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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리 단지♥
리스트레토(Ristretto) 08
W. mingming
착각일지도 몰랐다. 목소리가 닮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는 법이니. 하지만 세차게 뛰어대는 심장은 목소리의 주인이 변백현이 맞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굳어버린 몸을 일으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수정이의 옆에서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와 대면했다. 언뜻 보였던 미소가 차갑게 변하는 것을 본 순간, 난 그가 백현이가 맞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그를 이런 식으로 보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기에 나 역시 얼굴이 경직되듯 굳어버렸다.
"ㅇㅇ야, 리스트레토는 이 사람 주면 돼. 내가 전에 말했던, 우리 대표."
"어? 어..."
수정이의 말에 난 리스트레토를 백현이에게 건네주었다. 그걸 받는 백현이의 눈빛이 한없이 차갑기만 했다.
-툭.
내게 커피를 건네받은 백현이는 커피를 받아들자 마자 그걸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메리카노처럼 많은 양이 아니었기에 바닥을 흥건히 적시지는 않았지만 검은 빛이 방울지어 여기저기 튀었다.
"야! 변백현, 너 조심 좀 하지! ㅇㅇ야, 미안해."
떨어뜨린 쪽은 백현인데 사과는 수정이만 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백현이의 눈빛엔 당황함 같은 게 전혀 없었다. 커피를 떨어뜨린 게 실수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가늘게 뜬 눈으로 날 노려보는 그는 일부러 커피를 떨어뜨린 것이 확실했다.
"...괜찮아. 다시 내려 줄게."
"안 그래도 되는데... 고마워. ㅇㅇ야, 내가 여기 정리 할게. 행주 좀 줘."
"아니야. 내가 청소 하면 돼. 그냥 둬."
한사코 청소를 하겠다는 수정이에게 괜찮다고 말한 뒤 리스트레토를 추출하기 위해 머신으로 가는데 날카로운 백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늦었어. 회의 바로 시작해야 해."
"니 커핀?"
"안 마셔도 돼. 갑자기 마시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어. 다들 기다려, 올라가자."
수정이의 팔목을 잡아끌고 백현이가 카페를 빠져나갔다.
꿈이었을까?
순식간에 홀로 남은 난 조금 전 내 눈앞에 백현이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하루도 그리워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저 아련한 첫사랑이면 추억으로 묻어두고 가끔씩만 꺼내서 생각 할 텐데, 그는 내게 그 이상의 존재였다.
한국으로 돌아오면 막연하게 한번쯤은 우연히 보겠거니 했다. 그런데 그 시기가 이렇게나 빠를 줄은 생각지 못했고, 스치듯 우연이 아니라 같은 건물 안에서 생활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더더욱 생각지 못했다.
복잡하게 생각이 얽혀가는 때 수정이에게서 톡이 왔다.
[아깐 정말 미안해. 걔 성격이 좀 이상한 대다가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태로 일한다고 예민해져서 그래. 아마 잠도 거의 못 잤을 거야. 그러니 착한 니가 이해해줘.]
내용을 읽는 동안 내내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수정이는 일전에도 백현이를 두고 까칠한 성격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도 역시 이상한 성격에 예민하다는 얘길 한다.
백현이는 결코 그런 애가 아니었다. 반에 적응하지 못하던 날 모두의 친구로 만들어줄만큼 배려심있고, 정이 많은 애였다. 사교성 좋아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애였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던 백현이와 수정이가 알고 있는 백현이는 마치 다른 사람인 것 마냥 다르게 평가되고 있었다.
내가 모르던 그의 5년이 도대체 어떠했던 걸까.
왜 변한 걸까.
그 이유에 내가 있는 걸까.
-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수정이가 지친 모습으로 카페에 내려왔다.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퇴근을 한 모양이었다.
"아깐, 정말 미안해."
"괜찮다니깐. 퇴근한 거야?"
"응, 이제 집에 가. 넌 언제 문 닫을 거야?"
"손님 없긴 한데 그래도 11시까진 있어보고, 12시 전에 닫으려고."
"그래? 그럼 나 먼저 갈게. 너랑 수다 떨고 문 닫는 거 기다려 주고 싶은데...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아. 그러고 보면 우리 대표, 진짜 독해. 다 퇴근하는데 혼자 더 남아 일하겠대. 누가 말려, 걜. 난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 페이스에 말리면 나만 죽어나니, 눈치 보여도 후딱 집에 가는 게 상책이지."
"아... 대표라는 사람은 더 일하는 거야?"
"아마 일하다 회사에서 잘 걸? 나 갈게, 수고."
수정이가 가고 난 뒤 난 내내 2층, 백현이의 사무실이 신경 쓰여 일에 집중이 되질 않았다. 손님이 없어 청소도 일찍 시작하고 테이블 정리도 다 끝냈지만 난 여전히 가게 문을 닫지 못한 채 가게 안을 서성이기만 했다. 그러다 한 번씩 가게 밖으로 나가 불 켜진 2층을 올려다보고는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오곤 했다.
시차적응도 못했다고 했는데. 피곤하다고 했는데.
그에 대한 생각은 어느덧 그에 대한 걱정으로 번져갔고, 난 꺼버린 커피 머신을 다시 켜, 리스트레토를 내렸다.
무슨 낯짝으로 그를 보러 가냐는 마음속 생각과는 달리 내 발걸음은 움직이고 있었다. 혼자서 머릿속으로만 떠올리던 백현이의 모습을 실물로 다시 보고 나니 그를 향한 그리움의 갈증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짙어져버렸다.
우물쭈물한 걸음으로 2층에 도착했지만 막상 문 앞에 서니 또 걸음이 멈췄다. 이 문을 열면 변백현이 있다. 하지만 그는 결코 내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그 생각만으로 걸음뿐 아니라 그에게 다가가려고 했던 내 모든 것이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내 용기 없음이 날 뒷걸음치게 만들었고, 난 문에서 조금씩 멀어져갔다.
그때 갑자기 굳게 닫혔던 사무실 문이 열리고, 기지개를 켜며 백현이가 나왔다. 나른한 몸을 풀어주려고 스트레칭 중이었던 것인지 고개를 두어 번 젖히던 그가 날 보더니 이내 굳은 표정으로 차가운 시선을 보내왔다. 예상했던 반응이어서인지 그런 백현이의 모습이 생각보다 상처로 다가오진 않았다.
"이거... 아까 못 마셨던 거 주려고."
"너, 뭐야."
"이거만 주고 갈게."
"시발, 너 뭐냐고!"
"이거... 받아."
커피를 내밀자 그가 커피를 손으로 쳐 내며 다시금 욕설을 내뱉었다.
"다신 보지 말자고 했지. 내 눈앞에 다신 띄지 말라고 했지!"
"이거만 주려고... 다시... 다시 내려줄게. 하긴... 이건 다 식었겠다. 금방 내려가서..."
"시발, 살인자가 주는 건 안 먹어. 그 안에 뭐가 들었을 지 어떻게 알아."
"혀... 현아..."
차갑던 그의 눈빛이 일순간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날 향해 다시 차가운 눈빛을 보낸 뒤, 백현이는 문을 쾅 닫은 채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백현이가 사라진 뒤 내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갔다. 살인자라는 단어만이 가들 들어차 둥둥 떠다닐 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백지 상태가 되었다.
'살인자.'
백현이의 말은 잔인했지만, 그렇다고 틀린 건 하나도 없었다.
그의 말처럼 난 살인자였다.
지키지 못한 것은 버린 것과 다를 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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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via meryl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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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공 단지♥
그냥 솔직히 말하지..ㅠㅠㅠㅠㅠㅠ
아맞다...백현이는 다르게 알고있었죠... 그래도 여주한테 살인자라니ㅜㅠㅠㅠ 한때 너가 사랑했던 여자앤데..
살인자라니.... 니가 태도를 똑디했어야지 ... 얼마나 힘들고 아팠는데 살인자라니 결국엔 니가 죽인거야
아 현아ㅠㅜ 살인자라니ㅠㅜ
....살인자......ㅜㅜㅜㅜㅜㅜㅜㅜ
백현이가 너무했다...ㅠㅠ
그러지뭬 ㅜㅜ 박현아......여주좀
ㅠㅠㅠㅠㅜ으어 마음아파ㅠㅠ
백현이가 넘 차갑고 무서워졌어...살인자는 넘 하자너!! 잘 알지도 못 하면서~!!
변백현이 나쁜놈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라고!!!!사고였다고!!!ㅠㅠㅜ빨리 오해좀풀라고...ㅠㅜ
이 나쁜넘
여주도얼마나슬플까.. 백현이만힘든게아닌뎆!
이건 아니야 정말 이건 아닌거 같아 여주야.....
미친ㅠㅜㅜㅜㅜ 안돼ㅜㅜㅜ
현아 안돼ㅠㅠ 이러지마ㅠㅠ 사실대로말해제발ㅠㅠ
너도상처가크지만
여주도.. .
어여 오해가풀리길ㅜㅜ
안되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