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主術訓(주술훈)
01
人主之術, 處無爲之事, 而行不言之敎. 淸靜而不動, 一度而不搖, 因循而任下, 責成而不勞. 是故心知規, 而師傅諭導, 口能言, 而行人稱辭, 足能行, 而相者先導, 耳能聽.
인주지술, 처무위지사, 이행불언지교. 청정이부동, 일도이불요, 인순이임하, 책성이불로. 시고심지규, 이사부유도, 구능언, 이행인칭사, 족능행, 이상자선도, 이능청.
[解釋] 군주의 통치 비결은, 無爲를 일로 삼고, 말을 하지 않아도 명령이 행해지는 교화에 있다. 마음을 淸靜하게 가지고 동요되지 않으며, 법도를 일정하게 하여 움직이지 않고, 이것을 따르는 것으로써 요지로 하여 모든 일을 아랫사람에게 맡기며, 자기 자신은 그 성패의 책임을 물을 뿐 스스로 힘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까닭에 스스로 규범을 터득하고 있어도, 師傅의 論導에 따르고, 스스로 말할 수 있으며, 行人[사신]에게 말하도록 하여, 스스로 갈 수가 있게 되며, 이렇게 서로 선도하고 이끌어 주면, 스스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而執正進諫. 是故慮無失策, 擧無過事. 言爲文章, 行爲儀表, 於天下進退應時, 動靜循理, 不爲醜美好憎, 不爲賞罰喜怒, 名各自名, 類各自類. 事由自然, 莫出於己.
이집정진간. 시고려무실책, 거무과사. 언위문장, 행위의표, 어천하진퇴응시, 동정순리, 불위추미호증, 불위상벌희노, 명각자명, 유각자류. 사유자연, 막출어기.
[解釋] 그래서 집정관의 간언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생각하는 바에 과실이 없으면, 행하는 일에 허물이 없게 된다. 말은 그대로 법도가 되며, 행동은 그대로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고, 천하의 나아가고 물러남에는 時儀에 적절하며, 움직임과 고요함은 도리에 따르고, 더럽고 아름다움에 따라 좋아하고 미워하지 않으며, 상과 벌을 행함에 기뻐하거나 노하는 일이 없으며, 이름은 각각 스스로 이름을 얻고, 부류는 제 각기 스스로 부류가 된다. 그러한 일들은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며,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故古之王者, 冕而前旒, 所以蔽明也. 黈纊塞耳, 所以掩聰. 天子外屛, 所以自障. 故所理者遠, 則所在者邇, 所治者大, 則所守者小.
고고지왕자, 면이전류, 소이폐명야. 주광색이, 소이엄총. 천자외병, 소이자장. 고소리자원, 즉소재자이, 소치자대, 즉소수자소.
[解釋] 그러므로 옛날의 왕이 된 자는, 관의 앞뒤로 깃 드림을 늘어뜨린 것은, 허망된 것을 폐하여 듣지 않기 위해서인 것이다. 또한 천자가 자신의 거소 주변에 담장을 둘러쳐서 막는 것은, 천자 스스로 자유로운 교섭을 엄폐하기 위한 것이다. 천자의 침실밖에 병풍을 치는 것은, 스스로 막아 내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먼 곳을 다스리는 데에는, 가까운 곳부터 마음을 써야 하고, 큰 것을 다스리는 데에는, 작은 것에 마음을 써야 하는 것이다.
夫目妄視則淫, 耳妄聽則惑. 口妄言則亂. 夫三關者, 不可不愼守也. 若欲規之, 乃是離之, 若欲飾之, 乃是賊之.
부목망시즉음, 이망청즉혹. 구망언즉난. 부삼관자, 불가불신수야. 약욕규지, 내시리지, 약욕식지, 내시적지.
[解釋] 무릇 눈이라고 하는 것은 허망된 것에 혹하면 음탕해 지고, 귀라고 하는 것은 허망된 것을 들으면 미혹된다. 입이라고 하는 것은 허망된 말을 하면 문란해진다. 대저 이 눈、귀、입 세 가지는, 신중하게 지키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만일 강력하게 규제하려고 든다면, 이는 도리어 본질에서 떠나게 되고, 만일 너무 잘해 보려고 꾸미게 된다면, 이는 도리어 도적과 같은 것이 된다.
02
天氣爲魂, 地氣爲魄. 反之玄房, 各處其宅, 守而勿失, 上通太一. 太一之精, 通於天道. 天道玄黙, 無容無則, 大不可極, 深不可測. 尙與人化, 知不能得.
천기위혼, 지기위백. 반지현방, 각처기택, 수이물실, 상통태일. 태일지정, 통어천도. 천도현묵, 무용무칙, 대불가극, 심불가측. 상여인화, 지불능득.
[解釋] 하늘의 氣는 魂이 되고, 땅의 氣는 魄이 된다. 이것을 幽玄의 처소로 돌리고, 각각 있어야 할 장소에 안주시키며, 지키고 잃지 않도록 하면, 위로는 太一에 통할 수가 있다. 太一의 精氣는, 하늘에 넘쳐흐르고 있다. 하늘의 道는 幽玄하고 침묵하여, 일정한 형상도 법칙도 없으며, 그 크기는 끝을 알 수가 없고, 깊이는 측량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사람과 융화하고 있는데, 그 모습은 사람의 知로는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다.
昔者神農之治天下也, 神不馳於胸中, 智不出於四域, 懷其仁誠之心. 甘雨時降, 五穀蕃植. 春生夏長, 秋收冬藏, 月省時考, 歲終獻功.
석자신농지치천하야, 신불치어흉중, 지불출어사역, 회기인성지심. 감우시강, 오곡번식. 춘생하장, 추수동장, 월성시고, 세종헌공.
[解釋] 옛날 神農이 천하를 다스릴 때에, 정신은 가슴 속에서 달리는 일이 없었고, 지혜는 사방의 疆域으로 나가는 일이 없었으며, 단지 仁誠의 마음만을 품고 있었을 뿐이었다. 단비가 때를 만나서 쏟아지고, 오곡은 무성하게 번식하여 여물었다. 봄에는 싹이 트고 여름에는 성장하며, 가을에는 수확하고 겨울에는 저장하여, 그 성적을 매달 매 계절마다 고찰하고, 연말에는 그 성과를 종묘에 아뢰었다.
以時嘗穀, 祀于明堂. 明堂之制, 有蓋而無四方, 風雨不能襲, 寒暑不能傷. 遷延而入之, 養民以公, 其民樸重端慤, 不忿爭而財足, 不勞形而功成, 因天地之資, 而與之和同.
이시상곡, 사우명당. 명당지제, 유개이무사방, 풍우불능습, 한서불능상. 천연이입지, 양민이공, 기민박중단각, 불분쟁이재족, 불로형이공성, 인천지지자, 이여지화동.
[解釋] 이 수확을 하는 계절에는 햇곡식을 바치고, 명당에 제사를 지냈다. 명당을 만드는 데에는, 지붕만이 있을 뿐 사방은 모두 터져 있었는데, 비바람이 몰아치는 일도 없었고, 더위와 추위가 침해하는 일도 없었다. 신농은 망설이다가도 이곳에 와서, 공평하게 백성들을 길러 냈는데, 그 백성들은 소박하고 진중하며 바르고 성실하였으며, 성내는 일이 없으므로 다투는 일도 없었고 재물도 풍족하였으며, 힘들인 만큼의 성과가 오르고, 천지자연의 은혜를 흠뻑 입어, 진심으로 화합하여 동화되었다.
是故威厲而不殺, 刑錯而不用. 法省而不煩. 故其化如神, 其地南至交阯, 北至幽都, 東至暘谷, 西至三危, 莫不聽從.
시고위려이불살, 형착이불용. 법성이불번. 고기화여신, 기지남지교지, 북지유도, 동지양곡, 서지삼위, 막불청종.
[解釋] 그렇기 때문에 그 위세는 대단하였지만 형벌로 사람을 죽이지 않았으며, 형벌은 제정만 해두었을 뿐 이를 사용하는 일이 없었다. 법은 간략하여 번잡하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그 덕화는 마치 神과 같아서, 남쪽으로는 交阯에 이르고, 북쪽으로는 유도에 이르며, 동쪽으로는 暘谷에 이르며, 서쪽은 三危에 이르기 까지, 복종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當此之時, 法寬刑緩, 囹圄空虛, 而天下一俗, 莫懷姦心. 末世之政則不然. 上好取而無量, 下貪狼而無讓, 民貧苦而忿爭, 事力勞而無功. 智詐萌興, 盜賊滋彰. 上下相怨, 號令不行.
당차지시, 법관형완, 영어공허, 이천하일속, 막회간심. 말세지정즉불연. 상호취이무량, 하탐랑이무양, 민빈고이분쟁, 사력노이무공. 지사맹흥, 도적자창. 상하상원, 호령불행.
[解釋] 이 때 당시에는, 법과 형이 모두 느슨해서, 감옥에는 죄수가 없었고, 천하의 풍속은 하나로 통일되었으며, 간악한 마음을 품은 자가 없었다. 그런데 말세의 정치는 그렇지 않았다. 위로는 끝없이 취하기를 좋아하고, 아래로는 이리와 같이 탐욕을 부려 양보함이 없고, 백성들은 가난으로 고통을 받으며 성내어 서로 다투었으며, 일을 함에 있어서도 힘만 들이고 공적이 없었다. 지혜로써 사기를 치려는 마음이 싹트고 일어났으며, 도적들은 마냥 불어나 창궐하게 되었다. 위로는 서로 원망하게 되고, 아래로는 명령이 행해지지 않았다.
執政有司, 不務反道. 矯拂其本, 而事脩其末, 削薄其德, 曾累其刑, 而欲以爲治. 無以異於執彈而來鳥, 捭梲而狎犬也, 亂乃逾甚.
집정유사, 불무반도. 교불기본, 이사수기말, 삭박기덕, 증누기형, 이욕이위치. 무이이어집탄이래조, 패탈이압견야, 난내유심.
[解釋] 정치를 잡은 담당 관리는, 본래의 道로 돌아가려고 힘쓰지도 않았다. 그 근본을 거슬리면서, 그 끝 부분만을 다스리려고 하니, 그 덕은 엷어지고 깎여서, 형벌을 무겁게 더하여, 그렇게 함으로써 정치를 하려 들고 있다. 이렇게 해서야 마치 탄환을 가지고 새를 불러 모으고, 몽둥이를 휘두르며 개를 달리게 시키려는 것과 같아서, 마침내 문란해질 뿐이다.
03
夫水濁則魚噞, 政苛則民亂. 故夫養虎豹犀象者, 爲之圈檻, 供其嗜欲. 適其饑飽, 違其怒恚, 然而不能終其天年者, 形有所劫也.
부수탁즉어엄, 정가즉민난. 고부양호표서상자, 위지권함, 공기기욕. 적기기포, 위기노에, 연이불능종기천년자, 형유소겁야.
[解釋] 무릇 물이 흐리면 물고기는 주둥이를 벌름거리고, 정치가 혹독하면 백성들은 어지러워진다. 그래서 대저 호랑이와 표범과 무소와 코끼리 등을 기르는 사람은, 이런 사나운 짐승들을 우리 속에 가두어 둔 다음, 그들에게 먹이를 주고 즐기려고 든다. 그러나 그렇게 배부르게 해주는데도 불구하고, 사나운 짐승들은 성을 내며, 그 하늘이 준 수명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속에 갇혀 있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是以上多故, 則下多詐, 上多事, 則下多態, 上煩擾, 則下不定. 上多求, 則下交爭. 不直之於本, 而事之於末, 譬猶揚堁而弭塵, 抱薪以球火也.
시이상다고, 즉하다사, 상다사, 즉하다태, 상번요, 즉하부정. 상다구, 즉하교쟁. 불직지어본, 이사지어말, 비유양과이미진, 포신이구화야.
[解釋] 이 때문에 위에서 거짓이 많아지게 되면, 아래에도 거짓이 많아지게 된다. 위에서 일을 많이 하면, 아래에서는 본받는 것이 많아진다. 위에서 번거롭고 요란스러우면, 아래에서는 안정되지 못한다. 위에서 구하는 것이 많게 되면, 아래에서는 서로 다투게 된다. 근본을 바로잡지 않고, 말단을 일삼는 것은, 비유하자면 먼지를 털어서 먼지를 없애려 하고, 땔나무를 껴안고 불을 끄려는 것과 같은 것이다.
故聖人事省而易治, 求寡而易贍. 不施而仁, 不言而信, 不求而得, 不爲而成. 塊然保眞, 抱德推誠, 天下從之, 如響之應聲, 景之像形. 其所修者本也. 刑罰不足以移風, 殺戮不足以禁姦. 唯神化爲貴, 至精爲神.
고성인사생이이치, 구과이이섬. 불시이인, 불언이신, 불구이득, 불위이성. 괴연보진, 포덕추성, 천하종지, 여향지응성, 경지상형. 기소수자본야. 형벌부족이이풍, 살륙부족이금간. 유신화위귀, 지정위신.
[解釋] 그러므로 聖人은 일을 덜어서 쉽게 다스리고, 구하는 것을 적게 해 쉽게 공급하였다. 베풀지 않아도 仁하고, 말하지 않아도 받게 되고, 구하지 않아도 얻으며, 일하지 않아도 이루어졌다. 塊然하게 진실을 보존하고 덕을 감사고 진실만을 미루어서 천하가 따르는 것이, 마치 소리에 메아리가 응하는 것과 볕에 그림자가 따르는 것과 같다. 그가 닦은 것들이 근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형벌로는 풍속을 바꿀 수가 없고, 살육으로는 간사한 것을 금지시키지 못한다. 오직 神의 조화만이 귀한 것이 되고, 지극히 정묘한 것만이 神이 되는 것이다.
04
夫疾呼不過聞百步, 志之所在, 踰于千里. 冬日之陽, 夏日之陰, 萬物歸之, 而莫使之然. 故至精之像, 弗招而自來, 不麾而自往, 窈窈冥冥, 不知爲之者誰, 而功自成.
부질호불과문백보, 지지소재, 유우천리. 동일지양, 하일지음, 만물귀지, 이막사지연. 고지정지상, 불초이자래, 불휘이자왕, 요요명명, 부지위지자수, 이공자성.
[解釋] 대개 큰소리로 불러도 소리는 1백 보 안에 들리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사람의 마음이 있는 곳은 천리를 넘나드는 것이다. 동짓날의 陽이 하짓날의 陰은 만물이 돌아가는 것이지만, 그러하도록 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지극히 정묘한 像이란,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오고, 가리키지 않아도 스스로 가는 것으로, 깊고 조용하고 어둡고 어두워, 그것을 하는 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면서, 공로는 자연히 성취되는 것이다.
智者弗能誦, 辯者弗能形. 昔孫叔敖恬臥, 而郢人無所害其鋒. 市南宜遼弄丸, 而兩家之難, 無所關其辭.
지자불능송, 변자불능형. 석손숙오념와, 이영인무소해기봉. 시남의료농환, 이량가지난, 무소관기사.
[解釋] 지혜로운 자도 능히 말하지 못하고, 말을 잘하는 자도 능히 형용하지 못한다. 옛날 楚나라의 孫叔敖는 편안히 누워있었는데도, 郢 땅의 사람들이 칼날을 사용해 해치는 일이 없었다. 초나라 市南 땅의 宜遼는 丸을 가지고 놀면서도, 두 집안의 어지러움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鞅鞈鐵鎧, 瞋目扼掔, 其於以御兵刃縣矣, 券契束帛, 刑罰斧鉞, 其於以解難薄矣, 待目而照見, 待言而使令, 其於爲治難矣.
앙협철개, 진목액견, 기어이어병인현의, 권계속백, 형벌부월, 기어이해난박의, 대목이조견, 대언이사령, 기어위치난의.
[解釋] 흉배와 갑옷을 걸치고, 부릅뜬 눈으로 팔뚝을 휘두르며, 고을마다 전쟁의 칼날을 피할 수가 없으며, 割符를 교환하거나 예물을 바치거나, 부월로써 형벌을 집행한다는 것은, 나라의 어려움을 막아 내기에는 힘이 박약하며, 눈으로 응대하고 사물을 바라보는 것은, 말로만 응대하는 사령에 불과하며, 나라의 어려움을 다스리는 데는 방해가 될 뿐이다.
蘧伯玉爲相, 子貢往觀之曰:「何以治國?」 曰:「以弗治治之.」 簡子欲伐衛, 使史黯往覿焉, 還報曰:「蘧伯玉爲相, 未可以加兵.」
거백옥위상, 자공왕관지왈:「하이치국?」 왈:「이불치치지.」 간자욕벌위, 사사암왕적언, 환보왈:「거백옥위상, 미가이가병.」
[解釋] 蘧伯玉이 衛나라의 재상이 되었을 때, 子貢은 그를 만나러 가서 말하기를, 「나라를 어떻게 다스리겠습니까?」고 하니, 거백옥이 대답하기를, 「다스리지 않는다는 방침으로 다스리겠소이다.」고 하였다. 簡子가 위나라를 토벌하려고, 史黯을 보내어 염탐하게 하였더니, 돌아 와서 보고 하기를, 「거백옥이 재상으로 있는 한, 지금은 전쟁을 해서는 안 됩니다.」고 하였다.
固塞險阻, 何足以致之? 故皐陶瘖, 而爲大理, 天下無虐刑. 有貴于言者也. 師曠瞽, 而爲太宰, 晉無亂政.
고색험조, 하족이치지? 고고도음, 이위대리, 천하무학형. 유귀우언자야. 사광고, 이위태재, 진무난정.
[解釋] 생각해 보건대 견고한 성채와 험준한 지형도, 어찌 이만한 효과를 낼 수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皐陶가 벙어리의 신분으로, 법무장관이 되자, 천하에는 가혹한 형벌이 시행되지 않았다. 말보다도 귀한 것이 있었기에 쌓을 수 있었던 공적이다. 또한 師曠이 장님의 신분으로, 재상이 되자, 晉나라에서는 어지러운 정치가 없어지게 되었다.
有貴于見者也. 故不言之令, 不視之見, 此伏犧神農之所以爲師也. 故民之化也, 不從其所言, 而從所行.
유귀우견자야. 고불언지령, 불시지견, 차복희신농지소이위사야. 고민지화야, 부종기소언, 이종소행.
[解釋] 그러므로 시력보다도 귀한 것이 있었기에 쌓을 수 있었던 공적이다. 그러므로 말하지 않는 명령과, 보지 않고 보는 것이야말로, 복희나 신농이 백성들의 스승으로서 그들을 인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백성들을 교화시키는 것은, 말에 의해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에 따라서 따르게 되는 것이다.
故齊莊公好勇, 不使鬪爭, 而國家多難. 其漸至于崔杼之亂. 頃襄好色, 不使風議, 而民多昏亂, 其積至昭奇之難.
고제장공호용, 불사투쟁, 이국가다난. 기점지우최저지난. 경양호색, 불사풍의, 이민다혼난, 기적지소기지난.
[解釋] 그러므로 齊나라 莊公은 武勇을 좋아하였는데도, 투쟁을 일삼지 못하게 하였지만, 나라와 가정에는 허다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것이 점차 심해져 결국에는 장공 자신이 崔杼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말았다. 또 楚나라 頃襄王은 여색을 좋아하였는데, 그 평판이 나쁘게 나는 것을 막으려 하였지만, 그러나 백성들 사이에는 어지러운 혼인의 풍습이 만연되었고, 그러한 풍조가 쌓여 결국에는 昭奇의 난을 초래하였다.
故至精之所動, 若春氣之生, 秋氣之殺也, 雖馳傳騖置, 不若此其亟. 故君人者, 其猶射者乎. 於此毫末, 於彼尋常矣. 故愼所以感之也.
고지정지소동, 약춘기지생, 추기지살야, 수치전무치, 불약차기극. 고군인자, 기유사자호. 어차호말, 어피심상의. 고신소이감지야.
[解釋] 그러므로 至精의 기능이 움직이는 바는, 春氣는 만물을 낳고, 秋氣가 이것을 시들게 하는 것과 같아서, 그 전달의 빠르기는 날쌘 말을 타고도, 도저히 따를 수가 없는 것과 같다. 대저 군주로서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예를 들어 射手와 같다고 하겠다. 손끝에서 사소한 오차가 있더라도, 과녁에는 커다란 차이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백성들을 교화시키는 데에는 그 근본적인 곳에 신경을 써야 한다.
05
夫榮啓期一彈, 而孔子三日樂, 感于和. 鄒忌一徽, 而威王終夕悲, 感于憂. 動諸琴瑟, 形諸音聲, 而能使人爲之哀樂. 縣法設賞, 而不能移風易俗者, 其誠心弗施也.
부영계기일탄, 이공자삼일락, 감우화. 추기일휘, 이위왕종석비, 감우우. 동저금슬, 형저음성, 이능사인위지애락. 현법설상, 이불능이풍역속자, 기성심불시야.
[解釋] 무릇 榮啓期가 한 번 거문고를 타는 것을 들은, 孔子는 3일 동안이나 즐거워하였다고 하는데, 그것은 멋진 조화에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또한 鄒忌가 빠르게 거문고를 타는 것을 들은, 齊나라 威王은 밤새도록 슬픔을 그치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깊은 우려의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단지 거문고를 움직여서, 여러 음성을 표현한 것일 뿐인데, 사람의 마음에 哀樂의 정념을 불러일으킬 수가 있다. 그러나 법을 정하고 상벌을 설정하고도, 풍속을 바꿀 수가 없는 것은, 거기에는 誠의 마음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寗戚商歌車下, 桓公喟然而寤矣, 至精入人深矣. 故曰:「樂聽其音, 則知其俗, 見其俗, 則知其化.」
녕척상가거하, 환공위연이오의, 지정입인심의. 고왈:「락청기음, 즉지기속, 견기속, 즉지기화.」
[解釋] 寗戚이 수레의 밑에서 商聲의 곡조를 노래 부르자, 齊나라 桓公은 그것을 듣고 탄식하며 깨우쳤다고 하는데, 그것은 至精이 사람의 마음속에 깊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주악의 소리를 들으면, 풍속의 좋고 나쁨을 알고, 그 풍속을 보면, 백성들의 교화 상태를 안다.」고 하는 것이다.
孔子學鼓琴於師襄, 而諭文王之志, 見微以知明矣. 延陵季子, 聽魯樂, 而知殷夏之風, 論近以識遠也. 作之上古, 施及千歲, 而文不滅. 況於並世化民乎?
공자학고금어사양, 이유문왕지지, 견미이지명의. 연릉계자, 청노악, 이지은하지풍, 논근이식원야. 작지상고, 시급천세, 이문불멸. 황어병세화민호?
[解釋] 공자는 거문고 타는 것을 師襄에게서 배워, 文王이 지녔던 뜻을 깨달았다고 하는데, 이것은 미묘한 것에서 조짐을 밝게 얻은 것이다. 延陵의 季子는, 魯나라의 음악을 듣고, 殷나라와 夏나라의 풍속을 살펴서 깨달았다고 하는데, 이것은 근세에 비추어 보아 멀고 먼 지난 일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상고 시대 사람들의 공적은, 천년이란 시간을 거쳐도, 지금도 멸하지 않고 그 자취를 남기고 있다. 하물며 당시의 백성들에 대한 감화의 정도는 더 말해서 무엇하랴!
湯之時, 七年旱, 以身禱於桑林之際. 而四海之雲湊, 千里之雨至. 抱質效誠, 感動天地, 神諭方外. 令行禁止, 豈足爲哉?
탕지시, 칠년한, 이신도어상림지제. 이사해지운주, 천리지우지. 포질효성, 감동천지, 신유방외. 영행금지, 기족위재?
[解釋] 殷나라 湯王 시절에, 7년에 이르는 가뭄을 당하였는데도, 탕왕은 스스로 桑林에 나가서 제사를 올리고 기도를 하였다. 그러자 사방의 구름이 모여들어, 천리에 걸쳐서 비를 뿌렸다. 질박함을 잃지 않고 정성을 다한다면, 천지도 감동시킬 수가 있어서, 神化는 저 멀리 方外까지 통하게 되는 것이다. 명령을 내려야 비로소 행동하고 금지를 시켜야 비로소 그치는, 그러한 정치로 어찌 만족할 수 있겠는가?
古聖王, 至精形於內, 而好憎忘於外, 出言以副情, 發號以明旨, 陳之以禮樂, 風之以歌謠.
業貫萬世而不壅, 橫局四方而不窮, 禽獸昆蟲, 與之陶化.
고성왕, 지정형어내, 이호증망어외, 출언이부정, 발호이명지, 진지이예악, 풍지이가요.
업관만세이불옹, 횡국사방이불궁, 금수곤충, 여지도화.
[解釋] 옛날의 聖王은, 至精이 내면에 가득 차게 되어, 좋음과 미움의 情에 사로잡히지 않고, 입에서 나오는 말은 심정을 적절히 도와서 표현하고, 호령을 내려서 그 의향을 정확하게 전달하며, 禮樂에 의해서 위용을 풀어내며, 노래에 의해서 교화를 시행한다. 그 업적은 만세 후에까지도 골고루 전해지게 되고, 사방으로 퍼져서 막히는 데가 없이 다하며, 禽獸와 昆蟲들 조차도, 더불어 陶化가 되는 것이다.
又況於執法施令乎? 故太上神化, 其次使不得爲非, 其次資賢而罰暴.
우황어집법시령호? 고태상신화, 기차사부득위비, 기차자현이벌포.
[解釋] 그러므로 법령을 가지고 통치하는 일 따위는 있을 수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최상의 것은 至誠에 의해 감화시키는 것이고, 그 다음은 만민이 잘못을 범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며, 그 다음은 현량한 사람에게는 상을 베풀고 포악한 자를 처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