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아웃 궤도로 볼을 쳐야 하며 오버 더 톱이나 치킨 윙 등은 피해야 하는 등 스윙과 관련된 용어나 내용에 대해서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다. 좋은 스윙에서는 어떤 결과가, 또 하지 말아야 할 동작을 통해 어떤 시련을 겪을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스윙과 관련해서 알아야 할 것이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스윙 값' 이다. 레슨에서는 좀 애매한 조건이 나온다. 스윙이 '가파르다'거나 '너무 누웠다' 거나 탄도가 '낮다' 거나 '높다' 등 계량화하기 어려운 조건을 대입하기도 하고 해답도 명쾌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투어 프로는 레슨과 투어 시딩(또는 피팅)이라는 두 가지 도구를 통해 실력을 업그레이드 하거나 결점을 보완한다. 물론 모든 선수가 이런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타이틀리스트를 비롯한 메이저 용품사 소속 선수에 국한되는 얘기다.
이번 투어 시딩도 투어 프로의 '스윙 값'을 확인하는데서 시작했다. 현재 시중에서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바로 트랙맨이다. 올해 상금 랭킹 1위이며(9월15일 기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장타자 김대현이 멀리 치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김대현은 그 비결을 "대부분은 다운스윙과 동시에 오른발의 체중을 왼발로 옮기지만 저는 임팩트 순간까지 체중을 오른발에 남겼다가 폴로스루 때 체중을 순간적으로 왼쪽으로 밀어준다"고 했다. 그런데 이 내용은 그렇게 확 와닿지는 않는다. 따라해보기도 그렇고.
그런데 '스윙 값'으로 풀어보면 그의 장타 비결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바로 '볼 스피드' 때문이다. 이번 시딩에서 트랙맨으로 측정한 김대현의 볼 스피드는 175마일(78m/s)이었다. 이 빠르기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프로의 평균 볼 스피드(167마일)를 능가하며 지난 2007년 장타대회에서 365야드를 기록하면서 우승한 박성호(당시 고등학교 3학년)의 볼 스피드와 거의 일치(174.8마일)한다. 일반적으로 비거리는 헤드 스피드에 5.5를 곱한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김대현의 볼 스피드를 바탕으로 비거리를 유추하자면 약 280야드 내외(볼 스피드는 헤드 스피드의 1.5배로 약 116마일(51m/s)로 환산). 평균보다 덜, 더 보내는 것은 런치 앵글과 스핀량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김대현은 빠른 볼 스피드에 14.5도의 런치 앵글과 2700rpm의 스핀량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300야드의 토털 거리를 만든다.
이날 시딩을 이끌었던 타이틀리스트의 골프클럽 프로모션과 R&D 담당 래리 보브카 부사장은 "매우 빠른 스윙 스피드와 긴 비거리를 내며, 스윙도 매우 좋은데 전 세계에서 이 정도의 스피드와 비거리를 내면서 컨트롤이 가능한 선수는 50명도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김대현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일반 골퍼가 헤드 스피드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비거리를 유추하는 기준점이기 때문이다. 약 90마일(40m/s)의 헤드 스피드를 내는 주말 골퍼라면 평균 220야드 총 거리를 유추할 수 있다. 같은 스피드라도 거리에 차이가 있는 것은 김대현의 경우처럼 런치 앵글과 스핀량, 그리고 랜딩 앵글 때문이다.
헤드 스피드와 런치 앵글, 스핀량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의외로 많다. 메이저 용품사들이 스윙 분석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곳은 물론 대형 골프숍도 골퍼의 스윙을 분석해주고 특히 스크린 골프에서도 '연습 모드'를 통해 각종 '스윙 값'을 알 수 있다. 이런 스윙 값을 알게 되면 연습에 목적이 생기고 클럽 선택에서 그만큼 변수도 줄일 수 있다.
●●● 평소 수치, 그리고 권유 수치
드라이버 샷으로 300야드를 보내는 데 시딩이라는 것이 필요할까? (표1)에서 보듯이 '권유 수치'라는 것이 있다. 김대현이 빠른 볼 스피드를 바탕으로 300야드를 보내지만 더 보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뜻이다.
'시딩'은 그 잠재력을 끌어올리며 효율성을 찾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현의 스윙 값은 볼 탄도는 투어 평균보다 높고(14.5도 대 11도) 그렇기 때문에 스핀량도 다소 많고(2700rpm 대 2500rpm) 랜딩 앵글도 가파른(45도 대 40도) 특징을 보였다. 해결책은 아주 간단해 보였다. '런치 앵글'을 낮게 하는 쪽이었다.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런치 앵글을 낮추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선수의 공통된 특성이자 문제점이기도 했다.
"한국 선수는 볼을 높이 띄우려 합니다. 페어웨이 잔디가 길어서인지 그렇게 스윙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황에 맞는 샷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래리의 분석이다.
투어 프로의 많은 시딩 현장에서 본 것이지만, 우리나라 선수의 구질은 그렇게 다양하지 못하다. 특히 '낮은 탄도' 구사 능력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김대현도 그동안 높이 띄우는 스윙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낮은 탄도의 볼을 구사하는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래리는 김대현에게 '낮게' 볼을 칠 것을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볼을 '낮게' 치면서 볼 스피드는 몇 마일 더 빨라졌고 그에 따른 낮은 랜딩 앵글로 런(Run)이 늘어나기도 했다. 래리와 김대현이 의견 일치를 보지 않은 것은 볼이었다. 볼 스피드를 고려하자면 Pro V1x가 적합하고 테스트 결과 스핀량도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타구 감각' 때문에 Pro V1을 선호하는 김대현의 선호도를 받아들였다. 스핀량은 그래서 다양한 커스텀 샤프트를 통해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스윙 값'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개인의 선호도까지 바꿀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신 래리는 "비 시즌동안 Pro V1x를 테스트 해보라"는 충고는 잊지 않았다.
일반 골퍼라면 어떨까? 런치 앵글을 낮추는 쪽이 좋을까? 그렇지는 않다. 헤드 스피드가 빠르지 않다면 런치 앵글을 높게 하는 쪽이 스핀량도 줄여 비거리 증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현재보다 더 높게 볼을 쏘아올렸을 때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비거리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로프트를 높여 더 높이 쏘아올려야 한다(표2 참조). 그게 정답이다.
용어 해설
트랙맨*이나 스윙 분석기 등을 이용할 때 알아야 하는 용어이며 '비거리'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4대 요소이기도 하다.
런치 앵글(Launch Angle) 볼이 클럽 페이스를 떠나는 순간의 각도이며 지면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볼 스피드(Ball Speed) 클럽 페이스를 떠나는 순간의 볼의 속도(단위 : mph).
스핀량(Spin Rate) 클럽 페이스를 떠나는 순간의 볼의 회전 수(단위 : rpm).
헤드 스피드(Head Speed) 임팩트 직전의 클럽 헤드 속도(단위 : mph).
* 트랙맨(Trackman) 최첨단 도플러 레이더를 이용한 론치 모니터의 한 종류로 현재 업계의 표준이다. 볼 스피드, 런치 앵글, 스핀량, 볼의 최정점, 착지 각도, 샷 분산, 어택 앵글, 클럽 궤도 등 20여 가지 스윙 결과를 데이터와 수치로 알려준다.
●●● 최상 & 최악의 조건
트랙맨이나 스윙 분석기를 통한 실내 시딩은 볼을 치기 좋은 상태에서의 결과치일 뿐이다. 이번 시딩은 코스에서의 테스트도 병행했다. '최악의 조건'에서도 향상성을 가지는 지에 대한 테스트다. 미국 샌디에고에 자리잡은 타이틀리스트 퍼포먼스센터(TPI)가 실내뿐 아니라 실외 테스트센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코스나 날씨, 잔디 상태 등 다양한 변수 속에서 퍼포먼스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대현 등은 이날 지산골프클럽 1,2번 홀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했다. "권유 수치"를 끌어내기 위한 시딩을 통해 클럽을 세팅했지만 실제 코스에서도 같은 효과를 내는지에 대한 확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골퍼는 '시딩'이 만병통치이며 즉각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건 아니다. 투어 프로는 기계적인 스윙을 하기 때문에 베테랑 피터(Fitter)라면 많은 볼을 치게 하지는 않고 새 클럽에 대한 적응도 빠르다. 아마추어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연습을 하면서 클럽의 성능을 파악하고 다양한 변수(자연 환경과 긴장이라는)속에서도 필드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좋다.
김대현이 트랙맨을 통해 스윙을 체크하고 있다.
타이틀리스트 910 프로토타입 드라이버. 이날 시딩을 이끈 타이틀리스트 골프클럽 프로모션과 R&D 담당 래리 보브카 부사장.
필드 테스트 중인 선수들. 필스 테스트를 통해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한다.
김도훈은 스윙 때 골반이 빠지는 문제점에 대한 원 포인트 레슨도 받았다.
●●● 고급 정보 제공자: 시딩 그리고 레슨
"스윙에서의 문제나 탄도가 높은 문제점을 발견하면서 스윙 레슨도 받고 탄도도 낮추게 되었다"는 건 김대현의 말이고 "스윙 때 골반이 잘못 빠지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스윙 레슨을 받았는데 이 또한 좋았다"는 것은 김도훈(753)의 평가다. 손준업은 "원래 드로우 구질을 구사했는데 최근 푸시가 많이 나면서 드라이버 샷이 좋지 못했다. 래리 부사장으로부터 피팅을 겸한 레슨을 받으면서 수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동민도 "볼 끝에 힘을 실어주는 방법을 배웠는데, 좋은 레슨이었다"고 강조했다.
시딩이라는 것이 스윙을 건드리지 않고 최적의 조건을 찾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게 그렇게 딱 선을 그을 것은 아니다. 래리 보브카는 "나는 고급 정보 제공자"라고 자신의 임무를 규정했다.
래리는 클럽 프로 출신이며 골프 컴퍼니 이력은 25년이나 된다. 그는 1985년부터 윌슨의 투어 프로모션과 R&D 담당으로 업계와 인연을 맺었고 샤프트 업체인 UST를 거쳐 지난 95년부터 타이틀리스트에서 골프클럽 프로모션과 R&D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세계적인 프로를 곁에서 지켜보고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그는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고급 정보'를 쌓게 됐다. '조언'은 수년간 '경험'한 것이고 최고의 플레이어에게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비범'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선수들은 만족해한다.
"내 문제가 무엇인지 100% 알았습니다. 스핀량, 런치 앵글, 스매시 임팩트 등 여러가지를 수치로 볼 수 있어서 확실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스 샷 때의 오차를 줄여준 것도 성과입니다. 예전에는 미스 샷이 나면 볼이 심하게 드로우나 훅이 났는데, 미스 샷이 나더라도 손실이 최소화되도록 퍼팅을 한다는 개념이 새로웠습니다" 김도훈의 말이다.
"기존 드라이버는 미스샷을 했을 때 볼이 많이 엇나갔었는데 이번에 새로 받은 제품은 미스 샷을 해도 크게 도는 것이 없었습니다. 피팅을 하면서 일부러 미스 샷을 하면서 오차가 최소로 나오는 드라이버를 선택했는데 새로운 시도였고 인상적이었죠." 손준업에 이어 이동민도 시딩에 만족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볼이 약간 솟구치는 샷을 쳤었고, 탄도도 높았었습니다. 이번에 탄도를 낮추고 스핀량을 줄이니 구질이 더 좋아졌습니다."
앞의 예도 있듯이 시딩의 과정이 순전히 '클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니다. '원 포인트'가 중요한 키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아마추어는 피터의 '경험'과 '노하우'를 잘 살펴보고 선택해야 한다. 선택의 기준은 이런 것이다. 그가 '고급 정보 제공자'인지 '고가의 제품 판매원'인지.
시딩 후 소감
김대현 나한테 맞는 클럽이 없었는데 TPI를 방문한 이후 맞는 클럽을 찾았었다. 피팅이 100%는 아니고 60% 정도는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중요한 건 느낌을 가지고 치기 때문에 자신감이 든다는 것이다. 이번 피팅을 통해 묵직한 느낌이 나는 드라이버를 찾았다.
김도훈 아무래도 트랙맨을 통해 확인하니 심리적으로 피팅이 잘 되었다는 확신이 들어 좋았다. 스윙 때 골반이 잘못 빠지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레슨을 받았는데 이 또한 좋았다.
손준업 내가 할 때는 확실하게 몰랐는데 다른 선수의 피팅을 보면서 샷이 달라지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특히 김도훈이 스윙을 바꾸지 않고 클럽 피팅만으로 구질이 엄청나게 달라지는 것을 보니 정말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