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
<제 눈이 주님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2,22-32
22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23 주님의 율법에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고 기록된 대로 한 것이다. 24 그들은 또한 주님의 율법에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두 마리를” 바치라고 명령한 대로 제물을 바쳤다.
25 그런데 예루살렘에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26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 주셨다.
27 그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기에 관한 율법의 관례를 준수하려고 부모가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들어오자, 28 그는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29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30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31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32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촛불을 켜는 의미
어려서 집에서 불을 밝히기 위해서 등잔불을 켜거나 아주 부잣집에서 밝히는 남포 불이거나 제사 때에야 겨우 구경하는 밀랍초거나 혹은 양초가 전부였습니다. 불을 켜는 도구가 참으로 적었고 양촛불이 왜 그렇게 밝게 보였는지요. 그러다 등잔기름이 떨어지면 작은 초 동강을 찾느라고 야단법석을 피웠고, 양초 조각은 학교의 창틀에 바르거나 교실 바닥을 문질러 반짝 윤이 나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촛불이나 화로 불을 가지고 불장난하면 오줌 싼다고 혼이 나면서도 끄름이 오르는 것을 구경하려고 심지를 길게 만들어 코가 까맣게 되기도 했습니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우리 동네에 일반 전기가 들어왔고 그 당시 저녁 7시부터 밤 12시까지 제한적으로 전기를 공급하였는데 백열등이 왜 그렇게 환하던지 그 때는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 또 제사를 지내거나 미사를 드리거나 집안에 잔치가 있을 때 촛불을 켜고 초가 녹아내면서 심지를 따라서 타 들어가는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던 시절에 그 촛불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초는 불빛을 내는 데 쓰는 물건의 하나로 밀(蜜), 백랍(白蠟), 쇠기름 따위의 굳기름을 끓인 뒤 원기둥 따위 같은 일정한 모양으로 굳히고 그 가운데에 실 따위로 심지를 만들어 박아서 만드는 것으로 촉(燭)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서 밀랍[蜜蠟, beeswax]은 벌들이 집을 짓기 위해서 만드는 성분으로 먹어도 되는 것으로 밀(蜜)이란 벌꿀이 꿀을 저장하기 위해서 만들어 내는 건축소재이며, 랍(蠟)이란 왁스와 같은 성질로 광택을 내기도 하고, 기름 성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밀랍의 주성분은 멜리실알코올의 팔미트산 에스테르와 세로트산이고, 이 밖에 여러 가지 지방산 ·알코올 및 고급탄화수소 등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백랍은 표백한 밀랍으로 그 용도는 연고기초제로 쓰인다고 합니다. 제조는 꿀벌 집에서 벌꿀을 채취한 뒤에 뜨거운 물로 녹여 고화한 납인 황랍(황갈색)을 녹이고 냉수에 서서히 넣어서 작은 알갱이로 만든 다음 가끔 물을 더 부어주면서 햇빛에 두면 백랍을 얻는답니다. (이상 백과사전 참조)
우리가 미사를 올릴 때 초를 켜는 것은 이 밀랍에서 온 의미를 새기기 위해서입니다. 황랍이든지 백랍이든지 양초든지 상관없이 벌들이 만든 것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것을 상징하면서 제대 위에 불을 밝히는 것입니다.
☞ 세상의 빛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우리도 어둠 속의 세상에서 빛을 내서 세상을 밝게 하라는 것입니다
☞불이 뜨거운 것처럼 성령으로 뜨겁고 열정적이며 활력 있게 살라는 것입니다.
미적지근하거나 냉담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 자신을 태우고 녹이는 마음으로 희생과 극기로 살라는 것입니다.
언제나 말로만 사랑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사랑하고, 애덕을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 벌이 꿀을 모으기 위해서 100리를 날으는 부지런함을 본받으라는 것입니다.
우리도 부지런히 많은 사람들을 모아서 하느님 품으로 데려오고 복음을 선포하는 삶에 고단함과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라는 것입니다.
☞ 벌은 적의 공격을 받으면 죽음을 불사하고 독침을 쏘며 저항합니다.
우리도 악마의 간교한 유혹을 받으면 자신을 죽여 자신의 공동체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유혹에서 가정과 공동체와 사회를 지키며, 생명을 수호하기 위해서 헌신할 준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 벌은 가장 이상적인 공동체를 이루고 삽니다.
여왕벌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상상할 수 없는 응집력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하고, 결속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그 공동체를 하느님을 중심으로 뭉치고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벌은 꿀을 저장하기 위해서 밀랍으로 집을 만듭니다.
우리도 행복을 저장하고 보관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꿀을 따서 벌의 체액을 섞어 뱉어냅니다. 그리고 일벌들은 날개를 부지런히 선풍기처럼 움직여 수분을 제거하고 썩지 않도록 순수한 벌꿀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순수한 꿀을 저장하기 위해서 밀봉(蜜封)합니다. 세상의 모든 불순물을 제거하고, 행복을 밀봉할 책임이 우리도 있습니다.
☞ 밀랍은 향유(香油)입니다.
밀랍에는 기름이 있고, 그 기름은 태우면서 향을 뿜어냅니다. 그래서 초를 켜면, 하느님께 향을 바치는 것입니다. 초의 향은 모든 잡냄새를 제거해서 담배 냄새에 찌든 곳에 초를 켜 두기도 합니다. 우리도 향을 하느님께 바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향을 내어주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 불은 태우고 깨끗하게 합니다.
욕정으로 가득한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기 때문에 촛불을 켜고 그 안에서 마음을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는 것입니다. 고요함 속에 계신 그분을 만나기 위해서 정화(淨化)의 불길을 지펴야 합니다.
☞ 초는 심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가 없다면 불은 켜지지도 않고 심지가 끊어지면 촛불도 꺼집니다. 그 심지가 한 가운데 박혀 있지 않으면 촛불도 기울어져 이상한 모습으로 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심지는 어떻게 박혀 있는지 돌아보고 식었다 뜨거웠다 하는 심지는 아닌지 반성합니다.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으면서도 한 가운데 박혀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보아야 합니댜.
☞ 초는 반듯하게 있어야 오래 동안 불을 밝힐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반듯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생각하고 내 자리가 어디인지,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분수에 맞는 일인지, 잘못된 길을 걸으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올바른 길로 가라고 하지는 않는지, 삶의 촛대를 언제나 점검해야 합니다.
☞제대위의 촛대는 삼위일체를 상징합니다.
오른 쪽과 왼쪽, 그리고 예수님을 상징하는 사제가 그 중앙에 있습니다. 삼위일체 안의 신비처럼 나도 그렇게 위격을 지키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제대 위에 서 계신 사제와 같이 집에서도 그렇게 예수님처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성부와 성령과 영원히 함께 살고 싶은 예수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봉헌생활 축일입니다.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신 부모님들의 마음처럼 우리 자신을 주님께 봉헌하는 날입니다. 자신의 결심을 상징하는 초를 봉헌하며, 수도자들이나 성직자들은 ‘봉헌의 삶’을 봉헌하는 날입니다. 오늘 나를 봉헌합니다. 그리고 나와 같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봉헌합니다. 주님께 봉헌하고 의탁할 뿐입니다. 주님께서 이 봉헌을 기쁘게 받아주시기를 간구하면서 말입니다.
야고보 아저씨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아 멘 .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