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받은 단어 : 랫서팬더, 상담, 밝음, 내성적인, 잘 들어줄 친구
J는 번화가-가령 홍대라던가, 가로수길과 같은-에 즐비한 작은 옷가게 같은 사람이었다.
이는 J에게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아주 평범한 사람임
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 중 그 누구도 거리에 자리한 수많은 옷가게들에 큰 관심을 갖지
않으며, 그 모든 가게들을 기억하지도 않는다. 누군가가 그 작은 가게의 옷이 괜찮다더라,
하면 그제야 ‘맞아, 그런 곳이 있었지.’하고 떠올리듯, 그녀 또한 그런 존재였다.
이토록 무난하고도 지극히 평범한 J는 여느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귀여운 것’이라면 사
족을 못 썼다. 특히 그 대상이 살아있다면 정도는 더 했는데, 길 가다 마주치는 아이나 고
양이, 강아지, 랫서팬더 등이 그 예였다. J가 앞선 예들을 마주하며 귀엽다는 찬사를 남발
하는 때면 그녀의 동생은 그들에게 쏟는 애정의 반만큼이라도 자신에게 할애하라며 핍박
을 주곤 했다. 물론 J는 그에 굴할 사람이 아니었다.
J가 ‘귀여운 것들’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이 또 있는데,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할
것 같지만-‘책’이었다. 작은 시집부터 시작해서 에세이, 여행 산문집을 거쳐 소설에 이르기
까지 J는 꽤 많은 책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녀는 종종 책을 읽으며 보내는 그 고요한 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에 대해 논했고, 그를 통해 얻는 새로운 지식들의 유용함을 이야기했다.
최근 대학교 때문에 서울로 올라온 그녀는 그 많은 책들을 집에 두고 온 것이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그러나 꿩 대신 닭이라는 옛말도 있듯, 요즘은 책 대신 웹툰을 보며 그를 달래고
있는 중이다.
자신을 둘러싼 곳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에 있어 J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곤 했으나,
그런 그녀가 유독 깊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게 ‘대인관계’였다. J를 잘 아는 사람은 그녀가
더할 나위 없이 밝다고 얘기하지만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은 대부분 그녀가 내성적이라
평했다. 전혀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의 모습이 J에겐 존재했다. 그녀는 그것이 낯
을 가리는 자신의 성격 때문이라 항변했다. 실제로 J는 타인과 마음 놓고 친해지기까지 꽤
나 오랜 시간을 들이는 편이었다. 그 탓에 오해가 생길 때도 있어 J는 가끔씩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 어색한 낯가림의 시간을 지나서 가까워진 이들이기에 J가 그들에게
애정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J는 어릴 적부터 단 한 번도 꿈이 없어 고민했던 적이 없었다.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게 고민일 정도였다. 중학교 시절 J는 상담가라는 꿈을 꾸었다. 이는 그녀의
친한 친구가 추천해준 것이었는데, 평소 그는 J에게 자신의 고민을 자주 털어놓았다.
그 과정에서 친구는 J에게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친구란 칭찬을 했고, J는 그 이후로
한동안 상담가로서의 꿈을 꾸었다. 그러나 타인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많
은 감정의 소모를 일으키는지 직접 느끼면서 다른 길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현재 J의
꿈은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고등학교 진학 후 역사를 배우며
긴 역사를 가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널리 알려진 문화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던 J는 비
로소 그녀의 새로운 꿈을 찾게 되었다.
이토록 무난하고도 평범한 J는, 그러나 자신만의 꿈이 확고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