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금요일은 꽤나 기분을 더 우울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 우람이는 며칠전 수호가 왔다간 후 괜시리 계속 기분이 저조하다.
민철에게서도 큰 연락은 없고 학교에서도 우울하긴 마찬가지였다. 점심먹은것이 체 했는지 자꾸만 속이 미식거리는 우람이는 도저히 참지못하고 6교시가 끝난 후 교무실을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민철이는 국어선생과 무슨이야기가 그렇게 재미난지 책을 펴고 수다를 떨고 있었고 담임은 우람이를 향해 안경을 고쳐썼다.
어라? 정우람..너 왠일이야.
담임선생님의 목소리 덕에 민철은 우람이를 바라봤다.
저..죄송한데요..조퇴좀 시켜주세요. 체했는지..자꾸 구역질나고..머리가 아파서..약 먹었는데도..
흐으음..고 3새끼가 잘한다. 몸관리 안하고..
죄송합니다.
약은 먹었는데도 소용없어?
예.
왜 구역질이 나...속이 얼마나 안좋길래...
모르겠어요. 점심을 급하게 먹은것 같지도 않은데..
담임은 출석부를 뒤지며 중얼거렸다.
임신은 성민이 자식이 했다는데...구역질은 왜 니가 하냐.
우람이의 귀에 똑똑이 들려오는 성민이의 임신이야기에 우람이는 눈이 똥그랗게 커지며 담임에게 되 물었다.
성민이 임신..했대요?
후훗...그래. 자식아..학교..자퇴서 쓰러온다더라..남편이..전화왔었다. 아깝게..얼마나 남았다고..쯧쯧..조금만..참으면 될 걸..나이도 있는 사람이 애 졸업은 시키고 대리고 갈것이지..대학은 그렇다 쳐도...으그..
담임은 불만스러운 듯 중얼거리며 조퇴증을 써주고 출석체크를 하고 있었다. 가슴 저 깊은곳에서 부러움과 쓸쓸함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우람이는 그냥 고개를 숙여왔다. 그때..
남 선생님..임성민이 임신했다는 거 진짜에요?
민철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체육샘..예..전화왔어요. 애기집 수술한다고 일주일 빠진다고하더니..그새 임신이 되었다고..남편 될 사람이 신나서 전화왔더라구요...애 졸업이나 시키지..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그러게요.
민철은 동조했고 우람이는 담임선생님의 조퇴증을 받고는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교무실을 빠져나섰다. 문을 빠져나오자 마자 긴 한숨을 쉬는 우람이는 꽤 쓸쓸한 것 같았다. 며칠전 수호가 가기전 했던 마지막 말이 자꾸 가슴에 와 닿았다.
우람이가 행복해야 자신이 행복해진다는 그 말이...
나...행복한건가?
우람이는 반장에게 조퇴증을 보여주고 가방을 싸 들었다. 우영이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대로 학교를 나섰다. 민철이에게 징징거릴법도 하지만 며칠전부터 우람이는 민철이에게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의무적으로 해오는 듯 한 그의 문자가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였다. 그대로 집으로가지 않고 우람은 평택행 기차에 올라탔다. 금요일 오후시간이라 기차역은 부산스러웠고 기차표를 간신히 구한 우람은 집에도 연락을 하지않고 그냥 무작정 출발했다. 2시간 남짓 달린 기차는 평택역에 내려졌고 우람이는 버스를타고 집으로 향했다. 속은 울렁거렸지만 어떤것도 먹고싶지 않았다. 어둑어둑 해질 쯤 집이보였고 괜시리 집이보여오기 시작하자 가슴에서 울컥 무언가가 치 올라오는 듯 했다. 하지만 걸음을 멈추고 애써 깊은 심호흡에 마음을 가다듬고 대문을 밀어부쳤다.
엄마~ 아빠~~ 우람이 왔어요~!!!
에엥??
슈퍼에서 뛰어나오는 엄마 아빠가 깜짝놀라 우람을 방겼다.
무슨일이야? 너 혼자왔어?
아니..아들이 왔는데..혼자오면 안되는거야?
민철이는?
응..학회간데서..혼자있기 싫어서..
에이구..엄마한테 얘기하지 데릴러 갔을텐데..
아니야. 엄마근데..매실없어? 나 속이안좋아.
왜?
체했나봐. 잘 모르겠어..
우람이는 제 방문을열고 가방을 벗어놓고 엄마가 잡아오는 손아귀에 뒤를 돌았다.
사실대로 말해...민철이랑 싸웠어?
아니라니까아..내가 무슨 싸움닭이야? 맨날 싸우게..
진짜야?
응..
민철이한테 전화해본다.
마음대로 해..
우람이는 짜증스럽다는 투로 엄마의 손을 밀어냈고 엄마는 깊은 숨을내쉬고 따끈한 매실차를 타서 우람이의 방으로 돌아왔다.
응..고마워. 엄마 나 일찍 잘래..
왜..무슨 일 있었어?
아니야아..형은 바쁘고..중간고사 어차피 난 준비 안할꺼니까..그냥 엄마옆에서 쉬고싶어서..
흐으음..
엄마..며칠전에..수호왔었다. 주먹만한 잘 익은 딸기가지고..
너네집에?
응..
민철이 있을때 왔어?
아니. 형은 내집 잘 안오는데..근데..무슨 질문이 그러냐?
민철이 없을때 수호 들락거리면..
그게 뭐!!!!!!!!!!
우람이는 엄마에게 괜시리 버럭 화를 냈고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정우람. 왜그래..응?
아니..친구가 친구집에 올수도 있지..뭐 그렇게 형있을떄 와야해?
보기 안좋잖아!
됐어..내가 딸기를 먹는지 체해서 죽는지 관심도 없는 사람...
우람이는 욱하는 마음에 말 실수를 하고 엄마는 우람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민철이 여기온지 모르는구나.
..............몰라도 돼..관심도 없으니까...
우람아. 민철이가..서울에서..
알아. 교수되야하니까..난 두번째인거..이해해..나 벌어먹여 살려야 하니까..고3에 연애타령하고있는 내가 미친놈인거..
정우람.
성민이..임신했대..
엄마는 우람이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재혼남에 나이도 많고 애도 딸렸다고 다 손가락질 했지만..그래도 성민이는 사랑받고 벌써 아가도 갖고..학교 자퇴한대. 남편이 성민이 어떻게 될까봐 안절부절이래...난 같은공간에 있어도 말도 못거는데..
우람이는 바닥에 누워 몸을 돌려누웠다. 엄마는 우람이의 등뒤에 앉아 우람이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엄마..나 평택으로 올까? 큰 집...싫어..혼자일어나는 것도..혼자..밥 먹는것도..지겨워..넓은 침대도..싫고..
우람아..가끔 주말에 같이 지내기도 하잖아..
가끔..이젠 한달에 한 번..있을까 말까...후훗..
우람이는 눈을 감았고 엄마는 우람이의 등뒤에서 더 이상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엄마~!! 어디계세요???
응??? 수호야??
엄마는 벌떡 일어나 우람이의 방을 나섰고 우람이는 등을돌려 천천히 일어났다. 선명하게 들려오는 수호의 목소리였다.
어..2층에서 내려오셔?
응..왠일이야?
아..배 가지고 왔어요. 엄마 배 좋아하시잖아..너무좋아서..집에 가져올꺼 하나 빼왔어요.
수호야..매번..이러지말아라..미안하게..
에엥? 미안하기는..엄마..나 라면하나...어라? 정우람?
왔어?
너 왜 여기있어?
수호는 2층에서 내려오는 우람이를 바라보며 미간을 구겼고 엄마는 심각하게 우람이를 올려다 보았다.
첫댓글 읽고 가요.
우람바람피자.이번기회에.바람좋다ㅋ
딱좋다
수호가~~짱이다~~ 수호 속상하겠다
수호 옛다 남주자리~!ㅋ
그러취~~이리 전개가 되어야지
우리 작가느님 잘한다~~
수호랑 바람 피자 우람아 민철이 나쁘다
젤 미련한게 먼지아나 민철아?
널 위해서란 말로 내꺼 뒷전에 두는거야~
성공하믄 머하노? 상대는 맘이 떠나는걸~~이 미련탱이야!
일순위가 먼지 다시 생각해봐라..생각이 다른데 니생각이 맞아도 그대로 따라만주길 바라는건 아니지않니?
왜 상대방은 와닿지도 않는거 마냥 이해하라고만하냐?
좀 늦더라도 함께 가야지~ 서로의 미래를 위해서람서 왜 너 혼자만 달려가느냐고~
이 미련한 시끼야~~~~~~!!!!!!! 아놔 열불~~!ㅡㅡ
옳으신 말씀이에요.^^
민철이 정말 나뻐요. 우람이 안쓰러워서 어째요.ㅠ
수호 화이팅!!!!!
울 나라는 표현의 자유가 있습니다~~~빨랑 후딱 표현하세요 마니마니^^