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 번째 후기이다. 이번 글은 부수적인 내용은 빼고 느낀 점 위주로 짧고 굵게(?) 써봐야겠다.
오늘은 "제주 오름의 랜드마크"라는 주제로 애월읍 소길리에 있는 노꼬메오름을 올랐다. 미세먼지와 삼나무 꽃가루 때문에 시야가 약간은 뿌옇지만 그래도 오름의 웅장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벌써 두근두근하고 즐겁다.
오름의 랜드마크라고 하면 동쪽에는 다랑쉬, 서쪽에는 노꼬메라고 한다. 368개의 오름 중 걸을만하다고 할 수 있는 비고 200m가 넘는 오름은 8개밖에 되지 않는데 노꼬메 오름도 그 중 하나이다.
노꼬메 오름은 큰노꼬메오름과 족은노꼬메 오름이 있다. 오늘 오른 큰노꼬메오름은 분화구의 폭이 터진 말굽형 오름인데 보통 말굽형 오름의 특징은 많은 양의 용암을 분출했다는 것이다. 노꼬메오름에서도 아주 많은 양의 용암이 터져 나와 길이 9km, 최대 폭 3km의 애월 곶자왈지대를 형성하였다. 노꼬메오름은 애월곶자왈의 어머니인샘이다. 지난주 당오름에서 본 한경-안덕곶자왈과 마찬가지로 오름과 곶자왈은 서로 떼어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인듯하다.
오름을 오르기 전 체조를 하고 나니 첫 번째 꽃이 보인다. 구슬붕이라는 꽃이다. 수업 때는 사진 찍으랴 메모하랴 정신없어서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후기를 쓰면서 사진을 다시 보니 푸른 꽃잎도 자주색 선도 신기하고 너무 예쁘다.
구슬붕이의 꽃말은 '기쁜 소식'이라고 한다. 왜 기쁜 소식일까? 구슬붕이가 필때쯤이면 꽃샘추위도 가고 완연한 봄이 오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또 수많은 봄꽃 중에 하필 구술붕이가 기쁜 소식이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구술붕이의 약효 중 해독과 소염효과가 있어서 약으로 지어먹으면 건강이 다시 돌아와 기쁜소식이라는 꽃말에 더욱 찰떡인가 싶기도 하다.
구술붕이에 대해서는 우리가 잘 아는 그리스 신화 판도라의 상자에 관하여도 이야기가 있고, 중국 전설도 있으나 다 쓰려면 후기가 너무 길어지니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직접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다.
노꼬메라는 이름은 북방어로 높은 산을 이르는 말이었다. 송당리에는 ‘높은오름’이라는 오름이 있고 한경면에는 ‘고산’이라는 오름이 있다. 모두 다 같은 뜻이지만 부르는 이름만 다르다. 제주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다고 한다. 그중에는 이처럼 뜻이 같지만 부르는 이름만 다른 오름들이 있는가 하면 수업 때 갔던 ‘민오름’, ‘당오름’과 같이 이름까지도 같은 오름들도 참 많다. 이 많은 오름들을 공부하듯이 외우려면 외워지지도 않고 너무 힘든데, 교수님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야기로 들으면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 참 좋다.
산담, 귀신 그리고 돌
제주에는 귀신도 많고 그에 따른 문화도 참 많다. 오름에 가면 매번 산소가 많이 보이는데 지난주 당오름에 이어 이번 노꼬메 오름에서도 산담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시문(한자어 ‘신문(神門)’의 ‘신’에서 ‘ㄴ’이 탈락하여 이루어진 어휘다.)은 산담에서 귀신이 드나드는 문을 일컸는데, 시문의 위치는 남좌여우(男左女右)를 따라 망자가 누운 위치를 기준으로 남자일 경우 왼쪽에 여자일 경우 오른쪽에 시문을 만든다.
산담 구석에 제단을 놓아 토신에게 제사를 드리며, 무덤의 혼령과 놀아주는 역할을 하는 동자석도 있다. 제주의 동자석은 육지의 문인석, 무인석에 비해 귀엽고 모습이 다양하다. 그래서인지 도굴도 많이 당하고 육지로 반출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제주돌문화공원에 가면 여러 동자석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산담에 자라난 지의류와 이끼
지의류는 말 그대로 땅(지)이 입은 옷(의)이라는 뜻으로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인 녹조류와 균류(곰팡이)가 공생하는 복합 유기체이다. 지의류는 화산 분출로 유출된 용암 위에 맨 처음 나타나는 생명체이다. 그리고 대기오염 지표생물이라 할 정도로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에 민감한 생명체이기도 하다.
후기 란 무엇일까?
평상에서 잠시 목을 축이며 ‘후기’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교수님께서는 ‘후기’에 맞게 그냥 편하게 쓰면 된다고 하시지만 이게 또 잘 써야 한다는 강박 혹은 부담이 어마어마하다. 우리 기수의 다른 분들 글도 두 번 세 번 읽어보고 다른 기수의 글도 찾아보며 여러 힌트를 얻는다. 또 인터넷으로 추가적인 내용을 검색하다 보면 공유하고 싶은 신기하고 유익한 내용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오늘은 짧게 쓰기로 했으니 적당히 너무 길지 않게 마무리해야겠다^^
자연의 건강음료 고로쇠물
고로쇠나무에서는 골리수라고도 하며 뼈를 이롭게 해주는 고로쇠 물이 나온다. 주로 600~800m 고지에서 군락을 이룬다는데 그래서 노꼬메오름에서 많이 보였나 보다. 팻말에는 고로쇠나무의 꽃말이 ‘중환자’라고 되어있다고 하셔서 찾아봤더니 ‘영원한 행복’으로 나온다.
고로쇠잎과 단풍잎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어떤 분께서 오리발과 닭발이라고 하셨는데 설명이 찰떡이다. 후기를 쓰기 위해 사진을 보는데 바로 떠올라버렸다.^^
고로쇠물에도 신라시대부터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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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백제와 신라의 병사들이 섬진강을 옆에 끼고 백운산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날씨는 무덥고 양측의 기세는 팽팽했다. 하지만 비도 내리지 않는 전장에서 병사들은 하나 둘 지쳐갔다.
목이 마른 병사들이 샘을 찾아다녔지만 물은 흔적조차 없었다. 이때 신라의 장군이 화나가서 나무에 화살을 쏘았는데 화살이 박힌나무에서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신라군은 얼른 그 물을 마셨다.
갈증을 풀린 것은 물론 힘이 용솟음쳐 신라군은 백제군을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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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함께 한라산 정상을 향해가는 슬픈 곰솔
저지대에 있어야 할 온대 한대 식물인 곰솔이 800고지에 자라고 있다. 제주의 기후는 점점 아열대화 되어가고 있다. 수온이 올라가 바닷속 생명체 환경도 급격하게 바뀌어 가고 있는 요즘 산에 자라는 식물들도 예외가 아니다.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의 교목은 곰솔 세 그루였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곰솔은 다른 나무에 비해 유독 애정이 가는 나무였다. 그런데 기후변화 때문에 어느 시기가 되면 제주에서 소나무를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니 착잡한 마음이다. 그때가 되면 교목이 곰솔에서 워싱턴야자가 되어버리는 건 아닌지,,,
뾰족뾰족한 잎 사이로 보라색의 각시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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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붓꽃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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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에 관창에게는 무용이라는 약혼자가 있었다. 신라와 백제가 전쟁이 발발하자 화랑 관창도 전쟁에 참가하였지만 황산벌 전투에서 전사하고 말았다.
관창의 전사소식에 무용은 너무나도 상심한 나머지 관창을 그리워하다가 죽고말았다.
무용의 부모는 두 사람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겨 무용을 관창의 무덤 옆에 나란히 묻어주었다.
이듬해 봄에 무용의 무덤에서 새싹이 나더니 꽃이 피어났다.
사람들은 그 꽃이 수줍은 무용의 자태를 닮았고, 잎은 관창이 늘 가지고 다니던 칼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이 꽃을 각시붓꽃이라 불랐다고 전해진다.
신비로운 습지 "숨은 물뱅듸"
오름수업을 받다 보면 꼭 호기심이 생기는 곳이 생긴다. 봉개민오름 수업 때는 물장오리가 그러했고 이번 수업에서는 숨은 물뱅듸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숨은 물뱅듸는 숨어있는 물이 있는 넓은 벌판이라는 뜻으로 노로오름과 삼형제오름으로 둘러싸인 습지벌판이다. 지금은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어 출입이 통제된다고 하는데 제주박물관 지하 영상실에서 영상으로 볼 수 있다고 하니 간접적으로라도 구경해 봐야겠다.
애월곶자왈의 어머니 노꼬메오름
봄에는 벚꽃과 산딸 흰 꽃으로, 가을엔 단풍으로 그리고 겨울엔 흰 눈으로 매 계절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는 노꼬메오름 분화구이다. 예쁘지 않은 오름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그래도 매 계절마다 가야 할 이유가 뚜렷하게 있는 오름도 많지 않은데 노꼬메오름이 그런 오름인 것 같다.
식물들이 서로 배려하며 공생하는 방법, 수관기피현상(crown shyness)
각 나무들의 윗부분이 서로 닿지 않고 일정 공간을 남겨두어 나무 아래까지 충분히 햇볕을 받고 썩지 않도록 하며 함께 자라는 것을 말한다. 오름 정상에서 애월곶자왈을 내려다봤을 때 수많은 나무들의 키가 서로 비슷한 것도, 숲에서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나무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나무들끼리 서로 배려하며 공생하는 모습 같다.
어머니의 마음을 닮은 머귀나무
마치 방파제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따개비 같다. 머귀나무의 돌기는 노루의 몸을 나무 기둥에 비비는 걸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나도 어릴 때 바다에서 따개비에 쓸리지 않게 조심했던 기억이 난다.
제주에서 머귀나무는 방장대(장례식때 상주가 쓰는 지팡이, 표준어로는 상장대)로 쓰인다. 아버지의 장례식에는 대나무를 쓰고 어머니 장례식에는 제주에서는 머귀나무를 쓴다. 머귀나무를 잘랐을 때 단면이 까매서 새까맣게 탄 어머니의 마음과 같다고 하여 머귀나무를 방장대로 사용한다.
장희빈의 사약으로도 쓰였다는 천남성이다. 상잣성길을따라 두발 가면 하나씩은 꼭 있어서 그 위험함을 몰랐는데 건들기만 해도 위험한 꽃이라고 한다.
오늘의 한 줄 평
단지 높이가 높아서만이 아닌, 애월곶자왈을 품고 초입에 말똥을 보며 생태계의 순환을 복습하게 하며 산담과 상잣이 있는 다양한 꽃과 나무들이 있어 더 아름다웠던 제주 오름의 랜드마크 노꼬메오름이었습니다~~
첫댓글 자료조사까지 철저히 하셨네요. 잘 보았네요. 수고했습니다.
짧게 쓴다 하여
휘 둘러보다 그만
‘속앗따~’ 하고 숨을 내쉬었다.
엄청 기시네요 ㅋㅋ
글 재주가 좋으세요, 수고하셨어요~^^
짝짝짝짝~~~~
박수를 보내요~~~~
쓰다보면 오히려 짧게 쓰는게 더 어렵긴한것 같아요~~그쵸~~ㅎㅎ
오늘 아침에 한번 읽어 보게 되네요. 무척 기다림요 또 보니 지난 주 먼옛날 황산벌에서 혼을 태운 각시붓꽃의 주인공이 생각나네요.
어렸을적 이근처 (논산 광석면,노성면) 에서 살았거든요.
저희는 가을 노꼬메에 올랐는데 봄의 노꼬메도 예쁘네요. 다시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짧게 쓰기 어렵다는 긴~ 후기 재미나게 잘 읽었어요
관창이 전사한 동네 논산시 연산면 관동리에 노모가 살고 계셔요
노꼬메 후기에서 황산벌을 만나네요^^
한라산총서5-한라산의 구비전승.지명.풍수편 p297
노꼬메오름을 중심으로 서부지역의 모든 오름이 응대하며 청고한 정기를 서쪽과 서북의 <애월>방향으로 생동하는 지기를 전달한다. ...
노꼬메오름은 풍수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오름이며 문필의 정기를 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라는 글이 있네요.
또 가보고 싶은 오름을 후기로 읽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주 가득하게 잘 읽었어요 ㅋㅋ
치원님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즐기는 맘이 잘 느껴지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