유지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란 점이다. 바닷물 온도는 이미 산업화 시기 이전보다 1도 가까이 올랐다. 이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 2,800만 개가 바다에서 동시에 폭발한 수준이다(국종성 포항공대 교수). 이 온도를 낮추려면 해수 온도가 올라갈 때 투입된 만큼의 에너지를 빼앗으면 된다.
그러면 해수 온도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빼앗아야 할까. 이를 핵폭탄이 아닌 에어컨으로 계산해 보자. 바다에서 터진 ‘2,800만 개의 핵폭탄(해수 온도 1도 상승)’을 에너지양으로 환산하면 3.39332e+23J(줄)이다.
반면, 소비 전력이 1,800W(와트)인 에어컨을 24시간 켜뒀을 때 소비되는 전력량은 43.2㎾h다. 에어컨으로 해수 온도 1도를 끌어내리는 데 필요한 3.39332e+23J(줄)을 충족하려면, 24시간 내내 9억4,200만 대의 에어컨을 켜둬야 한다.
단순 계산이기 때문에 오차가 있겠지만, 지구 온도를 낮추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기엔 충분해 보인다. 올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린 ‘1.5도의 법칙’을 지켜낼 수 있을까.
퍼온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