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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빙양에서 인성실업 선원이 자신의 키만 한 메로를 잡아 올리고 있다. 인성실업 제공 |
- 지구촌 연 수산물 생산량 1억t
- 남빙양 크릴 어획량 세계 2위
- 껍질에 불소 성분 식용 어려워
- 국내 낚시 미끼로 주로 사용
- 선진국은 영양제·오일로 가공
- 정부 차원 연구와 투자 필요
- 일각 고등어 등 양식사료 시험
- 메로 1t 2000만원… 대부분 수출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극지 바다는 수산자원의 보고로 통한다. 추위만큼 인간의 손길이 덜 미쳤기 때문이다. 배타적 경제수역(EEZ), 공해 축소, 자원 관리로 원양어업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상황에서 남빙양(남극해)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남빙양 크릴 어획량 세계 2위
우리나라는 남빙양에서 크릴 세계 2위, 메로(파타고니아이빨고기, 남극이빨고기)는 세계 5위로 많이 잡고 있다. 국제환경단체의 집중 감시 대상이 될 정도다. 9일 국립수산과학원 집계를 보면 우리나라 2개 원양업체(동원산업, 인성실업) 어선 3척이 2012~13년 어기(2012년 12월 1일~2013년 11월 30일)에 3만9988t의 크릴을 잡았다. 전 세계 남빙양 크릴 어획량 21만6569t의 18.5%에 달하는 양이다. 메로의 경우 3개 원양업체(선우실업, 인성실업, 홍진실업) 어선 6척이 같은 기간 1279t을 어획해 전 세계(1만2565t)의 10.2%를 차지했다. 2012~13년 어기 동안 우리나라 조업선은 크릴과 메로를 합쳐 656억 원의 생산액을 올린 것으로 수산과학원은 집계했다. 단가는 1t에 메로 2000만 원, 크릴 100만 원 선. 남빙양에서 잡은 수산물 대부분은 외국에 수출된다. 동원산업은 7765t급으로 국내 어선 가운데 가장 크고 가공설비(공모선 기능)를 갖춘 세종호를 남빙양에 투입해 연간 크릴 2만5000t안팎을 잡아 이중 60%를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미래 식량자원 연구·개발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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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릴 |
극지연구소는 남극 크릴 자원의 양을 5억t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학자에 따라 30억t의 크릴 부존량이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전 세계 연간 수산물 생산량이 1억t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양이다. 남극 크릴은 오메가3라는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인체 노화를 방지하려는 과학자의 연구 대상이다. 이처럼 크릴은 양이 많고 영양가가 풍부해서 미래의 식량자원으로 불린다.
하지만 크릴은 다량 섭취하면 인체에 해가 될 수 있는 불소 성분을 지녔기 때문에 식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불소가 포함된 껍질을 벗겨내야 한다. 식품으로 가공하기 쉽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는 크릴이 낚시 미끼로 주로 사용된다. 이와 달리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등 선진국은 크릴을 가공해 캡슐 형태의 오메가3 영양제, 크릴 오일로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크릴 조업국이면서도 미래의 식량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가공법 개발에 관한 정부 차원의 투자와 연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성실업 김정도 상무는 "크릴을 미래 식량자원으로 개발하려고 서울대 건국대 한국식품개발연구원 등을 찾아가 자문하고 산학연구를 진행해 크릴저온분말 제조법 및 장치 특허권을 확보했으나 민간기업이 수억 원을 쏟아부으며 가공법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진영어조합법인(옛 인성수산)은 경남 통영 욕지도에 있는 9㏊ 규모의 가두리 양식장에 남빙양에서 공수해온 냉동 크릴을 먹여 참다랑어, 고등어, 전갱이를 양식해 크릴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양식장 최찬섭 소장은 "냉동 크릴을 먹은 어류는 소화력, 면역력이 강화돼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수산과학원 자원관리과 연인자 연구관은 "남북극은 미래 인류를 먹여 살릴 식량자원의 보고인 만큼 쇄빙 기능을 갖춘 조사연구선를 마련해 남북극해에 대한 체계적인 수산자원 탐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남빙양 진출사
- 상업적 크릴조업 21년 만에 성공
- 메로, 오징어 대체어장 찾다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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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빙양에서 조업 중인 홍진실업의 메로잡이 어선. 홍진실업 제공 |
우리 정부의 남극 진출은 1978년 12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남북수산 남북호와 국립수산진흥원 조사단을 남빙양에 보내 크릴 시범조업에 나서게 하면서 시작됐다. 정부의 지원정책에 따라 1988년까지 남북수산, 대호원양, 동방원양 3개사가 17회에 걸쳐 시험조업 크릴을 잡았지만 어획량이 부진했고, 가공식품도 제대로 개발되지 않아 사실상 실패했다. 그러다가 인성실업이 2년간의 시험조업을 끝내고 1999년 3000t급 인성호를 남빙양 크릴 조업에 투입함으로써 시험조업이 아닌 상업적 조업 시대를 열었다. 인성실업 박인성 회장이 2011년 창사 30주년을 맞아 출간한 '시련과 도전 30년'에 보면 그 당시 인성실업 부산사무소 벽면에는 '크릴 국산화 100% 그날까지'라고 적힌 액자가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걸려 있었다고 한다. 인성호가 크릴 조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당시 낚시 미끼 등으로 소비되던 크릴을 100% 일본에서 수입해서 썼다. 인성실업 김정도 상무는 "남빙양 크릴조업이 성공하면서 일본산이 장악했던 국내 크릴시장을 4, 5년 만에 탈환하고 일본에 역수출까지 하고 있다"며 "그 덕택에 각종 소비자용품 가격이 오른데도 불구하고 크릴만은 가격이 10여 년 전보다 많이 내렸다"고 말했다.
메로 개척은 오징어 대체어장을 찾는 과정에서 성사됐다. 1990년 초 유엔총회 결의로 우리나라 오징어 유자망 선단은 북서태평양(일명 무라사키 어장)에서 조업할 수 없게 됐다. 인성실업 제66인성호가 1992년 12월 28일 메로를 잡으러 부산항을 출항한 뒤 1993년 국내에 처음 들여왔다. 아시아에서 최초, 세계 다섯 번째로 저연승어업으로 메로를 잡는 법을 개발한 셈이다.
일식집에 나오는 메로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1992년 오징어 대체어장을 개척하려고 아내와 함께 칠레로 갔다. 칠레 식당에서 15달러 하는 생선구이를 시켜 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더 시켰더니 수심 2000m에 사는 메로라는 생선이 없어서 추가 주문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거라 싶어 칠레 메로 어선의 조업 어장, 어선 형태, 어로 장비, 어구, 어법 및 미끼를 수소문해 어렵게 조업에 나섰다." 인성실업 박인성 회장의 회고다. 시행착오 끝에 메로를 잡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생선이어서 판로가 막막했다. 요리법을 개발해 골프장, 식당 등지에서 무료 시식회를 열고 홍보한 결과 고급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 수과원, 남극 동부해역 메로 시험어업
- CCAMLR, 연구 보고서 극찬
국립수산과학원은 남극 동부해역을 대상으로 연구한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해역 내 이빨고기(메로) 시험어업조사 보고서'를 CCAMLR에 제출했다. 주요 어업국이면서도 자원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한국으로서 이번 연구는 메로에 관한 생물학·생태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의미 있는 작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구비 2억 원은 인성실업이 지원했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남극 동부해역에서 2개월간 진행된 시험어업에서 메로 88마리가 어획됐으며 평균 길이와 무게는 131.5㎝, 30.3㎏으로 나타났다. 동부해역 메로 자원량은 2만2094t으로 추정됐다. 조업방식별로는 트롯라인이 스페인식 라인보다 많이 잡혔다.
수산과학원 자원관리과 연인자 연구관은 9일 "남극 남부해역인 로스해에 관한 국제적 연구는 더러 있었지만 동부해역에 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이번 연구는 CCAMLR로부터 극찬을 받은 만큼 생태계 보호를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 2012~13어기 남빙양 우리나라 생산액 | 구분 | 조업량 | 단가 | 생산액 | 메로 | 1279t | 2000만 원 | 656억 원 | 크릴 | 3만9988t | 100만 원 | 400억 원 | ※2012~13어기 빙어(60억 원)를 포함한 남빙양 어장의 전체 경제적 가치 4739억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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