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로 본 밀교의 분류
밀교를 지역적으로 볼 때, 인도에서 중국 한국 일본 또는 티벳 몽고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있고, 시간적으로도 긴 역사적 발전과 변천이 있다. 그러므로 간단히 밀교의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으며, 따라서 밀교라고 할 경우는 어디의 밀교인가를 한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흔히 말한다. 우선 지역적으로 분류하여 인도에서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인도의 밀교는 1,300년의 역사가 있다. 밀교는 근본불교시대부터 13세기의 초기까지, 처음에는 미미한 정도였지만 7세기 이후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인도의 밀교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뒤에 중국에 전해진 밀교는 한역경전에 의한 밀교이다. 처음은 3세기 무렵이고 역경에 의해서 그 밀교의 사상이 겨우 보급되는 정도였는데, 8세기 중당(中唐)무렵이 되면 밀교 경전의 전역도 왕성하게 되고 밀교라는 한 종파가 여러 종파 사이에 독립하여 발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계열의 밀교가 그대로 일본의 밀교로 된 것이다.
일본의 밀교는 중국밀교의 전래에 의한 것이지만, 나라시대에는 아직 하나의 종파로 독립을 보지 못하고, 헤이안 시대의 초기에 홍법대사 쿠카이에 의해서 비로소 한 종파로 독립한 진언종이 성립한 것이다. 그러나 또한 전교대사 사이쵸가 전한 일본의 천태종에는 천태밀교라고 하는 것이 있다. 일본의 천태종은 <법화경> 뿐만 아니라 밀교를 겸해서 배우고 있는데, <법화경>과 밀교는 똑같이 높은 사상적 입장에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것을 흔히 원밀일치라고 한다. 천태밀교는 태밀이라 하고 진언밀교는 동밀이라고 한다. 이 경우 동은 교또의 동사(東寺)를 가리킵니다. 고야산의 밀교라고 해도 좋지만 어느 시대에 동사가 진언종의 가장 중심으로 되고 동사의 쵸쟈가 진언종의 대표이고 다른 큰 본산을 통제한 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동사가 진언종을 대표하는 의미에서 동밀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밀교는 동밀과 태밀의 두 가지 흐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티벳에 전해진 밀교의 흐름도 있고 많은 경전의 티벳역과 밀교의 홍통, 그리고 티벳밀교의 발달 변천이 있다.
인도밀교의 분류
인도에서의 밀교의 발생, 발달, 변천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인도의 문헌에 의해 밝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은 넓은 의미에서의 인도불교에 대해서도 사정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도문헌으로서의 불교문헌이든 밀교문헌이든 어느 것도 거의 현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충분하긴 하지만 중국에 전역된 문헌자료에 근거하여 인도불교 또는 그 일부문으로서의 밀교경전의 성립사를 추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도밀교경전의 성립사에 대해서는 뒤에 중국밀교의 성립사를 개관하면서 함께 언급하도록 하겠다. 여기서는 인도밀교에 대해서 내용적으로 구분하여 중국, 일본과 티벳이라고 하는 두 가지 방향으로 살펴보겠다.
중국, 일본에서의 분류방법
먼저 중국, 일본의 사람들이 생각하거나 약속한 것으로는 밀교를 잡부밀교와 순수밀교로 나누는 것이다. 그 경우 인도밀교의 흐름 속에 초기밀교에서부터 650년 경까지의 사이에 성립된 것을 경전의 내용으로 보아 이들을 일괄하여 잡부밀교라고 한다. 그리고 현장삼장 현장삼장이 인도에 갔다 돌아올 무렵, 또는 그 직후, 650-700년경에 <대일경>과 <금강정경>이 성립하는데, 그들 경전은 그 내용으로 보아 순수밀교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우선
①성불, 즉 부모에 의하여 생긴 이몸 그대로 부처님의 경지를 체현한다고 하는 즉신성불을 강조하고,
②마하비로자나불[大日如來]이라고 하는 부처님이 등장하여 신앙의 대상으로 되며,
③석가모니불이 설하신 것이 아니고 법신 대일여래가 설하신 경전이라고 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는 경전이다.
여기서 순수라고 하는 것은 무엇이 순수하다는 것인가. 밀교라고 하면 자칫하면 정통의 불교에서 벗어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러나 밀교는 석존 이래의 불교의 흐름, 즉 대승불교의 역사적인 발전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오히려 대승불교의 철저한 후계자로서 가장 훌륭하고 우수한 것이 밀교의 정통적인 흐름이라고 평가하여 순수밀교라고 한 것이다.
그것에 대하여 잡부라고 하는 것은, 좀 순수하지 않다든가 여러 가지의 것이 포함되어 있다든가 하여, 언어적으로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으나 그쪽에도 밀교의 한 특징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국이나 일본의 학자들이 인도밀교를 잡부밀교와 순수밀교로 구분한 방식은 그다지 엄밀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전혀 구별하지 않고는 웬지 모르게 좀 이상하게 보일 경우에는 요즈음도 이러한 구별 방법이 통용되고 있다.
티벳불교에서의 분류방법
그러나 티벳에서의 인도밀교에 대한 관점은 상당히 진보된 방법을 보이고 있다. 티벳의 전승으로는 1,300년 정도의 인도밀교의 역사를 구분하여 제1기에서 제4기까지 네 가지의 시기로 나누고 있다. 그 제1기는 작(作)탄트라(kriya-tantra)라고 한다. 크리야(作)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종교적인 행위, 다시 말하면 수법(修法)에 대한 작법을 중심으로 한 것으로 그러한 것을 쓴 탄트라가 성립한 시대라는 의미인 것이다.
내용적으로 말하면 이 속에는 밀교의 중요한 것이 거의 들어 있다. 주법, 다라니, 인계[mudra] 등 여러 가지 수법의 작법, 만다라 등도 이미 자세히 설해져 있다. 다만, 즉신성불 또는 속질성불이라고 하는 것은 아직 그다지 언급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수법[修作]한다는 것은 현세이익적인 내용, 즉 사람들의 바램은 어느 것이라도 이루어 준다는 기원적인 수법을 말한다. 주문이나 다라니를 외우면 모두 구해진다든가 재난으로부터 구원된다고 하는 밀교이다. 그것이 제1기의 밀교라고 한다.
제2기가 행(行)탄트라(CAriya-tantra)이다. 챠리야는 행(行)으로 번역한다. 대승불교의 여러 가지 수행이라고 하는 의미에서 수법만이 아니고 넓은 의미의 수행도 하고 이론화도 한다. 이론화란 대승불교를 근거로 하여 거기에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 간다는 것이다. 경전의 내용이 그렇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수행과 이론의 양방면을 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대일경> 등을 읽어 보면 잘 알 수 있는 것인데, 그래서 구체적으로는 <대일경> 등을 가리킵니다. 밀교의 티벳 전승이라고 하면 이것이 제2기 이다.
제3기가 유가 탄트라(Yoga-tantra)로 되어 있다. 이것은 요가를 중심으로 하는 밀교이다. 요가 또는 삼마디(samadhi)라고 하는데, 이른바 선정을 닦아 정신통일을 하고 그 속에서 부처님과 내가 합일한다고 하는 것을 강조하는 그것을 요가밀교라고 한다. 그것의 대표적인 것이 <금강정경>이다. 그러므로 <대일경>과 <금강정경>의 성립은 연대적으로도 조금 다릅니다. <금강정경> 쪽이 조금 후대에 성립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대일여래가 설법하고 즉신성불을 설하는 등의 의미로는 순수밀교[純密]에 속하지만 순밀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눈다면 <금강정경>은 그 후반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큰 문제로 되는 것은, 중국, 일본의 불교에서는 <대일경>과 <금강정경>을 양부의 대경 또는 양부불이라 하고 그것이 지금까지의 진언종의 전승인데, 티벳 불교의 관점에서는 그것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 전과 후, 이를테면 챠리야 탄트라와 요가 탄트라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티벳의 학자는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밀교연구자는 이러한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고, 일본의 밀교 쿠카이의 밀교도 다시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문적으로는 저도 거기에 동의한다. 그러나 <대일경>과 <금강정경>이 일본불교에서는 순수밀교라고 하는 하나의 틀 속에 넣어져 있는 것이다.
제4기가 무상유가 탄트라(Anuttarayoga-tantra)이다. 이것은 후기밀교라고도 하는데 거기에는 여러 가지 변천이 있다. 그러나 이 후기밀교의 분야는 중국이나 한국, 일본밀교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은 소위 탄트리즘(tantrism) 이라는 것인데, 인도와 구미의 학자가 연구하는 영역은 거의가 이쪽이다. 750년부터 1,000년 정도까지의 경향을 모아서 무상유가 탄트라라고 하고 있다. 쾌락사상이라든가 좌도밀교라고 하는 여러 가지 발달, 변천도 그 최후의 후기밀교 속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중국, 한국, 일본의 밀교에서는 전혀 수용한 흔적이 없다. 왜냐하면 무상유가탄트라가 인도에서 융성하였던 것은 9세기 이후의 일로 홍법대사 쿠카이 및 그 제자가 유학했던 시대에는 그것이 아직 중국 불교계에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인도밀교의 긴 역사를 보면 중국, 한국, 일본에서는 잡부밀교와 순수밀교라는 비교적 단순한 구분만이 있으나, 티벳의 네 가지 시기로 구분하는 쪽이 인도밀교를 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의 연유에서 저는 밀교를 분류할 때에는 어디의 밀교를 가리키는가 라고 하는 것을 반드시 전제로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 것이다.
<불교사상의 이해/ 불교교재편찬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