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회갑여행이 끝나고 남편과 올레 걷기를 이어간다.
21코스, 해녀박물관에서 종달바당까지 11.3km 3~4시간 소요.
해녀박물관 건너편 올레 안내소에서 걷기 시작.
곧바로 이어지는 연대동산에 메밀꽃을 닮은 작은 하얀 꽃들이 풍성하게 피어 있다.
향긋한 냄새가 흘러나온다.
찻길을 따라 노란 꽃들이 피어난 인도를 걷다 보면 밭길로 접어든다.
12코스를 지날 때처럼 갈아 엎어진 무들이 많이 보인다.
비싼 인건비와 폭락하는 가격을 견디지 못하고 수확을 포기하고 만거다.
정부의 보상비가 나온다지만 긴 시간 공들인 농부님들의 수고를 어찌할꺼나.
파헤쳐지지 않고 남아있는 잎이 무성하게 자란 무를 보니 무 한 쪽이 쫙 편 손바닥보다 더 넓다. 이 무들은 무사히 수확되어질 수 있을까.
별방진이 나타난다.
석성을 쌓아 외적의 침입을 대비한 곳이다.
최근 지속적인 복원이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석성에 올라 보니 하도 앞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고 노랗게 피어난 유채꽃들은 성곽을 화사하게 두르고 있다.
올레길이 아니라고 지나쳤더라편 몹시 아쉬울 뻔했다.
성곽이 모두 연결된다면 사람들이 즐겨찾는 곳이 될 것 같다.
이어지는 마을길과 집들이 참 예쁘다.
한달살이, 일년살이를 할 수 있다는 안내판이 곳곳에 보인다.
다시 밭길을 따라 걷는다.
커다란 트랙터가 밭을 갈아 엎으며 고운 흙으로 만들어 준다.
툭 트인 바닷가다.
바다 건너 우도랑 성산일출봉이 흐릿하게 나타난다.
미세먼지 매우 나쁨이라더니 시야가 탁하고 목이 칼칼하다.
마스크도 쓰지 않고 걸었는데 괜찮으려나.
하지만시원스레 불어오는 바람이 걸을 맛을 더해 준다.
중간 스탬프를 찍는 석다원 옆에서 망고 주스를 산 후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만든 벤치에 앉아 간식과 함께 먹는다. 꿀맛이다.
두 아들 녀석들이 어린 시절 구멍낚시를 했던 곳이 나타난다.
25년쯤 흘렀으려나.
그 당시 묵었던 숙소의 주인 아저씨가 가르쳐준 구멍낚시에 푹 빠져 고기낚는 재미를 터득했던 곳.
아직까지도 파크하우스란 숙소의 이름과 지미, 카터라고 불리던 개 두 마리가 기억에 남아있다.
그 때 그 아저씨는 친미주의자였을까 반미주의자였을까 뒤늦게야 이야기 나누며 걷는다.
문주란 자생지 토끼섬을 지나고, 종달리 철새도래지를 지난다.
잠시 모래사장에서 밀려오는 파도랑 놀기도 한다.
막바지 코스가 남았다. 지미봉.
가파르게 오른다.
나무계단과 데크가 번갈아 오르막을 이어간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입에선 숨비소리마냥 휘파람 소리가 새어 나온다. 휘 휴..
20여분 가파르게 오르니 정상을 향하는 살짝 완만한 경사길이 잠시 이어진다.
드디어 정상.
사방이 확 트였다.
올라온 수고로움을 위로해 주려는 듯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미세먼지로 인한 탁함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아름답다.
이 맛에 오름 오르는 거지.
내려오다 보니 올라온 곳보다 더 가파르다.
헐떡이며 올라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나마 중간중간 쉴만한 벤치를 준비해 놓았다.
쉬지 않고는 오를 수 없는 곳이다.
종달바당까지 남은 2km 정도의 길은 평범한 바당길이다.
올레 마지막 코스 21코스. 1코스와 이어지지 않고 끝나는 곳이어선지 뭔가 허전한 느낌이다.
첫댓글 오늘 4.19 혁명 기념일이네요.
묘역 위 산에서 보니까 봉분이 없는 평분묘와, 봉분 있는 봉분묘가 있더라고요.
봉분 없는 평분묘가 4.19 당시에 돌아가신 분들의 묘지고,
봉분묘는 4.19 때 데모 참가 피해봤지만 명대로 살다가 돌아가신 분들의 묘라고 합니다.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회갑이군요. 축하합니다.
4.19 잠시 잊고 있었네요.
평분묘와 봉분묘에 그런 차이가 있는 줄 첨 알았어요.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주 올레 21코스 이야기인데 제주도 이야기에 올리지 않고 소소한 일상 나누기에 올렸네요.
대단하다
제주이야기로 옮겨타기해야겠네요.
실수~^^
올레는 피곤함도 비껴가게 만드는 마술같은 곳.
하지만 오늘 13코스는 그러질 못했네 아쉬움 만땅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