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jin ' 님
제가 좋아하는 나는 달라 뮤비에 종인이가 있네요! 깨알 하이 수현 너무 귀여워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꼭 짝사랑하는 여주같네요ㅠㅠ 글 내용에 맞춰서 직접 어울리는 뮤비로 표지 만들어주시다니ㅠㅠㅠㅠ 감동입니다!!!!! 저도 하이수현 뮤비처럼 보기만 해도 달달한 내용으로 갔으면 좋겠건만...흑흑....예쁜 표지 감사합니다ㅎㅎ!
' 애정 ' 님
아니 진짜 영화 포스터 아니예요? 이런 금손이.....뭐 하나 흠잡을 게 없어요ㅠㅠㅠㅠ 디테일도 살아있고....완전 정말 영화같아요....흑흑 비루한 제 글이 이렇게 멋지게 재구성될수도 있다는 게 새삼 놀라울 따름입니다....분홍분홍 깨끗한 게 진짜 짝조 주인공들 느낌이 나요! 너무 예쁜 표지 감사합니다!
세레노 - 찻잔과 도넛이 춤추는 가게
" 붕대 필요없대? "
" 이틀 정도 얼음찜질해주면 금방 낫는대, "
" 별로 심한 건 아닌가보네. "
" 아, 넌? "
" 나도 그냥 집가서 이틀 정도 얼음찜질하면 괜찮을 걸? 이정도는 많이 다쳐봐서, "
" 왜? "
" 아, 나 취미 농구라 발목 다치는 거 거의 습관이야. "
" 너 농구도 해? "
" 그냥 중학교 때 친구들이 다 농구해서 나도 따라하다가 취미로. "
나른한 목소리에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런 상상을 하는 자체가 좀 웃기지만, 김종인이 눈앞에서 간지나게 농구공을 이리저리 튀기며 코트 앞으로 전진하는 모습이 생각나는 것 아니겠냐. 시간이 지날수록 내 상상력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점점 더 구체화되어가는 게 문제였다. 짝사랑을 하니 쓸데없는 창의력만 키워지는 게 참 씁쓸했다. 멍한 표정으로 소름 끼치게 조소를 띠며 걸음을 재촉했다. 놈을 생각하며 이런 어이없는 상상을 하는 내가 병신 같아서였다.
" ……야, ○○○ "
" 응? "
나란히 걷던 걸음을 멈추곤, 갑작스럽게 제 뒤쪽으로 내 손목을 끌어당기는 김종인이었다. 흡, 하고 자이로드롭을 탈 때에나 나올 법한 흉한 호흡이 터져 나왔다. 놈과 두 눈을 마주하고 있는 이 상황이 여간 낯선 게 아니었다. 이번만큼은 청춘 드라마 속 꿈꾸던 여자 주인공이 된 것도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놈에게 한쪽 손목이 잡혀있고, 그 사람은 뚫어져라 나를 응시하고 있고, 바보 같은 난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는 지금 이 뻔하고도 흔하지 않은 상황들. 아리는 바람결이 불규칙하게 내 머리카락을 타고 흘렀다. 그게 딱 김종인 같았다. 곧은 방향이 없는 바람처럼 시시때때로 내 모든 것을 후벼파는 게 꼭 그렇다고 느껴졌다.
" ○○○, "
" ……응? "
" 너 김효정이랑 싸운 거 나 때문이냐? "
수많은 관중들 앞에 놓인 앤티크 한 피아노 건반을 쾅 하고 내리치는 연주자의 모습이 눈앞으로 자잘하게 그려졌다. 가슴이 쾅 내려앉았다. 꽤나 태연하게 상황을 무마했다고 생각했는데 놈이 내게 한 질문으로 봐선 아까 전 거짓말이 먹히지 않은 모양이었다. 머릿속이 가만히 있을 시간 없이 바쁘게 움직여댔다. 놈이 그걸 어떻게 알았냐에 대한 문제였다. 혹시 김효정이 날 나쁘게 말한 건가, 근데 난 바보같이 그것도 모르고 좋다고 있던 건가. 아직도 김종인이 김효정을 좋아하는 건 아닐까, 또 나만 버림받는 느낌으로 남겨지는 걸까.
머리는 그럴싸한 변명으로 어떻게든 이 난감한 상황을 넘기라고 야단이었다. 그러나 입 밖으론 구차하게 조각난 두려움의 날숨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설레게만 느껴졌던 그 눈빛도 지금만큼은 독기로 가득 찬 맹수로 보이기 그지없었다. 후아, 하고 부드럽던 호흡이 거칠어졌다. 놈이 지금 어디까지 알고 내게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아무것도 모르니 꽉 막힌 가슴속이 뻥 뚫린 공간을 찾지 못하고 계속해서 통로를 좁혀오기 일보 직전이었다.
" 아……그게. "
" ……. "
" 그, 사실 너랑 전에 PC방 갔다가 나오는데 김효정하고 안 좋게 헤어지는 거 봤었거든. "
" ……. "
" 그래서 내가……, "
" 아깐 그냥 오해라며, "
" ……. "
" 그거 혹시……, "
징, 하고 반복적으로 진동소리가 울려왔다. 놈의 바지 뒷주머니에 꽂혀있는 휴대폰에서 나는 소리였다. 김종인은 끊어진 말꼬리를 잇는 걸 까먹은 사람처럼 무의식적으로 제 손을 휴대폰 쪽으로 뻗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숨통을 조여오는 공포감을 제대로 느껴버린 나였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거짓말을 또 거짓말로 덮으려 한 걸까 그것도 미스테리였다. 김종인은 날 참 악한 사람으로 만들곤 했다. 짝사랑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또 태연한 척하고, 그렇게 해서라도 놈에게 예쁨받고 관심받고 싶은 악한 마음이 들게 했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치장한 독한 모습이다.
" 어, 나 지금 ○○○이랑 같이 있는데. "
" ……. "
" 아, 오늘 CA야? "
" ……. "
" ……어, 그건 모르겠는데. 잠깐만, 야. "
" 응? "
" 너 걸을 수 있어? 혼자 못 걷지? "
" 왜? 지금 가야해? "
" 아, 그런 건 아닌데……, "
" 그럼 얼른 가! 어차피 우리 집 여기서 완전 가까워! 세란아파트라고 한 10분정도 걸어가면……, "
" ……. "
" ……응? "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쿨한 척만 죽어라 해대는 내 연기력에 울렁이는 매쓱거림이 올라왔다. 왜 난, 다른 여자들처럼 태연하게 잘도 거짓말을 지껄이지 못할까 이 말이었다. 내 두서없이 복잡한 대답이 저딴에는 꽤나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인지 미간 사이에 또렷하게 자리 잡고 있는 세 줄이 꼭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놈은 제 귀에 밀착해있던 휴대폰을 내려놓곤 검지를 들어 정면으로 날 가리켰다. 두 눈동자가 김종인의 검지 중앙 쪽으로 흉하게 쏠렸다. 꼭 이경규 아저씨라도 된 것 같았다. 뜻하지 않은 개인기를 선보이게 될 줄이야.
" 택시 내려서 부축하러 올 사람 있어? "
" 응? 아, 가족들 다 일 가서 아무도 없는데……, "
" ……아, 그럼 너네 동네에 PC방 있냐? "
" PC방? "
" 응, 오늘 애들끼리 시간 맞춰서 접속해야해서. "
" 아……응, 우리 집 바로 앞에 엄청 큰 PC방 있어! "
" 아, 됐다 그럼, 택시타고 가자. "
" 왜? "
" 변백현이랑 김종대 너네 동네로 오라고 하게. "
" ……. "
" 너 데려다주고 거기로 가려고. "
쿨한 척, 아무 관심도 없는 척, 그래서 네가 어떤 말을 해도 놀라지 않는 척만 하던 내 가슴께가 윙윙거리며 일렁였다. 김종인은 중간에 끊긴 통화를 마저 마무리 지으려는 듯 반대편으로 등을 돌리곤 한 걸음씩 내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미처 따라잡을 순간도 놓친 채 허우적거리며 느슨하게 풀린 가방끈을 힘차게 잡아 올렸다. 마냥 꿈꾸기만 하던 바다 너머 이상 세계가 점점 제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 그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나 이거 지금 꿈 아니구나. 김종인이 날 데려다 준다고 했구나. 직접 우리 동네까지 나를 데려다 준다고 했구나. 김종인이 나한테 친절을 베풀었구나. 믿기 힘든 낯선 문장들을 나열하며 알싸하게 퍼지는 향긋햔 향과 함께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대체 왜?
" 어, 김종대랑 변백현한테 세란아파트쪽으로 오라고 했어. "
" ……. "
" 아니 왜 붕대를 안 주냐? 생각보다 심각해보이는데. "
너 나 왜 데려다 주는 거야? 속에선 절대 나올 수 없는 질문만 되풀이됐다. 당연한 문제였다. 놈에게 궁금한 걸 질문할 수 없었다. 그럼 또 나 혼자 착각하는 게 돼버릴까 봐. 관심과 호의 사이를 구분도 못하는 멍청이가 될까 봐. 그럼 김종인이 날 싫어하게 될까 봐, 그럼 너무 창피할까 봐. 부글부글, 정체를 알 수 없는 답답한 기운을 받았다. 김종인이 내게 호의를 베풀면 마냥 좋아하기를 30분, 또 혼자 착각하기를 30분, 그러다 또 혼자 비관하기를 30분. 결국은 비관으로 끝나는 이 고리에 온갖 스트레스를 받는 건 다름 아닌 나였다. 그냥 좀 좋게 생각하려야 그럴 수가 없었다. 작은 행동 하나에도 의미 부여하고, 아니라고 부정하는 내 자신에게 감정 소모가 꽤 심각했다. 알고 있었다. 김종인이 날 좋아할 리가 없다는 걸. 그래서 데려다 주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호의를 베푸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답정너스러운 생각은 늘 나타나곤 했다. 혹시나 김종인이 내가 정말 걱정돼서. 그래서,
" 볼도 긁히고 다리도 다치고 잘한다. "
" ……아, 뭐가. "
" 그거 볼 흉지는 거 아니냐? 딱지 나면 바로 떼지말고 기다려, 억지로 떼려고 하면 흉지니까. "
" 나도 알아, 그 정도는. "
" 아, 말을 해줘도 꼭. "
" ……. "
" 너 나 진짜 싫냐, "
" 뭐? "
" 나 싫냐고 너. "
" 내, 내가 왜? 너랑 친하기나 해, 뭘 해……싫어할 이유도 없잖아. "
으, 시발. 어휴, 미친년아. 입이라도 다물고 입으면 반이라도 간다고 했는데 왜 쓸데없는 대답을 지껄여서 분위기 어색하게 만드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마치 윤보미가 내 옆에서 생생하게 초코 우유 빨대를 씹어대며 욕을 하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거 아니냐. 내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인 것처럼, 칼이 박힌 잔인하고 냉담한 단어들이 콕콕 명치를 찔러댔다. 아, 미친. 제대로 미친 상황을 저질러버린 나였다. 뭐가 잘나서 그렇게 싸가지가 바가지인 말을 잘도 한 건가 이거였다. 스스로 뱉은 말에 놀라 반사적으로 김종인 쪽으로 고개부터 돌리고 봤다. 딱딱하게 상기되어있을 거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며 손가락 욕을 아주 간드러지게 날리고 있는 김종인이 두 눈에 들어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놓고 오만상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어이없는 반응이란 말이냐.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쌍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손가락 장난이라니.
"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
" ……. "
" 존나 존나 상처다, 시발. "
특유의 개구진 미소에 탁하게 스며들었던 감정이 다시금 축축하게 젖어올랐다. 새삼스레 내가 김종인을 지난 8개월 동안 좋아할 수 있었던 이유가 생각났다. 놈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딱 나쁘게 선을 그어서 거절하는 것도 아니었고, 너무 대놓고 부담스럽다는 티를 내는 것도 아니었고, 여자라면 다 좋다며 심하게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늘 적당히였다. 내가 따라갈 수 있게 가끔씩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복도 한복판에 서 있을 때도 있었고, 혹여나 내가 실수로 복도에서 놈의 이름을 말하면 우연의 일치로 늘 김종인은 그 자리에 보이지 않곤 했었다. 어찌 보면 이건 운명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가 김종인이라는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도 그렇고, 짝사랑을 들키거나 실패했을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는데도 단 한 번도 걸리지 않고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거였다. 이건 운명이었다. 난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지난날의 메말랐던 짝사랑이 조금씩 젖어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내가 늘 그렇게 생각하면서 버텼던 것처럼, 고통스런 이 시간도 그렇게 생각하며 넘기기로 했다.
짝사랑의 조건 여덟 번째 : 내가 짝사랑하는 그의 단점을 나도 알고 있지만, 누군가 질책하고 비난하면 이유 없이 화부터 난다.
" 이게 붕대 안 감을 정도야? 지 혼자 걷지도 못하는데? "
" 야 ○○○, 세란 아파트 정문이라고 말한다? "
" 어어, 세란 아파트 정문. "
" 세란 아파트 정문으로 가주세요. "
" 아니, 이게 붕대 안 감을 정도냐고. 딱 봐도 아까 존나 심하게 넘어졌는데. "
" 아, 필요 없으니까 안 줬겠지 병신 새끼야. "
" 종대야. "
" 뭐, "
" 계속 지랄할거면 그냥 쳐걸어와. "
" 누구 좋으라고. "
" 좆같은, "
" 어, 니 얼굴, "
" 하……. "
서글펐다. 이 난리 통에 내가 왜 껴있어야 하나 그게 의문이었다. 한 6개월 전쯤인가, 내가 김종인을 좋아하니까 김종인의 친구들하고도 친해져야 한다는 배수지의 개같은 논리가 떠올랐다. 우리 동네로 오라던 김종인의 말에 두 양아치 놈들은 가는 길을 모른다는 적절한 핑계를 대며 자기들과의 택시 합승을 요구했다. 말이 길을 몰라서지, 편하게 택시로 가고 싶은 그 검은 속내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걸 또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며 우리가 있는 주소를 잘도 알려주는 김종인이 야속했다. 꼭 김종인이 나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불편해 변백현과 김종대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았다. 내 딴에는 필요 없는 놈들이었다. 더군다나 변백현이라면 그랬다. 아까 보건실에서도 얼마나 내 심장을 졸이게 했냐 이 말이었다. 도움이 되는 게 없었다. 전에 한번 급식실 앞에서 도와줬던 건……아, 그래 그건 고마운 일이긴 하니까 패스하고.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내 왼쪽에 자리 잡고 있는 변백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팅팅 부은 내 발목에 붕대가 안 둘러 있다는 사실이 심각하게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미간 사이에는 아주 간드러지는 물결이 두 갈래로 나누어져 있었다. 민망할 만큼 낯 뜨겁게 내 발목을 바라보는 그 시선을 견디기 힘들어 두어 번 크게 헛기침을 터뜨렸다. 아, 남자한테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 정말이지 익숙하지 않았다. 마땅히 좋아해서 떨리는 것도 아니고, 마땅히 두려워서 떨리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런 느낌. 그래서 저도 모르게 호흡의 패턴이 넓어지는 경우.
" 우리 없을 때 김종인이랑 뭔 일 있었냐, "
" 아, 좀. 듣는다고. "
" 뭐, 고백하기 직전이었어? 존나 마음을 전할 타이밍이였어? "
" ……아, 니 이러려고 내 옆에 앉았지. "
" 아니? "
" ……. "
" 니 발목상태 보려고 앉은 건데. "
" ……. "
" 발목 좀 잠깐 올려 봐, "
" 뭐? 왜, "
" 아, 존나 팔 아프니까 얼른. "
후, 하고 짙게 오염된 숨을 뱉어냈다. 가슴속에 매캐하게 가득 낀 이상한 먹구름들이 꼭 오염이라도 된 듯한 느낌을 줬다. 어린아이처럼 징징거리는 그 목소리를 감당할 수 없어 무의식적으로 욱신거리는 발목을 들고부터 봤다. 앞자리에선 제 휴대폰에 비치는 웹툰을 내려다보며 가벼운 실소를 터뜨리는 김종인이 있었다.
" 원래 병원에서 붕대 주는 이유가 필요 이상으로 다친 곳을 움직이면 상태가 더 심각해져서 막아주려고 주는 건데 넌 지금 붕대 없잖아, 뭐라도 받치고 있어야지 차 계속 덜컹거리는데 놔두면 너만 고생한다. "
" ……남자가 이런 것도 가지고 다녀? "
" 그냥 물리시간에 자려고 가지고 다니는 건데. "
" ……. "
" 야, 김종대 솔직히 물리시간 졸린 거 개공감? "
" 개공감으로 됨? 핵공감 안됨? "
수면 쿠션의 푹신한 느낌이 평탄한 발바닥에 마주 닿았다. 실바람이 입안 가득 맴돌았다. 내 발목 쪽에 수면 쿠션을 받쳐줌으로써, 상태가 더 심각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변백현의 치료법이었다. 무조건적으로 놈의 의도를 철저하게 부정적이라고 배제한 내가 낯 뜨거워졌다. 사람의 알량한 생각 차이가 문제였다. 김종대와 영양가 없는 말장난을 주고받던 변백현이 두 눈에 가득 찼다. 아, 참 알다가도 모를 놈이었다. 참 좋다가도, 또 어쩔 땐 내 속을 이리저리 긁어놓는 것까지. 내게 있어 변백현을 어떤 부류에 집어넣어야 할지 갈피가 안 잡혔다. 김종인에게 있어서는 가장 위험한 놈, 그냥 친구로 있어서는 썩 괜찮은 놈.
" 돈 누가 낼래, "
" 야, 종인아 백현이가 낸대. "
" 아, 변백현이 낸대? 존나 멋있어 진짜, 내 우상이야. "
" 야 ○○○, 남자는 변백현같은 새끼를 만나야 해. 존나 얼마나 멋있냐. "
" 아니, 내가 언제? "
" 야, 존나 멋있어 우리 백현이. "
" ……. "
" 아, ○○○ 얼른 고맙다고 하라고 양심이 있으면. "
" 아, 진짜 웃기다 너네. "
" ……. "
" 야, 변백현 잘탔어 잘탔어. 너 존나 개멋져. "
" ……. "
" 아, 친구 개잘뒀네! "
" 야, "
" 응? "
" 지랄말고 휴대폰이나 가지고 있어 봐, 돈꺼내게. "
아, 딱 그 표정이었다. 정말 지지리도 지랄한다는 그런 한심한 표정. 가장 먼저 차에서 내리곤 한 사람만을 몰아가는 두 놈들의 방식에 방심할 틈도 없이 적응해버린 내 탓이었다. 머쓱하게 웃으며 변백현의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꽤나 묵직한 게 꼭 오천 원을 꺼내는 놈의 어둑한 표정과 비례할 정도였다. 아, 괜히 내가 몰아가서 낸 거 같잖아.
" 변백현 너 진짜 내? 와, 시발 야 김종인! 얘 진짜 내는데? "
" 진짜? 왜 니가 내? 평소에는 돈 존나……, "
" 아, 내라며. "
" 야, 장난이었지. "
" ○○○까지 엮어서 잘도 몰아가더만 내니까 아니라고 하는 거지같은 경우는 뭐냐, "
" ……어, 백현이가 존나 존나 멋지다는 말? "
" 미친, 돈 쓸때만. "
" 이래서 여자들이 돈 많은 남자를 그렇게 밝히나 봐, 나 방금 존나 반할뻔했다. "
" 반해? 그럼 불 끌까? "
" 오빠, 그럼 옷 벗을까요? "
미친 새끼들. 꼭 이야기를 해도 저런 쪽으로 흐르지. 여자가 눈앞에 있는데, 내가 이렇게 있는데. 황당함의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느린 걸음을 하나둘씩 내딛기에 열중했다. 아, 딱 별주부전에 나오는 거북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모든 게 답답했을까. 훅하고 참담함이 몰려왔다. 여자가 이렇게 발목까지 다쳐서 쩔뚝거리고 있는데 아예 없는 사람처럼 자기들끼리 가버리다니. 반사적으로 아랫입술을 굳게 깨물곤 가래 낀 눈물을 들이삼켰다. 내가 예쁘지 않아서 그런 건가. 그래서 내가 싫은 건가. 그래도 잘해줄 땐 잘해줬으면서 지금은 또 이렇게 쌍무시를 해버리고, 또 김종인도……,
" 야, ○○○ 좀 챙겨라! "
" ……. "
" 어차피 쟤네 길 몰라서 돌아올 거야, "
날 너무 힘들게 하는 그 미소를 짓고 있는 김종인이 눈앞에 있는데도 바보같이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는 내가 보였다. 주책맞게 감정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식도 주변에서 맴돌고 있는 어둡고 그늘진 감정에 이전과 다르게 아무렇지 않게 연기를 할 수가 없었다. 단순히 한 달 정도였다면 이유 불문하고 김종인이 날 좋아하는 거라는 허영심에 하루가 모자라게 기뻐하기 바빴을 테지만, 난 자그마치 이제 8개월째였다.
" 아, 미안 미안. 팔 잡아 봐. "
" 어, 한쪽 팔은 그럼 나 잡아. "
" 야, 종인아 종대야 내가 뭐라 그랬냐. 여자는 이런 거 안 좋아한다고. "
" ……. "
" 업혀, 집까지 업어줄게. "
" 미친새끼, 개오글거린다 솔직히. "
" 그러니까, 처음으로 내 우상한테 실망했다. "
변백현과 김종대가 날 친구로서 친절하게 대하는 것처럼, 김종인도 마찬가지기 때문이었다. 놈이 날 좋아할 리가 없었다. 난 김효정과 같이 예쁜 것도 아니고, 인기가 많은 편도 아니고, 개그에 소질이 있는 편도 아니었다. 딱 평범한 그 자체, 그래서 모든 면에서 자신이 없었다. 건조한 미소를 띠며 때아닌 장난을 치고 있는 변백현의 어깨를 툭하고 쳤다. 언젠가 본 적이 있다. 짝사랑을 하는 사람들이여, 모두 보아라.
짝사랑하는 상대가 변하기를 바라지 마라, 모든 건 내가 변함으로써 시작하는 것이다.
" 아, 변백현 꺼져. 업혀도 너한테는 안 업혀. "
" 어, 그럼 나 어때. "
" 김종대 합격, 콜. "
" 와, ○○○ 니 얼굴부터 생각하고 골라줬으면. "
" 변백현 너야말로 니 얼굴부터 생각하고 업히라고 했으면. "
" 아, 존나 병신같다 진짜 둘 다. "
" 어, 김종인 니 얼굴부터 생각하고 말해줬으면. "
" 그러니까, 약간 빡쳤음 순간. "
" 아, 변백현하고 친해지더니 ○○○ 개까부네 진짜. "
미치겠다는 듯 고개를 여러 번 저으며 힘 빠진 잔미소를 짓는 김종인이 두 눈에 보였다. 이번에도 심장에 무리가 왔다. 늘 부정적이게 생각하기만 했고, 늘 안된다고만 자책했던 나로부터 밝게 행동하는 나로 변하니 그에 대한 보상이 돌아온 셈이었다.
" 너보고 개까분대, "
" ……. "
" 저거 남자가 저 말 하면 좋은 뜻인데, "
" ……. "
" 야, 고백해 그냥. "
" 아, 진짜 개새끼야 그만 좀 우려먹으라고. "
" 아, 시발 반응 개귀엽네. "
" ……. "
" 아, 난 좋은 뜻 아님. 혹시 착각해서 김종인말고 나 좋아하게 될까 봐 미리 방지하는 거, "
" 미친놈아 진짜 하지말라고 제발, "
김종인과는 다른 방정맞은 웃음을 터뜨리며 가볍게 내 머리를 헝클이곤 내 팔목을 다시 고쳐 잡는 변백현이었다. 후, 하고 폭넓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불안해서 같이 못 있겠네. 김종인하고 김종대가 먼저 앞으로 걸어가서 망정이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진짜 얼마나 끔찍했을까. 타들어가는 내 속을 알지 못할 변백현은 여전히 철없는 대사를 읊조리며 날 약 올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현실이 행복했다. 내가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이 환상 같았다. 말 한 번도 안 섞어봤던 김종대는 아무렇지 않게 내게 장난을 쳤고, 늘 나를 놀리기에만 바빴던 변백현은 내게 있어 도움이 되는 부류로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김종인은……,
이전보다 조금 더 느린 걸음으로 날 앞지르고 있었다. 조심스러운 미행에 시작이었다. 놈은 절대 알지 못하는 나만의 미행.
" 가위 바위 보해서 ○○○ 집 앞까지 데려다줄 사람 정하기. "
" 맞아, 게임은 벌칙을 걸고 해야 존나 재밌는 거. "
" 진심 벌칙 개최악이다. "
" 아, 미친 기분 나빠서 내가 싫어. "
차례대로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김종인, 이름만 들어도 얄미운 김종대, 이름만 들어도 성질나는 변백현 순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김종인에게 저런 말을 들으니 하늘이 참혹하게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더라. 누리끼리한 시야에 무어라 말도 없이 제 손에만 집중하고 있는 세 놈들을 바라봤다. 아니, 시발. 왜 쓸데없이 열심히냐고. 발목이 죄다, 발목이. 눈치 없이 발목을 다친 내가 죄다.
" 가위, 바위, 보! "
" 아, 시발! 아 미친! "
" 와, 아아아! 이겼냐? 나 이겼냐? "
" 시발, 김종인 미친놈 개웃기다. "
" 아아……, "
" 야, ○○○ 데려다주고 바로 피방으로 와라. "
" 아……, "
" ……. "
" 가자……, "
" 내가 싫어, 혼자 갈 거야. "
" 아, 다 장난친 거야 바보야. "
장난이고 나발이고 기분이 더럽게 상했다 이 말이에요. 괜한 오기였다. 날카로운 가위들 사이에서 저 혼자 팔랑거리는 보자기를 내자마자 세상을 다 잃은 그 표정을 봤다고 내가. 볼에는 푹푹 찌는 바람을 이따만큼 넣고 거북이와 맞먹는 속도로 절뚝거리며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김종인은 참 병신 같았다. 여자들이 혼자 간다며 볼에 바람을 넣고 제 앞을 지나가면 '안 따라오면 널 죽여버릴 거야' 라는 뜻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듯하였다. 그러니까 1년동안 짝사랑만 하지. 순간적으로 놈의 아픈 상처를 훅하고 찔렀다. 드라마 속 하지원처럼 존나 시니컬하게 등을 돌렸지만 난 죽어도 하지원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1초도 안 지나서 미친 듯이 후회를 한다는 것. 속에서 '미친놈아, 제발 오라고' 라는 문장만 수백 번 되새겼다. 꼴에 무슨 튕기는 척이냐, 죽어도 감사합니다. 가위바위보를 존나게 못 해서 감사합니다, 라고 절이라도 해야지.
오, 심장이 점점 잘게 조각났다. 공포감이 엄습했다.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초능력자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이러다 엑소 멤버로 영입이라도 될 판이었다. 찍, 하고 신발 끄는 소리가 났다. 아, 김종인이 오고 있구나.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 장래희망이 스토커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이거.
" 야, ○○○. "
" 아, 안 데려다줘도 된다니까. "
" 둘이 있으니까 물어보는데……, "
" ……. "
김종인의 저릿한 음성이 매듭을 짓지 못하고 공기 중으로 숱하게 퍼졌다. 맥아리없이 딱 풀린 어깨에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가 실려있는 것 같았다.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여자의 직감이라는 게 그랬다. 김종인의 표정이 딱 그랬다. 가장 최악의 경우를 들 것 같았다.
" 김효정이 그랬거든, 둘이 싸운 이유가 나 때문이라고. "
" ……아. "
" 아까 너 잠깐 교무실 갔었을 때 말했는데, 그것 때문에 서로 얘기 하다가 싸웠다는데 내가 정확히 뭔지 알아야 어떻게 행동하던가 하지. "
" 아, 그……. "
" ……. "
" ……어, "
" ○○○. "
" 응? "
" 네가 나때문에 싸울 이유가 뭐야? 나랑 김효정이랑 싸웠던 거 네가 봤다고 해서 싸웠다는 건 말이 안되잖아. "
" ……. "
" ……혹시 너, "
" ……. "
" 나 좋아하냐? "
코끝이 아려왔다. 기도를 막아오는 숱한 두려움에 크게 갈라진 숨소리가 느껴졌다. 무거운 몸을 지탱하고 있던 한쪽 다리에 핑 하고 압력이 가해졌다. 시선은 계속해서 곧은 방향으로만 향해있었다. 지금이야말로 김종인이 어디까지 알고 내게 이런 질문을 한 건지 모르니 출구 없는 미로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아, 모든 게 다 끝나버렸다고 생각했다. 꼭 놈이 내 마음을 이미 알고서 떠보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좋다고 착각했던 꼴이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어어, 하고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시야가 흐릿해졌다. 뿌연 안개가 앞을 가리고 있는 듯 캄캄했다. 용기를 낼 수가 없었다. 막상 내가 스스로 용기를 내서 고백을 하는 거라면 상관이 없는데, 이렇게 되면 들키게 된 꼴이니 그보다 더 초라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아직 모르는 거다. 놈은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지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거다. 그러니 이런 질문을 한 걸 테고, 아까 전에도 내가 싫냐며 장난을 치지 않았느냐.
그래, 아직 기회는 있다. 거짓말을 거짓말로 덮을 기회가 있다. 사랑에 눈이 멀어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해대는 거짓말쟁이가 되더라도 방법이 없었다. 아무 욕심도 내지 않을 것이다. 김종인과 사귀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친구로 지내기만 해도 너무너무 좋은데, 정말 이 이상 아무 욕심도 안 낼 것이다. 거짓말은 딱 지금 한 번뿐이다. 김효정이 놈에게 내 마음을 말하려고 했던 것처럼, 나도 딱 한번 상황을 넘기기 위한 거짓말을 지어내는 것뿐이다.
" 아, 그런 문제로 싸운 거 아니야! 그냥 서로 오해했는데 그 속에 네 문제도 잠깐 있었던 거야! "
" ……. "
" 어, 나 그리고 좋……. "
" 야, ○○○ 나 아까 너한테 맡겼던 휴대폰 좀. "
" ……. "
" 아, 그리고 니네 말하는 거 일부러 들은 건 아니고 오다가 나도 모르게 들은 건데 ○○○ 얘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어. "
" ……. "
"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데 넌 존나 아니야 미친놈아, 사람 쪽팔리게 앞에 대고 별 쓰레기같은 말을 다 하고 있네. 그리고 넌 김효정 말을 믿냐? 그렇게 이용당하고도? "
" ……. "
" 투병신들, 그걸 물어보는 새끼나 그걸 대답하는 새끼나. "
" ……. "
" 얘 안 데려다주면 내가 데려다준다, "
" ……. "
" 나 PC방 시간 맞춰서 접속해야하거든? 빨리 가자, "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갑자기 누가 얼음, 땡! 하고 도망친 것 같은 느낌. 차갑게 굳어있던 머릿속이 말랑하게 녹아내리는 느낌. 밖으로 소리가 날 만큼 크게 침을 삼켰다. 긴장의 길이 풀려서였다. 상황을 잘 무마해서가 아니었다. 김종인에게 내 마음을 들키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나 대신에 내 입장을 대변해줄 변백현이 있어서였다. 혼자라면 아무 말도 못 했을 거다, 난 또 벙어리처럼 입만 굳게 다문 채 김종인에게 꼼짝없이 작은 내 심장을 그대로 보여줬을 것이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아래로 느릿하게 한쪽 팔을 들어 변백현의 팔목을 부여잡았다. 남자치곤 가는 손목에도 이상하게 믿음직한 향기가 나왔다. 아,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코끝이 찡했다. 김종인에게 크게 실망을 해서 그랬다. 만약 놈이 내가 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진짜 알고 질문을 했다고 친다면 그 얼마나 나쁜 일인가 싶었다. 놈은 모른다. 대게 짝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하는 행동은 상처가 아니고, 받는 행동은 큰 상처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아차린다는 것.
다행히도 눈만 깜빡이며 날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놈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아마 저도 순수한 마음에, 정말 김효정과 나를 어떻게든 화해시켜놓고 싶어서 물어본 질문일 테다. 이번에도 난 김종인 편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남들이 김종인을 욕하고 삿대질해도, 난 그럴 수 없었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쁜 새끼라며 욕을 듣는 게 싫었다. 참 이기적인 짝사랑이다. 날 추켜세우고 김종인을 깎아내리는 건 괜찮아도, 내가 병신이고 김종인이 나쁜 남자라는 사실은 싫었다.
" ○○○. "
" ……. "
" 그런 거 아니라면 됐다, 난 네 볼 때문에 계속 신경 쓰여서 그랬어. 기분 상했다면 미안해. "
" ……. "
" 내가 데려다줄게, 변백현 너 먼저 가 있어. "
형태 없는 무언가가 김종인에게도 얼음, 땡을 하고 냅다 줄행랑을 친 모양이었다. 언제 멍을 때리고 있었냐는 듯, 금세 내 앞으로 다가와서 공중에 붕붕 떠있는 나머지 내 팔을 들어 올리곤 제 어깨로 걸치는 거 아니겠냐. 아이러니한 상황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옆에선 답답한 표정으로 낮은 한숨을 뱉어내고 있는 변백현이 있었다.
" 내가 데려다줄게, 그냥 가. "
" 할말 있어서 그래, "
" 할말은 나도 있……, "
" ……. "
" ……얘기하고 와라. "
스르르, 놈의 팔목에 잡혀있는 내 손이 빠른 속도와 함께 아래로 추락했다. 변백현은 뒤도 안 돌아본 채, 반대편으로 걷기에 바빴다. 시공간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가만히 얼굴을 마주하는 것도 민망하고 가슴 떨려 죽겠는데 무슨 할 말이 또 남아서 날 불안하게 만드냐 이거였다. 아, 처음으로 변백현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젠장, 이거 뭐 김종인한테 끌려다니는 개도 아니고.
그때였다. 가방 주머니에 넣어놨던 휴대폰 진동이 요란하게 한번 울렸다. 어떻게든 시선을 피하고 싶어 다급하게 가방 지퍼를 열고 휴대폰 전원을 키고부터 봤다. 초점이 일정하지 않던 내 눈동자가 일순간 반짝거리는 액정 앞으로 정지됐다. 자그마한 미소도 머금게 했다. 아, 참 알다가도 모를 놈이다.
[야 내 번호 저장해]
[그리고 김종인이 할말 있다고 하니까 피해준거다 진거 아니니까 착각하지마 짜증나니까]
[아까처럼 병신같이 가만히있지만 말고 좀 말이라도 당당하게 하라고]
[김효정한테 기죽을거 하나도 없다]
[내 기준엔 니가 더 예쁘니까]
참, 알다가도 모를 변백현. 알다가도 모를 김종인. 그리고 알다가도 모를 야속한 짝사랑이다.
짝사랑의 조건 여덟 번째 : 그의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어장은 내게 관심이 있어서, 바람은 그가 매력이 넘쳐서, 내게 상처를 주는 건 그가 순수하기 때문이라고 혼자만의 필터를 하기 때문에.
이게 뭐라고 일주일을 썼네요....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크으으으ㅡㅇ아아ㅏㅣ!!!😀 백현아 사랑한다!
헐.. 백현아♥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1.0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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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좋아
변백현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남자는 백현이같은 남자를 만나야한다
내 기준렌 니가 더 이쁘다.......................고마ㅜ어..........
아ㅠㅠㅠㅠ종인이 지짜 모르겠다..
종인이가 무슨말을할지... 그리고 백현이 머시써!!!!!!
'어장은 관심이 있어서, 바람은 매력이 넘쳐서, 상처는 순수하기 때문에' 짝사랑만 하면 느끼게 되는 감정들이네요.. 맘에 확 와닿아요
헐 여주가 더 이쁘다라고 할때ㅠㅠ
아설레ㅜㅜㅠ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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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말에 너무 설레네요ㅎㅎㅎㅎ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1.17 19:36
ㅠㅠㅠ백현아ㅠㅠ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1.18 23:13
백현아ㅠㅠㅠㅜㅜ💓
크아 백현이 진짜 멋있어요 저런 남자를 만나야해여ㅠㅠㅠㅠ으흑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2.16 01:02
니가 더 예쁘니까라니......💓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2.20 13:08
백현야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ㅠ백현이가 여주좋아하는거 아니에요?흐어ㅓ설레요설레..백현이가 하고싶었던말은 뭘까요 궁금하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2.25 21:29
니가 더 이쁘데 와우 ㅠㅠㅠ
백현이ㅜㅠㅠ설렌다ㅠㅠ
헐 더 예쁘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 진ㅉㅏ 변백현 말하는거봐 ㅎ
큥이 짱멋ㅠㅠㅠ
더예쁘데ㅠㅠㅠㅠ말하는거봐 진짜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6.16 07:50
변백현 왜이리 설레는거죠ㅠㅠㅠ심쿵ㅠㅠㅠㅠㅠ
백현이 고수다 고수ㅜㅜㅜㅜ넘나 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