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실 것 같습니다. 한번 둘러보러 가도 될까요?"
소목장을 수목장으로 착각하고 걸려온 전화인데요,
소목장이 어떤 일인지 언뜻 가늠이 되지 않았다는 말에 김의용 선생님께서 실제로 오해하시는 분이 많다며 말씀해주신 경험담입니다.
소목장, 어떤 일일까요?
가구를 만드는 과정 중에 칠을 하거나 조각 등을 하기 전 단계인, 나무로만 제작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단계를 '백골(白骨)'이라고 하는데요.
건축에서도 단청을 입히지 않은 집은 '백골집'이라고 부른다고 한다네요~
이 백골에 칠을 하고 나전이나 조각으로 장식하면 가구가 완성이 된답니다!
치장 전의 민낯과 같은 것인데,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 포털에 따르면 나전장, 칠장, 화각장은 많아도 백골장은 드물다고 합니다.
멋지죠?
그런 분이 바로 너른고을 광주시에 계십니다~
정교한 가구가 바로 눈에 들어옵니다
나뭇결이 아름답네요 저 무늬의 너비만큼 큰 나무를 자른 거겠죠?
백골 가구는 좋은 나무를 골라 켜고, 다듬고, 짜 맞추는 과정을 거쳐 형태를 갖추게 된다고 합니다.
최근 재현 작업을 하신 경함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네요
중요한 것을 보관하는 용도의 함인데요,
서울공예박물관에 선생님의 작품이 전시 중이라고 합니다
성인의 상반신 반 정도의 크기인데 제작하는데 1년도 넘게 걸렸다고 합니다
이 경함은 홍송으로 제작했다고 해요
자세히 보니 1mm 간격으로 선이 보이는데 이것이 홍송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100년이 지나도 진이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하시네요
각도를 맞추기 위해 손으로 깎아 맞추고
못을 쓰지 않고
나전을 붙이는 공정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
백골 상태의 경함은 그야말로 완벽히 짜여야 한다고 합니다.
서울공예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완성품입니다!
딱 보자마자 알았어요~
800년 만에 돌아왔다는 고려의 나전 경함(보물 1975호, 대장경등 두리마리 형태 불교경전류 보관용)을 재현하셨다는 것을요!!!
너~무 멋져요!!
김의용 선생님의 휴대폰에 찍힌 경함을 보니 번쩍번쩍~!! 광채가 살아있더라고요!!
시간 나면 꼭 한번 보러 가야겠습니다
김의용 소목장 선생님은 나전칠기의 공정이 들어가는 백골을 주로 많이 하신다고 합니다.
그 예로 보여주신 작품인데요,
바티칸 로마 교황청에 들어간 나전칠기 대형 벽화라고 합니다.
사진으로는 다 전달되지 않는 웅장함과 고결함,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예술의 경지...
나전을 하나하나 붙였을 저 거대한 작품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핸드폰으로 보는데도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만 기회가 되면 진품을 볼 수 있겠죠?
교황청에 들어간 나전 벽화, 「일어나 비추어라」는 여주 옹청박물관에 또 하나가 전시되어 있다고 하니 찾아가 봐야겠어요!
인천공항 귀빈실에 있는 나전 벽화도 선생님의 손길이 닿은 작품이라고 하시네요~
(귀빈이 아니라서 보러 가지 못하는 이 아쉬움ㅠ)
남한산성과 연관된 재현품이 있을까 싶어 선생님께 여쭤보니
현절사 제향 때 쓰인 제사상을 제작하셨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은 선생님의 재현품이 있지 않을까 상상하고 올린 참고사진입니다~
다음으로 나무를 짜 맞추는 전통방법중에 하나인 주먹장 맞춤에 대해 설명해 주셨어요.
전통방식은 절대 못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요
저런 모양으로 홈을 서로 내준 후 접착제를 발라 짜 맞추면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두 개의 판에 주먹 모양의 홈을 내서 연결시킨 모습을 재현하고 설명해 주시는 모습입니다.
이 가구는 주먹장의 모습이 다소 큰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큰 주먹장은 꼬박 하루가 걸릴 정도로 정성과 기술이 들어가는 고난도의 공정이라고 하시네요~
이어서 전시관으로 올라가 봅니다
설명을 해주셨는데 뒤늦게 올라가는 바람에 제대로 듣지 못한 작품..
아이고 아쉬워!
옻칠을 한 가구들입니다
마지막 식탁의 표면의 결은 삼배를 발라 옻칠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와인장
와인을 좋아하는 1인으로서 눈여겨본 가구입니다.
셀러를 많이 이용하기도 하지만 와인장도 좋죠~
주석 실을 꼬아 선을 만들고 나전을 박은 이런 럭셔리하고 현대적인 와인장 보셨나요~?
신발장에 와인을 넣어두기도 하는데요, 이곳에 보관한다면 와인 맛도 좋고 기분도 더 좋을 듯하네요
침대와 협탁도 제작하고 계십니다~
저는 가격을 듣고 처음부터 기함을 했는데ㅎㅎ
백화점에 있는 침대는 최소가 천만 원부터 시작이라니 지금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침대는 그리 비싼 게 아니시라네요~
선생님의 예술성과 노고, 완벽성을 생각하니 맞는 말 같아요 :)
이 작품은 아주 작고 평범해 보이지만 보통 물건이 아니랍니다
작은 저 다리에도 공예가 들어갔다는 사실!
옛날에는 차를 올릴 때 쟁반이 아닌 찻상을 썼다고 합니다
(사극을 떠올려보니 그런 것 같아요!)
제 기억이 맞는다면 참죽나무를 쓰셨다고 하고요
몸집에 비해 가격이 어마어마한 녀석입니다~
흑단나무를 사용한 가구라 하네요
나무 중 유일하게 물에 가라앉는 나무라고 합니다
30년 된 백골이라고 합니다
꼭 칠을 한 가구 같죠?
신기~
이 작품은 절대 판매하지 않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으로 공예품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셨다고 해요~
나무의 무늬가 꼭 그림을 그린 것 같지만 나전칠기의 그것처럼 얇은 나무를 오려서 일일이 붙였다고 합니다
흥분한 상태로 선생님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사진 상태가 너무 엉망이네요 ㅠㅠ
마지막 방.
분위기를 한 번에 사로잡은 가구들입니다.
순금가루가 60돈이 들어간 작품이라고 하네요
이런 가구들이 있는 방에서 살면 꼭 황제가 된 기분이겠어요 ㅎㅎ
이 작품도 너무 예뻤는데 사진을 발로 찍었습니다 ㅠㅠ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 보이지 않나요?
각각의 서랍들과 두 개 장의 나뭇결이 다 이어진 모습 보세요!
너무 멋있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습니다 :)
선생님께서 저에게 결혼했냐고 물어보셨던 작품 ㅎㅎㅎ
네 선생님~
제게 벌써 초등학생 아이가 있사옵니다~~
우리 동료 선생님들께서는 며느리로 탐났나 보다 하셨지만
저는 선생님의 뜻을 간파하고 있었지요 ㅎㅎ
시집갈 때 제대로 된 (선생님의) 가구를 해가라는 무언의 메세지 ㅋㅋ
나중에 돈 많이 모아서 가구 바꿀 때 재방문 하겠사옵니다~
가구가 전혀 올드해 보이지 않고 아름답습니다!!!
날개깃마다 금가루를 바르셨다는 설명(날개끝 노란 부분)!
붉은 옻칠로 만든 장이라고 하네요~
디테일의 수준이 말로 설명 못할 만큼 높습니다.
꼭 백화점 명품관에 있는 화장품 패키지 디자인 같죠?
부유층에서는 찻잎을 이런 통에 넣어 보관한다고 합니다~
면면마다 다른 색을 반사하며 뿜어대는 오묘한 빛이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뚜껑을 이리저리 돌려도 본통과 라인이 딱 맞아들어가는 디자인도 훌륭해요!
상품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들은 이런 장인들의 솜씨와 디자인을 많이 벤치마킹 한답니다!
혹시라도 전통문화를 차용한 상업&시각디자인들을 보시면 눈여겨 봐주세요!
디자이너들의 고뇌가 섞인 답사와 공부의 산물이랍니다 :)
서로서로 WIN-WIN!
그 외 많은 작품들
전통문화를 시대에 맞게 개발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김의용 선생님.
우리의 멋, K-Culture를 선도하고 계시는 광주시의 자랑 중 한 분이십니다^^
이상 문화관광해설사가 찾아간 광주시의 문화유산, 경기도 무형문화재 14호 소목장 김의용 선생님이셨습니다
김의용 선생님 작품 관련 링크
나전 모란무늬 경함 소개 페이지
김의용 선생님의 작품이 있는 서울공예박물관 기획 전시
바티칸 교황청 나전벽화 작품
첫댓글 아고 아영샘 정말 수고 하셨어요. 현장에서보다 더 잘 익혀지네요. 고마와요. 광주문광해설사 보배님^^
해설사가 직접 찾아가 스터디한 문화유산 답사~ 우리 막내 아영샘! 상세히 전해지는 현장감이 놓친 것 까지 다시보게 되네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