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여럿이 타는 차가 아니다
기아차가 강원도 정선군에 자리한 강원랜드에서 3세대 카니발의 시승회를 열었다. 시승차는 모두 9인승 노블레스, 즉 라인업 중 가장 비싼 모델이다. 강원랜드 지하주차장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카니발 시승차가 비상등을 켠 채 시동이 걸려 있으니 마치 빗속 청개구리들이 경쟁하듯 우는 것 같다. 실제로 시승 당일에는 폭우가 내려 와이퍼를 최대 속도로 움직여야 할 정도였다. 이처럼 빗방울이 윈드실드와 차체를 쉴 새 없이 때려대는 상황에서도 카니발의 정숙성은 매우 뛰어난 편에 속했다. 디젤 특유의 짜증 섞인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시승 전 잠시 타봤던 같은 엔진의 그랜저 디젤과 비슷한 수준이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을 포함해 전반적인 NVH 대책이 훌륭하다.
2세대의 투박한 느낌을 완전히 벗은 실내 |
유로6를 만족시키는 4기통 2.2L R엔진은 구형보다 출력과 토크가 5마력, 0.5kg•m 높아졌지만 이를 체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초창기 R엔진의 펑펑 터져 나오던 파워를 차분하게 다듬은 느낌이다. 국산차 중 유일한 라이벌인 코란도 투리스모(2.0L, 155마력)와 비교해도 별다른 힘의 우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시승 시간이 짧아 정확한 평가는 어렵지만 6단 자동변속기가 출력을 적잖이 까먹는 듯하다. 싼타페, 쏘렌토, 그랜저, K7 등과 함께 쓰는 현대파워텍의 6단 AT는 디젤 엔진과 조합되면 유독 직결감이 약하다. 하체 세팅은 큰 차체와 무게를 감안했을 때 대단히 잘 조율됐다. 요철을 잘 거르며 코너에서도 제법 몸을 추스를 줄 안다. 영화에서처럼 미니밴을 타고 악당과 추격전을 벌일 상황만 아니라면 하체에 관해 불평이 나올 일은 없을 것이다.
앞 범퍼와 헤드램프의 디테일로 9인승과 11인승을 구별할 수 있다. 왼쪽이 11인승, 오른쪽은 9인승 모델이다 |
3세대 카니발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멋진 스타일과 고급스런 실내다. 구형보다 높이를 65mm 낮춰 큰 덩치임에도 제법 스포티하다. 슬라이딩 도어 뒤편에서 솟아오르는 벨트 라인도 이러한 느낌에 일조한다. 이 탓에 3열 시야가 답답하고 2~3열의 머리 공간이 넉넉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스타일을 위한 희생이기에 별달리 아쉽지 않다.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디세이 등 잘 나가는 미니밴들과 비교해도 가장 잘생겼다. 미니밴 역사를 통틀어 이토록 멋진 녀석이 또 있었던가?
실내 감성품질은 K7 수준에 올라 있다. 최신 BMW의 그것을 닮은 센터페시아는 디자인과 직관성 모두 만족스럽다. 1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미니밴이라기보다는 대형 승용차의 그것과 비슷하다. 프레스티지 이상부터 전동식 슬라이딩 도어가 기본(럭셔리는 옵션, 75만원)이고, 노블레스는 전동식 해치게이트가 장비된다. 여기에 듀얼 선루프(80만원)까지 더하면 수입 미니밴 못지않게 화려해진다. 2열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부족하지만 장비 면에서 딱히 수입 미니밴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다만 2열과 3열 시트 레일 부분의 마무리는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 아울러 한 번에 바닥 쪽으로 수납되고 펼쳐지는 4열 시트는 성인 남성의 힘으로도 접고 펴기가 만만치 않다. 어차피 승합차로서의 세금 혜택과 버스 전용차로를 위한 ‘변태적인 시트’이기 때문에 출고부터 폐차 때까지 접어놓는 편이 낫다.
버튼의 작동감과 조림품질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
폭발적인 인기의 비결
올 뉴 카니발은 9인승과 11인승 두 가지 버전으로 팔린다. 시트는 모두 4열까지 빼곡히 채워져 있으며 11인승은 9인승 모델의 2열과 3열에 접이식 시트가 추가되어 있는 식이다. 두 모델의 외관은 헤드램프 디테일과 앞뒤 범퍼, 휠 디자인으로 차별된다. 11인승은 절세 목적으로, 9인승은 프리미엄 패밀리카로서 가치가 있다.
높이를 구형보다 65mm 낮춰 옆구리가 제법 늘씬하다 |
기아 입장에서 이번 카니발의 판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경쟁 모델인 코란도 투리스모는 설계가 낡아 상대적으로 상품성이 떨어지고, 수입 미니밴들은 3L 이상의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얹어 4기통 디젤의 올 뉴 카니발과 경제성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게다가 카니발은 승합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11인승 버전을 마련했기에 2.2L에 준하는 자동차세를 내지 않고도 운용할 수 있다. 승합차는 시속 110km에서 속도제한이 걸린다고? 그렇다면 한층 고급스런 9인승 모델을 고르면 된다. 일단 카니발 구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토록 촘촘히 구성된 기아의 그물망을 빠져나갈 수 없을 터. 올 뉴 카니발은 이미 출시 이후 한 달 반 사이 1만7,000대가 계약되었다. 프렌디를 꿈꾸던 이들이 일순간 몰린 것이라고 여기기에는 너무도 높은 인기다. 올 뉴 카니발은 잘 만든 차가 잘 팔린다는 사실을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
KIA ALL NEW CARNIVAL NOBLESSE
보디형식, 승차정원 5도어 미니밴, 9명
길이×너비×높이 5115×1985×1755mm
휠베이스 3060mm
트레드 앞/뒤 1735/1742mm
무게 2138kg
서스펜션 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
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235/55 R19
엔진형식 직렬 4기통 디젤 직분사 터보
밸브구성 DOHC 16밸브
배기량 2199cc
최고출력 202마력/3800rpm
최대토크 45.0kgㆍm/1750~2750rpm
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
변속기 형식 6단 자동
0→시속 100km 가속 -
최고시속 -
연비 11.2km/L(도심 10.2, 고속 12.9)
에너지소비효율 4등급
CO₂ 배출량 179g/km
기본/시승차 2,990만/3,63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