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y Fork Narrows Slot Canyon의 끝에 점심을 먹고 잠시 방황을 하다 방향을 잡고 되돌아와 Peek-A-Boo Slot Canyon으로 향하니 익숙한 그림이 나왔다.
나이가 지긋한 부부가 막 내려오는 시점에 도착했는데 내려오는 모습이 영 불안하다.
다가가 마음 편히 내려올 수 있도록 도와주니 "땡큐~" "땡큐~" 하면서 실수로 거꾸로 나왔다고 하는데 그 땐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약 20피트 정도의 높이인데 홀더가 좋지 않아 아리까리했다.
아니나다를까 홀더가 있긴한데 마끄러워 버팀목이 되지 못해 혼자 힘으로는 쉽지 않았다.
위에서는 L.A 지인이 헤메고 아래에선 모수형님이 헤메는데 구경거리가 약장수 이상이다.
마땅히 잡고 힘을 줄 곳도 발을 지탱할 곳도 없는 그야말로 미끈한 절벽 수준이다.
"뭐해! 안 잡아주고"
위에서 끌고 밑에서 밀고..
20피트 올라가는데 우리 뒤로 온 하이커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우리들이 헤메는 사이 불안한 마음에 돌아서는 사람도 있었다.
아래서는 올라오느라 위에서는 잡아당기고 구경하느라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그 곳을 올라가자 놀랍도록 아름다운 아취가 연이어져 손짓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신중하게 사진을 담지 않았을까 싶다.
이래서 Peek-A-Boo Slot Canyon이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이후에도 조상 잘 만나지 못한 산우님들은 수족을 고생시키며 애간장을 태웠다.
"아침 작작 먹으라 했지요?"
하여간 Peek-A-Boo Slot Canyon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진땀과 웃음이 교차하며 더욱 재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X밟은 표정이던 나영이의 입에도 웃음 꽃이 활짝 피었다.
하다하다 이번엔 개구멍이다.
가오 빠지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기는 수 밖에
그러다가 이번에 낑기고 만다.
뭐 이런 데가 다 있어?
지나가야 하는 구멍을 바라보며 망연자실.
높이도 높이지만 저 작은 구멍 사이로 또 한 번 기어야 하나?
온갖 재미란 재미는 전부 모아 놓은 것 같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숨 한 번 쉬면 보였다 사라지고 또 보였다 사라지는 일명 "우르르 까꿍" 트레일 답다.
몸 하나 빠져 나오기도 힘들 정도로 좁아 배낭을 벗는 것은 필수다.
"안 들어가요 ㅠㅠ"
사진을 찍을 여유도 그리 많지 않았다.
더 신중하고 시간을 들여 많은 영상과 사진을 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마지막인 듯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속에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한 후 약 0.5마일 후 시작되는 Spooky Slot Canyon으로 향한다.
그 날은 몰랐지만 Peek-A-Boo Slot Canyon과 Spooky Slot Canyon은 입구와 출구가 구분되어 있었다.
무시하고 거꾸로 들어가 정상적으로 오는 사람들을 만난다면 정말 큰 낭패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 날도 빠져 나가면서 앞에서 사람이 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서두르며 "여기는 일방통행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했었는데 실제로 지도에도 출구와 입구가 분명하게 씌여 있었고 지도를 확인 한 후에야 처음에 만난 부부가 "잘못해서 거꾸로 왔어요"라고 했던 말의 뜻을 알았다.
어쨌든 모두에게 최고의 시간이었고 이구동성으로 " 한 번 더!!!!"를 외쳤다.
첫댓글 우르르 까꿍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몰라요
앨범만 봐도 ㅡ 열손가락이 눈을 가렸다 놨다 하네요 ㅎㅎㅎㅎㅎ 웃음 끊이지 않았던 우르르 까~악 꿍꿍꿍!!
또 가고픈 곳...유타
담번엔 꼭 식스팩을 만들어 사뿐히 넘어 부드럽게 끼이지 않고 빠져나가리라...다짐해 보건만 노 개런티..
그래도 또 갈겁니다... 좋은 사람들과 행복 가득했던 낮들과 밤의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한 곳에...
나영이가 기어오르는 나를 보고 소리내어 웃는 모습이 생각나네요.
그렇게 좋아할 줄 알았다면 더 기어오를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